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싱 어게인」, 빼앗긴 노래에 남아 있는 삶

무명 웨딩 가수와 팝스타의 합주에서 시작된 균열
노래의 주인을 묻던 영화가 가족과 삶의 선택을 돌아보게 하는 방식

좋은 음악을 함께 만드는 순간에는 무대의 크기도, 이름의 무게도 잠시 중요하지 않다. 결혼식에서 남의 노래를 부르는 중년의 가수와 재도약을 꿈꾸는 젊은 팝스타가 마주 앉는다. 한 사람이 멜로디를 들려주면 다른 사람이 반응하고, 혼자서는 풀리지 않던 곡이 상대의 손을 거치며 조금씩 달라진다. 존 카니 감독의 「싱 어게인」에서 오래 마음에 남는 것은 거대한 공연장의 환호가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의 음악을 알아보는 이 밤이다. 미국에서 록밴드 활동을 하던 릭 파워(폴 러드)는 공연차 찾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정착했다. 큰 무대를 향한 꿈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했지만, 지금 그의 일터는 결혼식장이다. 아내와 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는 동료들과 함께 누군가의 특별한 날을 위한 노래를 부른다. 그런 릭 앞에 보이그룹 출신의 대니 윌슨(닉 조나스)이 나타난다. 이미 명성을 경험한 대니에게도 새로운 노래와 다음 기회가 필요하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자리에 서 있지만 음악 앞에서는 뜻밖에 가까워진다. 《원스》와 《비긴 어게인》, 《싱 스트리트》를 통해 음악이 사람 사이에 길을 내는 순간을 그려온 존 카니는 이번에도 그 과정을 서두르지 않는다. 다만 이번 영화에서 음악은 관계를 이어주는 힘인 동시에, 그 관계를 무너뜨리는 이유가 된다.

함께 만든 노래에서 한 사람의 이름이 사라졌다

릭이 수년간 붙들고 있던 미완성곡을 꺼내는 순간, 두 사람의 만남은 유명인과 무명 가수의 우연한 교류를 넘어선다. 대니는 그 안에서 가능성을 듣고, 릭은 자신의 음악에 진지하게 응답하는 상대를 만난다.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조금 더 깊은 교감이다. 오랫동안 자신의 안에 머물던 것을 다른 사람이 알아듣고, 거기에 무언가를 더해 돌려주는 경험이다. 관객에게도 그 기쁨이 전해진다. 완성된 노래를 감상하는 즐거움과는 다르다. 막혀 있던 부분이 풀리고 곡이 새로운 형태를 갖추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즐거움이다. 폴 러드와 닉 조나스가 주고받는 연주와 반응은 두 사람이 음악가라는 사실을 긴 설명 없이 납득시킨다. 그날 밤만큼은 서로가 상대에게 필요한 사람이다. 그러나 함께 발견한 가능성은 한 사람의 성공으로 돌아온다. 대니가 발표한 곡이 인기를 얻고, 릭은 익숙한 음악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세상에 퍼져 있음을 알게 된다. 영화의 중심곡 〈How to Write a Song (Without You)〉는 대니를 다시 빛나게 하지만, 그 출발점에 있던 릭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영화의 갈등은 재능 없는 도둑과 불운한 천재의 대립보다 복잡해진다. 대니는 곡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릭 역시 그와 함께하는 동안 창작의 기쁨을 누렸다. 그렇다고 함께 만든 음악에서 상대를 지워도 되는 것은 아니다. 대니의 잘못은 음악에 손을 보탰다는 데 있지 않다. 함께한 시간을 자신의 성취로 독점했다는 데 있다. 릭에게는 성공한 곡을 들을수록 깊어지는 상처가 남는다. 자신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마침내 확인했는데, 정작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제대로 증명할 수 없다. 노래는 그의 재능을 증명하는 동시에 그가 지워졌음을 반복해서 알려준다. 릭이 자신의 곡이라고 주장할수록 주변과의 관계가 흔들리는 과정은, 진실을 알고 있는 것과 그 진실을 인정받는 일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준다.

딸은 꿈을 가로막은 존재가 아니라 노래의 이유였다

대니를 찾아 LA로 간 릭이 마주하는 것은 곡을 더 좋게 만든 사람이 자신이라는 대니의 자기변호다. 두 사람의 대면은 누가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따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릭은 대니가 그 노래의 맥락을 알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딸의 이야기를 꺼낸다. 연인을 향한 노래처럼 들렸던 곡에는, 더블린에 남아 가족을 이루기로 했던 자신의 선택이 담겨 있었다. 이 장면은 릭을 바라보던 시선을 바꾼다. 큰 무대를 꿈꾸던 음악가에게 한곳에 정착하는 일은 두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더 멀리 갈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후회와 같은 것은 아니다. 릭에게 딸은 그 선택으로 잃은 것을 상기시키는 존재가 아니라, 그 선택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알게 해준 존재다.

따라서 릭의 노래는 가족 때문에 꿈을 접은 사람의 한탄으로만 들을 수 없다. 오히려 자신이 선택한 삶에서 얻은 것을 음악으로 남기려는 시도였다. 화려한 음악 인생을 살지 못했지만, 그에게는 바로 이 삶을 살았기에 만들 수 있었던 노래가 있다. 대니는 곡을 대중에게 통하는 음악으로 발전시켰어도, 그 노래가 태어난 시간을 대신 살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릭이 바라는 인정도 단순한 칭찬과는 달라진다. 돈과 크레딧은 중요하다. 그의 이름이 제대로 기록됐다면 음악가로서의 경력도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름이 지워졌다는 것은 딸을 사랑하며 곡을 붙들었던 시간까지 아무 관계 없는 것으로 처리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릭은 자신의 재능뿐 아니라 그 재능에 담긴 삶을 부정당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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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온기는 릭에게 욕심을 버리라고 권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가족이 있으니 음악가로서의 인정은 필요 없다는 식의 위로도 충분하지 않다. 가족을 사랑하는 일과 정당한 이름을 요구하는 일은 서로를 취소하지 않는다. 「싱 어게인」은 그 두 마음이 한 사람 안에 함께 있다는 사실을 통해 릭의 분노와 애정을 동시에 이해하게 한다.

세상의 히트곡이 한 가족의 기억으로 돌아올 때

더블린의 일상으로 돌아온 릭은 다시 결혼식 무대에 선다. 그에게 들어온 신청곡은 대니의 이름으로 알려진 자신의 노래다. 남의 노래를 부르며 살아온 가수가 이제는 남의 이름이 붙은 자기 노래를 부른다. 익숙했던 그의 일터가 가장 역설적인 무대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 사이 딸은 아버지의 컴퓨터에서 어린 시절의 영상을 발견한다. 생일을 맞은 자신을 위해 아버지가 연주하며 노래하던 모습이 화면에 남아 있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곡은 그곳에서 전혀 다른 크기로 들린다. 대중의 환호를 받는 히트곡이기 전에, 한 아버지가 어린 딸에게 건넨 노래였던 것이다.

영상은 곡의 기원을 보여주는 단서이지만, 그 역할만으로는 이 장면의 감동을 설명하기 어렵다. 영화는 누가 먼저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누구를 위해 불렀는지를 드러낸다. 그 기억을 발견하는 사람이 노래의 대상이었던 딸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릭이 자신의 곡이라고 외치며 찾으려 했던 시간이 가족의 오래된 기록 속에 남아 있었고, 이제 딸이 그것을 다시 마주한다. 이때 관객이 듣는 음악은 앞서 들었던 음악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멜로디가 바뀌어서가 아니다. 그 안에 담긴 삶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영화가 쌓아온 음악의 힘은 화려한 편곡이나 성공의 규모를 넘어, 같은 노래를 새롭게 듣게 하는 이 순간에 이른다.

이어질 수 있는 이야기는 많다. 영상이 알려지고, 크레딧을 바로잡고, 보상을 둘러싼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도 또 하나의 결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그 과정을 길게 설명하는 대신 거리 연주자에게 돈을 건네는 릭의 모습을 남긴다. 돈의 크기는 달라진 사정을 짐작하게 하지만, 시선은 이내 돈을 내미는 행동과 그의 여유로운 표정으로 옮겨간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음악을 인정받으려 애쓰던 사람이 다른 음악가의 연주 앞에 멈춰 선다. 그 손길을 음악을 계속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응원으로 읽게 되는 이유다.

「싱 어게인」은 빼앗긴 노래의 주인을 묻는 일을 통해, 그 노래를 만든 사람의 삶까지 돌아보게 한다. 릭이 꿈꾸던 무대와 그가 살아온 현실 사이에는 분명 거리가 있다. 하지만 그 거리가 곧 실패의 크기는 아니다. 큰 무대에서는 얻지 못했을 사랑이 있고, 다른 선택을 했다면 태어나지 않았을 노래가 있다. 영화가 남기는 따뜻함은 꿈이 모두 이루어졌다는 안도보다, 이루지 못한 꿈만으로 한 사람의 삶을 설명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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