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인재는 어디에서 길러져야 하는가. 그동안 이 질문에 대한 정책적 답은 비교적 분명했다. 수도권, 연구중심대학, 이공계 중심 학과가 AI 인재 양성의 주 무대였다. 그러나 교육부가 2026학년도부터 본격 추진하는 ‘AID(AI+Digital) 전환 중점 전문대학 지원사업’은 이 익숙한 구도를 정면으로 흔든다. AI 인재 양성의 거점을 연구대학이 아니라 지역 전문대학으로 확장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은 전문대학을 지역 기반 AI·디지털 교육의 허브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순히 특정 학과에 AI 교육을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문대학의 전공 전반과 대학 운영 체계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부는 2026년 신규 공모를 통해 24개 내외 전문대학을 선정해 대학당 최대 10억 원, 총 240억 원 규모의 재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 대상은 단독형뿐 아니라 2~3개 대학이 참여하는 연합형 모델도 포함된다.
정책의 출발점은 산업 환경의 변화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AI 활용은 특정 기술 직무를 넘어 거의 모든 직무의 기본 역량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전문대학이 기존의 직업교육 기능을 넘어, 지역 산업과 연계된 AI 실무 인재를 길러내는 핵심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기본계획에서도 전문대학을 ‘AI·DX 직업기술 혁신의 지역 거점’으로 규정하며, 학생뿐 아니라 교직원, 재직자, 지역주민까지 포괄하는 교육 생태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AI 전공’ 중심 접근을 피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전공 불문 AI 교육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모든 전공 학생이 AI 기초, 응용, 전공연계(X+AI) 역량을 단계적으로 습득하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일부 대학에서 시도해온 AI 관련 학과 신설보다 훨씬 급진적인 접근이다. AI를 별도의 전공 영역으로 분리하는 대신, 모든 전공의 기본 언어로 만들겠다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교육 대상도 재학생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업 계획에는 교직원 대상 AI 교수법 연수와 행정 도구 활용 교육이 포함돼 있으며, 지역주민과 재직자를 위한 야간·온라인 기반 단기 교육과정도 주요 요소로 설정됐다. 전문대학을 청년 교육기관이 아니라 지역 단위 평생 직업교육 거점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이중 위기에 직면한 전문대학 정책의 방향 전환으로도 해석된다.
더 나아가 교육부는 대학 운영 전반에 AI를 도입하는 실험도 병행한다. 학생의 교과·비교과 데이터를 분석해 진로와 취업 경로를 설계하고, 중도 탈락 위험을 예측하는 AI 기반 학생 지원 체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한다. AI를 교육 내용이 아니라 대학 운영 인프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대학 행정과 학사 운영 방식까지 포함하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질문도 남는다. 전문대학 간 교육 여건 격차가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더 벌어질 가능성, 전공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과정에서 교육의 깊이가 희석될 위험, 단기 재정 지원 이후 지속 가능성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모든 전공에 AI’라는 구호가 실제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될지는 참여 대학의 역량과 지역 산업과의 연계 수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번 AID 전환 중점 전문대학 사업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AI 인재 양성은 더 이상 일부 엘리트 대학의 전유물이 아니며, 지역과 직업교육의 영역에서도 본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인식이다.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한 이 실험이 성공할 경우, 한국의 AI 인재 양성 지형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대학 #AI교육 #AID전환 #지역인재 #직업교육 #디지털전환 #고등교육정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