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시대 대학이 외면해온 가장 불편한 질문
생성형 AI를 둘러싼 대학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학생들이 어디까지 AI를 사용했는지, 과제가 얼마나 무력화됐는지, 어떤 규정을 만들어 통제할 것인지에 시선이 쏠린다. 대학의 공지문과 가이드라인도 대개는 허용과 금지의 경계, 부정행위 판별, 평가의 공정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이런 질문은 필요하다. 그러나 대학이 너무 오래 같은 질문만 붙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HEPI)에 4월 1일 게재된 What generative AI reveals about staff capability and institutional risk in higher education이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성형 AI는 단지 학생들의 새로운 도구가 아니라, 대학 내부에 오래 누적돼 있던 교육 설계의 불균형과 제도 운영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거울이라는 문제의식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학이 생성형 AI를 바라보는 방식은 지나치게 학생 중심적이다. 누가 과제를 대신 쓰게 했는지, 누가 표절의 경계를 넘었는지, 어떤 기술로 이를 적발할 것인지가 핵심 질문이 됐다. 하지만 정작 더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같은 대학 안에서도 교원마다 AI에 대한 이해 수준이 다르고, 이를 수업과 평가 안에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과 역량 역시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교원은 AI를 학습 과정 안으로 투명하게 끌어들여 학생의 비판적 판단력과 활용 역량을 함께 길러내려 한다. 반면 어떤 교원은 AI가 무엇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교육과정을 어떻게 다시 설계해야 하는지조차 불확실한 상태에 머문다. 생성형 AI는 학생의 일탈보다 먼저, 대학 내부의 준비 수준이 얼마나 들쭉날쭉한지를 폭로하고 있다.
문제는 이 차이가 단순한 개인차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학생은 대학의 정책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듣는 수업과 만나는 교수자를 통해 대학을 경험한다. 총장 명의의 담화문보다 더 현실적인 것은 과제 지시문 한 줄이고, 대학 차원의 AI 원칙보다 더 직접적인 것은 담당 교원의 설명과 태도다. 어떤 학생은 AI를 윤리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배우지만, 다른 학생은 금지와 경고, 모호한 기준, 혹은 서로 충돌하는 요구만 접하게 된다. 같은 대학에 다니고 같은 등록금을 내더라도 학생이 실제로 경험하는 교육의 질과 방향은 소속 전공과 담당 교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대학이 행정적으로는 하나의 기관일지 몰라도, 학습 경험 차원에서는 이미 여러 개의 대학으로 나뉘고 있는 셈이다.
이 지점에서 생성형 AI는 곧바로 형평성의 문제로 이어진다. AI 활용 능력은 더 이상 일부 기술 직무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미 다양한 전문 영역에서 생성형 AI는 문서 작성, 정보 정리, 초안 생성, 아이디어 구조화, 문제 해결 보조 도구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이 해야 할 일은 단순히 학생의 사용을 막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한계를 비판적으로 인식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일이어야 한다. 그런데 교원 역량의 편차가 그대로 방치된다면, 어떤 학생은 졸업과 함께 고도화된 AI 리터러시를 갖추게 되고, 어떤 학생은 아예 이런 환경을 경험하지 못한 채 사회로 나가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격차가 아니라 교육격차다. 원문이 지적하듯, 교원의 불균형한 AI 역량은 교육 불평등이 재생산되는 또 하나의 경로가 될 수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것이 단순한 연수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의 제도적 리스크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생성형 AI를 둘러싼 규제 담론은 학문적 진실성과 부정행위 방지에 크게 기울어 있었다. 그러나 과목마다 정책 해석이 다르고, 평가 재설계 수준이 들쭉날쭉하며, 학생에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충돌한다면, 대학은 전혀 다른 차원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 학생은 왜 같은 학교 안에서 어떤 과목에서는 허용되고 어떤 과목에서는 제재받는지 묻게 된다. 어떤 과제는 AI 활용을 전제로 하면서 다른 과제는 사용 사실만으로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공정성과 일관성, 품질보증의 문제는 더 이상 개별 수업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학생 민원과 불복, 대외 평가에서의 설명 책임, 기관 신뢰와 평판의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생성형 AI는 대학의 평가 체제를 흔드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학이 얼마나 일관된 교육 전략을 갖고 있는지를 시험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많은 대학은 여전히 익숙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책 문서를 만들고,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탐지 도구를 검토하고, 위반 사례에 대한 징계 기준을 정비하는 것이다. 원칙은 필요하고 제도도 필요하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교육이 바뀌지 않는다. 선언은 강의실을 바꾸지 못하고, 공지는 교육과정을 다시 설계하지 못한다. 생성형 AI 환경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인식 제고가 아니라 실제 수업과 평가를 바꿀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이다. 학습성과를 다시 쓰고, 과제를 다시 설계하고, 피드백 방식을 바꾸고, 학생에게 AI 사용의 목적과 한계를 설명할 수 있는 교육적 판단이 필요하다. 그런 역량은 일회성 워크숍 몇 번으로 생기지 않는다. 대학은 교원에게 시간을 줘야 하고, 실험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야 하며, 실패를 감수하면서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조직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바로 여기서 대학 조직의 오래된 한계도 함께 드러난다. 대학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를 정책의 문제로 다루는 데 익숙했다. 원칙을 정리하고, 대응 지침을 만들고,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요구하는 변화는 그보다 훨씬 깊다. 이것은 규정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정 전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문제다. 어떤 역량을 길러야 하는지,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지, 학생이 스스로 사고하는 과정과 도구를 활용하는 과정을 어떻게 구분하고 통합할 것인지, 전공별 전문성은 어떤 방식으로 AI와 접속해야 하는지를 함께 다뤄야 한다. 다시 말해, 생성형 AI는 대학에 기술정책이 아니라 교육철학과 조직역량을 묻고 있다. 그런데 대학이 여전히 학생 통제의 언어에 머무른다면, 더 큰 질문은 끝내 다루지 못한 채 지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학생이 AI를 어디까지 썼는지를 묻는 데서 멈출 것이 아니라, 대학이 교원을 얼마나 준비시켰는지를 물어야 한다. 평가를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가 아니라, 교육을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학생의 사용을 감시하는 체계보다 먼저, 교원의 학습과 실험을 뒷받침하는 체계를 갖췄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생성형 AI 시대 대학의 경쟁력은 탐지 프로그램의 정교함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학생을 얼마나 잘 단속하느냐가 아니라, 교원을 얼마나 잘 지원하고 교육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재구성하느냐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생성형 AI는 대학에 불편한 거울을 들이밀고 있다. 그 거울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학생들의 편법만이 아니다.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오랫동안 방치해 온 교수역량의 편차, 교육과정 설계의 취약성, 그리고 기관 차원의 전략 부재다. 학생만 통제하면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대학이라면, 이미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지 모른다. 진짜 위기는 학생이 AI를 쓰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그 변화에 맞게 스스로를 바꿀 준비를 하지 못한 데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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