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학을 다시 설계한다 – 2026년, 선택의 시간이 온다 ②」AI 윤리 선언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증빙의 문제다

AI 거버넌스는 오랫동안 대학이 부담 없이 다룰 수 있는 주제였다. 윤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학생 부정행위를 방지하겠다는 선언을 덧붙이면 일정 부분 책임을 다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25년을 지나며 이 전제는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AI 거버넌스는 더 이상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의 재정 안정성과 제도적 존속을 좌우하는 구조적 요소로 이동하고 있다. 대학이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순간, 문제는 철학이 아니라 감사와 인증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AI 거버넌스는 왜 갑자기 무거워졌는가

대학이 AI를 둘러싸고 느끼는 부담의 성격은 분명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AI 사용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가 핵심 질문이었다면, 이제는 “AI 사용을 대학이 책임질 수 있는가”가 중심에 놓인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AI가 대학의 핵심 운영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현실이 있다. 학습 지원, 상담, 행정 자동화, 성과 분석에 이르기까지 AI가 관여하지 않는 영역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AI 사용은 더 이상 개인 차원의 선택으로 환원될 수 없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AI 거버넌스의 요구 주체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전에는 학내 구성원과 사회적 여론이 주된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정부 재정 당국, 인증기관, 감사 기구가 AI 사용의 책임 구조를 묻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학의 선의나 선언을 신뢰하지 않는다. 대신, 실제로 어떤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며, 어떤 기준으로 관리되고 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어떤 절차로 책임을 지는지를 문서와 기록으로 요구한다.

많은 대학은 이미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학생과 교직원의 AI 사용 원칙을 명시하고, 부정행위 방지 조항과 개인정보 보호 문구를 포함한 문서도 존재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문서들이 실제 운영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가다. AI 거버넌스가 재정과 인증의 문제로 전환되면서, 단순한 규정 보유 여부는 거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지금 요구되는 것은 AI가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추적 가능성이다. 어떤 AI 시스템이 공식적으로 허용되어 있는지, 그 시스템이 어떤 데이터에 접근하는지, 결과물은 어떻게 활용되는지, 오류나 편향이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수정하고 기록하는지가 중요해진다. 이는 윤리 선언의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다. 대학은 이제 AI 사용을 ‘관리 가능한 운영 행위’로 재구성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대학의 취약성은 명확하다. AI 사용은 이미 광범위하지만,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대학은 실제로는 AI에 의존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모순된 상태에 놓인다.

재정과 AI 거버넌스의 결합

AI 거버넌스가 갑자기 중요해진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재정과의 결합이다. 정부 보조금, 연구 지원, 각종 재정 프로그램은 점점 더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조건으로 삼고 있다. AI가 대학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인정되는 순간, AI 사용 역시 재정 집행의 책임 범위 안으로 들어온다. 이때 문제는 AI 자체가 아니라, AI를 둘러싼 의사결정 구조다. 예를 들어 AI 기반 상담 시스템이 특정 학생 집단에 불리한 결과를 낳았을 경우, 이는 단순한 기술 오류가 아니라 대학의 관리 책임으로 해석된다. 재정 당국과 감사 기구는 “왜 이런 시스템이 사용되었는가”, “사전 검토와 사후 점검은 있었는가”, “책임자는 누구인가”를 묻는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대학은 재정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AI 거버넌스가 재정 문제로 전환되는 순간, 대학 내부의 인식 격차도 커진다. 윤리위원회나 교육 혁신 부서에서 다루던 문제가 재무 부서와 감사 부서의 관심사가 된다. 이 변화는 AI를 둘러싼 논의의 무게 중심이 완전히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AI 거버넌스의 또 다른 전환점은 인증 평가 영역이다. 인증기관은 전통적으로 교육과정의 적합성, 교수진 구성, 학사 운영의 안정성을 중심으로 대학을 평가해왔다. 그러나 AI가 교육과 평가, 학생 지원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인증 기준 역시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인증기관이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AI가 학습 성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 영향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가. 학생 간 AI 접근의 불균형은 없는가. AI가 평가 과정에 개입하고 있다면, 그 기준은 투명하게 설명 가능한가.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AI를 사용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이 자신의 교육 결과를 통제하고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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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인증기관이 AI 사용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관리되지 않은 AI 사용을 위험 요소로 인식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그 구조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대학이 오히려 안정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

‘문서화되지 않은 AI’가 만드는 구조적 위험

많은 대학이 간과하는 위험은 바로 ‘문서화되지 않은 AI’다. 학생과 교직원이 비공식적으로 사용하는 AI 도구, 개별 연구실이나 부서 단위로 도입된 시스템, 외부 플랫폼에 의존한 자동화 서비스들은 대학의 공식 기록에 남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운영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문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드러난다. 데이터 유출, 차별적 결과, 잘못된 정보 제공 등 문제가 발생하면, 대학은 해당 AI 시스템의 존재를 사후적으로 인지하게 된다. 이때 대학은 “공식적으로 승인한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외부에서는 이를 책임 회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학이 통제하지 못한 시스템이 대학의 이름으로 작동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로 남는다.

AI 거버넌스의 본질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대학이 모든 AI 사용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어떤 AI가 어디에서 사용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관리 범위 안으로 끌어들이는 구조는 갖춰야 한다. AI 거버넌스를 기술 문제로 오해하는 순간, 대응은 실패한다. AI 거버넌스는 어떤 모델을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결정과 책임이 어떻게 분산되고 연결되는지의 문제다. 누가 AI 도입을 승인하는지, 운영 중 발생하는 문제를 누가 점검하는지, 결과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 귀속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어떤 기술도 안전하게 작동할 수 없다.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 프롬프트 : A university administration building interior with glass walls, visible documents and digital dashboards subtly overlaid with abstract AI system lines, atmosphere of accountability and governance, no people, calm and serious tone, realistic editorial photography style, neutral colors, no futuristic effects ]

이 점에서 AI 거버넌스는 대학 조직 설계의 문제로 귀결된다. 총장과 보직자, IT 부서, 학사 부서, 윤리위원회, 감사 조직이 각자 분절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복잡한 AI 운영 환경을 관리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분절성이 가장 큰 리스크가 된다.

한국 대학의 AI 거버넌스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규정과 가이드라인은 빠르게 만들어졌지만, 실제 운영과의 연결은 느슨한 경우가 많다. 특히 재정과 인증 차원에서 AI 거버넌스를 전략적으로 다루는 사례는 아직 드물다. 그러나 이 상황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대학 재정의 불안정성이 커질수록,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한 외부 요구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 AI는 그 요구가 집중되는 가장 민감한 영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한국 대학이 마주한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AI를 관리 가능한 운영 요소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핵심은 분명하다. AI 거버넌스는 더 이상 선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재정과 인증, 그리고 대학의 신뢰를 지탱하는 운영 구조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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