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글로벌·수익화·통합 전략 결합… 27개 모델·39개 대학 확정, 10월 최종 고시 예정
‘글로컬대학 30’의 완성
교육부가 9월 29일 2025년 글로컬대학(지방대 혁신모델 )7개(9개 대학)를 새로 선정 발표했다. 이번 발표로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 온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당초 교육부는 전국 주요 지역에 특성화 혁신모델을 심어,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이고 국가균형발전의 토대를 다지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선정으로 총 27개 혁신모델, 39개 대학이 이 트랙에 올라서게 되면서 정책적 숫자 목표인 ‘30’이 채워졌다. 교육부는 이번 모델들이 AI 기반 교육혁신, 대학 통합, 자체 수익화 구조,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등에서 차별성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지정된 대학은 지자체와 협약을 통해 재정 지원과 규제 특례를 받을 예정이며, 거점국립대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과 맞물려 특성화 연구대학으로 육성된다.
올해 추가 지정된 대학은 경성대, 순천향대, 전남대, 제주대, 조선대·조선간호대, 충남대·국립공주대, 한서대다. 이들은 모두 지역별 전략산업과 맞물린 특성화 과제를 내세웠고, 캠퍼스 구조 혁신과 글로벌 협력 등에서 뚜렷한 비전을 제시했다.
[ 경성대: ‘MEGA 캠퍼스’와 K-컬처 수익화 생태계 ] 경성대는 이번 선정에서 ‘MEGA 캠퍼스’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이는 단순히 교육 공간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K-컬처를 중심으로 한 인재 양성과 콘텐츠 산업화, 그리고 대학의 수익구조 전환을 동시에 노린 모델이다. 경성대는 영상, 공연, 게임 등 문화콘텐츠 분야를 중심으로 산학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 자체 수익 창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학과 개편과 교육과정 설계가 기업과 직접 연결되며, K-컬처 산업체와의 공동 R&D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시도한다. 이는 지방대가 흔히 겪는 ‘재정 의존성’ 문제를 극복할 하나의 실험으로 주목된다.
[ 순천향대: AI-의료융합 트라이앵글 ] 순천향대는 ‘AI-의료융합’을 내세운 대표적 사례다. 아산·천안·내포를 잇는 트라이앵글 캠퍼스를 구축해, 교육–실증–상용화 전 단계를 포괄하는 의료 AI 특화 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순천향대는 이미 의학과 생명공학 분야의 강점을 갖추고 있었는데, 여기에 AI를 접목해 신약개발, 의료영상 진단, 바이오 데이터 분석 등으로 확장하려 한다. 단순한 연구 중심을 넘어, 실제 의료기관 및 기업과의 실증 프로젝트까지 포함시켰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충청권이 보유한 바이오·헬스케어 산업과도 직접적으로 연계된다.
[ 전남대: 인간 중심 AI와 미래 모빌리티 ] 전남대는 ‘인간 중심 AI’를 기치로 내걸었다. 광주·전남 지역은 이미 인공지능 집적단지와 미래형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데, 전남대는 이를 뒷받침하는 대학 모델을 제안했다. AI를 단순 기술이 아닌 인간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신뢰와 연결시키고, 모든 학문분야에 AI 교육을 접목해 전 학문영역의 재교육을 추진한다. 또한 미래 모빌리티, 문화산업 등 지역 전략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한다. 전남대는 광주과학기술원(GIST)과의 협력 가능성, 지역 기업과의 연동까지 고려해 ‘지역 산업–대학–연구소’ 삼각 구도를 형성하려 한다.
[ 제주대: 런케이션 특화 글로벌 네트워크 ] 제주대는 ‘런케이션(learn + vacation)’ 개념을 표방했다. 제주라는 지역적 특성을 학문적 차별화로 전환해, 섬 특화 학부를 신설하고 해외 대학과 공동 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제주대는 J-CORA라는 글로벌 협력체계를 통해 해외 대학 및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외국인 학생 유치와 국제 공동 연구를 동시에 추구한다. 또한 관광산업, 해양자원,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섬 특화 전략을 강화해, 제주를 아시아 태평양권 글로벌 학습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 조선대·조선간호대: 웰에이징과 대학 통합 ] 조선대와 조선간호대는 ‘웰에이징’ 특화 모델을 내놓았다. 고령화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연구·교육·산업화까지 포괄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두 대학은 통합을 추진하면서 학사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데이터 기반 연구 플랫폼을 수익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의료·간호·헬스케어 분야를 통합 교육으로 묶고, 고령친화산업 실증단지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조선대의 규모와 간호대의 전문성이 결합해, 지역사회 수요를 맞추면서 새로운 시장도 열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 충남대·공주대: 초광역 통합대학 ] 충남대와 국립공주대는 초광역 통합 모델을 내놓았다. 두 대학은 공동으로 ‘미래융합대학원’과 ‘응용융합기술원’을 설립해, 산학연 R&D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충청권 전체를 아우르는 ‘학문–산업–연구 통합 생태계’를 지향하며, 지역 전략산업인 반도체, 국방, 문화산업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단순 협력 수준을 넘어, 대학 간 벽을 허물고 교육·연구 자원을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모델은 국내 고등교육 체제에서 시도된 적이 드문 ‘대학 간 구조적 통합’ 실험으로 평가된다.
[ 한서대: 항공 종합대학 구상 ] 한서대는 항공 특성화를 더욱 심화했다. 기존 항공학과를 기반으로 K-항공 POAM(제조·운영·응용·MRO)을 포괄하는 항공종합대학 모델을 제안했다. 항공 제조, 항공기 운영, 응용기술, 정비까지 항공산업 전 주기를 아우르며, 동시에 항공 관련 기업 유치와 지역 정주 체계까지 구축하려는 구상이다. 충남 서산 지역의 입지적 장점과 결합할 경우, 항공산업 거점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2023~2025 전체 선발 현황과 최종 그림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는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당시 교육부는 지방대 위기 극복을 위해 단발적 재정지원 사업이 아닌 구조 혁신을 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첫 단계에서 총 10여 개 대학이 혁신모델로 선정되었다. 이들은 대부분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된 과제를 내세웠고, 초기 시범 성격이 강했다. 예컨대 영남권에서는 제조업·소재산업 기반의 대학이, 호남권에서는 바이오·농생명 분야에 강점을 가진 대학이 이름을 올렸다.
2024년에는 두 번째 라운드가 진행됐다. 이 시기에는 단순한 지역산업 연계에서 더 나아가, AI, 지속가능 에너지, 글로벌 협력 같은 미래 지향적 과제가 강화됐다. 수도권과의 격차를 단순 지원으로는 메우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예를 들어, 일부 대학은 지역 기업과 공동으로 AI 집적 센터를 구축해 지역 청년에게 직접적인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또 다른 대학은 해외 대학과의 이중 학위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글로벌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체계를 제시했다. 2025년, 즉 올해 들어 진행된 세 번째 라운드는 사실상 최종 완성 단계였다. 이미 20여 개 모델이 구축된 상황에서 추가로 7개 모델(9개 대학)이 선정되면서, 최종적으로 27개 모델, 39개 대학이 확정되었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글로컬대학 30’이라는 숫자는 30개 대학을 의미했지만, 실제 참여 규모는 이를 넘어섰다. 이는 단일 모델에 복수의 대학이 참여하는 형태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정확히 30개 대학이 아니라, 30개 수준의 혁신모델을 구축한다는 것이 목표였다”며 정책적 성과를 강조했다.
권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영남권과 호남권이 가장 많은 모델을 보유했고, 충청권과 강원권, 제주까지 고르게 분포했다. 수도권 외곽 지역도 일부 포함되어 전국적인 균형을 이루었다. 이는 지역별 전략산업 특성을 반영한 결과로, 예컨대 호남권은 농생명·에너지, 영남권은 제조·항공·바이오, 충청권은 바이오·국방, 강원권은 친환경 자원, 제주는 관광·해양 분야가 주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로써 ‘글로컬대학 30’은 단순한 지원사업이 아니라 전국을 아우르는 대학 혁신 지형도를 만들어냈다.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지방대에 전략적 역할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교육정책사적 의미를 갖는다.
차별화 전략 – AI, 글로벌, 수익화, 통합
올해 선정된 7개 모델뿐 아니라, 전체 27개 모델을 관통하는 공통 키워드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AI 접목이다. 단순히 공학이나 정보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인문·사회·의료·예술 전 영역에 걸쳐 AI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남대가 제시한 ‘인간 중심 AI’는 AI 기술이 인간의 삶을 보완하고 사회적 신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순천향대의 경우 의학과 AI를 결합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솔루션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시도는 ‘AI를 배우는 대학’을 넘어, ‘AI를 쓰는 지역 산업 거점’으로 대학을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이다.
둘째는 글로벌 연계다. 제주대가 대표적이다. ‘런케이션’ 모델은 외국인 학생과 연구자를 제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제주 학생을 해외로 파견하는 순환형 구조를 지향한다. 경성대 역시 K-컬처 콘텐츠를 세계 시장과 연결해 수익화하는 구상을 내놓았다. 과거 지방대는 국제화에서 크게 뒤처졌지만, 이번 모델들은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전략을 담고 있다.
셋째는 자립형 수익화다. 이는 지방대가 중앙정부 재정지원에 의존하는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다. 경성대가 콘텐츠 산업화를 통한 수익 창출을 계획한 것이나, 조선대가 빅데이터 기반 플랫폼을 활용해 헬스케어 수익모델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그 대표적 예다. 이러한 전략은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을 안고 있지만, ‘지방대가 스스로 돈을 버는 길’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넷째는 대학 통합이다. 충남대·공주대, 조선대·조선간호대 사례처럼, 대학 간 벽을 허물고 학사·연구 자원을 공유하는 모델이 등장했다. 이는 국내 고등교육에서 보기 드문 시도다. 일본 지방국립대의 통합 사례, 유럽 대학연합 사례와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한국적 맥락에서 대학 간 중복 투자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 될 수 있다.
이 네 가지 키워드는 결국, ‘지방대가 생존을 넘어 혁신의 주체로 설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실험장이 되고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거점국립대
‘글로컬대학 30’은 개별 대학 혁신을 지원하는 동시에, 거점국립대 강화 전략과 맞물려 있다. 정부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구호를 통해, 전국에 권역별 연구 중심 대학을 배치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제시된 것이 5극3특 체계다. 5극은 수도권을 제외한 다섯 개 권역별 중심대학(부산·광주·대구·대전·강원 등)을 의미하며, 3특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연구중심대학을 뜻한다. 이들은 모두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예컨대 전남대는 AI와 모빌리티, 부산대는 해양·조선, 강원대는 친환경 자원, 충남대는 국방·반도체 같은 분야에 집중하도록 설계됐다.
거점국립대는 단순히 지역 교육 거점이 아니라, 전국 단위 연구 허브로 기능하게 된다. 이는 영국의 러셀그룹, 미국의 주립거점대학 모델과 유사하다. 정부는 이들을 집중 육성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갖춘 대학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반대로, 국가중심대학이나 사립대학은 지역 맞춤형 혁신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순천향대는 충청권 바이오헬스 산업의 실증 거점으로, 한서대는 서산 항공산업 클러스터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다. 이렇게 역할을 이원화함으로써, 거점국립대와 지역 사립대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국가 균형발전의 축을 담당하도록 한 것이 이번 정책의 구조다.
그러나 ‘글로컬대학 30’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첫째는 재정 지속성이다. 현재 정부는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초기 모델을 지원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자체와 대학이 자체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지역 재정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지자체 매칭 부담이 커질 경우, 정책 지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 둘째는 지역 사회의 수용성이다. 대학 통합은 교수·학생·동문 집단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지역 정치와도 얽히면 정책 추진 속도가 늦어질 위험이 크다. 또한 대학이 특정 산업에 특화되는 과정에서, 기존 학문 분야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셋째는 학령인구 감소와 학생 충원 문제다. 혁신모델이 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입학할 학생이 부족하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특히 농어촌 지역 대학은 이미 충원율 70% 이하로 떨어진 곳도 많다. 글로벌 학생 유치 전략이 필요하지만, 언어·문화·생활 여건을 얼마나 갖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넷째는 성과 지표 관리의 어려움이다. 정부는 혁신모델 대학에 대해 단계별 성과 평가를 예고했다. 하지만 AI 혁신이나 글로벌 협력 같은 과제는 단기간에 측정하기 어렵다. 정량적 지표만으로는 대학 혁신의 본질을 평가하기 힘들고, 성과주의가 오히려 실험적 시도를 위축시킬 위험도 있다.
‘글로컬대학 30’의 완성은 지방대 정책에서 분명한 전환점을 이룬다. 과거에는 재정지원이나 구조조정 같은 단기 처방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에는 대학을 혁신 주체로 세워 장기적 변화를 유도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한국 고등교육 체제는 수도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전국 단위 다핵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 그러나 실패한다면, ‘지방대 살리기’가 아닌 ‘지방대 정리하기’로 귀결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10년은 ‘글로컬대학 30’의 성패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대학이 제시한 비전이 실행되고, 지역과 국가에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여부가 한국 고등교육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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