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형 이온젤 박막으로 빠른 소자와 느린 소자를 한 기판에 3차원 집적… 움직이는 숫자 영상 판별 검증 정확도 90% 이상,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게재
몸에 착용하는 기기가 걷는 동작과 잠깐 팔을 흔드는 동작을 구별하려면 움직임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KAIST는 AI시스템학과 권지민 교수 연구팀이 UNIST, POSTECH 연구진과 함께 이온을 담은 소재를 단단한 얇은 막으로 만들고, 이를 이용해 반응 속도가 서로 다른 반도체 소자를 여러 층으로 쌓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향후 몸에 붙이거나 착용하는 작은 기기가 움직임과 몸의 신호를 분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반도체는 전기를 가하면 소재 안의 이온이 움직이면서 전류의 흐름이 바뀐다. 전기를 끊어도 이온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데, 종을 친 뒤 소리가 잠깐 남듯 반도체에도 앞서 들어온 신호의 흔적이 잠시 남는 것이다. 연구팀은 그동안 단점으로 여겨졌던 이온의 느린 움직임을 지난 신호를 알아보는 데 거꾸로 활용했다. 관건은 그 흔적이 남는 시간을 조절하는 일이었다. 기존에는 이온을 담는 물질이 주로 액체나 부드러운 젤이어서 반도체를 정교하게 만들고 여러 층으로 쌓기 어려웠고, 이온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되는 시간상수를 원하는 범위에서 정밀하게 조절하기도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온성 물질을 고분자 매트릭스에 포함시켜 고체화한 고체형 이온젤(solid-state ionogel)을 단단한 얇은 막으로 만들어 고체형 이온 게이트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CNT sIGT)를 구현했다. 막 속 이온의 양과 두께를 조절해 신호에 빠르게 반응하는 소자와 느리게 반응하는 소자를 만들 수 있었다. 여기에 포토리소그래피, 물리기상증착, 화학기상증착 등 기존 반도체 공정과 층간 절연·봉지막 공정을 적용해 두 소자를 하나의 기판 위에 수직으로 쌓는 단일 3차원 집적(M3D) 구조를 구현했다. 그 결과 하나의 소자는 방금 들어온 신호에, 다른 하나는 조금 전부터 이어진 신호에 반응했다. 짧게 남는 메모와 오래 남는 메모를 함께 읽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연구팀은 네 차례 들어오는 신호가 켜지고 꺼지는 순서에 따라 만들어지는 16가지 패턴을 소자가 구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 측정한 소자의 반응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숫자 영상(Moving-MNIST)을 판별하는 시스템을 모델링한 결과, 약 1밀리초(ms)와 10밀리초 사이클 규모의 서로 다른 속도의 영상 신호에 대해 두 시간 스케일 모두에서 90% 이상의 검증 정확도를 얻었다. 이 영상 판별 결과는 실제 소자의 측정값을 적용한 모델 검증 결과다.
연구팀은 이 소자를 4인치 웨이퍼 크기로 제작하고 휘어지는 기판에도 구현해 대면적 공정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소자의 전기적 특성은 제작 후 55개월에 걸친 측정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번 연구는 움직임이나 몸에서 나오는 신호처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정보를 작은 기기 안에서 처리하는 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실제 스마트워치에 적용했을 때의 성능과 소비전력 절감 효과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권지민 교수는 “이번 소자는 기존의 얇은 반도체 제작 공정으로 넓은 기판에 만들 수 있고, 여러 층으로 쌓을 수도 있다”며 “앞으로 스마트워치처럼 전력을 적게 써야 하는 기기에서 움직임과 몸의 신호를 읽는 AI 반도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정학순 연구교수가 제1저자로, POSTECH 노용영 교수와 KAIST 권지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6월 30일 게재됐다(논문명: Monolithic 3D-Integrated All-Solid Ion-Gated Carbon Nanotube Transistors With Tunable Ionic Conductance for Multi-Timescale Reservoir Computing, DOI: 10.1002/adma.202523703).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국가반도체연구실지원핵심기술개발사업 및 우수신진연구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의 초격차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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