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EP가 경고한 ‘오버슈트 시대’…기온이 낮아져도 사라진 빙하와 삶은 돌아오지 않는다
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높아지는 것을 막는 일은 국제사회 기후정책의 핵심 목표였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은 충분히 빠르지 않았고, 세계는 향후 수년 안에 장기 평균기온에서도 1.5℃를 넘어설 가능성이 큰 상황에 놓였다. 그렇다면 1.5℃를 일시적으로 넘었다가 나중에 다시 낮추면 되는 것일까.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난 9월 발표한 《오버슈트 제한하기(Limiting Overshoot)》 보고서는 이 질문에 단순히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기온을 다시 낮추는 데 성공하더라도 초과 기간에 사라진 빙하와 생태계, 침수된 지역과 삶의 터전까지 모두 이전 상태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UNEP는 1.5℃ 초과를 안전하거나 허용할 수 있는 경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다만 이미 초과 가능성이 커진 현실에서 온난화의 정점을 최대한 낮추고, 1.5℃를 넘는 기간을 줄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할 피해에 적응하는 것이 남은 최선의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빙하·암반 붕괴와 대규모 토석류는 이러한 경고가 단순한 미래 전망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번 재난을 기후변화에 직접 귀속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빙하와 영구동토가 빠르게 변하는 세계에서 산악지역이 맞닥뜨릴 위험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2024년 1.5℃ 초과와 파리협정의 1.5℃는 다르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4년 지구 평균 지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 평균보다 1.55℃ 높았다.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으며, 단일 연도 기준으로는 처음 1.5℃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것이 곧 파리협정에서 정한 1.5℃ 목표가 공식적으로 무너졌다는 뜻은 아니다. 특정 연도의 온도는 엘니뇨와 라니냐 같은 자연적 변동의 영향을 받는다. 국제사회가 사용하는 1.5℃ 기준은 한 해의 기온이 아니라 통상 수십 년, 기후과학에서는 주로 20년 평균으로 평가하는 장기적인 온난화 수준을 가리킨다.
2025년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44℃ 높은 수준으로 2024년보다 낮아졌지만, 2023~2025년 평균은 1.48℃에 도달했다. 2015년부터 2025년까지의 11년은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11년으로 기록됐다. 한 해의 온도는 오르내리더라도 장기적인 상승 추세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WMO는 2025년에도 해양 온난화와 빙하 손실이 중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UNEP는 보고서에서 2024년의 첫 연간 1.5℃ 초과 이후 세계가 이미 20년 평균 1.5℃에 해당하는 기간으로 진입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재 각국이 발표한 기후공약을 모두 이행하고 추가적인 탄소중립 목표까지 달성하는 낙관적인 경우에도 최고 온난화 수준은 약 1.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요한 것은 1.5℃를 넘는 정확한 날짜를 정하는 데만 있지 않다. 지금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온난화의 정점을 얼마나 높이고, 1.5℃를 넘은 상태를 얼마나 오래 지속하게 할 것인지가 더 큰 문제다.
‘오버슈트’는 잠시 선을 넘는 일이 아니다
오버슈트는 일정한 한계나 목표를 넘어선 상태를 뜻한다. 기후정책에서는 세계 평균기온이 1.5℃를 넘어 정점에 도달한 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여 장기적으로 다시 1.5℃ 이하로 낮아지는 경로를 의미한다. UNEP는 이를 ‘초과·정점·하강 경로’로 설명했다. 먼저 온난화가 1.5℃를 넘어서는 초과 단계가 있고, 상승 속도가 둔화되면서 가장 높은 온도에 도달하는 정점 단계가 이어진다. 이후 온실가스 순배출을 마이너스로 만들어 기온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다시 일정 수준에서 안정시키는 단계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 과정이 짧은 시간 안에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버슈트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세기에 걸쳐 전개될 수 있다. 초과 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폭염과 홍수, 가뭄, 산불, 해수면 상승, 빙하 손실과 생태계 변화도 누적된다. 온난화의 정점이 높을수록 피해가 커지고, 초과 기간이 길수록 생태계와 사회가 회복할 시간을 잃는다. 빙상 붕괴와 해양순환 변화, 산림 생태계 전환과 같은 임계점을 넘어설 가능성도 커진다. 따라서 1.5℃를 넘어섰다는 이유로 감축을 포기하는 것과, 정점을 낮추기 위해 감축을 계속하는 것은 전혀 다른 미래를 만든다.
UNEP는 “1.5℃를 넘는 양호한 결과는 없다”고 진단한다. 동시에 온난화를 1.6℃에서 멈추는 것과 1.8℃ 또는 2℃까지 허용하는 것도 같은 결과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추가 상승을 0.1℃라도 줄이고, 초과 기간을 1년이라도 단축하면 인명과 생태계,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UNEP는 최고 온도가 낮고 초과 기간이 짧을수록 비가역적 임계점과 적응 한계를 넘을 위험도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온도는 내려가도 손실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오버슈트 경로를 낙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기온과 피해가 같은 속도로 되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평균기온을 다시 낮추더라도 이미 일어난 변화 가운데 일부는 수백 년 이상 지속되거나 사실상 회복할 수 없다. UNEP는 온난화가 1.5℃를 넘어서면 빙하와 빙상, 해빙, 영구동토, 적설 등 빙권 전반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2100년까지 세계 빙하 질량의 4분의 1 이상이 사라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해수면이 9~12.5㎝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빙하의 후퇴는 해수면뿐 아니라 빙하에 의존하는 지역의 물 공급과 농업, 수력발전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온난화가 정점을 지나 기온이 내려간다고 해서 사라진 빙하가 같은 속도로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빙하가 줄면서 불안정해진 산악지형과 달라진 하천 흐름, 그 과정에서 파괴된 마을과 기반시설도 자동으로 복구되지 않는다. 네팔의 무너진 계곡과 그곳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삶은 미래의 기온이 다시 1.5℃로 낮아진다고 해서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해수면도 마찬가지다. 대기 온도가 낮아진 뒤에도 따뜻해진 바닷물의 열팽창과 빙상 손실의 영향은 장기간 계속될 수 있다. 이미 침수되거나 사람이 살기 어려워진 섬과 해안지역에서는 주민들이 거주지를 옮기고 생계와 공동체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 생태계에서는 더 분명한 비가역성이 나타날 수 있다. 멸종한 생물종은 기온이 내려가도 돌아오지 않는다. 산호초나 산림이 다른 생태계로 전환되면 온도만 낮춘다고 이전 상태로 자연스럽게 복원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기온의 회복과 세계의 원상복구는 같은 의미가 아니다.
탄소를 걷어내면 기온을 되돌릴 수 있을까
오버슈트 이후 기온을 낮추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탄소중립 수준까지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배출량보다 제거량을 크게 만드는 ‘순배출 마이너스’ 상태가 장기간 유지돼야 한다. 탄소제거는 나무를 심고 산림과 습지를 복원하는 전통적인 방식과, 바이오에너지와 탄소포집·저장을 결합하거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해 지하에 저장하는 기술적 방식으로 나뉜다.
하지만 UNEP는 탄소제거를 현재의 배출 감축을 늦춰도 된다는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탄소제거 기술에는 토지와 물, 에너지, 비용, 저장공간의 한계가 있으며 대규모 적용 과정에서 식량생산과 생태계, 지역주민의 권리가 충돌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잔여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다는 전제에서도 현재 수준의 조림과 산림관리로 세계 평균기온을 0.1℃ 낮추는 데 10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지하 저장에 의존하는 기술적 탄소제거 역시 저장공간과 에너지 수요, 경제성의 제약을 받는다. 최고 온난화 수준이 약 1.8℃를 넘으면 금세기 안에 다시 1.5℃로 돌아가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산림과 토양, 해양이 탄소를 흡수하고 유지하는 능력도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UNEP는 낙관적으로 탄소제거 기술을 확대하더라도 금세기 중 낮출 수 있는 온도는 수십 분의 몇 도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결국 가장 확실하고 빠른 대응은 지금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다른 온실가스를 먼저 줄이는 것이다. 탄소제거는 감축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감축하고도 남는 배출을 상쇄하고 장기적으로 기온을 낮추기 위한 보완수단이다.
감축과 적응을 동시에 시작해야 한다
기존의 기후정책에서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감축과 이미 발생하는 피해에 대비하는 적응이 서로 다른 영역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오버슈트 시대에는 두 대응을 분리하기 어렵다. 감축이 늦어지면 기후재난이 늘고, 국가는 복구와 긴급구호에 더 많은 재정을 사용해야 한다. 이는 다시 장기적인 감축과 적응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태양광과 풍력, 수력발전 같은 저탄소 기반시설도 변화한 홍수와 폭염, 산불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기후재난에 의해 파괴될 수 있다.
네팔 재난은 이러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수력발전시설이라도 급격히 달라지는 빙하와 하천, 산악재난의 위험을 설계에 반영하지 못하면 새로운 피해의 중심이 될 수 있다. 감축을 위한 시설이 곧바로 안전한 시설을 뜻하지는 않는다. UNEP는 오버슈트 대응을 세 단계로 제시했다. 1.5℃에 접근하고 이를 넘어서는 초기에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빠르게 감축하는 동시에 취약한 사람과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 기온이 정점에 이르는 시기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심각해지는 피해를 감당할 사회적 회복력을 구축해야 한다. 기온이 하락하고 안정되는 장기 단계에서는 순배출 마이너스를 지속하면서 되돌릴 수 없는 변화에 맞춘 장기적인 적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 단계들이 세계 모든 지역에서 같은 순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아직 예방이 가능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이주와 생계 전환이 시작될 수 있다. 한 국가 안에서도 재난에 노출되는 정도와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은 계층과 지역에 따라 다르다. 오버슈트 시대의 기후정책은 하나의 고정된 기준이 아니라 계속 변하는 위험에 따라 수정할 수 있는 체계가 돼야 한다.
가장 적게 배출한 사람들이 먼저 한계에 도달한다
기후위기의 피해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순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역사적 배출 책임이 적고 대응할 자원도 부족한 저소득 국가와 취약지역이 더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네팔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지만 빙하 후퇴와 산사태, 홍수, 수자원 변화에 크게 노출돼 있다. 고산지대를 지속적으로 관측할 장비와 전문인력, 조기경보 시설을 구축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면 복구비용이 국가재정을 압박하고, 교육과 보건, 빈곤감소 등에 사용돼야 할 자원이 재난 대응으로 이동한다.
온난화가 계속될수록 ‘누구를 먼저 보호할 것인가’, ‘반복적으로 파괴되는 시설을 어디까지 다시 지을 것인가’,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의 이주와 생계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문제가 커진다. 이는 과학과 기술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정치적·윤리적 문제다.
UNEP가 오버슈트 대응의 중심에 형평성과 정의를 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사적으로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고 대응 능력도 큰 국가가 더 빠르고 강하게 감축해야 하며, 기후위기에 가장 적게 기여한 국가가 가장 큰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재정과 기술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1.5℃를 넘는다고 목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계가 1.5℃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진단은 기후정책의 실패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를 1.5℃ 목표를 포기해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1.5℃는 넘어서는 순간 모든 가능성이 사라지는 절벽이 아니다. 동시에 넘어가도 큰 차이가 없는 숫자도 아니다. 온난화가 조금씩 더해질 때마다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 산불, 해수면 상승과 빙하 손실의 위험이 증가한다. 1.5℃에서 멈추지 못했다면 1.6℃에서 멈춰야 하고, 1.6℃에서 멈추지 못했다면 1.7℃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오버슈트라는 개념이 배출 감축을 미룬 채 미래의 탄소제거 기술에 해결을 맡기는 면죄부가 돼서도 안 된다. UNEP가 제시한 오버슈트 경로는 안전하거나 바람직한 선택지가 아니라, 수십 년간 충분히 행동하지 못한 세계에 남은 최선의 대응에 가깝다.
앞으로의 과제는 1.5℃ 목표의 성공과 실패를 선언하는 데 있지 않다. 얼마나 적게 넘고, 얼마나 짧게 머물며, 초과 기간에 누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 있다. 지금의 감축은 온난화의 정점을 낮추고, 지금의 적응은 그 정점에 도달하기 전까지 살아갈 사람과 생태계를 지킨다.
기온은 미래에 다시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이미 발생한 모든 손실의 회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네팔의 무너진 산과 사라진 마을이 보여주듯, 오버슈트 시대의 기후정책은 온도계의 숫자뿐 아니라 그 숫자를 넘어서는 동안 잃게 될 삶과 장소, 되돌릴 수 없는 시간까지 책임지는 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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