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최민기 교수팀, 반도체 온실가스 CF₄ 장기 분해 촉매 개발… 150시간 후에도 전환율 92% 유지

삼성전자와 공동연구로 여러 금속을 섞어 구조를 안정화하는 '엔트로피 안정화' 원리 적용… 활성 2.3배 높이고 분해 경로도 세계 최초 규명

삼성전자와 공동연구로 여러 금속을 섞어 구조를 안정화하는 ‘엔트로피 안정화’ 원리 적용… 활성 2.3배 높이고 분해 경로도 세계 최초 규명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사불화탄소(CF₄)를 높은 효율로 장기간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 연구팀이 삼성전자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반도체 미세회로 형성 공정 등에 사용되는 CF₄를 분해하는 촉매의 활성과 수명을 동시에 높인 ‘엔트로피 안정화 알루미네이트 촉매’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CF₄는 반도체 웨이퍼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선택적으로 깎아 미세한 회로를 만드는 건식 식각 공정 등에 사용된다. 탄소와 불소가 매우 단단하게 결합해 있어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분해되지 않으며, 대기 중으로 배출되면 약 5만 년 동안 남을 수 있다.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도 이산화탄소보다 6,000배 이상 크다.

현재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는 사용 후 남은 CF₄를 높은 온도에서 수증기와 촉매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불화수소로 분해한다. 그러나 주로 사용되는 알루미나 촉매는 오래 사용할수록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CF₄가 분해되면서 생기는 불화수소가 수분과 만나 강한 부식 환경을 만들고, 이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면 촉매의 미세한 입자가 서로 뭉치거나 구조가 변하면서 활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단일 금속을 첨가해 안정성을 높이고자 했지만, 이 과정에서 활성이 함께 낮아지는 경우가 많아 높은 활성과 장기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엔트로피 안정화’ 원리로 해결했다. 서로 다른 여러 종류의 원자를 하나의 결정구조 안에 고르게 섞으면 배열은 복잡하고 무질서해지지만, 오히려 특정한 구조로 쉽게 바뀌지 않아 전체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현상이다. 쉽게 말해 여러 종류의 원자를 고르게 섞어 촉매가 한쪽으로 뭉치거나 다른 구조로 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원리다.

연구팀은 이 원리에 따라 알루미늄과 아연, 갈륨, 니켈, 코발트를 8:1:1:1:1의 몰비로 설계해 하나의 알루미네이트 결정구조 안에 고르게 혼합했다. 알루미네이트는 알루미늄과 산소를 기본 골격으로 여러 금속이 결합한 물질이다. 분석 결과 모든 구성 원소가 불순물이나 분리된 상 없이 단일 결정구조에 균일하게 섞여 있음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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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형성된 다성분 금속 환경은 촉매 표면의 전자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알루미늄 중심이 기존 알루미나보다 전자가 부족한 상태가 되면서 CF₄의 탄소-불소 결합이 끊어질 때 생성되는 불소 성분을 더 효과적으로 안정화해 반응을 촉진했다. 동시에 수분은 상대적으로 약하게 흡착돼, 과량의 수분이 촉매 표면을 점유해 반응을 방해하는 문제도 완화됐다.

성능 차이는 실험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새 촉매는 실제 반응에 참여하는 활성점 수를 기준으로 한 고유 활성이 기존 알루미나 촉매보다 약 2.3배 높았다. CF₄ 활성화에 필요한 겉보기 활성화에너지도 기존 알루미나의 89.5 kJ/mol에서 새 촉매의 68.5 kJ/mol로 낮아졌다.

특히 약 800℃에서 CF₄ 처리량과 반응물 농도를 높인 가혹 조건으로 150시간 동안 진행한 장기 실험에서 기존 알루미나 촉매의 CF₄ 전환율은 93%에서 48%로 떨어졌고, 아연을 첨가한 개선형 촉매도 98%에서 66% 수준으로 낮아졌다. 반면 새 촉매는 초기 98%에서 150시간 후에도 92%의 전환율을 유지했다. 반응 후에도 초기 표면적의 77%와 활성점의 74%가 보존됐고, 성능 저하의 원인이 되는 구조 변화도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반응에 필요한 표면의 불소화는 효과적으로 일어나게 하면서도, 높은 구성 엔트로피를 통해 불소가 촉매 내부로 확산돼 결정구조를 망가뜨리는 현상은 억제했다고 설명했다. 반응에 필요한 요소와 촉매 열화를 유발하는 요인을 선택적으로 분리해 제어한 것이다.

연구팀은 CF₄가 실제로 어떤 경로로 분해되는지도 밝혀냈다. 화학적 성질은 거의 같지만 질량이 다른 산소 동위원소를 표지 물질로 사용해, 반응 과정에서 산소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추적하는 방법이다. 산소 원자에 ‘이름표’를 붙여 이동 경로를 따라가는 셈이다.

그 결과 촉매가 자신의 결정구조에 있는 산소를 먼저 이용해 CF₄를 분해하고, 주변의 수증기가 빠져나간 산소를 다시 채우면서 반응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촉매가 산소를 꺼내 쓰면 수증기가 다시 채워주는 일종의 ‘산소 충전 시스템’으로, ‘마스–반 크레벨렌’ 메커니즘으로 알려진 반응 경로다. 그동안 이론 계산을 근거로 제시돼 온 이 경로를 실험으로 직접 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CF₄를 잘 분해하는 촉매 하나를 개발한 것을 넘어, 높은 분해 성능과 긴 수명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 소재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금속의 종류와 조합을 바꿔 표면 특성과 안정성을 조절할 수 있어 대상 가스와 실제 배출가스 조성에 맞춘 최적화가 가능하다. 산업적으로는 촉매 교체 주기와 설비 정지 시간을 줄여 유지관리 비용과 폐촉매 발생량을 낮추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민기 교수는 “자연계의 무질서가 오히려 구조를 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원리를 촉매 설계에 적용해 높은 CF₄ 분해 성능과 장기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며 “금속의 종류와 조합을 바꿔 다양한 반도체 공정가스 처리 촉매로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지승혁 박사후연구원이 제1저자로 연구를 주도했으며, 삼성전자 연구진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화학·화공 분야 국제 학술지 ‘앙게반테 케미 인터내셔널 에디션’에 6월 게재됐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개인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유형1)과 우수연구자 교류지원사업(BrainLink)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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