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시리즈 ]다른 나라의 대학은 어떻게 설계되는가? : OECD로 읽는 포르투갈 고등교육의 선택들 ④ -대학–폴리테크닉 이원화가 남긴 질문 : 다양화는 평등을 만들었는가 ?

다른 길을 만든다는 약속

포르투갈의 고등교육 체계는 오래전부터 이원화된 구조를 유지해 왔다. 전통적인 연구 중심 대학(university)과 실무·직업 중심의 폴리테크닉(polytechnic)이 서로 다른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고등교육의 단일한 서열을 완화하고, 다양한 학습 경로를 제공하겠다는 정책적 의도를 담고 설계됐다. 모든 학생이 동일한 유형의 대학을 목표로 경쟁하는 대신, 각자의 적성과 지역 여건, 노동시장 수요에 맞는 경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상이었다. OECD 역시 이원화 구조의 이러한 정책적 의도를 부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폴리테크닉은 고등교육 접근성을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지역 기반 인재 양성과 실무 교육 측면에서는 분명한 성과를 거둔 기관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제도의 취지가 아니라, 그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해 왔는가다. 다양화를 목표로 설계된 구조가 시간이 흐르면서 또 다른 분리와 서열의 언어로 읽히기 시작했다면, 그 지점에서 제도는 다시 질문의 대상이 된다.

OECD가 포르투갈의 대학–폴리테크닉 구조를 분석하면서 던지는 핵심 질문은 단순하다. 이원화는 선택의 다양성을 넓혔는가, 아니면 학생을 다른 방식으로 구분했을 뿐인가라는 질문이다. 형식적으로 보면 두 유형의 기관은 모두 고등교육에 속하며, 학위 역시 국가적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학생이 이 두 경로에 배치되는 방식과, 그 이후 경험하는 교육 환경과 사회적 인식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앞선 회차에서 살펴본 것처럼, 성적과 정원 규제를 거쳐 상위 성적 학생은 연구 중심 대학으로, 그렇지 않은 학생은 폴리테크닉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반복된다. 이 과정이 누적되면서, 이원화는 점차 능력과 배경을 가르는 암묵적 기준으로 작동하게 된다. OECD는 이 지점에서 다양화(diversification)가 분절(segmentation)로 전환되는 위험을 경고한다. 제도는 서로 다른 길을 제공한다고 말하지만, 사회는 그 길에 다른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하고, 그 평가는 다시 학생의 선택과 기대를 제약하는 조건으로 돌아온다.

이동 가능한 경로였는가, 고정된 트랙이었는가

포르투갈의 대학–폴리테크닉 이원화 구조는 제도적으로는 상호 이동이 가능한 체계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폴리테크닉에서 대학으로의 편입, 학위 단계 간 이동, 학습 성과에 따른 경로 수정은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이러한 유연성은 이원화 구조가 서열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는 정책적 설명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자주 제시돼 왔다. 그러나 OECD는 이 ‘형식적 이동 가능성’과 ‘실질적 이동성’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폴리테크닉에서 대학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제한적이며, 이동이 발생하더라도 주로 특정 전공이나 지역에 국한되는 경향을 보인다. 학점 인정의 불확실성, 추가적인 학업 부담, 생활비와 시간 비용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장벽으로 작용한다. 특히 이미 학업과 노동을 병행하고 있는 학생일수록 경로 변경은 위험한 선택이 된다. OECD는 이로 인해 이원화 구조가 초기 배치 이후에는 쉽게 수정되지 않는 ‘고착된 트랙’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원화 구조의 영향은 학위 명칭보다 학습 경험과 이후 경로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대학과 폴리테크닉은 교육 내용과 방식, 연구 자원, 교수 구성에서 차이를 보이며, 이는 학생이 형성하는 네트워크와 노동시장 진입 경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OECD는 특히 연구 중심 대학 졸업생이 더 넓은 직업 이동성과 장기적 경력 확장 가능성을 갖는 경향을 지적한다. 반면 폴리테크닉 졸업생은 상대적으로 빠른 노동시장 진입과 지역 기반 취업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이후 경로 전환의 폭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이 차이는 제도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를 만든다. 실무 중심 교육이라는 특성이 선택의 다양성으로 읽히기보다는, 상위 경로와 하위 경로를 구분하는 신호로 작동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OECD는 이 지점에서 이원화 구조가 단기적 효율성과 장기적 형평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취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다양한 경로를 제공하는 것이 곧바로 평등한 기회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경로 간의 이동성과 사회적 평가가 함께 설계되지 않는 한 분절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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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화 정책의 성과와 한계

OECD는 포르투갈의 이원화 구조를 단순히 실패로 규정하지 않는다. 폴리테크닉은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완화하고, 고등교육 접근성을 넓히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해왔다. 특히 수도권 외 지역에서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노동시장과 연계된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은 분명한 성과로 평가된다. 이는 단일한 대학 중심 체계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정책 목표였다. 그러나 보고서는 동시에 이 성과가 새로운 질문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접근성의 확대와 다양화가 장기적으로 사회적 이동성을 강화했는지, 아니면 다른 방식의 고정화를 만들어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원화 구조가 지속될수록, 학생들은 제도적으로 허용된 이동 가능성보다 사회적으로 인식된 경로의 차이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OECD는 이 지점에서 다양화 정책이 성공으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경로 간 이동성, 학습 성과의 상호 인정, 노동시장에서의 공정한 평가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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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OECD가 포르투갈의 대학–폴리테크닉 이원화 구조를 통해 던지는 결론은 단순한 제도 평가를 넘어선다. 이원화가 평등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경로의 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학생이 어느 경로에서 출발하든, 학습 성과가 공정하게 인정되고, 필요할 경우 경로를 수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이동성이 보장돼야 한다. 또한 대학과 폴리테크닉이 제공하는 교육 경험의 차이가 사회적 가치의 차이로 곧바로 환원되지 않도록, 노동시장과의 연계 방식 역시 함께 설계돼야 한다. 보고서는 특히 이동성을 제도의 예외가 아니라 정상적인 선택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편입과 학점 인정, 학위 단계 간 연계가 형식적으로 허용돼 있는 수준을 넘어, 학생이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경로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원화는 다양화라는 이름 아래, 학생을 조기에 분류하고 고정시키는 구조로 남게 된다. OECD가 경고하는 것은 제도의 실패라기보다, 제도가 만들어내는 결과를 점검하지 않는 태도에 가깝다.

포르투갈 사례가 남긴 질문

포르투갈의 고등교육은 실패의 사례도, 단순한 성공의 사례도 아니다. 접근성 확대, 정원 관리, 학생 지원, 교육 유형의 다양화까지, 고등교육이 직면한 대부분의 과제를 비교적 성실하게 실험해 온 국가다. 그럼에도 형평성 문제와 경로 고착, 지연된 완수와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고등교육이 더 많은 학생을 받아들이는 단계 이후에 요구되는 질문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문제는 누가 들어오는가가 아니라, 들어온 이후 어떤 경로를 경험하게 되는가다. 이 시리즈는 포르투갈이라는 사례를 통해 고등교육의 설계가 얼마나 많은 선택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접근성은 형평성과 다르고, 공정성은 결과로 평가돼야 하며, 다양화는 이동성과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점이 반복해서 드러났다. 이 질문들은 특정 국가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고등교육 진학률이 높아지고, 제도가 복잡해질수록, 선택은 점점 더 제도 안으로 숨는다. 고등교육의 미래는 더 많은 제도를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어떤 제도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끝까지 추적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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