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취업 경쟁력, 취업 준비만으로 길러지는가

취업률 중심 대학 교육에 던져진 질문…미래 노동시장은 문제해결·적응·협업 능력 요구
세계경제포럼 “2030년까지 직무 역량 39% 변화”…미국 기업들도 신입사원의 비판적 사고·소통 역량에 주목
자격증과 면접 준비 넘어 대학생활의 성장 경험을 직업 역량으로 연결하는 교육 설계 필요

대학의 취업 경쟁력은 무엇으로 결정될까. 취업률이 높은 대학일까,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잘 갖춰진 대학일까, 아니면 졸업생들이 변화하는 노동시장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발전시키며 일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대학일까. 한국 대학에서 취업은 교육의 성과를 설명하는 중요한 지표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졸업 후 진로는 대학 선택의 핵심 고려사항이며, 대학 역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자격증 취득, 직무교육, 현장실습, 기업 연계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청년 고용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대학의 취업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문제는 취업을 준비하는 방식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지식 생산과 업무 수행의 구조를 빠르게 바꾸면서, 대학이 학생들에게 준비시켜야 할 능력도 달라지고 있다. 특정 직무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채용 절차에 대응하는 능력만으로는 졸업 이후의 직업생활을 충분히 준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 교육의 방향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대학은 학생을 현재의 채용시장에 적합한 인재로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까. 아니면 아직 형태가 정해지지 않은 미래의 일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두 목표는 반드시 대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AI 시대에는 대학에서 경험하는 도전과 탐구, 협업과 실패, 자기주도적 학습이 장기적인 취업 경쟁력을 형성하는 중요한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취업률 69.5%의 한국 대학…취업 이후의 역량까지 설명할 수 있나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025년 12월 발표한 ‘2024년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전체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취업률은 69.5%로 전년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일반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62.8%, 전문대학은 72.1%, 대학원은 82.1%로 나타났다. 이 같은 통계는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 상황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대학의 교육성과를 점검하고 학생들에게 진로 정보를 제공하는 데도 활용된다. 취업률은 대학이 외면할 수 없는 지표이며, 학생의 진로를 지원해야 할 대학의 책임도 분명하다. 그러나 취업률은 기본적으로 일정한 시점에 졸업생이 취업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취업 이후 변화하는 업무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습득하는지,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까지 직접 측정하는 지표는 아니다.

교육부의 취업통계도 단순한 취업 여부에 머무르지 않고 취업 준비기간과 소득, 취업 후 일자리 이동 등으로 분석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럼에도 학생이 대학에서 어떤 능력을 형성했으며, 그 능력이 이후의 직업생활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평가하는 일은 여전히 별도의 과제로 남는다. 이는 취업률의 유용성을 부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취업률이 보여주는 성과와 보여주지 못하는 성과를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학이 취업이라는 결과를 중시할수록, 역설적으로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교육 경험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학생이 채용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돕는 것과 입사한 뒤에도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하도록 준비시키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동일한 교육 목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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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AI 시대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기술만큼 중요한 사고와 적응 능력

미래 노동시장의 변화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더욱 분명하게 만든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미래 일자리 보고서 2025(Future of Jobs Report 2025)’는 2030년까지 기존 직무에 필요한 역량의 약 39%가 변화하거나 낡은 역량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AI와 빅데이터, 사이버보안, 기술 활용 능력이 빠르게 중요해지는 동시에 창의적 사고와 유연성, 적응력, 평생학습 역량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기업들이 핵심 역량으로 평가하는 능력의 순위 역시 주목할 만하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 가운데 69%는 분석적 사고를 핵심 역량으로 꼽았다. 회복탄력성과 유연성·적응력은 67%, 리더십과 사회적 영향력은 61%, 창의적 사고는 57%였다. 동기와 자기인식은 52%, 기술 활용 능력은 51%, 호기심과 평생학습은 50%로 나타났다. AI·빅데이터를 현재의 핵심 역량으로 평가한 기업은 45%였다. 이 수치는 AI 관련 기술의 중요성이 낮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재 필요한 핵심 역량과 향후 중요성이 증가할 역량을 구분해야 한다. WEF는 AI·빅데이터를 2030년까지 가장 빠르게 중요성이 높아질 역량으로 전망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술 역량의 확대가 인간의 사고와 판단 능력에 대한 수요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도 문제를 정의하고,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며, 결과를 평가하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OECD 역시 2026년 ‘AI 시대의 역량(Skills in the AI Age)’ 보고서에서 교육훈련체계가 AI 리터러시와 디지털 역량뿐 아니라 비판적 사고를 교육과정 전반에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적인 재교육과 역량 개발이 가능한 평생학습 체계의 중요성도 제시했다.

이러한 전망을 대학 교육에 적용하면 필요한 인재상의 변화가 드러난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오래 유지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기존 지식이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을 때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신의 판단을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이 함께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AI 시대의 직업 역량은 특정 기술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에 그치지 않는다. 기술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배우고 판단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이 원하는 역량과 신입사원이 갖춘 역량 사이의 간극

기업들이 중요하게 평가하는 역량과 대학 졸업생들이 실제로 갖췄다고 평가받는 역량 사이에는 차이도 나타난다. 미국대학고용주협회(NACE)가 발표한 ‘Job Outlook 2025’ 조사에서 기업들은 비판적 사고와 의사소통 능력을 모두 높은 비율인 96.1%에서 중요하거나 매우 중요한 역량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신입 졸업생이 해당 역량에 매우 능숙하거나 탁월하다고 평가한 비율은 비판적 사고 55.9%, 의사소통 53.5%에 그쳤다. 전문직업인으로서의 태도에 대해서도 중요하다는 평가가 89.4%였지만, 졸업생의 높은 숙련도를 인정한 비율은 50.3%였다. 반면 팀워크는 중요도 93.9%, 숙련도 평가 81.5%로 상대적으로 격차가 작았다.

이는 기업들이 요구하는 능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뿐 아니라, 그 능력을 학생들이 실제로 충분히 형성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이 수치는 미국의 조사 참여 기업이 평가한 결과로, 한국 기업이나 모든 대학 졸업생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다.

NACE가 2026년 발표한 후속 조사에서도 기업들은 신입 졸업생들이 대체로 업무를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평가하면서, 의사소통과 비판적 사고, 직업적 태도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원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역량이 있다고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역량을 발휘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대학의 취업교육은 새로운 과제와 마주한다. 학생에게 직무 역량의 명칭을 가르치거나 그것을 자기소개서에 표현하도록 돕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하는 문제다.

문제해결 능력을 강조하는 채용시장에 대응하려면 학생에게 실제로 문제를 해결해본 경험이 필요하다. 협업 역량을 설명하려면 다른 사람과 의견을 조율하고 공동의 성과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자기주도성을 평가받으려면 정해진 절차를 따르는 것을 넘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수행 과정을 조정해본 기회가 필요하다. 이런 경험이 없다면 취업 준비는 자신이 갖추지 못한 역량을 언어로 표현하는 훈련에 머물 위험이 있다.

성장 경험은 어떻게 실제 역량으로 이어지는가

대학에서의 성장 경험을 강조하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그것이 실제 학습과 역량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2014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스콧 프리먼 연구팀의 메타분석은 대학의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교육 관련 연구 225편을 분석해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과 능동학습(active learning)의 효과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 능동학습을 적용한 수업에서는 시험 성적이 평균적으로 약 6% 높았으며, 낙제하거나 수강을 철회하는 비율은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에서 평균 33.8%, 능동학습 수업에서 21.8%로 나타났다.

능동학습에는 학생들이 직접 문제를 풀고 토론하거나, 동료와 함께 학습하고, 수업에서 배운 개념을 활용하도록 하는 다양한 방식이 포함됐다. 물론 이 연구만으로 성장 경험이 취업률을 높인다거나 미래 직업 역량을 모두 향상시킨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연구가 검증한 것은 주로 대학 STEM 수업에서 능동적인 학습활동이 학습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다. 다만 학생이 지식을 수동적으로 전달받는 것과 스스로 활용하고 검증하는 경험이 동일한 교육 효과를 갖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 점은 AI 시대에 더욱 중요한 교육적 의미를 갖는다. 학생이 AI를 이용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표자료를 만드는 것은 점점 쉬워지고 있다. 그러나 완성된 결과물을 얻었다는 사실이 곧 학생의 사고력이나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됐다는 뜻은 아니다. AI가 생성한 답변에서 오류를 찾아내거나, 불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거나,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비교하는 과정에 학생이 얼마나 참여했는지가 중요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이 제공해야 할 교육 경험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이미 정해진 문제의 정답을 찾는 수업만이 아니라 문제 자체를 발견하고 정의하는 활동,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과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시행착오를 분석하고 개선하는 반복적 학습이 교육과정 안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현장실습 역시 기업에 일정 기간 참여했다는 사실보다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를 경험하고 무엇을 배우며 어떤 판단과 행동을 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교과 프로그램도 참여 횟수와 이수 실적뿐 아니라 실제 역량 형성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장 경험은 단순히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는 이력이 아니다. 경험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발견하고, 피드백을 바탕으로 행동을 수정하며, 배운 것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대학에서 무엇을 가치 있게 경험하는가

대학의 가치를 학생들이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살펴본 해외 조사도 이러한 논의에 참고할 만하다. 미국의 경험관리 기업 퀄트릭스(Qualtrics)와 엔지니어링·컨설팅 기업 뷰로해폴드(Buro Happold)는 2026년 봄 미국 대학생 1,007명을 대상으로 대학 경험의 가치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대학생활의 9개 영역 가운데 ‘목적의식과 개인적 성장’에서 높은 수준 또는 매우 높은 수준의 가치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74.2%로 가장 높았다. 관계와 네트워크는 72.6%, 소속감과 캠퍼스 분위기는 71.5%, 진로와 역량은 71.4%였다. 반면 경제적 수익에서 높은 가치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66.2%로 조사 영역 중 가장 낮았다.

이 결과를 학생들이 취업이나 경제적 성과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없다. 조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아직 경제적 수익이 충분히 실현되기 전인 재학생이며, 대학의 경제적 효과와 성장 경험을 평가하는 시점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학의 가치가 취업이나 경제적 수익만으로 구성되지는 않는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자신감을 얻으며 관계를 형성하는 경험 역시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속감이 높은 학생 가운데 대학 경험을 매우 가치 있거나 예외적으로 가치 있다고 평가한 비율은 74%였지만, 소속감이 낮은 학생은 43%에 그쳤다. 이는 학생이 대학 공동체 안에서 자신이 존중받고 참여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경험이 대학의 전반적 가치 인식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미국 대학생의 이러한 인식을 한국 대학생들에게 그대로 일반화하거나, 소속감이 직업 역량을 직접 향상시킨다는 인과적 근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

이 조사가 한국 대학에 던지는 질문은 다른 곳에 있다. 대학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교육적 가치를 취업 여부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미래 노동시장이 요구하는 역량이 사고와 판단, 협업과 적응에까지 확장되고 있다면, 그러한 역량을 형성하는 대학생활의 경험 역시 교육성과의 중요한 부분으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

성장 경험의 기회도 학생마다 다르다

그러나 성장 경험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해서 그 기회가 모든 학생에게 동등하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생은 교환학생이나 대외활동, 장기간의 프로젝트, 보수가 없거나 낮은 인턴십에 참여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 반면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해야 하는 학생에게는 정규 수업 이외의 활동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다. 실제로 퀄트릭스와 뷰로해폴드의 조사에서는 편입생과 장애학생이 평가한 대학 경험의 가치가 다른 집단보다 낮았다. 전체 학생 가운데 대학 경험을 높게 평가한 비율은 66%였지만, 편입생은 56.1%, 장애학생은 59.1%였다. 편입생은 관계와 네트워크, 장애학생은 공동체와 문화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차이는 학생의 대학 경험이 개인의 노력이나 태도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학이 마련한 제도와 환경, 학생의 경제적·사회적 조건에 따라 교육 참여의 기회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이 성장 경험을 미래 역량을 형성하는 핵심 과정으로 받아들인다면, 그 경험을 일부 학생에게 주어지는 선택적 기회로 남겨둬서는 곤란하다.

정규 교육과정 안에서 프로젝트와 탐구, 협업, 현장 문제해결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이나 장애학생, 편입생도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성장 경험을 개인의 적극성에 맡기는 대신 대학이 책임져야 할 교육의 내용으로 포함시키는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취업을 위한 교육에서, 취업 이후까지 준비하는 교육으로

AI 시대 대학의 경쟁력을 논의할 때 취업률과 취업교육을 외면할 수는 없다. 학생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은 대학의 중요한 책무이며, 청년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그 책임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취업을 돕는 방식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산업에 맞춘 직무교육을 제공하는 것과 학생이 새로운 직무를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은 함께 추진돼야 한다. 채용에 필요한 역량을 표현하도록 지도하는 것과 그 역량을 실제 경험 속에서 형성하도록 하는 것 역시 분리할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학의 취업 지원은 진로·취업 부서만의 과제로 한정되기 어렵다. 학생들이 전공 수업과 교양교육, 연구활동과 현장실습, 비교과 프로그램에서 어떤 문제를 만나고 해결하며 성장하는지가 모두 취업 경쟁력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교육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취업률이나 프로그램 참여 실적처럼 측정하기 쉬운 지표는 계속 필요하지만, 학생이 어떤 역량을 형성했고 새로운 상황에서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평가도 중요해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자기만족도 조사를 넘어 학생의 수행 결과와 포트폴리오, 문제해결 과정, 학습 전후의 변화, 졸업 이후의 직업 경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전공과 대학의 특성, 학생의 출발점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대학이 준비시켜야 할 미래는 첫 취업의 순간에서 끝나지 않는다. AI가 현재의 일자리를 바꾸고 새로운 직무를 만들어내는 환경에서 학생은 졸업 이후에도 끊임없이 배우고, 판단하고, 자신의 역할을 재구성해야 한다. 그러한 능력은 졸업을 앞두고 몇 차례의 취업 특강을 듣는 것만으로 충분히 형성되기 어렵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 전공을 탐색하고 낯선 문제에 도전하며,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실패를 수정해나가는 교육 경험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제 대학의 취업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학생을 취업시켰는가에 더해, 학생들이 대학에서 어떤 능력을 갖추고 졸업하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AI 시대에 필요한 취업 준비는 단순히 채용에 성공하는 기술을 익히는 일이 아니라, 변화하는 일의 세계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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