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는 여전히 더 많이 번다…그러나 그 차이는 얼마나 대학이 만들어낸 것일까
대학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미국의 고등교육 정책연구기관인 Institute for Higher Education Policy(IHEP)는 최근 흥미로운 숫자 하나를 제시했다. 미국의 4년제 공립대학 졸업자들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가 연간 약 1,400억 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계산의 출발점은 어렵지 않다. 대학 졸업자가 고등학교 졸업자보다 얼마나 더 많은 소득을 얻는지를 계산하고, 대학에 다니는 데 들어간 비용을 반영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졸업자의 수를 적용하면 대학 학위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를 추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IHEP 분석에 사용된 25~34세 공립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연평균 소득은 6만2,300달러, 같은 연령대 고졸자는 3만5,700달러였다. 두 집단 사이에는 연간 2만6,600달러의 차이가 있었다.
대학의 경제적 효용을 설명하기에는 꽤 매력적인 숫자다. 사회가 대학에 투자한 만큼 졸업생은 더 높은 소득을 얻고, 그 소득은 소비와 세금으로 다시 경제에 돌아온다. 대학이 개인에게도 사회에도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관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 숫자가 발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Cato Institute의 Andrew Gillen은 정반대의 질문을 던졌다.
대학 졸업자가 더 많이 번다는 사실이 정말 대학이 그만큼의 가치를 만들어냈다는 뜻이냐는 것이다. 그는 「The $140 Billion Public-College Myth」에서 대학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무엇까지 포함해야 하는지, 대학에 다니느라 얻지 못한 임금은 어떻게 볼 것인지, 대학에 입학했다가 졸업하지 못한 학생은 어떻게 계산할 것인지 등을 문제 삼았다. 무엇보다 대졸자와 고졸자의 소득 차이 전부를 대학 교육이 만들어낸 효과로 볼 수 있느냐고 묻는다. 논쟁은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질문은 한국 대학에도 그대로 돌아온다.
대학 졸업자는 더 많이 번다. 그렇다면 그 차이는 얼마나 대학이 만들어낸 것일까.
대학 졸업장은 아직 값이 있다
먼저 분명히 할 것이 있다. 대학의 경제적 가치가 사라졌다고 말할 근거는 아직 없다.
한국은 세계에서도 대학 진학이 가장 보편화된 국가 가운데 하나다. OECD의 최근 자료에서 한국 25~34세 청년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70%를 넘어 OECD 최고 수준이다. 그리고 대졸자를 포함한 고등교육 이수자는 고졸 수준 학력자보다 평균적으로 약 31% 높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조사 보고서 역시 이 수치를 근거로 한국의 대졸 임금 프리미엄이 OECD 평균보다 낮지만 여전히 분명하게 존재한다고 정리했다. 그러니 “이제 대학을 나와도 아무런 경제적 이익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한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대학 학위에 값을 매기고 있다.
오히려 여기에서 더 어려운 질문이 시작된다. 노동시장은 대학에서 배운 것에 돈을 지불하는 것일까. 아니면 대학에 갈 수 있었고,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돈을 지불하는 것일까. 두 가지는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다. 대학이 학생에게 지식과 기술을 가르쳐 실제 생산성을 높였다면 높은 임금은 대학 교육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적자본 효과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애초에 같은 집단이 아니라면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학업성취도, 가정환경, 성취동기, 진로계획 등에서 대학 진학자는 진학 이전부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더라도 그 사람이 어느 정도 높은 노동시장 성과를 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학위 그 자체가 기업에 보내는 신호다. 기업은 채용 단계에서 한 사람의 능력과 성실성, 문제해결 능력을 완벽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대학 졸업장은 이 복잡한 정보를 비교적 간단하게 압축한다. 일정한 선발과정을 통과했고, 몇 년 동안 교육과정을 이수했으며, 요구된 과제를 수행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종의 인증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 학위의 가치는 적어도 세 부분으로 나눠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 실제로 새롭게 갖게 된 능력, 대학에 들어오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차이, 그리고 졸업장이 노동시장에 보내는 신호다.
우리는 그동안 이 세 가지를 하나의 숫자로 묶어 ‘대졸 임금 프리미엄’이라고 불러온 것은 아닐까.
대학이 만들어낸 것은 얼마인가
한국에서도 이 문제를 들여다본 연구가 있다. 한국교육고용패널을 이용해 대학교육의 임금 프리미엄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수능 성적을 대학 진학 이전 능력의 대리변수로 넣었을 때 4년제 대학교육의 투자수익률 추정치가 크게 낮아졌다. 조사 보고서는 그 감소 폭을 약 70%로 정리하고 있다. 이 결과를 “대졸자의 높은 임금 중 70%는 학위의 신호효과다”라고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수능 성적으로 측정되는 진학 전 능력과 학위의 신호효과는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 차이를 그대로 대학이 만들어낸 교육 효과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꽤 중요한 차이다. 예를 들어 같은 학생들을 무작위로 둘로 나눠 절반은 대학에 보내고 절반은 보내지 않은 뒤 수십 년 동안 임금을 비교할 수 있다면 대학의 효과를 비교적 깨끗하게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는 그런 실험이 불가능하다. 대학에 가는 사람과 가지 않는 사람은 이미 다르다. 어느 대학에 가는 사람과 다른 대학에 가는 사람도 다르다.
그 상태에서 졸업 후 연봉만 비교한 뒤 그 차이를 모두 대학 교육의 성과라고 말하면 대학은 자신이 만들어내지 않은 차이까지 자신의 성과로 가져올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학위의 가치’와 ‘대학 교육의 가치’를 구분할 필요가 생긴다.
평균 31%가 말하지 않는 것
평균이라는 숫자에도 함정이 있다. 대졸자가 평균적으로 31% 더 많이 번다고 해서 대학에 진학한 모든 사람이 31%의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 어떤 전공을 선택했는지, 어떤 직업과 기업에 들어갔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KDI는 이미 2014년 「한국은 인적자본 일등 국가인가?: 교육거품의 형성과 노동시장 분석」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분석에서는 4년제 대졸자 가운데 소득 하위 20% 집단의 임금이 고졸자의 평균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대졸 임금 프리미엄의 상승은 주로 상위 10% 집단에서 두드러졌다.
10여 년 전 연구이기 때문에 이를 지금의 모든 대졸자 상황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보여준다. ‘대학 진학의 평균적인 수익률’은 개별 학생에게 대학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떤 학생에게 대학은 매우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투자일 수 있다. 다른 학생에게는 상당한 등록금과 4년이라는 시간을 들였지만 경제적 효과가 거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학생이 대학을 선택할 때 필요한 정보도 달라져야 한다. “대졸자는 평균적으로 얼마를 더 버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이 대학에서 이 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이 대학을 거치며 무엇을 얻고, 졸업 후 어떤 경로를 걷는가”일 수 있다. 평균적인 대학의 가치가 아니라 개별 대학이 만들어내는 가치다.
그런데 기업은 왜 아직 학위를 보는가
여기까지 읽으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예상이 가능하다. 대학 학위가 개인의 실제 능력을 정확하게 보여주지 못한다면 기업도 결국 학위를 보지 않게 되지 않을까. 실제로 미국을 중심으로 ‘skills-based hiring’, 즉 학위보다는 실제 직무능력을 중심으로 채용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돼 왔다. 기업들은 채용공고에서 학위요건을 없애고 경력이나 기술을 대신 강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 채용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더디게 변했다.
Harvard Business School과 Burning Glass Institute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들이 채용공고에서 학위요건을 삭제하는 움직임은 상당히 늘었지만, 실제 비대졸자 채용 증가로 이어진 효과는 전체 신규채용을 기준으로 700건 가운데 1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공고에서 학위조건을 없앤 뒤에도 실제로 뽑은 사람의 학력 구성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말로는 학위를 보지 않겠다고 하지만 실제 채용에서는 여전히 학위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 현상은 대학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처럼 보인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기업이 대학 학위를 계속 보는 이유가 대학 교육의 뛰어난 성과를 믿기 때문인지, 아니면 사람의 능력을 더 싸고 신뢰성 있게 평가할 다른 방법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위는 여전히 강력한 신호다. 그러나 그 신호의 힘이 반드시 대학 교육의 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것이 오늘날 대학에 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대학이 강한 것인가. 대학 졸업장이 강한 것인가.
AI가 대학을 없앨 것이라는 성급한 결론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이 질문은 더욱 자주 등장한다. AI가 지식을 설명하고 글을 쓰고 코드를 만들 수 있다면 굳이 대학에서 4년 동안 공부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기업이 AI를 이용해 지원자의 능력을 직접 평가할 수 있게 되면 학위도 필요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직 그렇게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직무 중심 채용의 경험에서도 나타나듯 학위를 대체하는 신뢰할 만한 평가체계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오히려 AI가 만들어낸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 각종 결과물이 늘어날수록 누가 어떤 능력을 실제로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문제는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AI가 학위의 가치를 떨어뜨릴지,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인증의 가치를 높일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AI가 분명하게 만드는 질문 하나는 있다.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으로 대학 교육의 가치를 설명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학생이 강의실에서 들을 수 있는 설명을 AI에게도 들을 수 있고, 과제의 초안을 AI가 만들 수 있으며, 필요한 지식을 언제든 검색할 수 있게 된다면 대학은 자신이 학생에게 무엇을 추가하고 있는지를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학위의 가격이 아니라 학생의 변화를 증명해야
대학의 가치를 연봉으로 계산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학생은 대학에 상당한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정부와 사회도 고등교육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한다. 그 결과가 무엇인지 묻는 것은 당연하다. 졸업자의 취업률과 임금 역시 중요한 대학의 성과다. 문제는 그것을 대학의 가치 전부로 받아들이는 순간 시작된다. 대졸자의 높은 연봉 가운데 일부는 대학이 만들어낸 능력에서 비롯되고, 일부는 대학에 입학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차이에서 나오며, 또 일부는 졸업장이 가진 노동시장 신호에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대학이 자신의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한다. 입학할 때의 학생과 졸업할 때의 학생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지식이 얼마나 늘었는지뿐만이 아니다.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 정보를 판단하는 능력,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능력, 자신의 생각을 논증하는 능력, 새로운 상황에서 배운 것을 적용하는 능력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한 학생이 대학이라는 공간을 거치지 않았다면 갖기 어려웠을 변화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 교육의 ‘부가가치’다.대학 졸업장이 아직 노동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갖는다는 것은 대학에 오히려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간이 영원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기업이 사람의 능력을 더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을 찾고, 학생과 학부모가 대학별 교육성과를 더 구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 대학 졸업생은 잘 취업한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해질 수 있다.
1,400억 달러라는 숫자로 시작된 미국의 논쟁은 결국 하나의 오래된 질문으로 돌아온다.
대학은 학생에게 무엇을 주는가. 졸업장이 값비싸다는 사실과 교육이 훌륭하다는 사실은 같은 것이 아니다. 대학이 앞으로 증명해야 할 것은 졸업장의 가격이 아니라 한 학생이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통해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무엇을 할 수 있게 됐는가다. 학위의 가치가 아니라 교육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
한국 대학의 다음 경쟁은 어쩌면 거기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대학의가치 #고등교육 #대졸임금프리미엄 #학위가치 #대학교육 #인적자본 #대학혁신 #AI시대대학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