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연구비, 성과와 연동할 것인가 ①
GDP 대비 대학 연구개발비 G7 최고 수준·논문 생산도 상위권…국제특허와 첨단산업 기반은 취약
캐나다 혁신정책 보고서 “연구의 질 아닌 인센티브 문제…연구중심대학 재정 일부를 사업화 성과와 연계해야”
캐나다는 대학 연구에 인색한 나라가 아니다. 국내총생산 대비 고등교육 연구개발비 비중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고, 인구 대비 학술논문 생산량도 G7 상위권에 속한다. 토론토대,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맥길대 등은 세계 대학평가와 논문 영향력 지표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연구의 성과를 논문과 인용이 아니라 특허, 기술이전, 대학발 창업, 첨단산업 생산으로 측정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캐나다의 국제특허출원은 연구성과 규모에 비해 적고, 바이오의약품·정보통신기술·반도체 등 전략 분야의 산업 특허 기반도 상대적으로 약하다. 대학에서 생산된 지식이 캐나다 기업과 산업생태계로 이어지기보다 해외 기업과 다른 국가의 산업 역량으로 흡수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캐나다 혁신·경쟁력센터가 2026년 7월 발표한 보고서 「성과에 대한 보상: 대학 재정을 사업화 결과와 연계하기」는 이 간극의 원인을 대학 연구의 수준이 아니라 대학에 돈이 배분되는 방식에서 찾는다. 보고서를 작성한 로런스 장은 캐나다 정부가 대학의 연구 활동과 논문 생산에는 보상하면서도, 그 연구가 실제로 캐나다 기업·특허·산업생산으로 연결되는지에는 재정적 의미를 거의 부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보고서가 내놓은 해법은 분명하다. 연구중심대학에 지원되는 공공재정의 의미 있는 일부를 표준화된 사업화 성과와 연계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대학의 지식재산권 소유방식이나 기술이전조직 구조를 직접 정하는 대신, 공공재정이 만들어내야 할 결과를 설정하고 대학이 그 결과에 도달할 방법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구투입은 G7 최고 수준…논문 생산도 영국 다음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캐나다 대학 연구의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캐나다의 대학 연구 기반은 여러 지표에서 강하다. 캐나다는 고등교육 부문 연구개발에 연간 약 190억 캐나다달러를 지출한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의 평균을 기준으로 고등교육 연구개발비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63%였다. 영국과 같은 수준이지만 독일 0.55%, 프랑스 0.45%,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0.43%, 일본 0.39%, 미국 0.37%, 이탈리아 0.34%보다 높다. 연구비 투입이 논문 생산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같은 기간 인구 100만 명당 학술논문 수는 캐나다가 2,933건으로, 영국의 3,015건에 이어 G7 두 번째였다. OECD 평균 2,715건을 웃돌았고 이탈리아 2,392건, 독일 2,246건, 미국 1,884건, 프랑스 1,687건, 일본 1,059건보다 많았다. 논문 수만 많은 것도 아니라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캐나다에서는 3개 대학이 2025년 세계대학학술순위 100위 안에 들었고, 라이덴랭킹의 논문 생산량 기준으로 토론토대는 세계 10위권, 브리티시컬럼비아대와 앨버타대, 맥길대는 세계 80위권에 포함됐다. 이들 대학은 피인용도가 높은 논문을 상당수 생산하고 있으며, 전체 논문의 약 60% 이상이 국제 공동연구로 작성될 정도로 국제적인 연결성도 높다.
캐나다 대학의 연구가 고립돼 있거나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논문, 인용, 국제공동연구와 같은 전통적인 학술성과 지표만 놓고 보면 캐나다는 연구투자에 상응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문제로 삼는 것은 바로 그다음 단계다. 논문이 발표되고 학계의 인정을 받은 뒤 연구성과가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되고, 기업의 투자를 받고, 기술이전과 창업을 거쳐 생산과 산업 역량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캐나다의 성과가 급격히 약해진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연구성과와 특허출원을 비교한 지표를 통해 캐나다의 사업화 전환 격차를 보여준다. 2024년 캐나다의 특허협력조약, 즉 PCT 국제특허출원은 스코퍼스 등재 학술논문 1,000건당 약 21건이었다. G7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독일은 약 91건, 미국은 86건, 프랑스는 72건을 기록했다. PCT 출원이 대학 연구의 사업화 실적을 직접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다. 기업과 연구기관, 개인이 출원한 특허도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논문 한 편이 특정 특허의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만 국제적인 보호를 받을 정도로 상업적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특허 활동과 한 국가의 연구성과 규모를 비교함으로써, 대규모 연구생산이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재산으로 얼마나 전환되는지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지표에 따르면 캐나다는 논문을 많이 생산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국제지식재산 기반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지식재산기구가 분석한 산업별 자료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난다. 캐나다의 실제 특허 수와 연구·경제역량을 토대로 추정한 잠재적 특허 수 사이의 격차는 바이오의약품, 정보통신기술, 반도체·광학, 화학 분야에서 특히 크게 나타났다. 이들 분야는 연구개발 결과가 기술적 진입장벽과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지식재산권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방어하기도 상대적으로 용이한 영역이다. 보고서가 우려하는 것은 특허 수 자체가 아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대학의 연구역량과 국내 산업의 지식재산 기반 사이에 단절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캐나다 대학이 반도체, 바이오의약품,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여 제품과 서비스로 개발할 캐나다 기업, 투자자, 공급망과 생산기반이 충분하지 않다면 연구의 경제적 가치는 다른 국가에서 실현될 수 있다. 논문은 캐나다 대학의 이름으로 발표되지만, 후속 특허와 투자, 기업 성장, 일자리와 생산은 해외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캐나다 첨단산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5년 10%에서 2022년 6.9%로 떨어졌다는 분석도 인용한다. 대학 연구의 사업화는 캠퍼스 내부의 기술이전 실적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약화된 첨단산업 역량을 회복하기 위한 국가 산업정책의 한 축으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학발 창업과 기술이전도 미국보다 낮아
대학 단위의 사업화 자료에서도 캐나다의 상대적 부진이 나타난다. 다만 이 자료는 국가 단위 특허지표보다 더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 북미 대학 기술이전조직의 협회인 AUTM 조사에 따르면 2024년 캐나다 참여기관에서 설립된 대학발 스타트업은 112개였다. 미국에서는 941개가 보고됐다. 국가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학술논문 생산량으로 보정하면, 논문 1만 건당 대학발 창업은 캐나다가 약 10개, 미국이 약 15개였다. 토론토대가 2022년 보고한 기술이전 수입이 같은 해 뉴욕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맥길대의 발명신고 건수가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사례도 제시한다. 캐나다 최상위 연구중심대학들이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나 스탠퍼드대 같은 사업화 최상위 기관에 뒤처지는 정도가 아니라, 미국 대학의 중간 수준과 비교해도 낮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AUTM 자료는 캐나다 대학 전체를 포괄하지 않는다. 참여가 자발적이고 모든 기관이 매년 같은 항목을 보고하는 것도 아니다. 대학이 지식재산권을 소유하는 방식에서는 기술이전 활동이 중앙 기술이전조직을 거치기 때문에 비교적 잘 집계되지만, 연구자가 특허를 소유하는 제도에서는 대학 밖에서 이루어진 계약이나 창업이 조사에서 빠질 수 있다.
워털루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워털루대는 연구자가 지식재산권을 소유하는 제도를 운영해 상당수 사업화 활동이 대학의 중앙 기술이전조직 밖에서 진행된다. 캐나다 하원 산업·과학·기술위원회도 2017년 조사에서 AUTM 자료가 워털루대의 기술이전 성과를 체계적으로 과소집계할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보고서가 제시한 대학별 비교를 절대적인 순위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보고서 역시 기존 자료가 캐나다를 실제보다 나쁘게 보이게 하는지, 반대로 일부 성과를 과대평가하는지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고 인정한다. 그럼에도 국가 전체의 PCT 출원, 산업별 특허 격차, 첨단산업 생산과 수출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대학별 자료의 불완전성만으로 캐나다의 사업화 전환 문제 전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보고서의 판단이다.
“대학이 못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행동할 이유가 없어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사업화 부진의 원인을 대학 연구자의 역량 부족이나 기술이전조직의 무능으로 돌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캐나다 대학과 연구자는 현재의 재정지원 구조에 맞춰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연구중심대학의 주요 수입은 크게 세 갈래로 구성된다. 주정부가 지원하는 대학 운영비, 연방정부의 연구지원금, 학생이 부담하는 등록금이다. 주정부 운영비는 주로 재학생 수와 기존 배분공식에 따라 결정된다. 연방정부의 연구비는 연구계획의 학문적 우수성을 동료평가로 심사해 배분된다. 등록금 수입은 학생 수에 따라 증가한다. 국제학생에게 더 높은 등록금을 부과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해외학생을 많이 유치할수록 대학 재정이 좋아진다.
이 구조에서 대학이 집중해야 할 활동은 분명해진다. 학생을 모집하고, 연구비를 수주하고,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다. 반면 연구결과가 캐나다 기업에 이전됐는지, 국내에서 창업으로 이어졌는지, 특허가 실제 제품과 생산으로 확대됐는지는 대학의 핵심 수입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사업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대학이 학생 모집이나 논문, 연구비 수주에 자원을 집중한 대학보다 재정적으로 유리해지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한정된 인력과 예산을 사업화에 투입하다 기존 지표에서 성과가 낮아지면 대학은 손해를 볼 수 있다.
교수 개인에게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학의 승진과 정년보장 심사는 일반적으로 교육, 논문, 연구비 수주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교수가 1년 동안 기업을 설립하거나 산업체와 기술을 개발하는 데 시간을 사용하면, 그 활동이 승진기준에서 논문과 같은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사업화가 성공하면 개인적으로 큰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교수는 연구와 승진에 필요한 시간을 잃는다. 대부분의 대학발 창업과 기술이전이 막대한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구자가 논문을 발표하고 기존의 연구경력 경로를 유지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기술이전조직도 대학의 핵심역량으로 자리 잡기 어렵다. 보고서는 캐나다 대학의 기술이전조직이 미국 대학보다 만성적으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고, 특허·라이선스·사업개발 전문가가 단기 사업비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아 전문인력을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대학들이 기술이전조직을 강화할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교원 인사평가에 기술사업화를 반영하며, 실험실의 연구를 기업과 시장으로 연결할 중개역량을 구축해야 한다는 처방은 이미 오랫동안 논의돼 왔다.
보고서는 이런 처방이 대학 내부에서 우선순위를 얻지 못하는 이유를 재정에서 찾는다. 기술이전조직을 핵심 부서로 키워도 대학 운영비가 늘어나지 않고, 교수의 창업을 지원해도 연구비 배분에 변화가 없으며, 실증과 시제품 제작을 위한 시설을 구축해도 재정적 보상이 없다면 대학은 해당 활동을 주변적인 사업으로 남겨둘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 대학에는 사업화를 개선할 아이디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관의 우선순위로 삼을 이유가 부족하다”는 것이 핵심 진단이다.
기초연구를 지원하면 기업이 알아서 활용한다는 ‘선형모델’
보고서는 현재의 대학 연구비 배분체계가 오래된 ‘선형 혁신모델’에 기반한다고 설명한다. 이 모델에서는 정부가 대학의 기초연구를 지원하면 연구자가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고, 기업이 그 결과를 가져가 응용연구와 제품개발을 수행하며, 최종적으로 산업혁신과 경제성장이 일어난다. 정부는 연구의 시작점에 투자하고 이후 단계는 시장과 기업에 맡기는 구조다. 선형모델은 1945년 배니버 부시가 미국 대통령에게 제출한 「과학, 끝없는 개척지」 보고서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부시는 정부가 대학의 기초연구를 안정적으로 지원하되, 연구주제의 선택과 연구비 배분은 학문적 탁월성과 연구자의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원칙은 과학자의 자율성을 보호하고 전후 대학 연구체제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연구가 기초연구에서 응용연구, 개발, 생산으로 일방향 이동한다는 설명은 실제 혁신과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술혁신은 대학이 지식을 만든 뒤 기업이 이를 받아가는 단순한 순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업, 연구자, 투자자, 사용자, 공급기업, 규제기관과 정부조달이 반복적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시장의 요구가 다시 연구개발의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가 보기에 선형모델은 캐나다에 특히 불리하다. 미국이나 독일처럼 대규모 첨단기업과 촘촘한 공급망이 존재하는 국가에서는 대학 연구가 인근 기업에 자연스럽게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캐나다에는 대학 연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술집약적 대기업과 산업 네트워크가 충분하지 않다.
공개된 기초연구 결과는 국경 안에 머무르지도 않는다. 논문은 전 세계 기업과 연구기관이 거의 동시에 접근할 수 있다. 캐나다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해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더라도, 이를 활용할 자본과 기업, 엔지니어링 역량, 생산시설을 다른 나라가 갖고 있다면 경제적 가치는 그곳에서 실현될 수 있다.보고서는 이를 단순한 지식의 국제적 확산으로만 보지 않는다. 작은 개방경제가 연구의 상류 단계에는 투자하면서 하류 단계의 가치 확보 전략을 갖추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다른 국가의 산업기반을 지원하는 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식 바이돌법 도입만으로 해결되지 않아
대학 연구사업화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해법은 지식재산권 소유제도의 변경이다. 미국의 바이돌법처럼 정부 지원을 받아 대학에서 개발된 특허를 대학이 소유하고, 기술이전조직이 이를 관리하도록 하면 사업화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바이돌법이 미국 대학의 기술이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1996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대학 기술이전 과정에서 약 55만4천 건의 발명신고, 14만1천 건의 특허, 1만8천 개의 스타트업이 만들어졌으며,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했다는 분석을 인용한다. 그러나 미국의 성과를 특허 소유권 규정 하나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바이돌법은 장기간의 연방 연구투자, 전문화된 대학 기술이전조직, 초기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벤처자본, 신기술을 흡수할 첨단산업과 기업, 교수의 창업과 기술이전을 뒷받침하는 제도 안에서 작동했다.
일본과 독일도 미국과 유사한 방향으로 대학 지식재산권 제도를 개편했지만, 제도 변경만으로 미국과 같은 수준의 기술이전과 대학발 창업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각 국가의 성과를 가른 것은 소유권 규정보다 벤처자본, 기업의 기술흡수 역량, 기술이전조직의 전문성, 실증과 사업화를 지원할 자금 등 주변 생태계였다는 설명이다. 캐나다는 현재 대학마다 연구자 소유, 대학 소유, 혼합형 제도를 운영한다. 워털루대는 연구자 중심의 지식재산권 제도로 알려져 있고, 토론토대와 맥길대, 브리티시컬럼비아대는 대학 소유 또는 혼합형에 가깝다. 특허 소유방식이 결정적인 변수라면 특정 제도를 운영하는 대학들이 일관되게 더 높은 성과를 보여야 하지만, 현재의 불완전한 자료만으로는 그런 격차를 확인하기 어렵다. 워털루대의 창업생태계 역시 지식재산권 제도 하나가 아니라 지역기업, 인재, 투자자와 대학문화가 함께 형성한 결과로 봐야 한다.
따라서 보고서는 정부가 전국 대학에 동일한 지식재산권 소유모델을 강제하는 데 반대한다. 교수의 단체협약, 대학의 자율성, 연구 분야, 지역산업 구조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 중앙정부나 주정부가 하나의 운영모델을 정하는 것은 효과도 불확실하고 정치적 갈등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방법은 대학이 정하고, 정부는 결과를 요구하라
보고서의 대안은 대학 운영에 대한 정부의 세부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부는 대학에 어떤 조직을 만들라고 지시하지 말고, 공공재정을 통해 달성해야 할 결과를 명확히 하라고 주문한다. 대학은 연구자가 지식재산권을 소유하게 할 수도 있고 대학이 소유할 수도 있다. 중앙집중형 기술이전조직을 운영하거나 단과대학별 조직을 만들 수 있으며, 여러 대학이 지역 단위로 하나의 기술이전조직을 공동 운영하는 방법도 선택할 수 있다. 교수 승진심사에서 창업과 기술이전을 인정할 것인지, 창업휴직제도와 보육시설을 운영할 것인지, 실증과 시제품 제작을 위한 중개시설에 투자할 것인지도 대학이 결정할 문제다.
정부의 역할은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측정하고 재정에 반영하는 것이다. 사업화 성과가 높은 대학에는 더 많은 지원이 돌아가고, 성과가 낮은 대학에는 제도와 투자방식에 대한 설명과 개선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논리다. 적용 대상도 모든 대학이 아니다. 교육과 지역 접근성, 전문직 인력 양성이 중심인 대학에 특허와 창업 성과를 요구하면 기관의 역할을 왜곡할 수 있다. 사업화 연계 재정은 연구 규모와 분야, 산업 연계 가능성을 갖춘 연구중심대학에 한정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선을 긋는다. 이는 대학의 모든 활동을 산업적 가치로 환산하자는 주장과는 다르다. 상업적 활용 가능성이 존재하고 대학 스스로도 연구와 혁신을 기관의 주요 임무로 제시하는 경우, 그 임무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지를 공공재정 배분에서 일정 부분 반영하자는 것이다.
사업화 성과에 따라 대학 재정을 배분하려면 먼저 무엇을 성과로 볼 것인지 정해야 한다. 캐나다에는 이를 위한 조사체계가 일부 마련돼 있지만, 대학별 결과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캐나다 통계청은 2025년 ‘고등교육 연구활동 및 지식재산 사업화 조사’의 첫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개발비가 100만 캐나다달러를 넘는 대학, 전문대학, 연구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조사다.조사항목에는 특허 출원과 보유 특허, 기술이전 계약, 라이선스 수입, 기업 연구개발 계약, 산학협력, 지식재산 관리비용, 스타트업과 스핀오프, 후속 투자 유치 등이 포함된다. 사업화 성과를 평가하는 데 필요한 상당수 자료를 이미 수집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공개 수준이다. 해당 자료는 통계법상 응답기관의 비밀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기관별 수치가 아니라 참여율과 부문 전체의 합계 위주로 공개된다.
이에 따라 정책담당자는 토론토대와 맥길대, 브리티시컬럼비아대와 사이먼프레이저대, 워털루대와 퀸스대의 사업화 성과를 공개자료로 비교할 수 없다. 주정부가 앨버타대와 캘거리대 사이에 운영비를 차등 배분하려 해도,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는 대학별 지표가 없는 상황이다. 사업화 재정을 성과와 연계하면서 근거가 되는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대학 간 차등지원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대학도 경쟁기관과 비교해 자사의 기술이전체계가 어떤 성과를 내는지 확인하기 힘들다. 보고서는 통계법을 개정하기보다 연방 연구비의 지원 조건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연방 연구비를 받는 연구중심대학이 캐나다 통계청 조사와 동일한 정의를 사용해 기관별 사업화 성과를 직접 공개하도록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대학은 이미 통계청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공통된 정의와 공개 의무를 부과하면 별도의 대규모 조사조직을 새로 만들지 않고도 대학별 비교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캐나다 대학 재정은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권한이 나뉘어 있어 사업화 정책의 책임도 분산돼 있다. 대학 운영비와 대학정책의 직접적인 권한은 주정부가 갖고 있다. 연방정부는 삼대 연구지원기관을 통해 연구자와 연구과제에 자금을 지원하고, 연구시설과 기업 연구개발 지원, 국가 단위 혁신정책을 담당한다. 주정부는 연구비와 혁신정책이 연방정부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고, 연방정부는 대학 운영이 주정부 관할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두 주장 모두 제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어느 정부도 대학의 핵심 재정구조를 사업화 성과 중심으로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 보고서의 평가다.
온타리오주는 2022년 ‘사업화 책무 정책 프레임워크’를 도입해 대학에 사업화 정책과 연간계획을 공개하고, 역량과 인센티브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며, 성과지표를 보고하도록 했다. 공통지표와 표준화된 보고체계를 마련하는 작업도 추진했다. 보고서는 이 정책이 문제를 정확히 진단했지만 재정 배분과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한다. 대학에 계획과 보고를 요구하고 사업화 생태계를 지원하는 것은 기관의 관심을 높일 수 있지만, 대학의 재정적 계산을 바꾸지는 못한다. 보고서가 보기에 강한 정책수단은 주정부의 대학 운영비다. 주정부는 연구중심대학 운영비 가운데 일정 비율을 사업화 성과에 따라 배분하고, 연방정부는 대학별 공통 데이터 공개와 국가 단위 비교체계를 담당해야 한다.
연방정부가 새로 조성하거나 확대하는 연구사업화 재정도 주정부의 참여를 조건으로 지급할 것을 제안한다. 주정부가 연구중심대학 지원금 일부를 사업화 성과와 연계한 경우에만 연방정부의 추가 재정을 제공함으로써, 권한 분산이 정책 회피의 근거가 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영국·아일랜드·에스토니아는 논문 밖의 성과를 평가
보고서는 캐나다가 참고할 사례로 영국 잉글랜드, 아일랜드, 에스토니아를 제시한다. 세 국가가 동일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을 논문만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잉글랜드는 고등교육혁신기금, 지식교류 프레임워크, 연구수월성평가를 통해 대학의 지식교류와 경제·사회적 영향력을 평가한다. 일부는 공식에 따른 재정지원으로, 일부는 대학 간 비교와 평가로, 일부는 연구지원금 배분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아일랜드는 대학 연구재정의 일부를 연구성과에 따라 배분하고,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이전과 기업협력 성과를 공통조사로 관리한다. 대학의 사업화와 기업 참여가 통계에서 보이지 않는 부수적 결과로 남지 않도록 한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대학의 핵심 연구비 배분공식에 논문과 박사학위 배출뿐 아니라 특허, 특허출원, 특허와 라이선스 수입을 포함한다. 국가 규모와 대학체제가 캐나다와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사업화 지표가 대학의 핵심 연구재정 공식 안에 포함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보고서가 제시하는 국제사례의 메시지는 특정 국가의 제도를 복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대학의 하류 성과를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이를 별도의 단기 사업에만 맡기지 않고 대학평가와 재정지원의 중심구조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화 성과와 대학 재정을 연계하자는 주장은 강한 반론을 불러올 수 있다.
첫 번째 반론은 대학이 경제개발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학의 핵심 임무는 당장의 활용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기초연구를 포함해 지식을 생산하고 확산하는 데 있다. 연구비를 특허와 창업에 연계하면 단기간에 산업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가 우대되고, 기초과학과 인문사회 연구가 위축될 수 있다. 보고서는 기초연구의 공공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대학과 정부가 이미 연구비를 혁신·생산성·산업협력·경제적 효과의 언어로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적 효과가 연구비 확대의 근거라면, 실제 재정평가에서는 이를 전혀 묻지 않는 현재의 구조도 정합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반론은 사업화가 정확히 측정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허와 창업 수는 계산하기 쉽지만 그 기술의 가치까지 보여주지는 않는다. 대학이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활용 가능성이 낮은 특허를 대량 출원하거나, 실질적 사업이 없는 창업기업을 만드는 식으로 지표에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연구 분야별 차이도 크다. 소프트웨어와 일부 공학기술은 비교적 빠르게 기업으로 이전될 수 있지만, 신약과 의료기술은 연구에서 임상과 시장진입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연구자 소유 특허나 비공식 기업협력은 대학의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 보고서는 이를 이유로 단일 지표와 단년도 성과를 재정에 바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특허, 기술이전, 기업계약, 창업, 후속 투자, 국내 기업으로의 이전 등 여러 지표를 묶고, 수년에 걸쳐 기관 단위로 평가하며, 제도를 계속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 번째 반론은 캐나다 산업의 취약성을 대학에 전가한다는 것이다. 캐나다에 신기술을 받아들일 대기업과 성장자본, 생산기반이 부족하다면 대학이 아무리 사업화에 나서도 국내 성과로 연결되기 어렵다. 보고서도 이 반론이 타당하다고 인정한다. 대학의 공급과 기업의 수요가 동시에 약한 상황에서는 한쪽만 바꿔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따라서 사업화 연계 대학재정과 함께 성장단계 기업을 위한 자본, 정부조달, 산업 분야별 전략, 기술 도입과 실증 지원, 기업이 대학의 연구·시험·시제품 제작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연구바우처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대학재정의 성과연동은 전체 혁신정책이 아니라 대학에 적용되는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기술이전 수입을 늘리는 것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
보고서는 대학의 라이선스 수입을 최대화하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지 않는다. 대학의 특허 수입은 미국의 성공적인 사례에서도 전체 대학예산 가운데 작은 비중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대학이 단기 수입을 높이기 위해 과도한 특허료와 지분을 요구하면 오히려 창업과 기술이전을 지연시킬 수 있다. 대학의 기술을 캐나다 기업이 활용하고 생산과 고용, 공급망과 산업역량으로 확대하는 것이 중요한데, 대학이 특허 수익을 독점하려 하면 더 큰 경제적 가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화 성과는 단순한 라이선스 수입이 아니라 캐나다 기업에 이전된 특허, 국내에서 설립되고 성장한 기업, 후속 투자, 기업 공동연구와 산업적 활용까지 넓게 측정해야 한다. 보고서의 문제의식은 대학이 연구로 직접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데 있지 않다. 공공재정으로 생산된 연구의 경제적 가치가 캐나다 안에서 흡수되고 확대될 수 있도록 대학도 일정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데 있다.
캐나다 혁신·경쟁력센터의 제안은 대학 연구비에 대한 평가기준을 바꾸자는 주장인 동시에 대학의 역할을 다시 묻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대학 연구는 논문, 피인용, 연구비 수주, 국제공동연구와 같은 학술적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돼 왔다. 이 지표들은 연구가 얼마나 많이 생산됐고 학계에서 어떻게 인정받았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연구가 국내 기업의 기술과 생산으로 이어졌는지, 국가의 전략산업을 강화했는지, 공공투자의 가치가 어느 국가와 기업에 귀속됐는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보고서는 대학 연구의 목적을 산업에 종속시키자고 직접 주장하지 않는다. 정부가 대학의 지식재산권 제도와 조직구조를 정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기초연구의 자율성을 폐기하거나 모든 대학에 사업화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에도 선을 긋는다.
그럼에도 연구중심대학이 혁신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내세워 공공재정을 확보한다면,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은 분명하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방식을 결정하되, 선택의 결과가 재정지원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받아들이면 대학에 흐르는 돈의 기준이 달라진다. 논문과 연구비 수주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던 대학이 특허의 실제 활용, 국내 기업과의 협력, 창업기업의 성장과 후속 투자에서도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 기술이전조직과 산학협력은 주변적인 지원업무에서 대학의 핵심전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사업화 지표가 과도하게 적용되면 장기적인 연구, 당장 특허로 연결되기 어려운 학문, 산업기반이 취약한 지역의 대학이 불리해질 수 있다. 특허와 창업의 숫자가 대학 연구의 공공적 가치보다 앞서는 결과도 경계해야 한다.
결국 캐나다 보고서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대학 연구가 산업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대학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기업과 산업생태계가 약한 책임을 대학재정으로 보완할 수 있는가. 공공 연구비의 성과를 논문 밖에서 측정한다면 무엇을, 얼마나, 어떤 기간에 걸쳐 평가해야 하는가.
보고서의 결론은 선명하다. 다른 결과를 원한다면 정부가 돈을 배분하는 기준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화가 대학의 주변부에 머무는 것은 대학이 그 중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현재의 재정지원 체계가 그것을 주변부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정 인센티브가 달라지면 대학의 행동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연구주제의 선택, 교수의 경력, 대학 간 경쟁, 지역산업과의 관계, 기초연구와 응용연구의 균형도 함께 바뀔 수 있다.
캐나다에서 시작된 이 질문은 대학 연구비와 산학협력, 특허와 기술이전 성과를 주요 정책지표로 관리해 온 한국에도 낯설지 않다. 2부에서는 한국 대학의 연구개발비와 특허·기술이전·창업 성과를 살펴보고, 대학 재정을 사업화 결과에 더 강하게 연계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효과와 위험을 검토한다.
자료: Lawrence Zhang, 「Paying for Outcomes: Tying University Funding to Commercial Results」, Centre for Canadian Innovation and Competitiveness,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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