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취업교육, ‘프로그램’에서 ‘교육과정’으로 바뀌어야

미시간대 제임스 드베이니 “취업 준비는 졸업 직전 행사가 아닌 발달 과정”
미국 4년제 대학 졸업반 유급 현장학습 경험 43%…실무 경험 기회 확대와 교육적 연결성 과제로
현장실습·캡스톤디자인·진로상담 갖춘 한국 대학, 이제는 4년간의 성장 경로 설계해야

대학의 취업지원 프로그램은 다양해지고 있다. 진로상담과 취업특강, 자기소개서 작성, 모의면접은 물론 기업 연계 프로젝트와 현장실습, 캡스톤디자인, 창업교육까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의 범위도 넓어졌다. 정부는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와 재학생 맞춤형 고용서비스 등을 통해 대학의 진로·취업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얼마나 체계적으로 직업세계에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을까.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곧 자신의 적성과 역량을 이해하고, 전공 지식을 실제 문제에 적용하며, 불확실한 상황에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일까.

대학의 진로·취업교육이 직면한 과제는 더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학생들이 대학생활에서 경험하는 여러 활동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전의 경험이 다음 학습과 선택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고등교육계에서 제기된 새로운 논의는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제임스 드베이니(James DeVaney) 학술혁신 담당 부부총장(Associate Vice Provost for Academic Innovation)은 10월 13일 고등교육 전문매체 ‘인사이드 하이어 에드(Inside Higher Ed)’에 기고한 글에서 대학의 취업 준비(Career Readiness)를 일회성 활동이 아닌 발달적 과정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핵심은 대학이 학생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대학생활 전반에 걸쳐 탐색과 경험, 판단과 성찰이 축적되는 교육적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의 취업지원 기능을 교육과정 바깥에 존재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대학교육 자체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바라봐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인턴십 한 번으로 충분한가…미국에서도 경험 기회 부족

현장실습이나 인턴십은 대학생이 전공 지식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직업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접하기 어려운 조직의 운영방식과 업무 환경을 경험하고, 자신의 적성과 역량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이나 기관 역시 학생의 업무수행 능력과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턴십은 대학과 노동시장을 연결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인턴십의 가치가 크다는 사실과 모든 학생에게 충분한 경험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미국 스트라다교육재단(Strada Education Foundation)이 발표한 ‘2025 State Opportunity Index’에 따르면 미국 4년제 대학 졸업반 학생 가운데 유급 일 기반 학습(Work-Based Learning)을 한 차례 이상 경험한 비율은 약 43%였다. 이 조사에서 일 기반 학습은 유급 인턴십뿐 아니라 산학협동교육(Co-op), 실습·임상교육·교육실습, 학부 연구, 도제교육 등을 포함한다. 유급 인턴십만 경험한 비율은 37%로 나타났다. 이는 2020~2023년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이전 조사에서 확인된 26%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조사 대상과 시점이 다르므로 단순한 추세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실무 경험에 대한 수요와 실제 참여 기회 사이의 격차도 크다. 미국 기업·고등교육포럼(Business-Higher Education Forum·BHEF)이 2026년 발표한 ‘Lost in Translation: Navigating the Work-Integrated Learning Landscape’에 따르면 2023년 인턴십 또는 이와 유사한 경험을 희망한 학생은 약 820만 명으로 추정됐지만, 이 가운데 약 460만 명은 원하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 수치는 미국에서도 대학 교육과 노동시장을 연결하는 경험학습의 접근성이 중요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특히 실무 경험의 기회는 학생의 경제적 여건과 생활시간, 거주지역, 기존 인적 관계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재학 중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학생과 경제적 부담 없이 외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학생이 동일한 조건에서 인턴십 기회를 선택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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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드베이니는 인턴십의 중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턴십이 제공하는 경험과 전문적 관계, 자신감, 진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 평가한다. 다만 좋은 인턴십이라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학생의 직업세계 진입 준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학생은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의 관심과 능력을 시험하고, 전공 지식을 새로운 환경에 적용하며, 경험을 통해 진로 선택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와 시뮬레이션, 기업 프로젝트, 교내근로, 창업활동, 지역사회 문제해결, 오픈소스 프로젝트, 학제 간 경진대회 등 여러 활동을 연결하는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턴십을 다른 활동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인턴십을 포함한 여러 경험이 학생의 성장 과정에서 서로 연결되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한국 대학에도 프로그램은 있다…연결성은 별개의 문제

한국 대학 역시 이러한 논의와 무관하지 않다. 대학의 진로·취업지원 기능은 이미 여러 제도와 사업을 통해 운영되고 있으며, 정부도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행한 ‘대학 진로교육 현황조사(2025)’는 대학의 진로·취업지원 계획과 조직, 인력, 교육과정, 프로그램과 서비스, 교수 참여, 학생 지원제도, 진로관리 시스템 등을 폭넓게 조사하고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대학의 진로교육 경험과 요구사항, 진로역량과 취업준비도 등을 파악한다. 이 조사의 범위 자체가 대학의 진로·취업교육이 취업지원 부서의 몇 가지 프로그램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공교육과 비교과 활동, 교수의 진로지도, 학생 이력관리, 지역사회 협력 등이 모두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에도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를 비롯해 대학 재학생 맞춤형 고용서비스와 졸업생 특화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생이 학업 과정에서 진로를 탐색하고 취업 준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대학과 고용서비스의 연계를 강화하는 정책적 기반도 마련되어 있다. 현장실습 역시 단순한 기업 체험활동으로만 규정되어 있지 않다. 교육부의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운영규정’은 현장실습을 대학 교육과정의 일부로 운영하기 위한 기준을 정하고 있다. 실습 운영과 교육적 관리, 평가 등은 현장 경험이 학습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제도적 취지를 반영한다.

따라서 한국 대학의 진로·취업교육을 일률적으로 취업 직전의 단기 프로그램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대학별로 교과와 비교과를 연계하거나 학년별 진로개발 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도 존재한다. 다만 여기에서 한 단계 더 살펴봐야 할 문제가 있다.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학생의 학습 경험이 실제로 연결되어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학생이 1학년 때 진로적성검사에 참여하고, 2학년 때 전공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3학년 때 현장실습을 마친 뒤 4학년 때 취업상담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각 프로그램은 운영 목적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학생도 필요한 경험을 얻었을 수 있다.

그러나 1학년 때 확인한 관심 분야가 2학년의 전공학습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드러난 강점과 부족한 점이 3학년의 현장실습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현장실습에서 발견한 문제를 4학년의 진로설계에 어떻게 활용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학생이 참여한 프로그램의 수와 학생의 성장 과정에 대한 이해는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학의 진로·취업지원은 취업지원처와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학과, 교수, 산학협력 조직 등 여러 주체가 담당한다. 각 조직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목적과 예산, 운영방식, 성과관리 기준도 다를 수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개별 사업의 성과를 관리하는 일과 학생 한 명의 전체적인 성장 경로를 설계하는 일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이 현재 한국 대학에서 프로그램 간 연계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실증적 결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 연계 수준을 판단하려면 대학별 교육과정과 운영사례, 학생 경험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다만 교육활동의 제공 실적을 넘어 학생의 경험이 얼마나 누적되고 활용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

진로탐색에서 독립적 판단까지…’발달형 진로교육’의 의미

드베이니가 강조하는 발달형 진로교육은 학생이 대학생활을 통해 점차 더 복잡한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경험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학생에게 특정 직업을 조기에 결정하도록 요구하거나 모든 학년에서 동일한 취업준비 활동을 반복하도록 하는 접근과는 차이가 있다. 대학 입학 초기에는 전공 지식이 현실의 어떤 문제에 활용되는지 이해할 기회가 중요하다. 교수는 강의실에서 다루는 개념이 실제 산업이나 연구, 공공정책, 문화예술, 지역사회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줄 수 있다. 졸업생이나 현장 전문가와의 만남 역시 학생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진로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전공 공부의 의미를 바꾸기도 한다. 학생이 배운 지식이 현실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게 되면 이전에는 추상적으로 받아들였던 개념을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학생 스스로 다양한 진로를 탐색하고 자신의 관심을 확인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관심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거나 특정 산업의 문제를 조사하고, 서로 다른 조직에서 전공 지식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비교하는 과정이 이에 해당한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경험의 난이도와 학생이 감당해야 할 판단의 범위는 확대될 수 있다. 명확한 정답이 없는 문제를 마주하고, 어떤 정보가 중요한지 판단하며, 서로 충돌하는 요구와 제한된 자원을 고려해 대안을 선택하는 경험이다.

여기서 발달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저학년에는 쉬운 활동을, 고학년에는 어려운 활동을 제공한다는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학생이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질문을 만들고, 자신의 판단을 수정하며,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점차 확대해 가는 과정이 핵심이다. 이를 한국 대학의 교육과정에 적용한다면 저학년의 진로탐색과 전공 이해, 중간 학년의 문제해결형 학습, 고학년의 현장 경험과 심화 프로젝트를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성이 모든 대학과 전공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의학이나 공학처럼 교육과정과 직업세계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명확한 분야도 있지만, 인문학과 기초과학처럼 다양한 진로로 확장되는 전공도 있다. 학생의 관심이 대학생활 중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발달형 진로교육은 특정 직업으로 학생을 조기에 유도하는 과정이 아니라, 학생이 여러 가능성을 탐색하고 자신의 선택을 수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진로를 변경하는 경험 역시 실패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어떤 분야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면,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진로학습의 결과일 수 있다.

AI 시대의 대학 평가…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왜 그렇게 판단했는가

발달형 진로교육 논의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개념은 드베이니가 제안한 ‘Reflective Defense’다. 학생이 자신의 활동과 선택을 돌아보고 그 판단의 근거를 설명하는 일종의 성찰적 설명·검증 과정이다. 학생은 프로젝트나 현장학습을 마친 후 무엇을 수행했는지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문제를 선택했는지, 어떤 자료를 근거로 판단했는지, 여러 대안 가운데 특정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어떻게 대응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현재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같은 문제를 다시 다룬다면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지도 검토한다.

이는 모든 학생이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판단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증거와 피드백을 받아들이며, 기존의 생각을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자는 접근이다. 이러한 논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대학의 교수학습과 평가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AI를 활용하면 보고서와 발표자료, 프로그램 코드, 데이터 분석 결과물 등을 이전보다 빠르게 작성할 수 있다.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다는 사실만으로 학생이 해당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으며, 어떤 판단 과정을 거쳤는지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대학의 평가는 제출된 결과물의 수준을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학생이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으며 어떤 정보를 신뢰했고, AI가 제시한 결과를 어떤 기준으로 검토하고 수정했는지 확인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이 AI를 활용해 지역사회 문제에 관한 정책 제안서를 작성했다면 최종 보고서뿐 아니라 제안 과정에서 어떤 자료를 검토했고, 어떤 대안을 배제했으며, AI가 생성한 내용 가운데 무엇을 수정했는지를 설명하도록 할 수 있다.

성찰적 설명은 구술시험이나 포트폴리오 검토, 발표, 서면 성찰, 교수와의 면담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될 수 있다. 다만 말하기 능력이나 발표에 대한 자신감이 곧 사고력과 판단력의 우수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평가 기준은 표현의 유창함보다 근거의 적절성과 사고의 일관성, 성찰과 수정 능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는 대학에서 강조해 온 비판적 사고와 의사소통, 문제해결, 자기주도학습 역량을 실제 교육활동과 연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미국 대학·고용주협회(NACE)는 직업세계에 진입할 준비를 위한 핵심 역량으로 진로 및 자기개발, 의사소통, 비판적 사고, 리더십, 전문성, 협업, 기술 활용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역량은 단일한 수업이나 프로그램만으로 완성되기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적용하고 평가받는 과정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 학생이 무엇을 알고 있는가에 더해 그 지식을 실제로 어떻게 사용했고, 경험을 통해 무엇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평가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경험학습 확대가 또 다른 ‘스펙 경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만 발달형 진로교육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는 주의해야 할 문제도 있다. 대학이 학생에게 더 많은 현장 경험과 프로젝트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 자칫 새로운 스펙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의 횟수와 종류가 새로운 평가 기준이 된다면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과 교육적 필요보다 이력서에 추가할 수 있는 활동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인턴십과 공모전, 프로젝트, 비교과 활동을 많이 수행한 학생이 반드시 더 깊이 있는 학습을 경험했다고 볼 수도 없다.

발달형 진로교육의 본래 취지는 활동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질과 연결성을 높이는 데 있다. 따라서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만큼 하나의 경험을 충분히 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문제를 다음 학습으로 연결하는 일이 중요하다. 경제적 여건에 따른 접근성의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대학생 모두가 교외 인턴십이나 장기간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한 근로와 학업을 병행하거나 가족을 돌봐야 하는 학생에게 추가적인 활동 참여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지역 간 차이도 무시하기 어렵다. 기업과 연구기관이 집중된 지역의 대학과 상대적으로 산업 기반이 취약한 지역의 대학이 제공할 수 있는 현장학습 기회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장실습과 산업 프로젝트의 확대가 교육적 기회를 넓히는 방향으로 작동하려면 이러한 구조적 조건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교내근로와 지역사회 협력활동, 전공 수업 내 프로젝트, 온라인 협업 등 다양한 경험을 교육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은 접근성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활동의 형식이 다양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경험이 같은 수준의 학습 효과를 제공한다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학생이 어떤 활동에 참여했는지가 아니라 그 안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피드백을 받았으며, 다음 경험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게 되었는지다. 교육과정 운영의 현실적인 부담도 해결 과제다. 학생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학년별 성장 과정을 확인하려면 교수와 상담 인력, 현장 지도자의 협력이 필요하다. 학생 개개인의 프로젝트 수행 과정과 성찰 내용을 검토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러한 지원 없이 성찰보고서 작성이나 활동기록 제출만 의무화한다면 발달형 진로교육은 기존의 비교과 실적 관리에 또 하나의 행정 절차를 추가하는 데 그칠 수 있다.

취업지원 부서의 사업인가, 대학 전체의 교육적 책임인가

발달형 진로교육이 제기하는 궁극적인 질문은 대학의 진로·취업교육을 누가 담당해야 하는가에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에서는 취업지원 조직이 진로상담과 취업정보 제공, 채용 연계, 취업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을 담당한다. 학과와 교수는 전공교육과 학사지도를 수행하고, 산학협력 조직은 기업 및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현장 경험의 기회를 마련한다. 각 조직의 역할은 필요하지만, 학생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는 이들 활동이 서로 분리되어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학생이 전공 수업에서 수행한 프로젝트가 진로상담에 활용되고, 현장실습에서 발견한 부족한 역량이 이후의 교과목 선택으로 이어지며, 졸업을 앞두고 자신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면 개별 활동의 교육적 가치는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 이력관리 시스템의 역할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참여한 프로그램과 취득한 자격, 수상 경력을 기록하는 기능을 넘어 학생의 관심과 역량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확인하고, 다음 학습과 진로탐색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의 성과관리 역시 검토 대상이다. 취업률이나 프로그램 참여율, 취업지원 서비스 이용 실적은 필요한 지표지만 학생의 성장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학생이 전공 지식을 새로운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지,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수정할 수 있는지, 실제 경험에 근거해 역량을 설명할 수 있는지 등을 함께 고려한다면 진로교육의 성과를 보다 다각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취업지원 조직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전공교육과 취업지원, 현장 경험을 연결하는 전문적인 기능이 중요해진다는 뜻에 가깝다.

대학의 취업지원 정책도 프로그램 운영 자체에 대한 지원과 함께 교육과정 내 연계, 학생의 지속적인 진로개발, 학습성과에 대한 피드백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학이 준비시켜야 할 것은 첫 직장만이 아니다

대학의 진로·취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때때로 대학교육을 기업의 인력양성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접근과 혼동되기도 한다. 그러나 발달형 진로교육의 의미를 특정 직무에 필요한 기술을 조기에 습득시키는 것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 학생이 전공 지식을 현실 문제와 연결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관심과 역량을 이해하며, 불확실한 상황에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특정 기업의 요구에 대응하는 일을 넘어서는 교육적 목표다.

대학이 제공해야 할 교육은 첫 직장을 얻는 데 필요한 준비에만 머물지 않는다. 졸업 후 직업을 바꾸거나 새로운 분야로 이동할 때,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역시 중요하다. AI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직무와 업무수행 방식이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역량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대학 입학 시점에 예상한 직업세계가 졸업 무렵에는 달라져 있을 수도 있고, 학생 자신이 원하는 진로 역시 대학생활 중 변화할 수 있다. 따라서 미래의 모든 직업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보다, 학생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다음 선택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일이 대학의 보다 지속적인 역할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학의 진로·취업교육은 졸업을 앞둔 학생에게 취업을 준비시키는 마지막 단계의 서비스에 그쳐서는 안 된다. 대학에 입학한 순간부터 전공을 배우고 다양한 문제를 경험하며, 자신의 판단을 검증하고 수정하는 교육적 과정과 연결되어야 한다. 한국 대학은 이미 현장실습과 캡스톤디자인, 진로상담과 비교과 교육 등 다양한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그 기반 위에서 학생들이 어떤 연속적인 성장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인지에 있다. 대학의 진로교육이 학생에게 몇 번의 취업 준비 기회를 제공했는가를 넘어, 대학생활 전체가 어떤 배움과 성장의 과정이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 때 취업지원은 비로소 대학교육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취업지원 프로그램의 수를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질문이 남아 있다. 대학은 학생이 졸업할 때 첫 직장을 구할 준비를 시키고 있는가. 아니면 졸업 이후에도 스스로 배우고 판단하며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고 있는가.

그 차이가 앞으로 대학 진로·취업교육의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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