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다 사람, 자동화보다 학습경험의 본질에 집중하라
MIT xPRO의 부소장이자 마이애미대 교육대학 강사로 활동 중인 루크 홉슨(Luke Hobson)은 오늘날 교육디자인 분야의 대표적인 실천가이자 사상가로 꼽힌다. 그는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일 뿐 아니라, 교육 생태계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MIT에서의 업무와 더불어 블로그, 팟캐스트, 뉴스레터,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러닝디자인의 철학과 실제를 대중에게 전파하고 있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유명세 때문이 아니다. 기술과 교육이 교차하는 전환의 시기에, 그는 언제나 ‘사람’을 중심에 둔다. AI가 급속히 교육의 모든 영역에 침투하는 지금, 그는 “AI가 학습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AI를 사용해 더 나은 학습을 설계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홉슨의 경력은 우연에서 출발했다. 그는 2013년, 처음으로 ‘인스트럭셔널 디자이너(instructional designer)’라는 직업을 접한 순간 이 분야에 빠져들었다. “이런 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는데, 배우는 경험 자체를 설계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 완전히 매료됐다.” 그는 노스이스턴대에서 교육디자인 경력을 시작해 MIT로 옮긴 후, 가장 효과적인 학습 경험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끈질기게 탐구했다. 이런 집요함은 그를 단순한 실무자에서 사상가로 이끌었다. 그는 자신의 실패와 실험, 그리고 성과를 꾸준히 공개하며 ‘공유의 문화’를 형성했다. 처음엔 페이스북 그룹에서 질문에 답하던 것이 블로그와 팟캐스트, 나아가 저서와 온라인 강의로 이어졌다. 그는 이를 “교육을 디자인하는 일에서 교육을 가르치는 일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한다.
‘공유’와 ‘투명성’이 만드는 리더십
홉슨이 강조하는 핵심 키워드는 ‘공유(share)’와 ‘투명성(transparency)’이다. 그는 “모든 것을 나누라. 성공뿐 아니라 실패도, 좌절도, 과정도 공유하라”고 말한다. 그에게 리더십은 완벽함이 아니라 진정성에서 비롯된다. MIT에서 함께 일하는 교수진이 그를 신뢰하게 된 계기도 그가 자신의 시행착오를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링크드인에서 자신을 팔로우하던 교수들이 직접 연락해 “우리 팀에도 인스트럭셔널 디자이너를 채용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자신이 온라인에서 쌓아온 신뢰가 실제 협업으로 이어진 것을 실감했다고 회상한다. ‘공유의 리더십’은 오늘날 교육자가 온라인 공간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는 새로운 방식이자, 학문적 리더십의 형태를 다시 쓰는 행위이기도 하다.
홉슨은 “우물은 목이 마르기 전에 파라(Dig the well before you’re thirsty)”라는 비유로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그는 처음에는 이 분야에서 아는 사람이 전혀 없었지만, 팬데믹 시기에 온라인을 통해 교육자들과 ‘가상의 커피 미팅’을 가지며 관계를 넓혔다. 그가 운영한 팟캐스트와 웨비나는 단순한 정보 교환의 장이 아니라, 학습과 디자인의 미래를 토론하는 공동체였다. 그는 “어떤 혁신도 혼자서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기술의 발전 속도보다 더 빠른 것은 ‘사람 사이의 연결’이며, AI 시대의 경쟁력은 네트워크를 설계하는 능력에서 나온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홉슨의 전문성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축은 학문적 훈련이다. 그는 사우던뉴햄프셔대(SNHU)에서 교육리더십 박사(Ed.D.) 학위를 받았다. 그에게 이 과정은 단순한 학위 취득이 아니라, ‘배움의 본질’을 다시 묻는 경험이었다. 그는 동료 학습자들과 함께 코호트 기반의 학습공동체를 이루었고, 그 안에서 서로의 실패와 성장 과정을 지탱했다. 그는 “우리가 겪은 삶의 변화—가족의 죽음, 이직, 출산, 이사—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동료와의 연대감 때문이었다”고 회상한다. 이 경험은 그가 MIT에서 팀을 이끄는 방식에도 깊게 스며들었다. 그는 ‘리더’가 아니라 ‘동료 학습자’로서 팀원과 관계 맺는 방식을 선택했다.
박사과정을 병행하는 동안 그는 스스로를 “한때 거의 은둔자였다”고 표현한다. 논문과 강의 준비로 가족과의 시간, 사회적 관계를 희생해야 했던 현실을 솔직히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취란 균형의 기술”임을 배웠다. 그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였고,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포모도로 기법과 ‘study with me’ 영상 등 다양한 자기조절 전략을 활용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완벽한 루틴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시스템을 찾아내는 일”이다. 결국 리더십이란 조직을 이끄는 힘이 아니라, 자기 삶을 조율하는 능력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가 요즘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은 “AI가 러닝디자이너를 대체할 것인가?”이다.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은 단호하다. “AI는 도구일 뿐이다. 여전히 누군가는 운전대를 잡고 있어야 한다.” 그는 이미 생성형 AI 열풍이 오기 전부터 AI 관련 교육을 설계해왔다. 하지만 최근의 광풍은 “AI가 마치 인간을 대신할 것처럼 오해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AI의 역할을 “아이디어를 시작하게 하는 촉매”로 정의한다. 그러나 “AI가 만든 강의를 수강한 학생이 분노를 느낄 정도로, 인간적 맥락이 결여된 콘텐츠는 교육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Reddit 같은 플랫폼에서 학생들이 “AI로 만든 수업은 불편하고 비인간적”이라 토로하는 현실은 그의 경고를 뒷받침한다.
인간적 학습 경험이 기준이 되는 설계
홉슨은 AI 시대의 러닝디자인이 단순한 기술 숙련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진짜 경쟁력은 ‘인간의 경험을 번역하는 능력’에 있다. AI는 학습자의 감정이나 맥락을 읽지 못한다. 따라서 러닝디자이너는 AI의 기능을 이해하고, 그것을 ‘인간 중심 학습 경험’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는 “AI는 마법이 아니다. 그것은 데이터의 패턴을 예측할 뿐이다. 하지만 교육은 예측이 아니라 의미를 만드는 과정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학습자가 기술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러닝디자이너는 기술과 인간 사이의 해석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홉슨은 러닝디자이너들이 AI에 밀리지 않기 위한 생존 전략을 명확히 제시한다. “AI를 두려워하지 말고,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라.” 그는 AI 툴의 목적과 기능을 구분해 활용할 수 있는 ‘도구적 문해력(tool literacy)’을 필수 역량으로 본다. AI는 접근성을 높이고, 학습 경로를 개인화하며, 텍스트를 시각 콘텐츠로 변환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여전히 인간의 판단과 윤리적 감수성을 필요로 한다. 그는 “AI의 한계를 직접 경험해보면 오히려 인간의 강점을 더 확실히 알게 된다”고 말한다. 이는 교육의 자동화가 아닌, 인간 역량의 재발견에 대한 선언이다.
홉슨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교육의 핵심은 관계다.” 그는 학습자가 신뢰할 수 있는 설계자, 즉 ‘보이지 않는 교사’가 되는 것이 러닝디자이너의 존재 이유라고 말한다. MIT와 마이애미대에서의 경험을 통해 그는 AI와 데이터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공감’이 결여된 학습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술은 학습을 확장시키지만, 인간은 학습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가 강조하는 러닝디자인의 미래란, 결국 “AI가 만든 세상에서 인간이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AI 시대의 교육 설계는 자동화의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의미를 복원하는 예술이다. 루크 홉슨은 그 최전선에서 “학습 경험이란 인간의 감정과 맥락이 결합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는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기술을 신격화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는 기술을 ‘학습의 인간화를 위한 도구’로 재정의한다. AI가 학습의 언어를 바꾼다면, 러닝디자이너는 그 언어를 해석하고 인간의 목소리로 번역하는 번역자다. 교육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이다. AI가 설계하지 않는다. 인간이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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