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느린학습자 교육여건 개선’ 토론회 개최

IQ 71~84 경계선 지능인 약 80만 명… “국가책임 맞춤형 지원체계 시급”

국회에서 느린학습자의 교육여건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느린학습자시민회(이사장 송연숙)와 권칠승·김문수·박홍근·백승아·이상식·홍기원 의원이 공동 주최한 「느린학습자의 교육여건 현황과 개선방안」 국회토론회가 9월 2일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당사자와 학부모, 교육 전문가, 정부 관계자가 함께 모여 현황을 점검하고,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자리였다.

‘느린학습자’는 표준화된 지능검사에서 IQ 71~84 사이에 해당하는 경계선 지능인을 뜻한다. 이는 발달장애의 범주에는 들지 않지만, 일반적인 학습 속도에 비해 이해와 적응이 느린 집단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2~14%에 해당하는 약 80만 명이 여기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학교 교육 과정에서 학습 부진과 따돌림을 경험하기 쉽고, 졸업 후에도 취업과 자립 과정에서 반복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명확한 국가 통계와 연구는 부족하다. 정부와 지자체, 각 부처에서 부분적으로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기관별로 분절적으로 추진돼 효과성이 떨어지고 있다. 또한 지역별 교육 인프라 격차가 커서, 많은 느린학습자들이 필요한 도움을 제때 받지 못한 채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느린학습자 학부모와 대학생 당사자가 직접 발언대에 올라 현장의 어려움을 생생히 전달했다. 학부모들은 지역에 따라 학습 지원 프로그램과 전문 인력 접근성이 크게 달라, 자녀들이 교육 기회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학생 느린학습자 조하늘 씨는 학창 시절 겪었던 차별과 사회적 낙인을 증언하며, “맞춤형 지원이 있었다면 더 일찍 학업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단순히 교육 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느린학습자들이 평생에 걸쳐 겪는 사회적 제약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부모들은 제도적 지원 부재가 자녀의 자립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고, 당사자는 교육권 보장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기본권 문제임을 강조했다.

조기 개입과 특수교육 지원체계 강화

발제를 맡은 김수연 교수(경인교육대·인천시교육청 기초학력지원센터)는 학교 차원의 조기 개입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느린학습자가 초등학교 입학 초기부터 조기에 선별되고, 맞춤형 학습 전략이 제공돼야 학업 부진이 장기화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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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나경은 교수(중부대·한국학습장애학회장)는 특수교육 지원체계 강화를 제안했다. 그는 현재 특수교육은 발달장애나 학습장애 학생에게 집중돼 있지만, 느린학습자도 지원 체계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교원 연수 확대, 기초학력 지원 예산 확충, 지역별 전문 인력 배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태은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장은 “이해 속도가 느린 학생들을 위한 연구와 지원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국가 차원에서의 통합 데이터 구축과 장기적 연구 과제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여야 의원들은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배움의 속도가 조금 느린 아이들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 결과, 느린학습자들은 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제도 밖에 방치되어 왔고, 이로 인해 삶 전반에서 깊은 상처를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백승아 의원은 “느린학습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면, 충분히 사회 속에서 잠재력을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다”며, 「느린학습자 교육지원 관련 제정법」을 조속히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법을 통해 공교육 체계에서 조기 선별·진단·상담·학습지원까지 이어지는 국가책임형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느린학습자가 단순히 ‘학습 부진 학생’이 아니라, 제도적 지원 없이는 사회적 약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집단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전문가들의 발제와 학부모·당사자의 증언,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국가 책임에 기반한 맞춤형 지원 체계 구축이 유일한 해법임이 분명하다.

토론회 참가자 단체 사진 / 백승아 의원실 제공

학교 차원의 조기 개입, 특수교육 지원체계 확대, 국가 차원의 통계와 연구 강화, 법률 제정을 통한 제도적 틀 마련은 모두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이번 국회토론회는 이러한 과제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키고, 향후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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