윤석열 전 대통령 1심 무기징역…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 인정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7분, 당시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은 TV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로부터 약 세 달이 지난 2026년 2월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형사부는 그 계엄 선포와 후속 조치를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으로 판단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계엄 선포 자체의 적법성 여부를 넘어서, 그 목적과 실행 과정이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의 권능을 상당 기간 마비시키려는 것이었는지를 핵심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전직 대통령의 형사책임을 가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행사, 군 통수권의 범위, 내란죄의 구성요건, 그리고 권력기관의 수사권한까지 광범위한 쟁점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사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헌정사적 의미를 갖는다. 재판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사건 경과, 법리 판단, 수사권 쟁점, 공범 성립 기준, 양형 이유까지 상세히 밝혔다.

재판부가 정리한 사건의 출발점은 2024년 12월 1일경이었다. 설명자료에 따르면, 당시 대통령이었던 윤 전 대통령은 국회가 정부 고위 관료들에 대한 탄핵 절차를 진행하고 예산을 삭감하는 상황을 두고 “정부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고 있다”는 판단에 이르렀고,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용현과 함께 비상계엄 선포 및 군 투입 방안을 결의한 것으로 인정됐다. 계획의 골자는 세 가지였다. 비상계엄 선포와 정치활동 금지 포고령 공고, 국회 봉쇄 및 주요 인사 체포,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 및 부정선거 수사였다.

사건의 개요 — 계엄 선포 직후 전개 상황

12월 3일 저녁 7시 20분경,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은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만나 비상계엄 선포 예정 사실과 군의 국회 출동 계획을 알리고 ‘질서 유지’를 요청했다. 같은 날 밤 10시 16분경에는 일부 국무위원들에게 계엄 선포 방침을 통보한 뒤, 10시 23분부터 대국민담화를 시작해 10시 27분 비상계엄을 공식 선포했다. 다만 정치활동 전면 금지를 포함한 포고령은 실무 혼선 끝에 밤 11시 23분이 되어서야 공고됐다.

계엄 선포 직후 경찰은 국회 외곽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밤 10시 46분경 서울경찰청은 기동대를 배치하고 차벽을 설치해 국회 외부에서 내부로의 출입을 전면 차단했다. 이후 법적 근거 문제 제기로 잠시 출입이 허용됐지만, 포고령 공고 이후 다시 전면 차단이 이뤄졌다. 국회경비대 역시 각 출입문을 폐쇄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국회의원과 관계자들의 출입이 저지됐다. 재판부는 이 조치가 단순한 질서 유지가 아니라, 군 투입과 결합해 국회의 기능을 제한하는 실질적 수단으로 작동했다고 판단했다.

군 병력의 이동은 그 직후 본격화됐다. 밤 11시 49분경 특전사 707특임단 병력이 헬기를 통해 국회에 도착하기 시작했고, 12월 4일 0시 32분경에는 일부 병력이 국회의사당 본관 유리창을 깨고 진입을 시도했다. 특전사 1공수특전여단 병력 약 265명도 차량을 통해 국회 인근에 도착해 진입을 시도했다. 재판부는 특전사 병력에게 부여된 임무가 “국회의사당 본관을 봉쇄하고 내부 인원을 모두 밖으로 나오게 한 뒤 출입을 차단하는 것”이었다고 인정했다. 특히 계엄 해제 요구 결의가 임박하자 ‘의원들을 회의장에서 끌어내라’는 취지의 지시가 내려진 점을 중요한 정황으로 봤다.

재판부 설명자료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방첩사령관 여인형은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약 14명의 체포 대상자 명단을 전달받았다. 여기에는 국회의장과 여야 주요 정치인들이 포함된 것으로 인정됐다. 여인형은 방첩사 요원들에게 명시적으로 ‘체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체포 대상자를 인계받아 수방사 B1 벙커로 이송하는 임무를 부여했고, 실제로 요원 5명씩 1개 조로 편성해 국회로 출동시켰다. 재판부는 이 조치가 단순한 계엄사범 검거가 아니라 특정 정치인에 대한 체포·구금 계획이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0시 41분경 방첩사 내부 단체대화방에는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을 체포해 구금시설로 이동한다”는 취지의 메시지가 공유된 사실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러한 지시 체계와 준비 과정에 비추어 볼 때, 국회의 활동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것과 동시에 주요 정치인을 신체적으로 구속해 의결을 불가능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았다. 윤 전 대통령이 해당 체포 계획을 명시적으로 지시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전체 계획을 승인하고 군 통수권자로서 실행을 용인한 이상 미필적으로 이를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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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투입은 국회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정보사령부 소속 인원들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를 점거하고 서버실 확보를 시도했다. 전화선을 차단하고 야간 근무 인원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도 이뤄졌다. 동시에 특전사 병력이 청사로 이동했고, 일부 지역 선관위 시설과 여론조사 기관에도 병력이 출동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부정선거 수사’를 명분으로 한 서버 확보 및 직원 체포 계획이 사전에 준비돼 있었다고 봤다. 다만 실제 방첩사 요원들은 기술적·법적 문제를 이유로 서버 반출을 실행하지는 않았고, 일부 지시는 형식적으로 이행된 데 그쳤다. 그럼에도 법원은 이러한 준비 행위와 병력 이동 자체가 폭동에 해당하는 유형력 행사로 평가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내란죄는 결과범이 아니라 위험범이므로, 계획이 완전히 성공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성립 여부를 좌우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상당 기간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목적” — 내란죄 성립의 핵심

재판부가 가장 먼저 정리한 것은 형법 제91조 제2호가 규정하는 ‘국헌문란 목적’의 의미였다. 판례에 따르면, 이는 단순히 국가기관에 대한 공격이나 물리적 충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의 권능행사를 전복하거나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 즉 제도적 폐지뿐 아니라 실질적·지속적 기능 정지도 내란죄의 보호 법익에 대한 침해로 본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라는 국가긴급권 행사가 곧바로 내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아니었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 행사로서 그 형식적 요건 충족 여부만으로 곧바로 내란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목적과 후속 조치였다. 군을 동원해 국회의사당을 봉쇄하고, 의원들을 물리적으로 끌어내려 했으며, 주요 정치인을 체포·구금하려는 계획까지 수반됐다면 이는 계엄이라는 형식을 빌린 실력행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국회의 활동 금지’와 ‘정치활동 금지’를 명시한 포고령의 내용, 군 병력에 부여된 봉쇄 임무, 체포조 편성, 그리고 군 철수에 관한 명확한 계획이 없었다는 점을 종합해 보았다. 그 결과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이 국회의 의결 기능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상당 기간 그 권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을 공유했다고 인정했다. 이는 단순한 권력 행사나 과도한 대응을 넘어, 헌정 질서의 핵심 구조에 대한 침해로 평가된 것이다.

대통령은 내란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재판 과정에서 제기된 근본적 질문 중 하나는 대통령이 형법 제91조 제2호가 적용되는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형법상 내란죄의 주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오히려 헌법은 대통령이 내란죄를 저지를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규정을 두고 있다고 판단했다. 즉, 대통령이라는 지위 자체가 형사책임의 면책 사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행정부의 수반이자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국가권력의 또 다른 축인 입법부나 사법부의 권능을 침해하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특히 의회 해산권이 없는 체제에서 대통령이 군을 동원해 의회의 기능을 정지시키거나, 의회가 모여 의결하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봉쇄하는 행위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가권력 구조를 침해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권력 갈등을 넘어 주권 질서에 대한 침해라는 점에서 내란죄의 보호 법익과 직결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역사적 맥락도 함께 언급했다. 영국에서 왕과 의회 간 갈등 끝에 찰스 1세가 의회를 무력으로 해산시키려다 내전에 이르고 결국 처형된 사례를 들어, 국가권력의 정당성은 군사력의 보유 여부가 아니라 헌정 질서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헌법이 설정한 권력 분립 구조를 실력으로 침해하는 경우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정리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섬세하게 접근한 부분이 바로 비상계엄 권한의 법적 성격이었다. 비상계엄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가긴급권으로, 원칙적으로는 행정부의 판단 영역에 속하며 그 자체가 곧바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했다. 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 충족 여부를 사법적으로 광범위하게 통제하는 것은 자칫 긴급 상황에서의 판단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계엄이라는 형식이 모든 실력행사를 정당화하는 면허가 될 수는 없다고 분명히 했다. 계엄의 범위를 넘어 헌법이 설치한 국가기관의 본질적 기능을 상당 기간 마비시키려는 목적이 인정된다면, 이는 권한 행사라는 외형을 띠었더라도 형법 제91조 제2호가 적용되는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문제는 ‘계엄을 선포했느냐’가 아니라 ‘그 계엄으로 무엇을 하려 했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동기와 목적을 구별했다. 피고인 측은 국회가 정부를 마비시키는 국가 위기 상황이었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행위의 동기나 명분으로 보았다. 군을 동원해 국회의 의결 기능을 차단하고 주요 정치인을 체포함으로써 국회의 활동을 저지하려 한 목적 자체는 별개의 문제이며, 그것이 바로 국헌문란 목적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권한 행사라는 명목이 곧 목적의 정당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폭동에 가담했다고 모두 내란은 아니다

재판부는 내란죄의 성격을 ‘집합범’으로 규정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다수가 결합해 폭동을 일으키는 범죄라는 점에서, 단순히 현장에 있었거나 일부 행위에 관여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내란죄에서 말하는 ‘폭동’은 최광의의 폭행·협박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계엄 선포 자체도 유형력 행사로 평가될 여지가 있지만, 그에 일부 관여한 모든 사람을 일률적으로 내란 공범으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국헌문란 목적의 인식·공유’였다. 폭동 행위에 참여한 사람이 그 목적을 인식하고 이를 공유하면서 가담했는지가 집합범 성립의 기준이 된다고 보았다. 이 인식은 명시적일 필요는 없으며, 미필적 인식이나 암묵적 공유도 가능하다고 정리했다. 다만 이러한 인식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해당 행위가 위법하더라도 별도의 직권남용 등 다른 범죄로 평가할 수 있을 뿐, 내란죄까지 확장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 기준에 따라 일부 피고인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예컨대 윤승영 피고인의 경우, 방첩사 체포조 지원 요청을 계엄 매뉴얼상 합동수사단 지원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내란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김용군 피고인 역시 부정선거 수사 계획에 공모·가담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됐다. 반면 경찰 지휘부나 국회 출입통제에 적극 가담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목적을 인식·공유했다고 보아 내란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됐다.

불소추특권은 수사까지 막는가

이번 사건에서는 실체 판단 못지않게 수사 개시의 적법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먼저 문제된 것은 헌법 제84조의 대통령 불소추특권이 수사까지 포함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소추’와 ‘수사’를 구별했다. 불소추특권의 취지는 대통령 직무 수행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데 있으므로, 공소 제기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지 모든 수사행위까지 전면 금지하는 취지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재직 중 대통령에 대해서도 수사 자체는 허용된다고 정리했다. 이어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권 범위가 쟁점이 됐다. 검찰청법과 공수처법은 원칙적으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서만 수사 개시 권한을 인정하고, 내란죄는 직접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양 법률 모두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수사 개시를 허용하고 있다. 재판부는 직권남용 혐의와 내란 혐의가 중간 매개 없이 구체적·개별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보아 직접 관련성을 인정했다.

공수처 수사에 대해서도 유사한 판단이 내려졌다. 피고인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이 없음에도 직권남용 고발을 명목으로 내란죄를 수사한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직접 관련 범죄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나아가 설령 수사권에 다툼이 있다 하더라도, 검찰이 독자적 증거를 종합해 기소를 결정했고 법원이 채택한 증거만으로도 유죄 판단이 가능하므로 기소의 적법성이 흔들리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위법수집증거로 판단된 일부 자료는 배제했으나, 핵심 증거 구조에는 영향이 없다고 정리했다.

“결과가 아닌 위험만으로도 중대하다” — 내란의 법정형

재판부는 내란죄를 국가의 존립과 헌법적 기능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범죄로 규정했다. 형법이 내란죄를 결과범이 아닌 위험범으로 규정하면서도 매우 높은 법정형을 두고 있는 이유는, 실제로 국가기관이 전복되거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되지 않았더라도 그 자체로 공동체의 법질서를 근본에서 흔드는 위험을 내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국회 해산이나 장기 계엄이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성립 여부나 양형 판단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특히 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는 점, 국제사회에서의 정치적 신뢰와 대외 신인도에 타격을 주었다는 점, 계엄 선포 이후 사회가 극단적 대립 상태로 분열됐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또한 비상계엄과 관련해 다수의 군인·경찰·공무원이 형사책임이나 사회적 비난에 노출됐다는 점도 중대하게 평가했다. 상관의 지시 적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공권력 체계 전반에 남긴 상처가 작지 않다고 보았다.

그 결과 윤 전 대통령에게는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그가 범행을 직접 계획·주도했고 다수의 인원을 관여시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으며, 사과나 책임 인정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중하게 보았다. 다만 치밀한 장기 독재 계획이 입증되지는 않았고 실탄 사용 등 직접적 물리력 행사가 제한적이었으며, 범죄 전력이 없고 고령이라는 사정은 참작 요소로 언급됐다. 김용현 전 장관에게는 징역 30년, 노상원 피고인에게는 징역 18년이 선고됐고, 경찰 지휘부와 국회경비대장에게도 각각 중형이 선고됐다. 반면 공모 및 목적 인식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일부 피고인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대통령 긴급권의 경계 — 헌정 질서의 재확인

이번 1심 판결은 계엄권 자체를 부정한 판결은 아니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국가긴급권이 헌법상 인정되는 권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그 권한은 헌정 질서의 틀 안에서 행사돼야 하며, 그 목적이 다른 국가기관의 본질적 기능을 상당 기간 마비시키는 데 있다면 형식이 무엇이든 형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계엄이라는 외형보다 그 실질적 목적과 실행 내용이 판단의 기준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한 ‘성공 여부’가 내란죄 성립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정리했다.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고, 국회가 신속히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해 사태가 조기에 종료됐다는 사정은 결과의 문제일 뿐, 국헌문란 목적 하에 폭동이 실행 단계에 이르렀다면 이미 위험은 현실화됐다고 보았다. 이는 성공한 쿠데타가 처벌되지 않는 역사적 사례들과 대비되는 법리적 선언으로 읽힌다. 내란죄는 결과가 아니라 국가 질서에 대한 위험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 범죄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판결은 향후 항소심과 대법원 판단을 거치며 법리적 검증을 다시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이번 1심은 대통령의 긴급권 행사와 형법상 내란죄의 경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군 통수권과 국가긴급권이 헌정 질서를 넘어설 수 없다는 점, 권력 분립 구조는 무력에 의해 일시적으로라도 중단될 수 없다는 점을 사법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한 개인의 형사책임을 넘어 국가 권력의 작동 방식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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