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종의 하이브리드 프로모터로 서로 다른 미생물에서 유전자 발현 세기 조절… 물질 생산에 적합한 미생물 선별에 활용 기대
KAIST는 공학생물학대학원 이주영 교수 연구팀이 서로 다른 종류의 미생물인 대장균과 효모에서 모두 작동하는 유전자 조절 장치 ‘하이브리드 프로모터’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의약품 원료 등을 만드는 ‘미생물 공장’에는 세균인 대장균과 빵·술 발효에 쓰이는 효모가 활용된다. 미생물이 원하는 물질을 만들려면 생산에 필요한 유전자들이 작동해야 하는데, 프로모터는 유전자 앞에 놓여 그 유전자가 얼마나 활발하게 작동할지 조절하는 DNA 부분으로, 공장 기계의 속도를 조절하는 손잡이에 비유된다. 문제는 대장균과 효모가 유전자를 읽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대장균에서 잘 작동하는 프로모터가 효모에서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 같은 물질을 다른 미생물로 만들어 보려면 그 미생물에 맞는 프로모터를 고르고 유전자의 작동 세기를 다시 맞춰야 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하이브리드 프로모터는 대장균과 효모가 각각 알아볼 수 있는 DNA 요소를 한데 합친 것이다. 두 미생물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유전자를 읽더라도 각자 필요한 신호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든 공용 조절 장치인 셈이다. 연구팀은 효모 유래 핵심 프로모터 3종과 대장균 유래 프로모터 3종을 체계적으로 조합해 총 9종의 하이브리드 프로모터를 만들었고, DNA 요소의 조합을 바꿔 유전자를 약하게 작동시키는 장치부터 강하게 작동시키는 장치까지 단계별로 구현했다.
실험 결과 개발한 프로모터는 대장균과 효모 모두에서 작동했다. 대장균에서 강하게 작동한 조합은 효모에서도 대체로 강하게 작동해, 미생물이 바뀌어도 어떤 조합이 상대적으로 강하고 약한지 가늠할 수 있었다. 다만 이는 두 미생물이 똑같은 양의 물질을 만든다는 뜻은 아니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장치가 유전자 하나를 작동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물질 생산에도 쓸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세 개가 차례로 작동해야 만들어지는 녹색 색소 ‘프로데옥시바이올라세인(PDV)’을 시험 대상으로 골랐다. 강한 조절 장치를 썼을 때 색소 생산량은 약한 장치를 썼을 때보다 대장균에서 약 3.1배, 효모에서 약 2.6배 높아 두 미생물에서 물질의 생산량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또 다른 종류의 세균인 코리네박테리움 글루타미쿰과 효모인 피키아 파스토리스에서도 프로모터가 작동하는 것을 확인해 다양한 미생물 숙주로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연구가 발전하면 원하는 물질을 만드는 데 어떤 미생물이 적합한지 찾는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여러 미생물에 같은 유전자 조절 설계를 적용해 생산 결과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생물이 바뀔 때마다 조절 장치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는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생산량을 높이려면 각 미생물에 맞춘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주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생물이 달라져도 프로모터의 상대적인 세기를 예측할 수 있는 공통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다양한 미생물 세포공장을 보다 빠르게 설계하고 비교해 바이오제조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손소희·문수영·안난영 연구자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 9월 23일 자에 게재됐으며, 9월 8일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개인기초연구사업 및 보스턴코리아 공동연구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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