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2027년 봄 16세 미만 소셜미디어 제한 추진
먼저 시행한 호주, 3개월 뒤에도 16세 미만 81.5%가 SNS 이용
SNS와 우울·불안 등 연관성 있지만 직접적 인과관계는 여전히 불확실
한국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43%…국회도 연령·알고리즘 규제 논의
소셜미디어는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해치는가. 그렇다면 몇 살까지 이용을 막아야 하는가.
세계 각국이 이 질문에 답을 내놓기 시작했다. 호주는 지난해 12월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계정 보유를 제한했고, 영국 정부도 2027년 봄부터 16세 미만에게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도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접근을 제한하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정책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과학의 답은 그만큼 단순하지 않다.
영국 의회 과학기술처(POST)가 지난 20일 발간한 「Impacts of social media on children and young people」은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과 정신건강, 신체건강, 학습, 사회적 관계, 폭력과 괴롭힘 등을 둘러싼 연구 결과를 종합했다. 보고서가 확인한 것은 소셜미디어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도, 반대로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도 아니다. 여러 연구에서 위험 신호는 확인되고 있지만 상당수 연구가 관찰·횡단 연구에 머물러 있어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고, 확인된 효과도 작거나 일관되지 않는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영국 정부는 이미 정책을 선택했다. 그러나 과학은 아직 질문을 끝내지 않았다.
우울·불안과 SNS의 관계…‘연관성’과 ‘원인’ 사이
소셜미디어와 청소년 정신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는 적지 않다. POST가 검토한 연구들에서는 소셜미디어 이용과 불안, 우울, 낮은 자존감, 신체 이미지 문제, 섭식장애, 스트레스, 자해와 자살사고 사이의 관련성이 보고됐다. 야간 이용과 수면의 질 저하 사이의 관계도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난다. 하지만 연구 범위를 넓히면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영국과 미국 청소년 35만5천여 명을 분석한 2019년 연구에서는 디지털 기술 이용이 참가자의 웰빙 차이를 설명한 정도가 약 0.4%에 그쳤다. 올해 발표된 영국 청소년 2만5천629명 대상 종단연구에서도 소셜미디어와 게임 활동은 정신건강 문제의 ‘주요 인과요인’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반대 방향의 연구도 있다. 런던의 학생 2천350명을 추적한 연구에서는 11~12세 때 하루 3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학생들이 이후 우울과 불안 증상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다만 이 연구 역시 수면 문제나 역인과관계를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다. 우울해서 소셜미디어에 더 오래 머무르는 것인지, 소셜미디어를 오래 사용해 우울해지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POST는 이런 이유로 현재 연구의 상당 부분이 ‘연관성’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확정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한 단순한 ‘스크린타임’보다 어떤 콘텐츠를 보고,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며, 어떤 알고리즘에 노출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제한한 호주…계정은 줄었지만 이용은 계속됐다
그렇다면 소셜미디어 접근을 실제로 제한하면 어떻게 될까. 세계에서 가장 먼저 대규모 정책 실험에 들어간 곳이 호주다. 호주는 2025년 12월부터 지정된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16세 미만 이용자의 계정 보유를 막기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했다. 호주 온라인안전 규제기관 eSafety Commissioner가 지난 7월 공개한 시행 3개월 평가 결과를 보면 정책 효과는 한 방향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계정 보유율은 규제 시행 전 52.4%에서 42.1%로 떨어졌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다. 그러나 계정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소셜미디어를 이용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85.9%에서 81.5%로 감소하는 데 그쳤다. 계정을 없애는 것과 실제 이용을 없애는 것이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뉴캐슬대 연구진이 12~17세 청소년 408명을 규제 시행 전후로 추적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시행 3개월 후 16세 미만의 약 86%가 지난 일주일 동안 적어도 하나의 규제 대상 플랫폼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연령 확인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약 66%였지만 확인 방식은 자기 나이를 직접 입력하거나 사진을 제출하는 방식 등이었다. 가짜 계정 이용은 약 15~19%, 다른 사람의 계정을 이용했다는 응답도 플랫폼에 따라 9~29%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호주 정책을 ‘실패’라고 결론 내리기도 이르다. eSafety의 조사는 앞으로 2년 동안 4천 명 이상의 아동과 가족을 추적하는 장기평가의 첫 번째 결과다. 규제 시행 불과 3개월 뒤의 상황인 만큼 연구기관 역시 장기적인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연령 기준을 법률로 정하는 것보다 실제 온라인 공간에서 그 연령을 확인하고 집행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영국은 더 강한 규제로 간다
호주의 실험을 지켜보면서도 영국 정부는 규제를 확대하는 쪽을 선택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6월 16세 미만에게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첫 관련 규정을 올해 말까지 의회에 제출하고 2027년 봄 시행하는 것이 목표다. Instagram, YouTube, TikTok, Snapchat, Facebook, X 등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WhatsApp이나 Signal 같은 메시징 서비스는 제외할 계획이다. 16세가 됐다고 모든 제한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영국 정부가 7월 추가로 발표한 방안에 따르면 16~17세 계정에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기본 야간 이용제한을 설정하고, 야간 푸시알림을 차단한다. 자동재생과 개인화 추천 피드도 기본적으로 꺼놓는 방안을 추진한다. 흥미로운 점은 영국의 정책 역시 단순한 ‘연령 금지’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16세 미만에게는 접근 자체를 제한하면서 16~17세에게는 이용시간과 추천 알고리즘, 자동재생 같은 플랫폼의 기능을 통제하는 혼합형 규제를 선택했다. 청소년 소셜미디어 논쟁의 초점이 ‘몇 살부터 허용할 것인가’에서 ‘어떤 기능을 허용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는 대목이다.
6초 기다리게 했더니 SNS 이용시간이 30% 줄었다
플랫폼의 설계를 바꾸면 실제 이용행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실험도 나오고 있다. 덴마크 경쟁소비자당국은 13~17세 청소년 269명을 대상으로 6주간 실제 소셜미디어 이용을 추적했다. 참가자들은 실험 전 하루 평균 3시간19분을 소셜미디어에 사용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앱을 열 때 사용 목적을 생각하게 하거나, 사용할 시간을 미리 정하게 하고, 앱이 열리기까지 6초간 기다리게 하는 작은 ‘마찰(friction)’을 넣었다.
결과는 눈에 띄었다. 개입 이후 하루 소셜미디어 이용시간은 평균 31~36% 감소했다. 학교 시간대 SNS 이용은 40% 줄었고 저녁 이용이 감소하면서 밤에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최대 16분 늘었다. 이용 만족도 자체는 낮아지지 않았다. 이는 청소년에게 소셜미디어를 전면 금지하지 않더라도 플랫폼이 사용을 계속하도록 만드는 구조를 조정하면 이용행동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결론을 서두르기는 어렵다. 6초의 대기시간이나 사용계획 기능이 장기적으로 청소년의 우울과 불안 등을 개선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령 제한보다 플랫폼 설계 규제가 더 효과적이라는 정책 간 우열 역시 아직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
POST 역시 현재 이용 가능한 연구만으로 어떤 정책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확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SNS는 위험의 공간인 동시에 연결의 공간이다
규제를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소셜미디어는 청소년에게 위험만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POST가 검토한 연구에서는 소셜미디어가 친구관계를 형성하고 공동체에 참여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공간으로 기능하는 사례도 확인된다. 학습과 창작, 뉴스 접근, 정신건강 지원을 얻는 통로로 이용되기도 한다. 특히 장애나 신경다양성이 있는 청소년,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소수화된 집단에서는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의 의미가 더 클 수 있다.
영국의 2025년 OxWell 학생 조사에서는 3만5천 명이 넘는 학생 가운데 12%가 소셜미디어를 정신건강 지원을 얻는 공간으로 이용했다고 답했다. 자해 경험이 있는 학생에서는 이 비율이 26%였다. 반대로 바로 이런 취약집단이 혐오, 차별, 그루밍과 학대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수도 있다. 소셜미디어가 가장 필요한 청소년이 소셜미디어의 위험에도 가장 크게 노출될 수 있다는 역설이다.
한국 청소년 43%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한국 역시 이 논쟁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5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10~19세 청소년의 43.0%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2024년 42.6%보다 0.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중학생은 47.6%로 가장 높았다. 주의할 점은 이 수치가 ‘SNS 과의존율’이 아니라 스마트폰 이용 전반을 측정한 결과라는 것이다.
반면 숏폼 콘텐츠의 확산은 보다 직접적으로 확인된다. 여성가족부가 전국 초등학교 4~6학년과 중·고등학생 1만5천53명을 조사한 결과 94.2%가 최근 1년 동안 숏폼 콘텐츠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모든 학교급에서 숏폼은 이용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정책 논의도 이미 시작됐다. 국회에는 14세 미만의 SNS 가입을 제한하는 방안과 미성년자에게 알고리즘 추천 콘텐츠를 제공할 때 부모 동의를 요구하는 방안 등이 발의돼 있다. 2026년 들어서도 미성년자 계정의 추천 알고리즘과 과도한 이용을 유도하는 기능을 제한하려는 법안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역시 결국 영국과 호주가 먼저 마주한 질문 앞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의 나이를 기준으로 SNS의 문을 닫을 것인가. 아니면 아이가 들어간 뒤 만나게 되는 알고리즘과 무한스크롤, 자동재생, 야간 알림 같은 플랫폼의 구조를 바꿀 것인가.

‘몇 시간 하지 마라’에서 ‘어떤 환경을 만들 것인가’로
현재까지 축적된 연구는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아무런 위험이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울과 불안, 수면 문제, 자해 콘텐츠, 신체 이미지, 사이버폭력과 유해 콘텐츠 노출을 둘러싼 위험 신호는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고 소셜미디어가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의 단일하거나 주요한 원인이라고 단정할 근거도 충분하지 않다. 16세 미만의 접근을 막으면 정신건강이 개선된다는 실증적 증거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호주에서는 계정 보유가 줄었지만 실제 이용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플랫폼에 작은 마찰을 넣은 덴마크 실험에서는 이용시간이 크게 줄었지만 그것이 장기적인 정신건강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알 수 없다.
정책에 필요한 것은 그래서 단순한 찬반의 선택이 아닐 수 있다. 몇 살부터 소셜미디어를 허용할 것인지와 함께 어떤 연령에 어떤 기능을 제공할 것인지, 알고리즘과 광고는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플랫폼에는 어떤 안전설계 의무를 부과할 것인지, 연령 확인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까지 함께 물어야 한다.
화면 밖의 문제도 남는다. POST는 디지털·알고리즘 리터러시와 부모의 관여뿐 아니라 가족과 친구의 지지, 학교와 지역사회 활동 등 강한 오프라인 사회·정서적 자원이 온라인 위험을 완충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영국 정부 역시 SNS 제한 정책과 함께 스포츠·예술·청소년 활동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아이들이 화면에서 나오지 않는 문제만 볼 것인지, 화면 밖에서 머물 곳과 연결될 사람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지도 함께 볼 것인지의 문제다.
아이들을 소셜미디어에서 내보내는 것과 아이들에게 더 안전한 소셜미디어를 만드는 것. 세계는 지금 두 방법을 동시에 시험하고 있다. 어느 쪽이 답인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실험이 말해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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