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혁신을 가능하게 한 조건, ‘규제 개선’이 현장에 닿다

교육부

교육부 ‘대학 규제혁신 우수사례’, 현장 변화를 제도로 끌어올리다

대학을 둘러싼 규제는 오랫동안 ‘완화의 대상’이자 ‘혁신의 걸림돌’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고등교육 규제 개편은 단순한 규제 해소를 넘어, 대학 내부의 학사·조직·재정 구조를 실제로 바꾸는 촉매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부가 2025년 ‘대학 규제혁신 우수사례 공모전’을 통해 선정한 5개 대학의 사례는, 규제 개선이 선언적 구호에 머무르지 않고 대학 현장의 선택과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부는 2025년 12월 22일, ‘2025 대학 규제혁신 우수사례 공모전’ 결과를 발표하고, 접수된 23개 사례 가운데 호서대학교, 숭실대학교, 건국대학교, 한양여자대학교, 원광대학교 등 5개 대학을 우수사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전은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가로막아 온 규제를 발굴·개선하고, 실제 제도 변화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공유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운영되고 있다.

이번 공모전의 특징은 이미 개정된 법령과 제도를 ‘어떻게 활용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그간 고등교육법 시행령과 대학설립·운영 규정 개정 등을 통해 2022년 5월 이후 125건에 달하는 규제를 개선해 왔다. 2025년 공모전에는 이러한 제도 변화를 바탕으로 첨단산업 분야 학과 신설, 입학정원 조정, 전공자율선택제 확대 등 다양한 혁신 사례가 응모됐다. 전문가 심사를 거친 뒤, 국민 체감도를 반영하기 위한 온라인 국민심사를 추가로 실시해 최종 우수사례를 선정했다.

선정 사례 가운데 첨단산업 분야 혁신을 대표하는 대학은 호서대학교와 숭실대학교다. 호서대학교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을 활용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산업AI공학, 물류유통 등 3개 계약학과를 신설했다. 이 과정에서 계약학과 설치·운영 규정, 산업체 부담금 기준,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 허용 등 기존 규제 개선 사항을 적극 활용했고, 교내에 계약학과 전담 조직을 신설해 학사·행정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단순한 학과 증설이 아니라, 계약학과 운영을 대학의 상시 체제로 끌어올렸다는 점이 특징이다.

숭실대학교는 입학정원 자체 조정을 통해 160명 규모의 인공지능(AI)대학을 신설하고, 인공지능 전문대학원과 AI위원회를 함께 구축했다. 첨단산업 분야 학과 증설 시 교원 확보 기준 완화, 결손인원 활용 확대 등 규제 개선을 토대로 대학 전체를 ‘AI 기반 전환(AX)’ 구조로 재설계한 사례다. 교육·연구·행정 전반에 생성형 AI 활용을 전제로 한 운영 체계를 도입하며, AI를 특정 학과의 영역이 아니라 대학 전체의 공통 인프라로 위치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학사제도 혁신 사례에서는 학생의 선택권 확대가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다. 건국대학교는 기존 자유전공학부에 한정됐던 전공자율선택권을 전교생으로 확대했다. 소단위 전공 과정의 학점 인정 근거를 마련하고, 디지털 배지와 공식 이수증 발급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학생이 입학 이후에도 전공을 설계하고 조정할 수 있는 구조를 제도화했다. 규제 개선 이후 융합전공 이수 학생 수가 급증했다는 점은, 제도 변화가 실제 학습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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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한양여자대학교는 전공자율선택제와 ‘학교 밖 수업운영 기준(협동수업)’을 활용해 학생 주도의 ‘자유설계학기’를 운영했다. 기존에는 제도권 밖에 머물던 비정형 학습 경험을 정규 학점 체계 안으로 편입시키며, 학생이 학기 전체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단순한 선택 과목 확대가 아니라, 학사제도 자체를 학생 중심으로 재구성한 사례로 평가된다.

국민심사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원광대학교 사례는 대학 구조개혁 국면에서 규제 특례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원광대학교는 원광보건대학교와의 통합 과정에서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 규제 특례를 적용받아, 통합 일반대학에서 전문학사 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일반대와 전문대의 이분법적 학위 체계를 넘어, 수요자 중심 학제를 설계한 사례로서 지방대학 통합의 하나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교육부는 우수사례 시상식과 함께 간담회를 열어, 규제혁신 추진 과정에서 대학들이 겪은 애로사항을 청취할 예정이다. 동시에 법령 개정에 그치지 않고, 재정지원사업 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합리적 규제 개선에도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RISE, BK21, 첨단산업 인재양성 사업 등에서 제기된 집행 규제 수요를 단기·중기 과제로 구분해, 즉시 개선 가능한 사안은 차년도 사업 지침에 반영하고 부처 협의가 필요한 과제는 단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대학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를 발굴하고, 개선된 제도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공지능과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이 보다 속도감 있게 움직일 수 있도록 현장과 함께 규제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우수사례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명확하다. 규제 개선은 그 자체로 혁신이 되지 않으며, 대학이 이를 전략적으로 해석하고 조직과 제도로 번역할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대학 규제가 ‘완화의 대상’에서 ‘혁신의 재료’로 전환되고 있는 지금, 중요한 것은 규제의 양이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는 대학의 선택과 실행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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