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5년—하이브리드 교육은 정상화됐는데, 대학의 평가제도만 과거에 머물러 있다
온라인 강좌의 확대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오래된 프레임
주요 일간매체는 최근 서울 주요 대학에서 AI 기반 부정행위 적발 사례가 늘고 있다며, 그 원인을 ‘온라인 강좌 증가’에서 찾으려는 프레임을 다시 꺼냈다. 팬데믹 이후 하이브리드 강좌의 증가가 사실이라는 점은 확인된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강좌 확대를 부정행위의 ‘직접적 원인’으로 연결하는 방식은 교육의 진화를 오해한 분석이며, 기술 환경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과거의 방식으로 문제를 진단하려는 시각에 가깝다. 이미 2020년 이후 온라인·오프라인 병행 수업은 국제 고등교육의 표준 경향이며, 국내에서도 학내 시설·교수자원·수강인원 문제를 해결하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수업을 문제의 출발점으로 제시하는 접근은 변화하는 교육 생태계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과거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온라인 강좌는 단지 편리함의 문제가 아니다. 전공·교양 등 수백 명이 수강하는 대규모 강의에서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교수 인력과 조교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운영이 어려워진다. 실제로 팬데믹 이전부터도 대형 교양 강좌는 이미 강의실 부족 문제를 수반했으며, 온라인 강좌는 공간 제약을 넘어서는 방식으로 학습 접근성을 높이는 교육적 자원으로 기능해왔다. 특정 강좌를 오프라인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학생들의 이동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뿐 아니라,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교육의 접근성과 다양성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한 온라인 시스템을 오히려 ‘문제의 원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변화된 교육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분석이라 할 수 있다.
AI 부정행위 문제의 본질은 “수업 방식”이 아니라 “평가 설계”에 있다
AI 부정행위가 늘어난 이유는 온라인 수업 때문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평가 방식이 시대 변화에 뒤처져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형태의 AI 도구는 이미 학생들의 일상적인 학습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자연어 처리·코딩·문제풀이 도구들은 학습 과정 전반에서 도움을 제공하며, 이는 부정행위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존 평가 방식이 ‘AI가 가장 잘하는 방식’을 그대로 묻는 구조라는 점이다. 단답형 문항, 정의 기반 문제, 범위 내 지식을 반복해 요구하는 시험 구조는 AI가 가장 손쉽게 대체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평가를 유지한 채 온라인 수업을 문제로 지목하는 것은 본질을 놓친 것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시험 중 학생의 카메라를 켜도록 요구하고, 화면·손·얼굴을 모두 녹화하도록 지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막으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감독 중심’ 방식은 기술적으로도, 교육적으로도 한계가 명확하다. AI 도구는 작은 기기에서도 실행 가능하며, 음성 기반 응답, 화면 밖 장치의 활용, 외부 협력 등은 카메라로 통제할 수 없다. 감독을 강화하면 일시적인 억제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학생들의 창의적 회피 전략만 더 정교해지고 교육적 신뢰만 떨어질 뿐이다. 결국 AI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시험을 과거로 돌리는 방식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기술 변화에 대한 대응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다.
AI를 활용해도 학생의 역량이 드러나는 평가 방식은 이미 교육학과 고등교육 연구에서 충분히 정리돼 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기반 평가, 수행 평가, 포트폴리오 평가, 문제 해결 과정 중심 평가 등이 있다. 이 평가는 정답 자체보다 사고 과정과 분석 능력, 자료 선택과 해석, 팀 기반 협업, 기획능력을 평가한다. 이러한 방식에서는 AI 사용이 ‘부정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학습 과정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통합되며, AI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최종 결과물의 질과 과정 설명을 통해 학생의 역량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AI 시대의 평가 철학은 ‘AI를 쓰면 안 된다’가 아니라, ‘AI를 쓰더라도 드러나는 인간 역량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로 이동해야 한다.
대면 시험으로의 회귀는 퇴행적 대응—교육의 미래와 충돌한다
일부 대학이 ‘대면 시험 원칙’을 다시 강조하는 것은 즉각적인 통제의 필요성은 있을지 몰라도, 교육 혁신의 관점에서는 심각한 퇴행이다. 오프라인 일제식 시험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AI 기반 부정행위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AI는 이미 학습 전 단계—강의노트 정리, 사전 훈련, 모의답변 생성 등—에서 활용되고 있고, 이는 대면 시험에서도 영향을 준다. 더욱이 1,000명이 넘는 대형 교양 강좌를 모두 오프라인 시험으로 전환하면 시험장 확보 문제, 조교 인력 부족, 일정 충돌 등 운영상 문제가 더 커진다. 오프라인 회귀는 부정행위를 줄이기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등교육의 미래 흐름과 충돌하는 방식이다.

주요 일간매체의 기사가 언급한 교수들의 발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진실은 “학교가 AI 시대에 맞는 평가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말은 단지 감독 방식이 미흡했다는 뜻이 아니다. 대학의 교육·평가 체계가 지난 1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세계 대학들은 이미 AI와 디지털 학습 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평가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한국 대학은 여전히 지식 재현 중심 시험에 의존하고 있으며, 온라인 수업 확대에 따른 평가 혁신을 체계적으로 진행하지 못했다. 이 지점이야말로 AI 부정행위 증가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AI 시대의 학습 환경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변화다. 학생들은 AI와 함께 학습하고, 자료를 탐색하며, 대화를 통해 지식을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대학이 해야 할 일은 ‘AI를 차단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AI와 함께 학습하는 시대의 평가’가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일이다. 온라인 강좌는 교육의 확장성을 높이고, 학습 기회를 보완하며, 형평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흐름을 부정행위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문제를 잘못 진단한 접근이며, 교육의 진화를 가로막는 방식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온라인 수업의 축소가 아니라, 평가의 혁신이다. 문제의 핵심은 학생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대학 시스템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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