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보조를 넘어 사고의 동반자로 들어온 생성형 AI, 학생들은 왜 쓰고 무엇을 불안해하나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HEPI)가 2026년 공개한 ‘Student Generative AI Survey 2026’는 지금 대학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큰 변화를 단순하고도 선명하게 보여준다. 생성형 AI는 더 이상 일부 학생이 호기심으로 써보는 기술이 아니다. 영국 학부생 1,054명을 대상으로 2025년 12월 실시한 이 조사에서 학생의 95%는 적어도 한 가지 방식으로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고, 94%는 평가 과제를 준비하는 데 생성형 AI를 활용한다고 응답했다. 보고서가 보여주는 것은 기술 확산의 속도가 아니라 이미 끝나버린 하나의 전환이다. 대학생의 공부 방식은 이제 AI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번 조사의 의미는 숫자의 크기만이 아니다. 이 보고서는 AI가 학생들의 학습과 과제, 자료 탐색, 사고 정리, 시간 관리, 심지어 외로움과 정서적 반응의 방식까지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생성형 AI는 누군가에게는 이해를 돕는 조교이고, 누군가에게는 시간을 아껴주는 도구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밤늦게 질문을 받아주는 동반자처럼 기능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기술은 학습의 깊이를 얕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 부정행위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불안, 다른 학생과의 공정성 문제까지 함께 불러오고 있다. 그래서 지금 대학이 맞닥뜨린 변화는 단순한 신기술 적응이 아니라 학습의 의미를 다시 묻게 만드는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
생성형 AI는 이제 ‘추가 도구’가 아니라 공부 환경 그 자체가 됐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대목은 AI 사용의 보편화다. 2024년 66%였던 AI 사용 경험은 2025년 92%로 뛰었고, 2026년에는 95%에 이르렀다. 불과 2년 사이에 AI는 대학생들의 학습 환경에서 예외적 선택이 아니라 거의 기본 장비가 됐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챗GPT로 문장을 생성하는 비율만으로는 이 변화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텍스트 생성 비율은 2025년 64%에서 2026년 56%로 소폭 낮아졌지만, 보고서는 이것이 AI 의존 감소를 뜻한다기보다 학생들이 더 세분화된 용도별 AI 도구를 쓰기 시작한 결과일 수 있다고 해석한다. 즉 학생들은 AI를 덜 쓰는 것이 아니라 더 정교하게 쓰고 있다. 텍스트 생성만이 아니라 요약, 필기, 퀴즈, 문장 다듬기, 번역, 코딩, 데이터 분석, 이미지 생성 등 다양한 기능이 학습 과정에 분산돼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은 꽤 중요하다. 초기의 AI 논의가 “학생이 AI로 글을 대신 쓰는가”에 집중됐다면, 지금의 현실은 훨씬 복합적이다. 학생들은 개념이 막힐 때 설명을 듣고, 긴 논문이나 교재를 빠르게 훑고, 아이디어의 구조를 먼저 잡고, 과제 초안의 흐름을 정리하는 데 AI를 쓴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가 과제를 준비할 때 가장 흔한 사용 방식은 개념 설명을 듣는 것, 관련 글을 요약하는 것, 연구 아이디어를 제안받는 것, 생각의 구조를 정리하는 것이다. 이는 AI가 더 이상 ‘완성본을 대신 만드는 기계’가 아니라 학습과정의 중간 단계마다 개입하는 보조 인프라가 됐다는 뜻이다. 학생들의 공부는 이제 빈 종이에서 혼자 시작하는 과정이 아니라, 질문과 응답을 오가며 사고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과제를 준비하는 방식은 이미 달라졌고, 그 변화는 더 이상 주변적이지 않다
평가 과제에서의 AI 사용은 특히 상징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가 과제 수행을 위해 생성형 AI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 비율은 2024년 절반 수준에서 2025년 89%로 급등했고, 2026년에는 94%에 도달했다. 지금 대학에서 과제는 AI의 영향 밖에 있는 영역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먼저 흔들린 영역이다. 학생의 약 3분의 2는 AI를 활용해 개념을 설명받았고, 절반은 관련 자료를 요약하는 데 AI를 썼다. 40% 안팎의 학생은 연구 아이디어를 제안받거나 자신의 생각을 구조화하는 데도 AI를 활용했다. 여기에 더해 36%는 AI를 인터넷 검색 도구처럼 사용했고, 13%는 시각 자료나 오디오 같은 다른 형식의 결과물을 만드는 데 AI를 썼다. 이런 변화는 ‘과제를 얼마나 쉽게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학생이 개념을 이해하고 글의 구조를 잡고 자료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AI를 사용한다면, 대학은 무엇을 학습으로 볼 것인가. AI가 설명한 개념을 이해한 학생의 성취는 어디까지 학생 자신의 것인가. AI가 초안을 정리해준 뒤 그 위에서 비판적 사고를 더한 학생의 결과물은 전통적인 과제와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가. 지금의 대학은 이미 이 질문 앞에 서 있다. 보고서가 보여주듯 65%의 학생은 AI 확산에 맞춰 대학의 평가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고 있다. 과제의 형식은 물론이고, 평가를 둘러싼 불안과 기준까지 함께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생성형 AI를 둘러싼 논쟁은 종종 찬반으로 갈리지만, 실제 학생들의 사용 방식은 그보다 훨씬 미묘하다. 이번 조사에서도 학생들은 AI를 활용한 다양한 행위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개념 설명을 듣거나 자료를 요약하는 것, 연구 아이디어를 제안받고 생각의 구조를 정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수용성이 나타났지만, AI가 만든 문장을 직접 평가물에 포함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계가 존재했다. 그럼에도 현실은 점차 그 경계를 밀어내고 있다. AI가 생성한 문장을 직접 평가물에 넣어본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 비율은 2024년 3%, 2025년 8%, 2026년 12%로 꾸준히 상승했다. 사용과 수용의 간격도 줄어들고 있었다. 보고서는 2024년에는 수용 가능성과 실제 사용 간 평균 차이가 16%포인트였지만, 2026년에는 그 차이가 4%포인트 수준으로 좁혀졌다고 분석했다. 허용 기준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현실의 사용은 계속 앞서 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AI 사용을 한 덩어리로 묶어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AI를 통해 긴 읽기자료를 빠르게 정리한 뒤 그 위에서 비판적으로 사고하려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AI가 써준 문장에 몇 군데 손만 본 뒤 결과물을 제출하려 할 수 있다. 두 경우는 분명히 다르다. 보고서도 바로 그 차이를 보여준다. 한 학생은 AI 덕분에 긴 읽기자료를 요약하고 과제 개요를 빠르게 정리할 수 있어 정작 중요한 비판적 분석과 깊은 이해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다른 학생은 “이제 나는 뇌를 전혀 쓰지 않게 된다”고 응답했다. 같은 기술이 한쪽에서는 사고를 돕는 도구가 되고, 다른 쪽에서는 사고를 대체하는 지름길이 되는 장면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상반된 진술은 지금 대학이 어디에서 기준을 세워야 하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학생들이 AI를 찾는 이유는 게으름보다 압박, 회피보다 효율에 더 가깝다
AI를 쓰는 학생들을 쉽게 ‘편하게 하려는 세대’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을 놓치는 해석일 수 있다. 조사에서 학생들이 AI를 더 쓰게 만드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작업의 질 향상, 시간 절약, 즉각적 지원, 개인화된 지원, 전통적인 공부 시간 밖에서의 도움 등이었다. 학생들이 AI를 찾는 이유는 대체로 공부를 포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감당하기 어려운 학습 부담을 더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해서였다. 보고서 속 자유서술 응답에서도 이 감각은 반복된다. 학생들은 AI가 복잡한 개념을 쉽게 풀어주고, 막혔을 때 즉시 설명해주며, 밤늦게도 판단 없이 질문을 받아준다고 말한다. 교수나 조교, 동료가 언제나 곁에 있지 않은 현실에서 AI는 24시간 대기하는 학습 보조자로 작동한다. 이것은 대학이 오래도록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학생들이 AI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기술 자체가 매혹적이어서만이 아니다. 질문할 곳이 부족하고, 피드백은 느리며, 읽기자료는 과도하게 많고, 시간은 늘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떤 학생에게 AI는 지름길이 아니라 버티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실제로 학생들은 AI 덕분에 압박이 줄어들고, 과제를 제때 끝낼 수 있으며, 교재를 덜 오래 붙잡아도 돼 친구를 만날 시간이나 취미를 가질 수 있다고 답했다. AI는 단지 공부시간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시간 압박으로 가득한 학생생활의 균형을 잠시 회복시켜주는 장치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점을 보지 않으면 대학 현장에서 AI가 왜 এত 빠르게 일상화됐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보고서가 흥미로운 이유는 AI에 대한 긍정만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 학생의 49%는 AI가 자신의 학생 경험을 더 좋게 만들었다고 답했지만, 16%는 오히려 더 나쁘게 만들었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35%는 큰 변화가 없다고 봤다. 겉으로 보기엔 긍정이 우세해 보이지만, 자유서술을 들여다보면 부정적 응답이 가리키는 불안은 꽤 구체적이다. 학생들은 AI 때문에 과제가 더 어려워졌다고 느끼기도 했고, 다른 학생들이 AI를 활용하는 상황에서 자신만 손해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자주 등장한 것은 “내가 AI를 쓰지 않았는데도 AI 사용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불안이었다. 어떤 학생은 에세이에서 특정 단어조차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고, 또 다른 학생은 원래 문해력이 좋은 학생들까지 AI 탐지에 걸릴 수 있다는 두려움을 드러냈다. 이 불안은 단순히 감정적인 반응이 아니다. 지금 대학은 AI 사용을 허용하는지, 어느 수준까지 허용하는지, 어떤 과제에서 어떤 방식의 활용이 가능한지를 충분히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는 학생들이 여전히 허용 기준을 불확실하게 느끼고 있으며, 특히 부정행위로 잘못 지목될 수 있다는 불안을 표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학생들이 AI 사용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도 부정행위로 비칠 가능성, 잘못된 결과나 편향된 결과에 대한 우려였다. 흥미롭게도 대학의 금지나 억제가 AI 사용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답한 비율은 2025년 31%에서 2026년 21%로 줄었다. 대학의 금지가 덜 두려워진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이제는 금지보다 모호함을 더 크게 체감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현실에 가깝다.
‘생각을 덜 하게 된다’는 우려는 과장이 아니라 학습의 핵심을 건드리는 질문이다
AI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비판은 아마 이 대목에 모여 있다. 학생들은 AI가 비판적 사고를 약화시키고, 독립적인 자료 탐색을 줄이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너무 쉬워졌다”, “독립적으로 조사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생각을 덜 하게 만든다”, “게으르게 만든다” 같은 응답은 기술 보수주의의 반사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 학습 경험 속에서 나온 경고에 가깝다. 공부는 원래 어렵고 느리고 답답한 과정을 포함한다. 문제는 바로 그 느림과 마찰 속에서 사고력이 만들어진다는 데 있다. 그런데 생성형 AI는 이 마찰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질문하면 즉시 설명해주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구조화해주며, 긴 텍스트를 짧게 요약해준다. 학습자는 편해지지만, 동시에 ‘어려움을 견디며 생각하는 시간’도 줄어들 수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학생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돌릴 수 없다. 보고서가 소개한 의대 교육 사례에서도 비슷한 위험이 나타난다. AI 지원만 받고 인간 피드백 없이 학습한 학생들은 가장 낮은 성과를 보였지만 자신감은 가장 높았다. AI가 실력을 높이기보다 과잉 확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학생 스스로도 이를 감지하고 있다. AI는 분명 효율적이지만, 그 효율이 자신의 사고를 대신하는 순간 학습은 겉보기 완성도와 실제 역량 사이에서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 긴장은 2회에서 다룰 평가와 교육 설계의 문제로 곧장 이어진다.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예민하면서도 중요한 대목은 AI와 외로움의 관계다. 조사에 따르면 15%의 학생은 우정, 동반감, 조언, 외로움 해소를 위해 AI를 사용한다고 답했고, AI 상담·치료 서비스를 전적으로 이용한다는 응답도 8%였다. 또 AI가 자신의 외로움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의 약 41%였는데, 그 방향은 정확히 갈렸다. 21%는 AI 덕분에 덜 외로워졌다고 했고, 20%는 오히려 더 외로워졌다고 했다. AI는 외로움을 무조건 덜어주는 기술도 아니고, 반드시 고립을 키우는 기술도 아니다. 오히려 그 관계는 학생이 AI를 어떤 방식으로 삶 속에 들이는가에 따라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 결과는 대학 교육이 더 이상 학습도구만을 논의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생들은 밤늦게 혼자 과제를 하다가 AI에게 질문하고, 막막할 때 설명을 듣고, 누군가에게 부담 없이 반복해서 묻고 싶을 때 AI를 찾는다. 어떤 학생은 AI를 “곁에 있는 친구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고, 또 어떤 학생은 “내가 외로울 때 대화한다”고 답했다. 반면 다른 학생들은 AI 때문에 도서관에 덜 가고, 사람들과 덜 소통하게 되며,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나 더 고립된다고 느꼈다. 결국 AI는 학생의 외로움을 해결하는 존재라기보다, 기존의 고립 구조 안에서 즉각적으로 반응해주는 대체 대상으로 기능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잠시 위안을 줄 수는 있어도, 대학이 본래 제공해야 할 인간적 연결과 공동체 경험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학생들의 자료 탐색 방식 또한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학생의 34%는 전통적 자료를 더 많이 쓰지만 AI도 함께 사용한다고 답했고, 29%는 AI와 전통 자료를 비슷한 비중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37%는 AI 쪽에 더 기울어 있었다. 특히 8%는 대부분 생성형 AI에 의존하고 전통적 자료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 절반이 넘는 53%는 전통적 자료를 찾고 이해하기 위해 매주 AI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는 AI가 기존 자료를 대체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존 자료에 도달하는 경로 자체를 재설계하고 있음을 뜻한다. 학생들은 이제 웹페이지, 교재, 강의노트, 논문을 직접 처음부터 읽기보다는 AI를 통해 먼저 개요를 잡고, 맥락을 파악하고, 필요한 부분만 골라 들어가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 변화는 대학이 오랫동안 전제해온 학습 모델과 충돌한다. 대학은 학생이 텍스트와 씨름하고, 긴 읽기자료를 견디며, 스스로 자료를 찾고 해석하는 과정을 역량으로 간주해왔다. 그러나 이제 학생들은 그 과정을 AI와 함께 분담하고 있다. 누군가는 이를 효율적인 진화라고 볼 것이고, 또 누군가는 지적 훈련의 약화라고 판단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미 현실이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AI는 대학생들을 전통 자료로부터 완전히 떼어놓지 않았다. 대신 전통 자료에 접근하고 이해하는 첫 관문이 돼가고 있다. 학습의 입구가 바뀌면, 학습의 깊이와 방식도 함께 달라질 수밖에 없다.

AI를 잘 쓰는 학생과 AI에 의존하는 학생 사이의 간극이 새로운 격차가 될 수 있다
이번 조사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를 드러낸다. 생성형 AI는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열려 있지 않다. 보고서는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일부 AI 도구 사용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계층의 학생들이 텍스트 생성, 코딩, 데이터 분석 같은 도구를 더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비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는 해석도 제시됐다. 또 대학 입학 전 학교에서 AI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51%였지만, 33%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STEM 계열 학생의 경험 비율은 높았고, 예술·인문계열 학생은 더 낮았다. 성별 격차도 여전했다. AI는 표면적으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험, 익숙함, 교육, 접근 환경에 따라 활용 수준이 크게 갈리는 기술이다.
이 말은 곧 AI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학습격차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AI를 이용해 개념을 더 잘 이해하고, 자료를 더 빨리 찾고, 생각을 더 명확히 정리한다. 반면 누군가는 AI를 거의 모르거나, 써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라 엉뚱한 결과에 휘둘릴 수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지나치게 의존해 사고력 훈련을 놓칠 수도 있다. 결국 AI 이후의 대학에서 문제는 ‘사용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좋은 사용과 나쁜 사용의 차이가 학습 성과를 가르고, 그 차이를 설명해줄 교육이 부족하다면 AI는 기존의 교육 불평등 위에 새로운 불평등을 덧씌우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보고서가 던지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은 여기에 있다. 학생들은 이미 AI와 함께 공부하고 있다. 그것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학습환경의 재구성이다. 그 환경 속에서 어떤 학생은 AI를 활용해 더 깊은 이해로 나아가고, 어떤 학생은 사고를 외주화하고, 어떤 학생은 위로를 얻으며, 어떤 학생은 더 고립된다. 지금 대학이 해야 할 일은 이런 현실을 부정하거나, 모든 AI 사용을 도덕적 문제로 환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AI가 학생의 학습을 어디까지 도울 수 있고, 어디서부터 학습을 잠식하는지 구체적으로 구분하는 일에 더 가까워야 한다. 보고서 역시 학생들이 구조화된 AI 교육, 평가별 명확한 가이드라인, 전공 수준의 AI 리터러시 교육, 공정한 도구 접근성 보장을 필요로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결국 생성형 AI는 대학생을 더 똑똑하게 만들 기술인지, 더 편리하게만 만들 기술인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 차이는 기술 자체보다 대학이 어떤 기준을 세우고 어떤 학습 문화를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분명한 것은 한 가지다. AI를 쓰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이미 지나갔다.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AI와 함께 공부하는 세대 앞에서 대학은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평가하며, 어떤 인간의 역량을 끝까지 지켜낼 것인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대학은 학생들의 변화를 뒤쫓는 기관으로 남게 될 것이다. 반대로 그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기 시작한다면, AI 이후의 대학은 기술에 끌려가는 공간이 아니라 기술을 교육적으로 길들이는 공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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