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2026학년도 의과대학 시신기증자 합동 추모…교육이 빚진 이름들을 기억하다

의학교육은 지식과 기술 이전에 앞서 인간의 존엄을 전제로 성립한다. 그 전제는 강의실이나 실습실이 아니라, 누군가의 결단과 헌신 위에서 가능해진다. 조선대학교 의과대학은 1월 20일 교내 해오름관에서 2026학년도 의과대학 시신기증자 합동 추모식을 열고, 기증자와 유가족의 뜻을 기렸다.

이번 추모식은 2024년 6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조선대 의과대학에 시신을 기증한 18명의 기증자와 그 가족에게 감사와 존경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선대 의과대학은 2004년부터 매년 합동 추모식을 이어오며, 생명 존중과 인문적 성찰을 의학교육의 핵심 가치로 삼아 왔다. 올해 역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기증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가 마련됐다.

행사에는 기증자 유가족을 비롯해 김춘성 총장, 강희숙 부총장, 안영준 의과대학장, 해부학교실과 치과대학 구강해부학교실 교수진, 의과대학·치과대학 학생과 교직원 등 대학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묵념을 시작으로 추모사, 시신기증의 의미를 되짚는 강연, 유가족과 교수들의 추모 편지 낭독, 학생 대표의 추모문과 합창,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교육 현장을 구성하는 각 주체가 함께 참여해 기증의 의미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행사의 성격이 분명해졌다.

특히 올해 추모식은 의학교육의 또 다른 장면을 남겼다. 전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고 문정석 교수와 예방의학교실 고 김양옥 교수가 시신기증을 통해 의대 교수로서의 마지막 가르침을 실천한 사례가 처음으로 소개됐다. 교수의 시신기증은 조선대 의과대학에서 처음으로, 의학 지식의 전달자가 교육의 토대가 되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두 교수의 제자인 정윤영 교수와 류소연 교수가 각각 편지를 낭독하며, 스승의 뜻과 교육자로서의 삶을 되새겼다.

김춘성 총장은 추모사에서 시신기증자들의 나눔이 없었다면 오늘의 의학교육도, 미래 의료인 양성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 뜻을 가슴에 새기고 생명을 존중하는 의학교육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안영준 의과대학장 역시 기증자 한 분 한 분의 뜻이 교육 현장에서 올곧게 이어질 수 있도록, 생명의 가치를 아는 의료인을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사진 조선대 제공

시신기증은 의학교육의 필수 요소이면서 동시에 가장 깊은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선택이다. 조선대 의과대학이 매년 합동 추모식을 통해 기증자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학이 인간의 몸을 다루는 학문인 만큼, 그 출발점에 인간에 대한 존중과 책임이 놓여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교육 과정 안에 분명히 새기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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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교육의 성과는 시험 성적이나 기술 숙련도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 역시 교육의 결과다. 조선대 의과대학의 이번 합동 추모식은 의료인이 되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되묻는 자리였다. 교육이 빚진 이름들을 잊지 않는 일, 그것이 의학교육의 가장 기초적인 윤리임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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