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생, 프랜차이즈, 학위 인플레이션… 영국 대학 위기의 구조

3년 연속 재정 악화가 이어진 영국 고등교육은 이제 몇몇 대학의 경영난을 넘어 제도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 국면으로 들어섰다. 잉글랜드 고등교육 규제기관인 학생사무국(OfS)은 최근 재정 분석에서 sector finances의 3년 연속 하락, 적자 기관 증가, 순유동성 감소, 현금 보유액 하락을 잇달아 짚었고, 일부 기관은 실제로 교육 제공의 중단 가능성을 우려해 학생보호조치 대상에 올라 있다. 대학이 알아서 버티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대학 운영 방식 자체가 이미 위험 신호를 드러내고 있다는 뜻이다.

영국 대학 위기의 출발점은 오래된 수입 구조의 불균형이다. 국내 학생 등록금은 오랜 기간 사실상 묶여 있었고, 대학들은 영국 학생을 가르쳐서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호소해 왔다. 그 빈자리를 메운 것이 국제학생 등록금이었다. 2015-16학년도 약 23만9천 명 수준이던 영국 외 거주 국제학생 유입은 2022-23학년도 46만3천 명까지 급증했다가, 이후 다시 43만2천 명, 40만9천 명 수준으로 내려왔다. 대학 재정이 국제학생 확대에 기대어 팽창했는데, 그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일부 대학은 중국과 인도 학생 모집에 크게 의존해 왔고, 높은 등록금을 통해 재정 공백을 메워 왔다. 결국 국제학생은 성장 동력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리스크가 됐다. 수요가 늘 때는 버팀목이지만, 비자 정책이나 국제정세, 시장 심리 변화가 생기면 곧장 재정 불안으로 되돌아오는 구조다.

문제는 대학들이 이 불균형을 단지 버티는 수준이 아니라, 더 큰 외형 확장으로 돌파하려 했다는 데 있다. 2015년 학생 수 통제가 사라진 뒤 일부 기관은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몸집을 불렸다. 아든대학은 2015-16학년도 이후 학생 수가 3,217퍼센트 늘었고, 리전트 칼리지 런던은 1,408퍼센트 증가했다. 일부 전통 대학도 수천 명, 많게는 2만 명 넘는 추가 학생을 받아들였다. 표면적으로는 성장처럼 보이지만, 이 급팽창은 교육 여건과 학생 지원의 확대를 동반했는지 따져봐야 하는 문제였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영국 고등교육은 ‘자율’의 이름으로 얼마나 빠르게 위험을 축적할 수 있는지 드러냈다.

그 외형 확장의 핵심 수단 중 하나가 프랜차이즈형 운영이었다. 이는 대학이 직접 교육하지 않고 다른 기관에 교육 제공을 맡긴 채 학생 등록과 학자금 체계는 본교 명의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원래는 접근성 확대나 지역 수요 대응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수익 확대 장치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커졌다. 2021-22학년도 프랜차이즈 기관 재학생은 10만8,600명이었고, 이는 3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였다. 더 큰 문제는 규제 사각지대였다. 프랜차이즈 기관의 거의 3분의 2가 OfS 등록 대상이 아니었고, 2022-23학년도 적발된 학생대출 관련 부정의 53퍼센트가 이런 프랜차이즈 기관에서 발생했다. 일부 기관은 학생 모집을 위해 에이전트를 활용하거나 현금성 유인을 제공했고, lead provider는 등록금의 12.5퍼센트에서 30퍼센트까지를 가져갔다. 교육의 질보다 등록금 배분 구조가 더 선명하게 보이는 장면이다. 글로벌뱅킹스쿨의 경우 프랜차이즈 학생 수가 2019-20학년도 2,140명에서 2023-24학년도 3만2,110명으로 뛰었다는 수치도 제시된다. 이런 팽창은 고등교육의 접근성 확대라기보다, 규제 빈틈을 활용한 시장 확대에 가깝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재정과 외형의 문제는 결국 학생 경험의 훼손으로 이어졌다. 영국에서는 이미 몇 해 전부터 대학이 모집은 늘렸지만 학생을 수용할 생활 공간과 학습 공간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사례가 반복돼 왔다. 브리스틀대는 추가 합격자를 받았다가 학생들을 웨일스나 배스 쪽으로 떨어진 지역에 배정해야 했고, 일부 명문대에서는 강의실이 꽉 차 학생들이 현장 강의 대신 overflow room이나 온라인 중계 화면으로 수업을 듣는 일이 벌어졌다. 대학이 감당 가능한 규모를 넘어 학생을 받기 시작하면, 재정 전략은 즉시 강의실의 자리 수와 기숙사의 침대 수, 통학거리와 수업 만족도로 번역된다. 보고서가 ‘모든 학생이 짧은 이동 거리 안에서 거주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고, 강좌의 모든 학생이 하나의 강의 공간 안에 앉을 수 있어야 한다’는 식의 강한 규제안까지 제시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영국 고등교육의 위기는 숫자상의 적자가 아니라 학생들이 체감하는 교육의 붕괴로 이미 이동하고 있다.

여기에 학위 인플레이션(grade inflation) 논란까지 겹친다. 영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만 해도 First, 즉 최우등 학위를 받는 비율이 7퍼센트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 비율은 팬데믹 시기 36퍼센트까지 치솟았고, 최근에도 30퍼센트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Upper Second까지 포함하면 상위 두 등급이 2025년 기준 78퍼센트에 이른다. 일부 대학은 2010년 이후 First 비율이 20퍼센트포인트 이상 뛰었다. 교육의 질이 그만큼 극적으로 높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면, 남는 질문은 하나다. 대학이 학생 모집과 평판 경쟁 속에서 학위의 신뢰도까지 희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실제로 영국 내에서는 고위 당국자와 언론이 학위 등급 급등이 대학의 국제적 위상과 학위 가치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영국 대학 위기의 심각성은 여기서 더 분명해진다. 재정 압박이 학생 모집 전략을 흔들고, 학생 모집 전략이 교육 제공 방식을 흔들며, 그 끝에서 평가의 신뢰까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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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이런 상황에서 제시된 해법은 단순한 재정 지원 확대가 아니라, 대학 자율의 경계를 다시 긋는 쪽이었다. 연간 학생 수 증가율을 5퍼센트로 제한하고, 국제학생 등록금에는 국내 학생 대출 상한을 넘는 부분에만 누진적 levy를 물리며, 프랜차이즈는 정부 승인제와 수입 비중 상한을 도입하고, 대학별 유동성·부채·자본완충 기준을 세우자는 제안들이 나온다. 여기에 교육역량을 초과하는 모집을 막기 위한 teaching resource cap, 강좌별 최대 모집 규모 공개, 학생 주거 및 학습 공간 보장, 학위 등급 배분의 표준화 같은 처방까지 더해진다. 일부 안은 지나치게 강경하고 논쟁적이지만, 그 과격함 자체가 지금 영국 고등교육이 어느 지점까지 밀려왔는지를 보여준다. 대학을 더 자유롭게 풀어주면 해결된다는 낙관이 설 자리가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국 대학이 읽어야 할 시사점도 분명해진다. 한국 역시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의 장기화, 재정 압박 속 수익 다변화 경쟁, 외국인 유학생 확대, 비수도권과 수도권의 격차 심화라는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다. 지금은 영국처럼 프랜차이즈형 운영이 전면화된 구조는 아니지만, 재정 압박이 심해질수록 대학이 학생을 교육의 주체보다 수입의 단위로 보기 시작할 위험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유학생 확대가 교육 국제화인지 재정 보전인지, 정원 운영이 교육 여건과 연동돼 있는지, 학위의 신뢰를 지키는 평가 체계가 유지되고 있는지, 대학의 외형 확대가 학생 경험의 질 저하를 동반하고 있지 않은지 같은 질문은 한국 대학에도 이미 도착해 있다.

영국 사례가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는 이것이다. 대학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파산이나 구조조정의 형태로만 찾아오지 않는다. 먼저 나타나는 것은 재정 지표의 악화이고, 그다음은 무리한 모집과 외형 확장이며, 결국 마지막에는 강의실과 기숙사, 학위와 신뢰의 문제로 번진다. 대학 자율은 중요하다. 그러나 자율이 학생 보호와 교육 품질, 학위 신뢰를 잠식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때 그것은 더 이상 자율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성의 문제다. 영국 대학의 위기는 바로 그 경계가 어디에서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선행 사례다. 한국 고등교육이 지금 이 장면을 남의 일처럼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고 : A degree of regulation: Building a more financially sustainable and resilient higher education sector [HE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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