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은 부실대학 정리라는 이름으로 추진됐지만, 폐교의 충격은 학생과 교직원, 지역사회가 먼저 떠안았다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것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말은 간단해 보인다. 더 이상 학생을 모집하지 않고, 강의가 중단되며, 캠퍼스의 문이 닫힌다. 그러나 대학 폐교는 행정 절차의 종료가 아니다. 학생의 학업 경로가 끊기고, 교직원의 일터가 사라지며, 지역의 경제와 생활권이 흔들리는 사건이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에 있는 대학의 폐교는 지역사회 전체의 충격으로 이어진다. 대학 주변의 원룸, 식당, 카페, 서점, 버스 노선, 문화공간은 학생과 교직원의 생활을 기반으로 유지된다. 대학이 사라지면 이 생활권도 함께 약해진다. 청년이 떠나고, 지역 소비가 줄고, 도시의 활력이 낮아진다. 대학 폐교는 학교법인 하나의 실패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와 연결된 사회적 사건이다.
2017년 폐교된 서남대 사례는 이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북 남원에 있던 대학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경제에 상당한 손실이 발생했고, 대학이 지역사회에서 수행하던 기능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곧 지역의 위기라는 말이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런데 폐교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시간 누적된 재정 악화, 학생 모집난, 행정 제재, 평가 하위등급, 구조조정 압박의 결과다. 폐교는 대학재정지원사업 30년의 주변부 사건이 아니라 그 정책 구조가 도달한 가장 극단적인 결말이다.
구조조정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한국 대학 구조조정의 배경에는 1995년 5·31 교육개혁 이후의 대학 팽창이 있다. 대학설립 준칙주의는 고등교육 기회를 넓혔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과잉의 기반도 만들었다. 학령인구 감소가 예고된 상황에서 대학 수와 정원은 빠르게 늘었고, 특히 사립대학 중심의 공급 구조가 확대됐다. 학생 수가 늘던 시기에는 이 문제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대학은 등록금 수입으로 운영될 수 있었고, 지역마다 대학 설립은 지역 발전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출생아 수 감소가 대학 입학자원 감소로 이어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학생 모집이 어려워진 대학부터 재정난이 심화됐고, 그 충격은 지방 중소 사립대학에 집중됐다. 정부는 이 문제에 구조조정으로 대응했다. 대학 정원을 줄이고, 부실 대학을 선별하며, 재정지원 제한과 학자금 대출 제한을 통해 퇴출 압력을 높이는 방식이었다. 표면적으로는 고등교육의 질 관리와 학생 보호를 위한 조치였다. 교육 여건이 부실한 대학에 계속 학생을 입학시키는 것은 학생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처음부터 어려운 질문을 안고 있었다. 부실 대학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 재정지원 제한은 대학 정상화를 돕는 수단인가, 아니면 폐교로 가는 통로인가. 대학이 문을 닫을 때 학생과 교직원,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구조조정은 평가와 재정지원 제한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 대학 구조조정의 특징은 법률에 근거한 명시적 퇴출 제도보다 행정과 재정을 통한 압박이 더 강하게 작동했다는 점이다.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법률 제정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충분히 제도화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구조조정은 멈추지 않았다. 정부는 평가를 통해 대학을 등급화하고, 하위 등급 대학에는 재정지원사업 제한, 국가장학금 제한, 학자금 대출 제한 등을 적용했다. 법으로 강제 폐쇄를 명령하기 전에, 재정과 학생 모집의 통로를 좁히는 방식이었다. 대학 입장에서 이는 매우 강력한 조치였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에서 배제되고, 학생들이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면 신입생 모집은 급격히 어려워진다. 이 방식은 겉으로는 간접적이다. 정부가 모든 대학에 즉각 폐쇄 명령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정지원과 학생 지원을 제한하면 대학은 생존 기반을 잃는다. 특히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학에게 학생 모집의 위축은 곧 재정 악화로 이어진다. 재정 악화는 다시 교육 여건 악화로 이어지고, 교육 여건 악화는 다음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 악순환이 반복되면 대학은 정상화보다 폐교에 가까워진다.
이 점에서 구조조정은 단순한 질 관리 정책이 아니었다. 그것은 재정지원정책과 결합된 퇴출 메커니즘이었다. 어떤 대학에 돈을 줄 것인가의 문제는 어떤 대학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을 것인가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었다.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충격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는 한국 고등교육 구조조정의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정부는 전국 대학을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고, 등급에 따라 정원 감축과 재정지원 제한을 적용했다. 이 평가는 대학의 교육 여건과 운영 실태를 점검한다는 명분을 갖고 있었지만, 대학 현장에서는 생존을 가르는 평가로 받아들여졌다. 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은 곧바로 어려움에 직면했다. 재정지원사업 참여가 제한되고,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었다. 신입생과 학부모는 해당 대학을 기피하게 되고, 언론 보도는 대학의 이미지를 더 악화시켰다. 하위 등급은 단순한 행정 평가 결과가 아니라 대학의 평판과 모집 경쟁력에 직접 타격을 주는 낙인이었다.
이 평가 체계는 대학의 조직을 바꾸었다. 하위 등급을 피하기 위해 대학들은 기획, 교무, 학생지원, 취업지원, 평가관리 조직을 강화했다. 각종 지표를 관리하고, 정성평가에 대응하기 위한 문서와 제도를 정비했다. 겉으로는 개선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평가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변화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대학들은 서로 비슷해졌다. 평가 기준에 맞춰 조직을 만들고, 같은 종류의 위원회를 설치하고, 비슷한 교육품질관리 체계를 갖추었다. 대학의 역사와 지역적 역할, 교육철학보다 평가표가 우선했다. 구조조정 평가는 부실 대학을 가려내는 장치였지만, 동시에 대학을 획일적인 평가 대응 조직으로 만드는 장치이기도 했다.
하위 등급 대학은 회복할 수 있었나
구조조정 정책은 하위 등급 대학에게 개선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됐다. 컨설팅을 받고, 교육 여건을 개선하며, 지표를 높이면 제한이 해제될 수 있다는 구조였다. 그러나 실제로 회복은 쉽지 않았다. 이미 재정이 취약한 대학은 개선을 위해 필요한 자원을 갖고 있지 않았다. 전임교원을 늘리고, 학생 지원을 강화하고, 교육시설을 개선하고, 행정 시스템을 정비하려면 돈과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하위 등급 대학은 바로 그 돈과 사람이 부족한 대학이다. 재정지원 제한은 개선을 위한 자원을 더 줄였다.
학생 모집도 마찬가지다. 한 번 하위 등급으로 알려진 대학은 신입생 모집에서 불리해진다. 학생이 줄면 등록금 수입이 줄고, 재정이 악화되며,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 악순환 속에서 일부 대학은 정상화보다 퇴출에 가까워졌다. 물론 교육 여건이 부실하고 학생 보호가 어려운 대학을 그대로 두는 것도 책임 있는 정책이 아니다. 문제는 퇴출의 방식이다. 회복 가능한 대학과 회복이 어려운 대학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회복을 지원할 재정과 시간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폐교가 불가피한 경우 학생과 교직원, 지역사회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했다. 그러나 한국의 구조조정은 평가와 제한 조치를 중심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정상화를 위한 공적 개입과 퇴출을 위한 절차가 충분히 구분되지 못했다. 그 결과 하위 등급은 개선의 출발점이 아니라 폐교의 예고처럼 받아들여졌다.
폐교의 첫 피해자는 학생이다
대학 폐교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학생이다. 학생은 특정 대학과 학과를 선택해 입학했고, 그곳에서 졸업까지의 학업 경로를 기대한다. 그런데 대학이 폐교되면 이 경로가 끊긴다. 다른 대학으로 편입하거나 특별 편입 절차를 밟아야 하고, 기존에 이수한 학점이 얼마나 인정될지, 전공이 이어질지, 졸업 시점이 늦어질지 불확실해진다. 특히 고학년 학생일수록 피해가 크다. 전공 심화 과정을 거의 마친 상태에서 다른 대학으로 옮기면 교육과정 차이 때문에 졸업 요건을 다시 맞춰야 할 수 있다. 실험·실습 장비나 자격증 연계 과정이 있는 학과는 더 복잡하다. 학생은 대학 선택의 실패를 개인적으로 떠안게 된다.
또한 폐교 대학 출신이라는 낙인도 문제다. 학생은 잘못이 없지만, 사회는 대학의 폐교를 학생의 경력에까지 연결해 볼 수 있다. 폐교로 인해 다른 대학으로 편입한 학생은 자신의 학업 이력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는 단순한 행정 이전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의 자존감과 진로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따라서 폐교 정책에서 학생 보호는 가장 앞에 놓여야 한다. 편입 기회 제공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학점 인정, 전공 연속성, 장학금과 생활비 지원, 심리상담, 진로 지원, 졸업 이후 이력 관리까지 포함한 종합적 지원이 필요하다. 대학 구조조정의 책임을 학생이 떠안게 해서는 안 된다.
폐교는 교직원에게도 치명적이다. 교수와 직원은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는다. 특히 지방대학의 교직원은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다른 대학으로 이동할 기회도 제한적이다. 학과가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과정에서 비정년 교원, 강사, 계약직 직원부터 먼저 불안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교수에게 폐교는 단순한 직장 상실을 넘어 학문적 기반의 붕괴이기도 하다. 연구실, 학생, 교육과정, 지역사회와의 관계가 한꺼번에 사라진다. 직원에게는 지역에서 쌓아온 경력과 생계 기반이 무너지는 사건이다. 학교법인의 부실 운영이나 정책 실패의 결과가 개인 노동자의 해고로 귀결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구조조정 논의에서 교직원의 문제는 자주 부차화된다. 학생 보호는 정책적으로 언급되지만, 교직원 고용과 생계, 재취업, 퇴직 보상, 경력 전환 지원은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다. 부실대학 정리라는 명분 아래 교직원은 구조조정의 비용으로 처리되기 쉽다.
대학은 지역의 큰 고용기관이다. 폐교는 수백 명의 일자리를 한꺼번에 없앨 수 있다. 이는 지역경제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 폐교 정책이 책임 있는 정책이 되려면 교직원 보호와 전환 지원을 포함해야 한다. 교육기관의 실패를 노동자의 생계 붕괴로만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
지역사회가 떠안는 비용
폐교의 비용은 지역사회로 확산된다. 대학이 사라지면 지역의 청년 인구가 줄고, 상권이 위축되며, 지역 문화와 교육 인프라가 약해진다. 대학은 단순한 학교가 아니라 지역의 사회적 자본이다. 지역 주민은 대학 캠퍼스를 산책하고,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대학 축제와 문화행사를 통해 지역의 활력을 경험한다. 지역 기업은 대학과 인턴십, 연구, 채용을 연결한다. 대학이 문을 닫으면 이 연결망이 끊어진다. 특히 대학 의존도가 높은 중소도시는 충격이 크다. 대학생이 사라지면 원룸 공실이 늘고, 식당과 상점 매출이 줄며, 교통 수요도 감소한다. 지역 청년이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지역의 혼인, 출산, 소비, 창업 가능성도 낮아진다.
이 비용은 학교법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사회 전체가 떠안는다. 그러나 폐교 결정 과정에서 지역사회가 충분히 참여했는지는 의문이다. 대학이 지역의 핵심 인프라라면, 폐교는 교육부와 학교법인만의 행정 절차로 결정될 수 없다. 지자체, 지역 주민, 학생, 교직원, 지역 기업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 폐교가 불가피하다면, 캠퍼스 부지와 시설을 지역사회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다. 폐교 캠퍼스가 방치되면 지역의 흉물이 되고, 적절히 전환되면 평생교육, 창업, 공공서비스, 문화공간, 지역산업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대학 폐교 정책은 닫는 절차만이 아니라 닫은 이후의 지역 재생 전략까지 포함해야 한다.
부실대학 정리의 필요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교육 여건이 심각하게 부실하고, 학생에게 정상적인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며, 학교법인이 책임 있는 운영을 하지 않는 대학을 그대로 두는 것은 공공의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다.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일정한 질 관리와 퇴출 장치는 필요하다. 그러나 부실대학 정리가 필요하다는 말이 지금까지의 방식이 충분히 정당했다는 뜻은 아니다. 대학의 위기는 개별 학교법인의 문제와 구조적 환경의 문제가 결합되어 있다. 부실 운영과 비리가 있는 대학은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시에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 등록금 동결, 지방 산업 쇠퇴, 경쟁형 재정지원 구조가 만든 위기도 함께 봐야 한다.
모든 책임을 개별 대학에만 돌리면 정책의 책임은 사라진다. 정부가 대학 설립을 완화해 공급을 늘렸고, 오랫동안 경쟁형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일부 대학에 자원을 집중했으며, 지방대학의 구조적 불리함을 충분히 보정하지 못했다면 폐교의 책임은 더 넓게 논의되어야 한다. 부실대학 정리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학생 보호, 교직원 보호, 지역사회 보호, 자산의 공공적 처리, 고등교육 기회 보장이라는 원칙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경쟁에서 밀린 대학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고등교육의 공공성은 약해진다.
사립대학 자산은 누구의 것인가
폐교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는 사립대학의 자산 처리다. 사립대학은 사적 법인이 운영하지만, 그 운영에는 학생 등록금과 국가장학금, 정부 재정지원, 지역사회의 지원이 함께 들어간다. 캠퍼스와 시설은 학교법인 소유일 수 있지만, 그 형성과 유지에는 공적 성격의 재원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폐교 이후 잔여재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학교법인의 책임 있는 운영 실패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면, 그 자산이 사적 이익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고등교육과 지역사회에 다시 쓰일 수 있도록 공공적 원칙이 필요하다.
이 문제는 사립대학 지원 논의와도 연결된다. 국가가 사립대학에 더 많은 재정을 지원하려면, 그만큼 사립대학의 회계 투명성과 공공성도 강화되어야 한다. 반대로 사립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지 않은 채 재정지원만 확대하면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폐교 과정은 이 문제를 가장 날카롭게 드러낸다. 대학 자산은 법적으로 누구의 것인가를 넘어, 사회적으로 누구의 책임 아래 놓여야 하는가를 묻게 한다.
폐교는 한 대학의 끝이지만, 고등교육 구조조정의 끝은 아니다. 오히려 폐교 이후에도 질문은 남는다. 그 지역의 고등교육 기회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학생과 교직원은 어디로 가는가. 캠퍼스와 시설은 어떻게 쓰이는가. 지역사회는 어떤 대안을 갖는가. 남은 대학들은 같은 경로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가. 학령인구 감소는 계속된다. 지방대학의 충원난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대학 통폐합, 정원 감축, 폐교 논의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개별 대학의 폐교를 사후 처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등교육 체제 전체의 재배치 전략이다.
어떤 지역에 어떤 유형의 대학이 필요한지, 국립대와 사립대의 역할을 어떻게 조정할지,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의 기능을 어떻게 나눌지, 지역사회와 대학 시설을 어떻게 공유할지, 폐교 위험 대학을 조기에 어떻게 지원하거나 전환할지에 대한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폐교를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폐교는 마지막 선택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마지막 선택은 학생과 교직원, 지역사회 피해를 최소화하는 공공적 절차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을 닫는 일은 시장에서 한 기업이 퇴출되는 일과 같지 않다. 대학은 공공적 교육기관이고, 지역의 사회적 기반이다.

평가가 대학을 살릴 수 있는가
대학 구조조정의 핵심 도구는 평가였다. 그러나 평가는 대학을 살릴 수 있는가. 평가는 문제를 드러낼 수는 있다. 어느 대학의 충원율이 낮은지, 전임교원 확보율이 부족한지, 재정 건전성이 약한지, 학생 지원이 미흡한지를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평가는 그 자체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평가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회복 가능한 대학에는 충분한 시간과 재정, 전문적 컨설팅을 제공해야 한다. 회복이 어려운 대학에는 학생 보호와 지역 대안을 포함한 질서 있는 전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부실 운영과 비리에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지역 고등교육 기반이 사라지지 않도록 공공적 대안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구조조정은 평가와 제한에 비해 회복 지원과 전환 설계가 약했다. 대학은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으면 낙인 효과를 먼저 경험했다. 제한 조치는 빠르게 작동했지만, 정상화를 위한 자원은 충분하지 않았다. 이런 방식에서는 평가가 대학을 살리는 도구가 아니라 폐교로 가는 경고장처럼 작동할 수 있다.
폐교는 한국 대학재정지원사업 30년의 불편한 결말이다. 정부는 대학을 평가했고, 재정을 차등 지원했으며,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대학은 성장했고, 일부 대학은 버텼으며, 일부 대학은 사라졌다. 사라진 대학의 자리에는 학생의 불안, 교직원의 실직, 지역사회의 공백이 남았다. 폐교를 단순히 부실대학 정리로만 보면 이 구조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책임져야 할 대학과 학교법인은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정책의 책임도 있다. 대학설립 준칙주의로 공급을 확대했던 국가, 등록금 동결 속에서도 안정적 고등교육 재정을 충분히 제도화하지 못했던 국가, 경쟁형 재정지원사업으로 대학 간 격차를 키웠던 정책 구조, 지방대학의 조건을 충분히 보정하지 못했던 평가 체계가 함께 이 결과를 만들었다. 대학 폐교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냉정한 퇴출 논리만이 아니다. 더 필요한 것은 책임 있는 전환의 원칙이다. 학생을 보호하고, 교직원의 경력 전환을 지원하며, 지역의 고등교육 기반을 유지하고, 사립대학 자산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원칙이다. 고등교육 체제의 재편은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재편이 약한 대학과 지역에만 비용을 떠넘기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다음 회차에서는 등록금 동결을 다룬다. 폐교와 구조조정의 배경에는 대학 재정의 장기적 압박이 있다. 2010년대 이후 등록금 동결과 국가장학금 확대는 학생 부담을 낮추는 데 기여했지만, 대학 운영 재정에는 새로운 긴장을 만들었다. 학생을 위한 정책이 대학 재정에는 어떤 결과를 남겼는가. 등록금 동결 16년은 한국 대학의 속살을 어떻게 드러냈는가. 그 질문이 9회차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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