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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놓치고 있는 질문: “왜 학생들은 부정행위를 하는가”
대학들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부정행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문 탐지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AI 사용 규정을 강화하고, 학사제재를 엄격히 적용하며, 심지어 AI가 만든 문장을 찾아내는 데 엄청난 자원을 투입한다. 그러나 ‘정말로 중요한 질문’이 종종 빠져 있다. 학생들은 왜 부정행위를 선택하는가. 기술을 활용하는 부정행위가 늘어난 것이 문제라면, 기술만 막으면 문제가 해결될까. University World News가 보도한 새로운 분석(Understanding why students cheat: A gift for universities) 은 대학들이 이 질문에 얼마나 피상적으로 접근해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분석은 2019~2021년 부정행위로 징계를 받은 3,070명의 학생이 남긴 약 150만 단어의 반성문을 검토한 것으로,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부정행위를 했던 학생들이 자기 언어로 기록한 심리·맥락·구조적 원인’이 담겨 있다. AI 이전 시대 데이터였기에 진정성도 확보된 귀중한 기록이었다. 이 방대한 기록에서 연구진이 발견한 결론은 단순하면서도 불편했다. 학생들은 규정을 몰랐고, 시간에 쫓겼으며, 무엇보다도 ‘정당하게는 성공할 수 없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게으름이나 도덕적 실패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 가깝고, 대학이 잘못 설계된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 결과였다. 이 사실을 마주하지 않으면, 기술 탐지 도구를 아무리 강화해도 부정행위는 줄어들지 않는다.
진실 1 — 학생들은 규정을 몰랐다: “I did not know”는 변명이 아니다
반성문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문장은 “I did not know”였다. 이는 책임 회피가 아니라 진짜 몰랐다는 의미였다. 학생들은 표절이 잘못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어디까지가 협력이고 어디부터가 ‘공모(collusion)’인지, 다른 과목에서 제출한 자신의 과제를 재활용해도 되는지, 패러프레이징을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했다. 오리엔테이션 때 주어지는 길고 복잡한 정책 문서는 실제 학습 맥락과 맞지 않아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고, 국제학생은 더 큰 혼란을 겪었다. 연구진은 “학생들은 도덕적 회피를 위해 무지한 척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경계를 몰랐다”고 밝힌다. 이는 영국·캐나다·호주 연구들과도 일치하는 결과다. 문제는 대학이 규정 준수를 학생 개인의 책임으로만 바라봤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학습 과정에서 수없이 협업하며 학습하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자료를 공유하며 스터디를 한다. 그러나 대학은 여전히 “개별 제출·개별 평가” 모델을 유지한다. 이 괴리 속에서 학생은 자신이 한 행동이 ‘학습 협력’인지 ‘부정행위’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규정을 모르는 학생을 징계하는 것이 부정행위를 줄일까. 아니면 대학이 규정을 이해할 수 있게 설계해야 할까. 답은 명확하다.
진실 2 — “No time”은 실제로 절망적 위기 상황을 의미했다
두 번째로 많이 등장한 주제는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었지만, 그 의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루다가 마감 압박을 받은’ 상황과 달랐다. 반성문에는 가족의 병원 입원, 직장에서의 해고 위기, 동시다발적 과제 폭주와 같은 현실적 압박이 등장했다. 많은 학생들은 과제를 일찍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 겹치며 “제출하지 않으면 무조건 F, 베끼면 운이 좋으면 걸리지 않을 수도 있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지 사이에 놓였다. 이 때 학생들이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상황을 만든 것은 대학의 구조였다. 한국 역시 다르지 않다. 많은 학생이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가족 돌봄을 담당하고, 단기간에 몰린 과제에 시달린다. 그러나 대학의 과제 설계는 여전히 “정해진 마감일에 모두 제출해야 한다”는 경직된 구조를 유지한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더 엄격한 제재가 아니라, 유연한 기한 조정, 정당한 사유가 있는 연장 절차, 과제 밀집 최소화 같은 구조적 개선이다. 부정행위의 상당 부분은 개인의 도덕성 이전에 “불가능한 일정표”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대학은 인정해야 한다.
진실 3 — “정당하게 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감정이 부정행위를 낳는다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많은 학생이 “나는 도저히 정당한 방식으로는 이 과제를 해낼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자기비하가 아니라 ‘도움 요청에 대한 두려움’과 결합된 심리적 구조였다. 학생들은 교수에게 질문하면 수준 낮아 보일까, 동료들 앞에서 무지한 사람으로 보일까 두려워했고, 코로나 시기 고립감은 이를 더욱 심화시켰다. 결국 학생들은 부정행위가 “최선은 아니지만, 실패보다는 낫다”는 선택지를 제공한다고 느꼈다. 이 감정적 동기는 기술적 통제를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학생의 자기효능감이 낮아지고, 정신적 압박이 커지면, 부정행위를 “악이 아니라 생존전략”으로 오해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이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왜 학생이 실패를 선택지로 받아들이지 못할까. 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질까. 이는 대학문화, 수업 운영, 교수와 학생 간 상호작용의 구조적 문제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 대학이 바꿔야 할 세 가지 구조
이 연구가 대학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부정행위는 주로 “혼란(confusion), 위기(crisis), 자신감 부족(low self-efficacy)”에서 비롯된다. 기술 탐지 도구를 아무리 강화해도, 이러한 구조가 해결되지 않으면 부정행위는 형태만 바꿔 계속될 것이다.
연구팀은 대학이 실천해야 할 세 가지 변화를 제안한다. 첫째, ‘정보 폭탄’이 아닌 ‘적시에 제공되는 무결성 교육’이 필요하다. 규정 안내는 입학식 때 길게 설명할 것이 아니라, 첫 과제 제출 직전·첫 그룹 과제 시작 시점 등 학생이 실제로 지식이 필요한 순간에 제공해야 한다. 둘째, 경직된 학사 운영에서 벗어나 학생의 현실을 고려한 구조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과제 마감일 분산, 연장 절차 단순화, 긴급 상황 고려 제도화가 필수다. 셋째, 학생의 자신감을 기르는 저위험 학습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작은 실패가 용인되고 도움 요청이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학생은 부정행위보다 학습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AI로 인해 부정행위 탐지가 더 어려워지고, 학생들은 손쉽게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준다. 기술이 부정행위를 가속한 것이 아니라, 원래 존재하던 구조적 취약성이 AI로 인해 더 쉽게 드러난 것뿐이라는 사실이다. 학생들이 규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현실적 압박 속에서 지원받지 못하며, 자신감을 잃는 한 부정행위는 어떤 형태로든 계속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대학의 전략은 기술적 감시 강화가 아니라 학생을 이해하고, 제도적 결함을 고치고, 심리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부정행위를 줄이는 길은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굳이 부정행위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정상적인 학습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UWN 기사는 이 학생들의 반성문을 “대학에 주어진 귀중한 선물”이라고 표현한다. 그들이 보여준 것은 대학이 늘 의심했던 ‘학생의 나태함’이 아니라, 대학이 미처 보지 못했던 구조적 결함과 심리적 압박의 현실이었다. 대학이 이 선물을 받아들이고 제대로 분석한다면, AI 시대의 학문윤리 교육은 지금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효과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대학이 기술적 대응에만 몰두한다면 부정행위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학생과 대학 사이의 신뢰는 더욱 약화될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이해, 공감, 구조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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