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연구재단, 2025년 인문사회 학술연구소 지원사업 신규 선정 결과 발표… 87억 원 규모 49과제 선정

국가 대표 학술연구 지원사업의 맥락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8월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인문사회 학술연구소 지원사업 신규 선정 결과가 확정됐다. 이번 발표는 인문사회 분야 집단연구를 지원하는 대표적 국가 연구개발사업으로, 총 49개 과제가 뽑혔다. 이들 과제에는 총 87억 원의 예산이 배정되었으며, 9월부터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된다.

인문사회 학술연구 지원사업은 1963년부터 이어져 온 장수 프로그램으로, 대학 부설 연구소를 중심으로 집단연구 기반을 조성하고 학문후속세대를 육성해온 국가 대표 R&D 사업이다. 학문적 심화와 사회적 기여를 동시에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자연과학·공학 중심의 국가 R&D 투자 속에서도 인문사회 연구의 균형 발전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올해 신규 선정은 △인문사회 연구소 지원 △글로벌 아젠다 연구 △글로벌 인문사회 융합연구 연구소 지원형 등 세 가지 사업으로 진행됐다. 각각의 사업은 성격과 목표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첫째, 인문사회 연구소 지원사업은 순수학문 연구를 중심으로 연구 생태계의 거점 역할을 하는 연구소를 선정했다. 총 38개 연구소가 최종 통과했으며, 과제당 연평균 약 3억 3천만 원씩 최대 6년간 지원받는다. 특히 올해는 순수학문형 과제를 크게 확대해 지난해 16개였던 지원 과제가 올해 35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반면 문제해결형은 3개에 그쳤다. 이는 학문적 토대 강화를 중시하는 정책 방향이 반영된 결과다.

둘째, 글로벌 아젠다 연구는 국가를 넘어서는 보편적 주제에 대한 사회과학적 다학제 연구를 지원한다. 올해도 총 7개 과제가 선정됐으며, 국내형은 사회 갈등 양상과 같은 한국 특수 이슈를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는 연구, 국외형은 기술혁신과 에너지 전환 등 글로벌 쟁점에 대응하는 전략을 탐구한다. 국외형은 해외 연구자와의 공동연구가 필수 조건으로, 국제 학술 논문 게재 등 글로벌 성과 지표 달성이 요구된다.

셋째, 글로벌 인문사회 융합연구 연구소 지원형은 해외 연구소와 협업하며 학문의 경계를 허무는 연구소 단위 프로젝트다. 올해는 4개 과제가 선정됐으며, 동해에서 북극까지 유라시아 종단 교류를 추적하는 고고학·유전학 융합연구, AI 기반 맞춤형 학습환경 개발, XR·AI를 결합한 학습 분석, 감성 AI를 활용한 글로벌 콘텐츠 연구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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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선정된 과제들은 인문학·사회과학의 전통적 연구부터 첨단기술과의 융합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경희대 등 주요 대학 연구소들은 한국 근현대 물질문화사, 동북아 청년 모빌리티, 라틴아메리카 철학적 전환, 조선시대 기상기록 분석, 극우주의와 다문화주의 등 시대적·학문적 의제를 아우르는 과제를 제출해 선정됐다.

눈에 띄는 사례는 다음과 같다.

경북대 인문학술원의 고고과학연구센터는 유적·고고과학 정보를 GIS 기반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은 한국 근현대 주방의 물질문화사전을 편찬해 생활문화 연구의 기반을 마련한다. 연세대 중국연구원은 만주족 구술문화유산 번역 프로젝트를 통해 소수민족 전통의 보존과 확산에 기여한다. 서울대 독일어문화권연구소는 한국문학 번역 비평 연구로 국제 문학 교류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한편 글로벌 연구에서는 서울대와 울산과기대가 각각 AI 기반 사회갈등 해법 모색, 인공지능과 에너지 전환의 공진화 연구에 도전한다. 중앙대 영상콘텐츠융합연구소는 감성 AI 기반 글로벌 스토리텔링 연구를 선정받아, 인문사회와 기술의 만남을 보여준다.

이번 발표는 첨단산업과 AI가 사회 담론을 지배하는 시기에 인문사회 연구의 가치와 필요성을 환기한다. 인문사회 연구는 직접적인 산업 성과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종종 소외되어 왔지만, 사회적 합의 형성·문화적 해석·정책적 대안 제시 등 사회 기반을 지탱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교육부 최은희 인재정책실장은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다양한 지식과 기술이 융합된 집단연구가 더욱 중요하다”며, 인문사회 연구소가 미래사회를 선도하는 연구 거점이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한국연구재단 홈페이지와 연구사업통합지원시스템을 통해 공개되며,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후 협약 체결과 연구비 지급이 신속히 진행될 예정이다.

향후 과제는 두 가지다. 첫째, 지원사업이 단순히 예산 집행에 그치지 않고 연구 성과 확산으로 이어져야 한다. 국제 학술 논문, 데이터베이스 구축, 교육정책 제안 등 구체적 성과가 사회적으로 환류되어야 한다. 둘째, 인문사회 연구가 기술 중심 사회와 어떻게 접점을 만들 것인지다. 이번 선정된 융합형 과제들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제도적 지원과 장기적 비전 없이는 성과를 지속하기 어렵다.

2025년 인문사회 학술연구소 지원사업 신규 선정은 단순한 연구 과제 발표를 넘어, 한국 사회가 인문사회 연구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AI와 데이터가 모든 영역을 재편하는 시대,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려는 인문사회 연구의 가치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그 가치를 재발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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