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5등급제 첫해 일반고 고1 자퇴생 1만명 넘어
자퇴 증가세는 제도 시행 이전부터…‘상위권 전략적 자퇴’ 급증 근거는 불분명
검정고시는 ‘내신 리셋’ 아닌 학생부 중심에서 수능·논술 중심으로 입시 경로 바꾸는 선택
대학·전형 따라 지원자격 달라…고1 첫 내신만으로 자퇴 결정하기엔 입시 구조 복잡
고등학교 1학년 자퇴생이 1만명을 넘어섰다. 때마침 2025년부터 고교 내신 5등급제가 시행되면서 입시 현장에서는 두 현상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고 있다. 내신 5등급제로 1등급 경쟁이 치열해졌고, 고1 첫 시험에서 기대했던 성적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수시를 포기한 뒤 자퇴와 검정고시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정고시 출신 수능 지원자까지 증가하면서 이른바 ‘전략적 자퇴’, ‘내신 리셋’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논리는 단순하다. 고1 때 좋지 않은 내신을 받았다면 학교를 계속 다니며 불리한 학생부를 만드는 것보다 일찍 자퇴해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남은 기간 수능이나 논술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각의 통계를 분리해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퇴생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검정고시 출신 수능 지원자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두 사실만으로 ‘내신 5등급제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이 자퇴하고 있으며, 자퇴 후 검정고시를 치르는 것이 대입에 더 유리하다’는 결론까지 내릴 수 있을까.
자퇴생 늘었지만…증가세는 5등급제 이전부터
교육부가 교육정보시스템(NEIS)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2025학년도 일반고 1학년 자퇴생은 1만6명으로 집계됐다. 2024년 9,346명보다 660명 늘어나 처음 1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연도별 추이를 보면 증가의 시작점을 내신 5등급제에서 찾기는 어렵다. 일반고 1학년 자퇴생은 2021년 6,112명에서 2022년 7,880명, 2023년 9,373명으로 이미 빠르게 증가했다. 2024년 9,346명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5등급제가 처음 시행된 2025년 1만6명이 됐다. 상위권 학생들이 내신을 ‘리셋’하기 위해 대거 학교를 떠났다는 주장도 현재 공개된 통계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교육부 분석에 따르면 2025학년도 고1 자퇴생의 평균 석차등급은 5등급제 기준 3.7등급이었다. 1등급대 자퇴생 비율은 6.72%였다. 상위권 학생 가운데 자퇴를 선택하는 사례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자퇴 증가라는 현상과 ‘5등급제 때문에 상위권 학생의 전략적 자퇴가 급증했다’는 해석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 자퇴 논란의 출발점에는 내신 5등급제에 대한 불안이 있다. 기존 9등급제에서 상위 4%였던 1등급 범위는 5등급제에서 상위 10%로 넓어졌다. 2등급까지의 누적 비율도 34%다. 여기서 역설적인 우려가 생겼다. 1등급 학생이 상위 10%까지 늘어났으니 주요 대학이 1등급 학생만으로도 모집인원을 채울 수 있고, 결국 2등급 이하 학생은 상위권 대학 수시에서 경쟁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실제 성적 분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교육부 분석 결과 2025학년도 일반고 1학년 가운데 1·2학기 전 과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은 4,659명, 전체의 1.08%였다. 과목마다 학생의 등급이 달라지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평가 과목이 누적된다. 대학도 학생부를 활용하는 전형에서 석차등급 하나만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1등급이 상위 10%’라는 사실에서 ‘한 과목이라도 2등급이면 상위권 대학 수시가 끝난다’는 결론으로 곧바로 넘어가는 것은 실제 입시 구조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해석이다.
검정고시 출신 수능 지원 2만2천명…‘내신 리셋’은 가능할까
검정고시 등을 통해 수능에 지원하는 수험생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6학년도 수능 응시원서 접수 결과 전체 지원자 55만4,174명 가운데 검정고시 등 기타 지원자는 2만2,355명으로 4.0%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2,246명 늘었다. 그러나 ‘검정고시를 선택하면 낮은 내신을 리셋할 수 있다’는 말에는 설명이 더 필요하다. 자퇴 후 검정고시에 합격하면 기존의 낮은 내신을 가지고 학생부교과전형에서 경쟁하지 않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검정고시 고득점이 새로운 ‘좋은 내신’으로 바뀐다는 의미는 아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대학입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형의 구성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실제 대학 전형을 보면 차이가 보다 명확하다. 학생부교과전형 가운데는 국내 고교 재학·졸업, 일정 학기 이상의 학생부 교과성적, 학교장 추천 등을 지원자격으로 요구하는 전형이 있다. 이런 전형에서는 검정고시 점수가 아무리 높더라도 지원자격 자체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반면 검정고시생에게 열려 있는 전형도 있다. 연세대가 발표한 2028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보면 논술전형 지원자격에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자가 포함된다. 선발은 논술시험 성적 100%다. 다만 2028학년도에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된다. 검정고시생에게 논술이라는 통로가 열려 있다는 것과 그 전형이 쉽게 합격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학생부종합전형 역시 ‘검정고시생은 지원할 수 없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검정고시 합격자의 지원을 허용하면서 대학이 정한 별도의 활동자료나 대체자료를 평가하는 전형도 있다. 따라서 검정고시생의 대입을 단순히 ‘유리하다’거나 ‘불리하다’고 규정하기보다 대학과 전형에 따라 어떤 자료로 경쟁하게 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정시라고 모두 ‘수능만’ 보는 것도 아니다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정시다. 학교 내신과 수행평가 등에 투입하는 시간을 줄이고 수능에 집중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면 수능 중심 전형에서는 의미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시=수능만 보는 전형’이라는 공식 역시 모든 대학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는 2028학년도 정시 일반전형에서도 수능과 함께 교과역량평가를 활용한다. 고려대에는 차이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는 전형이 있다. 2028학년도 정시 교과우수전형은 489명을 선발하며 지원자격을 국내 고등학교 2028년 2월 졸업예정자 가운데 학생부에 6학기 교과성적이 기재된 학생으로 정하고 있다. 검정고시생에게는 이 전형이 선택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고려대 정시 일반전형은 별도로 존재한다. 따라서 ‘검정고시생은 고려대 정시에 지원할 수 없다’고 설명하는 것 역시 잘못이다. 바로 이 차이가 자퇴와 검정고시의 실제 입시 효과를 보여준다.
결국 ‘내신 리셋’이라는 표현이 실제 제도와 가장 크게 어긋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낮은 내신을 받은 학생이 자퇴한다고 해서 검정고시 고득점이 자동으로 상위권 학생부 성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대신 입시에 사용하는 카드가 달라진다. 학교에 계속 다니는 학생은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논술, 정시 가운데 자신의 경쟁력에 맞는 전형을 검토할 수 있고 학교장 추천이나 일정 기간 고교 재학을 요구하는 전형도 활용할 수 있다.
자퇴 후 검정고시를 선택하면 이 가운데 일부 전형은 지원할 수 없거나 평가자료가 달라진다. 반대로 논술 100%나 수능 중심 전형처럼 학생부 영향이 작거나 없는 전형에서는 검정고시 출신이라는 사실 자체가 결정적인 불이익이 아닐 수도 있다. 결국 자퇴·검정고시는 ‘불리한 내신을 좋은 내신으로 바꾸는 전략’이라기보다 학생부 중심 입시에서 수능·논술 중심 입시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선택에 가깝다.

‘5등급제→자퇴→검정고시’…사실 몇 개를 연결하면 다른 결론이 된다
최근 고교 자퇴 증가를 가볍게 볼 이유는 없다. 자퇴생이 늘고 검정고시 출신 수능 지원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고교교육이 살펴봐야 할 중요한 변화다. 한국교육개발원도 최근 고교 학업중단 문제를 입시 중심 학교 기능, 교육과정과 학생 수준의 괴리 등 보다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해 분석하고 있다. 고교학점제의 운영상 문제나 2028 대입체제가 학생들에게 새로운 부담을 주고 있는지도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다만 고교학점제, 내신 5등급제, 2028 대입개편은 서로 연관돼 있지만 동일한 제도는 아니다. 현재 확인되는 사실은 보다 제한적이다.
고1 자퇴생은 늘었다. 검정고시 출신 수능 지원자도 늘었다. 그러나 자퇴 증가세는 내신 5등급제 시행 이전부터 시작됐고, 5등급제 시행 이후 상위권 학생의 ‘내신 리셋형 자퇴’가 급증했다고 단정할 근거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검정고시는 사라진 내신을 더 좋은 내신으로 바꿔주는 ‘리셋 버튼’이 아니다. 대학과 전형에 따라 쓸 수 있는 입시 카드가 달라지고, 학생부 중심에서 수능·논술 중심으로 입시 경로의 무게가 이동하는 선택이다.
고1 첫 시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시는 끝났다”, “지금 자퇴해서 검정고시를 보는 것이 낫다”고 결론 내리기에는 대학입시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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