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장 신호 축 차단이 장 점막 붕괴와 당뇨 유사 대사 이상으로 이어져… 국제학술지 ‘인바이러먼트 인터내셔널’ 게재
부산대학교 연구팀이 일상과 농업 현장에서 해충의 신경계를 마비시키는 농약으로 널리 사용되는 유기인계 살충제가 토양 미세동물에서 인간의 당뇨병과 유사한 식이적 대사 항상성 붕괴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부산대(총장 최재원)는 의학과 및 데이터사이언스전문대학원 문유석 교수 연구팀이 환경 유해 물질인 유기인계 살충제, 특히 클로르피리포스 등이 신경-장 신호 전달 축을 차단해 토양 생물의 장 점막 붕괴와 영양·에너지 대사 조절 장애를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밝혀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농약의 직접 대상이 아닌 비표적 토양 생태계에 나타나는 이상 신호가 인간의 당뇨병 및 대사증후군 위험과 직결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것으로, 환경 살충제 노출이 인간의 만성 대사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통 생체 기전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인간과 일부 대사 경로가 유사한 대표적 비표적 토양 선충 모델을 활용해 살충제 노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살충제에 노출된 선충은 신경계와 장이 아세틸콜린을 통해 주고받는 콜린성 신호가 차단되면서, 간헐적 단식과 같은 식이 제한을 통해 나타나는 장벽 보호 효과를 상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간헐적 단식은 식이 제한이 장 건강을 보호하는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 조건으로 활용됐으며, 연구팀은 살충제 노출이 이러한 보호 효과를 방해하는지를 분석했다.
특히 살충제 노출은 장 점막 투과성을 높여 이른바 ‘장 누출’ 현상을 유도했고, 장내 상피 손상과 함께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는 과정인 미토파지 기능의 마비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선충은 당·지질 대사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하는 당뇨 유사 상태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살충제에 노출된 토양 선충의 유전자 발현 패턴도 분석했다. 에너지 및 지질 대사 조절 유전자가 크게 교란됐으며, 이를 인간 상동 유전자와 비교한 결과 인간의 제2형 당뇨병과 동맥경화 등 대사증후군은 물론 장·간 대사성 질환 위험 경로와도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또한 분자 도킹 및 동역학 분석 등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살충제가 인간과 토양 선충의 신경 효소에 안정적으로 결합해 대사 이상을 유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토양 생물이 환경 유해물질에 의한 인간 대사질환 위험을 사전에 경고하는 핵심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살충제가 토양 생태계의 비표적 생물뿐 아니라 먹이사슬과 환경을 통해 인간에게 당뇨병 등 만성 대사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잠재적 ‘복원항상성 파괴인자(Resilience-breaker)’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복원항상성 파괴인자는 급성 치사 독성을 나타내지 않더라도 생명체의 대사 항상성 유지와 자연 회복 능력을 선택적으로 무너뜨리는 환경 유해 인자를 말한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원헬스(One Health) 관점의 글로벌 환경보건 및 농약 안전 관리 기준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인바이러먼트 인터내셔널(Environment International)’ 9월호에 ‘환경 노출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 차단에 의한 토양 선충의 진화적으로 보존된 장-대사 복원력 손상’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게재됐다. 연구는 부산대 미래지구환경연구소 김주일 박사와 문유석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글로컬 연구개발사업 및 박사후연구원 성장형 공동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문유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살충제가 신경 마비뿐만 아니라 토양 미세 생물에서도 장벽을 무너뜨리고 인간의 당뇨병과 같은 대사 적응 및 복원력 상실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라며 ‘토양 생태계의 파수꾼인 미세동물이 보내는 경고는 환경 독성물질이 인간의 장 건강과 당뇨 등 만성 대사질환을 촉발하는 핵심 위험 요인임을 시사하며, 새로운 환경보건 대응책 마련의 과학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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