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학 분위기”라는 이름의 검열 – 국가인권위가 지적한 대학의 오래된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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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캠퍼스에서 사라지는 말들

대학은 오랫동안 자유로운 사상과 비판, 토론이 보장되는 공간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 캠퍼스의 풍경은 이 이상과 자주 어긋난다. 게시판에서 사라진 대자보, 사전 승인 없이는 붙일 수 없는 포스터, ‘면학 분위기’를 이유로 거부되는 사회적 메시지들은 더 이상 낯선 장면이 아니다. 학생들이 학내 공간을 통해 정치적·사회적 의견을 표현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그 근거는 대부분 학칙이나 내부 규정이라는 이름으로 제시된다. 이러한 관행이 반복되는 가운데, 대학의 자율성과 학생의 표현의 자유 사이의 긴장은 구조적 문제로 고착되어 왔다.

2025년 말, 이 오래된 관행에 대해 다시 한번 분명한 문제 제기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서로 다른 두 대학에서 발생한 게시물 철거 및 게시 거부 사건을 심의한 끝에, 대학이 학칙과 내부 규정을 근거로 학생들의 게시물을 사전 승인 대상으로 삼거나 철거한 행위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단순히 개별 대학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사전 승인 없이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할 수 있는 게시 공간을 마련하고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 결정은 개별 사건을 넘어, 한국 대학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허가된 표현’ 관행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비상계엄을 비판한 대자보, 왜 철거됐는가

첫 번째 사건은 한 사립대학에서 재학생이 게시한 대자보에서 비롯됐다. 해당 학생은 당시의 비상계엄 사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교내 여러 건물에 부착했다. 대자보의 내용은 특정 정파를 선동하거나 폭력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학은 이를 ‘미허가·미지정 장소 게시물’이라는 이유로 철거했다. 대학 측은 표현의 자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교육환경과 시설물 관리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에서 핵심은 대자보의 내용보다 대학이 이를 어떻게 규율하고 있었는가에 있다. 해당 대학의 학칙과 학생준칙은 게시물의 부착과 배포를 총장의 사전 승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었고, ‘불온게시물’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사용해 학생들의 집단적 행위나 게시를 제한하고 있었다. 인권위는 이러한 규정이 학생들의 정치적·사회적 의견표명을 원천적으로 위축시킬 위험이 크다고 보았다. 특히 ‘불온’이라는 용어는 명확한 기준 없이 해석될 여지가 커, 대학 행정 주체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인권위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단순히 허용된 범위 내에서만 행사되는 권리가 아니라, 민주사회에서 핵심적인 기본권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학이 교육기관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의 정치적 표현을 광범위하게 사전 통제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며, 사전 승인 제도는 사실상 검열과 다를 바 없다고 판단했다. 대학이 이후 게시판 설치를 확대하고 일부 학칙을 개정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게시물의 내용에 대한 사전 허가 구조가 유지된다면 문제의 본질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추모 포스터조차 허가 대상이 되는 캠퍼스

두 번째 사건은 또 다른 사립대학에서 발생했다. 이 사건에서 학생은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의 주기를 맞아 추모 포스터를 학내에 게시하고자 했다. 포스터의 내용은 여성혐오 범죄의 문제를 환기하고, 피해자를 기억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학은 해당 포스터가 정치·성 관련 사안으로서 ‘면학 분위기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게시 승인을 거부했다. 이 대학 역시 모든 게시물을 사전 승인 대상으로 삼고 있었으며, 자유게시판과 같이 내용 검토 없이 게시할 수 있는 공간은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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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인권위는 이 사건에서도 대학의 판단 기준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고 보았다. ‘면학 분위기’라는 개념은 대학이 추구하는 교육 환경을 설명하는 말로 사용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학생의 표현을 제한하는 기준으로 작동할 경우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특히 사회적 참사나 혐오 범죄를 추모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표현까지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대학을 비판과 성찰의 공간이 아닌 무균적 관리 공간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 사건에서 인권위는 사립대학의 자율성 논리에도 분명한 선을 그었다. 사립대학이라 하더라도 고등교육법에 따라 설립되어 공교육 체계에 편입된 이상, 학생과 구성원의 기본권을 존중할 책무를 지닌 공적 기관이라는 것이다. 대학이 내부 규정을 통해 게시물의 형식이나 장소를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내용 자체를 사전 심사해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헌법이 금지하는 검열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표현의 자유와 대학 자율성은 충돌하는가

두 사건에서 대학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논리는 ‘대학의 자율성’이었다. 교육기관으로서 학습 환경을 유지할 책임이 있고, 그 과정에서 일정한 규율과 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헌법 역시 교육의 자주성과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으며, 고등교육법은 학교의 장에게 학칙을 제정·개정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틀만 놓고 보면, 대학이 게시물의 부착 방식이나 장소, 기간 등을 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정 행위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인권위 결정문은 이 자율성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분명히 구분한다. 대학의 자율성은 무제한적 권한이 아니라, 헌법과 상위 법령이 정한 기본권 보장의 틀 안에서만 행사될 수 있는 권한이다. 특히 학생의 표현의 자유는 고등교육법이 보호하는 학생 자치활동의 핵심 요소로, 대학이 내부 규정만을 근거로 그 본질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대학이 스스로를 ‘사적 조직’으로 이해하며 표현의 자유 제한을 정당화해 왔던 관행은, 공교육 체제에 편입된 고등교육기관이라는 법적 지위와 충돌한다. 인권위는 두 사건 모두에서 대학이 학칙과 준칙을 통해 학생의 사회적·정치적 표현을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단순히 특정 게시물을 철거하거나 거부한 것이 아니라, 그 배경에 있는 규정 자체가 학생들의 표현을 사전에 위축시키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대학 자율성과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권리’라기보다는, 자율성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가르는 문제로 재구성된다. 다시 말해, 대학의 자율성은 학생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정당성을 갖는다.

사전 승인이라는 이름의 검열

결정문에서 가장 강하게 문제 삼은 지점은 게시물에 대한 ‘사전 승인’ 구조다. 헌법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여기서 말하는 검열은 행정 권력이 표현이 외부로 드러나기 전에 그 내용을 심사하고 선별해 발표를 차단하는 모든 제도를 포함한다. 대학이 게시물의 형식이나 규격을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내용이 ‘면학 분위기를 해칠 우려가 있는지’, ‘정치적·사회적으로 논쟁적인지’를 판단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이 검열 개념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 인권위의 판단이다. 특히 문제는 이러한 사전 승인 제도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위축 효과다. 게시물을 붙이기 전부터 승인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학생 스스로가 논쟁적이거나 비판적인 표현을 포기하게 된다. 결정문은 이를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로 보지 않고,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는 구조적 제한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두 대학 모두 자유게시판과 같은 비심사 공간을 운영하지 않았고, 모든 게시물이 규정과 담당 부서의 판단에 종속되어 있었다는 점이 강조됐다.

대학 측은 사전 승인이 검열이 아니라 관리 절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표현 내용에 대한 사전 판단이 개입되는 순간 그 성격이 달라진다고 보았다. 표현 방식에 대한 중립적 규제, 예컨대 크기나 부착 위치를 제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지만, 내용 자체가 승인 기준이 되는 순간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영역으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 구분은 향후 대학 행정이 규정을 정비할 때 핵심적인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불온’과 ‘면학 분위기’라는 모호한 기준

두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표현은 ‘불온게시물’과 ‘면학 분위기’다. 이 용어들은 대학 규정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지만, 그 의미는 명확하게 정의된 적이 거의 없다. 인권위는 이러한 추상적 개념이 기본권 제한의 근거로 사용될 때,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되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자연스럽게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불온’이라는 표현은 시대와 맥락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개념이다. 정치적 비판, 사회적 소수자 문제, 젠더 이슈, 국가 권력에 대한 문제 제기 등은 언제든지 불온하거나 논쟁적이라는 이유로 배제될 수 있다. ‘면학 분위기’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이 학습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학습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는 모든 사회적 의제를 배제한다면, 캠퍼스는 학문 공동체라기보다 관리된 교육 시설로 축소될 위험이 있다. 인권위는 이러한 모호한 기준이 학생들의 표현을 사후적으로 제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전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분석했다. 이는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수행해야 할 비판과 토론의 기능을 약화시키며, 대학이라는 공간의 공적 성격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문제로 이어진다.

국제인권규범이 요구하는 대학의 책무

인권위 결정문이 국내 헌법 조항에만 기대지 않고 국제인권규범을 함께 인용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비준한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모든 사람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이 권리는 국경을 넘어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전달할 자유를 포함한다. 국제규약은 표현의 자유가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제한은 법률에 근거하고 타인의 권리 보호나 국가안보, 공공질서 등 중대한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엄격히 한정하고 있다. 단순히 불편하거나 논쟁적이라는 이유로 표현을 차단하는 것은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학은 이러한 국제인권규범의 적용에서 예외적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젊은 시민들이 사회적 의제를 접하고 토론하는 장이라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다 두텁게 보장되어야 할 공간에 가깝다. 인권위는 학생들이 게시한 대자보와 포스터의 내용이 폭력이나 혐오를 선동하거나 타인의 권리를 직접적으로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비상계엄을 비판하는 의견이나 혐오범죄를 추모하는 표현은 민주사회에서 보호되어야 할 핵심적 정치·사회적 발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대학이 국제인권규범을 단지 선언적 가치로만 이해해 온 관행에 질문을 던진다. 학칙과 내부 규정이 국제규약과 충돌할 경우, 대학은 자율성을 이유로 이를 유지할 수 없다. 공교육 체제에 속한 기관으로서 대학은 국내법뿐 아니라 국제인권 기준을 함께 고려해야 할 책임을 진다.

사립대학이라는 논리의 한계

두 대학 모두 사립대학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학풍과 자율적 운영을 이유로 규제의 정당성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인권위는 사립대학의 자율성을 공공성과 분리된 절대적 권한으로 보지 않았다. 사립대학이라 하더라도 고등교육법에 따라 설립되어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고, 학위 수여를 통해 공적 자격을 부여하는 기관인 이상 공공적 성격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판단은 사립대학이 학생의 기본권에 대해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한다. 사립대학은 사기업처럼 내부 규칙만으로 구성원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학생은 단순한 서비스 수혜자가 아니라,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권의 주체이며 대학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학칙은 행정 편의를 위한 관리 규범이 아니라, 학생의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규율하는 준법규적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학은 여전히 사립대학의 특수성을 앞세워 표현의 자유 제한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번 인권위 결정은 이러한 관행에 대해 명확한 경고를 보낸다. 대학의 자율성은 학생의 표현을 사전에 차단하는 권한이 아니라,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조건을 마련할 책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인권위 권고 이후 일부 대학은 게시판 설치를 확대하거나 규정 일부를 개정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사건이 된 대학 중 하나도 교내 주요 동선에 게시판을 추가로 설치하고, 게시물 부착 가능 장소를 안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러한 조치가 문제의 본질을 해결했다고 보지 않았다. 게시 공간의 물리적 확대는 의미 있는 변화일 수 있지만, 게시물 내용에 대한 사전 승인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표현의 자유 침해는 여전히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형식적 개선과 실질적 보장의 간극은 대학 행정 전반에서 자주 발견되는 문제다. 규정 개정이 외형적으로 이루어졌더라도, 핵심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학생들은 여전히 승인과 검토를 전제로 표현을 고민해야 한다. 인권위는 특히 게시물 관련 규정에서 내용 규제와 형식 규제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무엇이 관리 대상이고 무엇이 표현의 자유 영역인지 분명하지 않은 규정은, 결국 행정 주체의 재량을 과도하게 확대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게시판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관리와 통제가 강화될 위험도 있다. 게시 공간이 확대되었지만, 그 모든 공간이 사전 승인 대상이라면 표현의 자유는 양적으로만 확장될 뿐 질적으로는 제약된 상태에 머문다.

대학이 바꿔야 할 최소 조건

인권위 결정이 제시하는 제도 개선의 방향은 비교적 명확하다. 첫째, 학생들이 사전 승인 없이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할 수 있는 게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특정 사안에 한정된 공간이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표현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이 허용되는 공간을 의미한다. 둘째, 학칙과 준칙에서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표현 제한 조항을 정비해야 한다. ‘불온’, ‘면학 분위기’와 같은 용어는 최소한 그 적용 범위와 기준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는 한, 기본권 제한의 근거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게시물 관리 규정은 내용 중립성 원칙에 따라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형식과 장소, 기간에 대한 합리적 규제는 가능하되, 내용 자체를 승인 기준으로 삼는 구조는 제거되어야 한다. 넷째, 대학 인권센터와 학생자치기구가 규정 개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 문제를 행정 부서의 판단에만 맡길 경우,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들은 급진적인 요구라기보다,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이 이미 요구하고 있는 최소한의 기준에 가깝다. 대학이 이를 부담으로 인식할지, 공동체의 성숙을 위한 기회로 받아들일지는 각 대학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번 인권위 결정은 두 건의 사건을 넘어, 대학 사회에 오래 묵은 질문을 다시 꺼내 들었다. 대학은 비판과 논쟁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 공간인가, 아니면 갈등을 관리하고 차단하는 조직인가라는 질문이다. 학생의 표현은 여전히 허가의 대상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대학 공동체를 구성하는 당연한 권리인가라는 질문도 함께 제기된다. 대학은 종종 사회적 갈등으로부터 중립적 공간을 자처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방식의 중립성은 결국 침묵을 강요하는 중립으로 귀결된다. 비판과 토론이 사라진 캠퍼스에서 학문적 자유가 온전히 보장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인권위의 이번 권고는 대학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을 대신 던진 셈이다.

허가받지 않은 말들이 반복해서 철거되는 동안, 대학은 무엇을 보호해 왔는지, 그리고 무엇을 잃어왔는지를 돌아볼 시점이다. 표현의 자유를 관리의 대상이 아닌 대학 공동체의 기반으로 다시 위치시킬 수 있을지, 그 선택의 결과는 각 대학의 몫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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