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김경민 교수팀, 반도체 잡음 활용한 인공 뉴런 개발… 동작·음성 인식 약 95%

멤리스터 저항 상태 조절로 잡음 특성을 바꿔 하나의 뉴런 회로로 움직임 신호와 음성 신호를 처리…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 게재

멤리스터 저항 상태 조절로 잡음 특성을 바꿔 하나의 뉴런 회로로 움직임 신호와 음성 신호를 처리…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 게재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잡음은 신호를 방해하는 골칫거리로 여겨져 왔지만, 이 잡음을 없애는 대신 뇌처럼 정보를 처리하는 데 활용하는 반도체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KAIST는 신소재공학과 김경민 교수 연구팀이 반도체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잡음을 활용해 사람의 뇌처럼 정보를 처리하는 새로운 뉴로모픽 뉴런 반도체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뉴로모픽 뉴런은 뇌 신경세포의 작동 방식을 본떠 만든 인공 신경세포를 뜻한다. 이 기술은 원하는 주파수의 신호를 골라내 뇌의 뉴런과 유사한 전기 신호로 바꿔 처리할 수 있다.

전자기기에서 잡음은 라디오의 지지직거리는 소리처럼 신호에 불규칙하게 섞여 정보를 정확히 읽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주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꼽혀 왔다. 반면 인간의 뇌에서는 신경세포인 뉴런이 같은 자극에도 매번 똑같이 반응하지 않으며, 이러한 불규칙성은 다양한 자극과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연구팀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반도체의 잡음을 없애지 않고 뇌의 뉴런처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연구팀은 전기 자극을 가하면 저항이 달라지고 전원을 끈 뒤에도 그 상태를 기억하는 반도체 소자인 멤리스터를 이용했다. 멤리스터의 저항 상태를 바꾸면 전류 잡음의 크기와 변동 특성도 함께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해, 저항 상태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잡음의 특성을 제어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조절한 잡음을 증폭해 뇌의 뉴런이 정보를 전달할 때 발생시키는 것과 유사한 불규칙한 전기 신호인 스파이크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잡음을 이용해 뇌의 신경세포처럼 확률적으로 반응하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확률 뉴런(PPN)을 구현했다. 사람의 뉴런이 같은 자극에도 항상 똑같이 반응하지 않는 것처럼, 이 인공 뉴런도 입력 신호와 설정된 잡음 특성에 따라 스파이크를 발생시키는 확률이 달라진다. 기존에 방해 요소였던 잡음이 인공 뉴런의 반응을 만들어내는 정보처리 자원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연구팀은 멤리스터의 상태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이 인공 뉴런이 어떤 속도의 신호에 잘 반응할지를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사람이 걷거나 팔을 움직일 때 생기는 신호는 비교적 천천히 변하는 반면 음성 신호는 훨씬 빠르게 변하는데, 이번 기술은 하나의 뉴런 회로를 그대로 둔 채 멤리스터의 상태만 바꿔 느린 움직임 신호와 빠른 음성 신호에 각각 맞게 반응하도록 전환할 수 있다. 하나의 라디오에서 주파수를 바꿔 원하는 방송을 골라 듣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연구팀은 이 인공 뉴런을 이용해 수 헤르츠(Hz) 수준의 신체 활동 신호와 수 킬로헤르츠(kHz) 영역의 음성 신호를 각각 스파이크 신호로 인코딩한 뒤 인식 성능을 검증했다. 구체적으로 0.4~10Hz의 저주파 영역과 20Hz~8kHz의 고주파 영역을 각각 인코딩해 인간 행동 인식 데이터(UCI HAR)와 음성 숫자 데이터(Audio MNIST)에 적용했다. 그 결과 동작 인식에서는 94.8%, 음성 인식에서는 95.0%의 정확도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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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잡음을 이용해 인공 뉴런을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반도체 뉴런을 필요에 따라 서로 다른 속도의 신호에 맞춰 바꿔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향후 웨어러블 기기의 움직임 감지부터 음성 인식까지 다양한 시계열 신호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두뇌모사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로 활용될 수 있으며, 저전력 뉴로모픽 시스템 구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민 교수는 “멤리스터에서 발생하는 잡음을 단순한 오차나 불안정성으로 보지 않고 정보처리 자원으로 활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우리가 만든 뉴런 소자는 단일 하드웨어로 다양한 속도와 주파수의 신호에 맞춰 바꿔 사용할 수 있는 두뇌모사 기술로, 향후 저전력 뉴로모픽 시스템의 신호처리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신소재공학과 김도훈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IF 29.1)에 8월 5일 게재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과 PIM인공지능반도체핵심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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