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라는 거울 앞에 선 대학, 우리는 무엇을 위해 가르치는가

관리의 질문에 갇힌 고등교육, 목적을 다시 묻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AI를 둘러싼 고등교육 담론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대학들은 평가의 공정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과제와 시험에서의 부정행위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학생들에게 AI 사용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분주하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질문들은 모두 현실적이고 불가피하다. 그러나 동시에 이 질문들은 공통된 한계를 지닌다. 교육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교육 시스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AI는 대학 교육의 일부 절차를 개선하는 도구로만 이해되기에는 그 영향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 그것은 교육의 방식뿐 아니라, 교육의 목적과 성과를 규정해 온 전제 자체를 흔든다. 대학이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지식의 배치 방식, 교수자의 역할, 학문의 경계는 AI라는 기술 앞에서 다시 검토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 문제는 대학이 이 변화를 단순한 관리의 문제로 축소하고 있는지, 아니면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로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있다.

현재 AI 관련 논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내부 지향성이다. 논의는 대체로 대학 내부의 규칙, 평가 기준, 학사 행정의 안정성에 집중된다. 이는 제도 운영자로서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동시에 교육의 시야를 과거로 고정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교육을 기존 시스템이 흔들리지 않도록 유지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볼 경우, AI는 결국 효율을 높이거나 위험을 관리하는 보조 장치로 전락한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적으로는 질서와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AI가 만들어내는 변화의 속도와 범위를 고려하면, 관리 중심의 질문만으로는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기 어렵다. 학생들이 졸업 이후 마주하게 될 사회와 직무 환경은 대학이 현재 상정하고 있는 구조와 점점 더 어긋나고 있으며, 이 간극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이 과거의 성공 경험과 기존 평가 체계를 기준으로 유지된다면, 대학은 체계적으로 잘 관리된 부적합을 생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식의 위치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

전통적인 고등교육 모델에서 학생은 하나의 학문 체계 안으로 들어가 지식을 습득하는 존재였다. 학문은 비교적 안정된 구조로 존재했고, 학생은 그 구조를 따라가며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AI 시대에 들어서면서 지식의 위치와 흐름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지식은 더 이상 학문 내부에 고정된 채 학생을 기다리지 않는다. 오히려 학생의 문제의식과 미래 목적에 따라 호출되고 재배치된다. 이는 학문의 소멸이나 약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문 지식은 이전보다 더 자주, 더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된다. 다만 그 사용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학생들은 특정 학문에 장기간 소속되기보다, 복합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학문적 자원을 넘나든다. 이 과정에서 교육의 핵심 성과는 지식을 얼마나 많이 축적했는가가 아니라, 지식을 어떤 맥락에서, 어떤 목적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로 이동한다. AI는 이러한 전환을 촉진하는 환경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대학은 오랫동안 검증된 지식을 전달하는 기관으로서 사회적 신뢰를 쌓아왔다. 이 신뢰는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전제로 형성되었다. 그러나 AI가 촉발한 변화는 이러한 전제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직무는 빠르게 재편되고, 전문성의 유효 기간은 짧아지며, 학생들이 졸업 이후 어떤 경로를 걷게 될지는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대학은 여전히 과거의 성공 모델과 기존 학문 분류를 기준으로 교육과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교육의 출발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질문이 불가피하게 제기된다. 교육은 과거에 축적된 지식을 중심에 두어야 하는가, 아니면 학생들이 앞으로 마주하게 될 불확실한 미래를 기준으로 재설계되어야 하는가. 후자를 선택할 경우, 교육은 필연적으로 더 실험적이고 덜 완결된 형태를 띠게 된다. 이는 대학에게 낯설고 불편한 선택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을 외면한 채 안정성만을 추구하는 교육은, 결과적으로 학생들을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미래에 내보내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대학은 무엇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가

AI 시대에 대학이 직면한 과제는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빨리 도입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무엇을 정상적인 교육으로 간주해 왔는지, 어떤 기준과 관행을 당연한 것으로 유지해 왔는지를 되묻는 문제에 가깝다. 표준화된 교수법, 고정된 교육과정 설계 방식, 학문 간 경계 설정은 모두 재검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제도 개선이 아니라, 대학이 스스로 설정해 온 기준선에서 한 발 물러서는 작업을 요구한다. 이러한 전환은 교수자의 역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완성된 지식을 전달하는 전문가에서, 학생들과 함께 불확실한 문제를 탐색하는 동반자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교수자의 권위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무게 중심이 과거의 정답에서 미래의 가능성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교육은 더 이상 정해진 경로를 안내하는 과정이 아니라, 아직 정의되지 않은 경로를 함께 탐색하는 과정에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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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AI는 대학에 편리한 기술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교육의 목적을 다시 묻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규칙과 도구만을 정교화한다면, 고등교육은 변화에 대응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정작 변화의 핵심에서는 멀어질 수 있다. 대학이 마주한 선택지는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이며,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목적의 문제다. AI 시대의 교육은 더 많은 것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무엇을 가르치지 않을 것인지, 어떤 지식을 목적에 따라 재배치할 것인지, 그리고 학생들에게 어떤 미래를 상정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하는 과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질문을 회피하지 않는 대학만이, 기술 변화의 속도 앞에서 교육의 의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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