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표 하향조정과 청년 실업률 상승 속, AI의 노동대체 가능성 논의 확산… 연준과 투자은행들은 “단기 충격 불가피하나 장기적 방향은 불확실”
AI 확산, 미국 노동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
최근 미국 노동시장에서 고용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인공지능(AI) 확산이 일자리 구조에 미칠 영향이 주요 논제로 떠올랐다. 연준(FRB)과 주요 투자은행들은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AI가 단기적으로 노동시장의 하방 압력을 가할 가능성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의 고용지표는 잇따라 하향 조정되며 시장 불안을 키웠다. 특히 신규 대졸자 실업률이 일반 경기침체 수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신입직 중심의 일자리 축소가 AI와 관련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부 금융기관은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사무·디자인·마케팅 등 지식직 중심으로 고용 부진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주요 인사들은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연은의 카슈카리 총재도 “AI가 실질적으로 노동을 대체하고 있다는 근거는 아직 미약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뉴욕연준의 최근 기업 설문에 따르면, 신규 채용은 일부 축소된 반면 AI로 인한 해고는 드물다는 점에서 “현재까지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병존한다. 즉, 고용의 질적 변화는 감지되고 있으나, 양적 충격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것이다. 투자은행들은 보다 구체적인 경고를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GS)는 “테크 부문을 중심으로 AI 활용도가 높은 업종에서 고용 점유율이 장기 추세를 하회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마케팅·그래픽디자인·사무관리·소프트웨어개발 등 비반복적 인지노동(non-routine cognitive) 직종에서의 고용 부진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JP모건은 이 같은 변화가 “AI에 의한 노동력 대체의 초기 징후”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2년간 실업자 중 비반복적 인지노동 직군의 비중이 상승하면서, 고용의 질적 재편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AI가 실업률을 높이지만, 장기적 일자리 감소는 제한적”
단기 충격을 인정하는 시각도 있다. GS는 “AI 도입 초기에는 0.3~0.5%포인트의 실업률 상승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IT 자동화 초기 단계의 고용 감소와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과 신산업 창출이 대체효과를 상쇄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AI가 6~7%의 일자리를 대체하더라도, 15%의 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전체 고용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낙관적인 시각을 보였다. MS는 “AI가 고령화로 인한 노동공급 감소를 보완할 수 있으며, 1990년대 인터넷 확산기처럼 기술혁신이 오히려 노동시장 회복을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JP모건은 “AI 충격이 미국 고용의 핵심 축인 비반복적 인지노동 직군(전체의 45%)에 구조적 실업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직군은 과거 경기침체에서도 고용을 견인하며 ‘회복의 엔진’ 역할을 해왔으나, 이번에는 AI가 그 영역까지 침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비반복적 인지노동 직군에서조차 ‘고용 없는 회복(jobless recovery)’이 확산된다면, 미국 경제는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고용둔화에 직면할 수 있다.

“AI 충격, 경기침체와 맞물리면 구조적 고용위기 가능성”
시장참가자들은 AI 확산이 예상보다 빠르거나 경기침체가 동반될 경우, 노동시장 충격이 훨씬 크게 나타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AI가 노동을 ‘보완’하기보다는 ‘대체’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경우, 완전고용 유지 자체가 정책당국의 새로운 과제로 부상할 수 있다. 또한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중립금리를 높이고, 노동수요 둔화가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의 판단 기준도 변화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기술 발전이 자본소득 우위를 강화해 소득 격차를 확대시켜온 역사적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정책당국의 대응이 결정적”이라고 지적한다.
AI 확산은 분명 미국 노동시장의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단기적 조정에 그칠지, 혹은 구조적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생성형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리며 새로운 산업을 열어갈 것이라는 낙관과, 고용 기반을 잠식할 것이라는 비관 사이에서, 시장은 여전히 ‘AI 시대의 노동’을 실험 중이다. 연준과 투자은행들의 서로 다른 분석은 결국 하나의 공통점을 드러낸다. AI가 불러올 고용의 미래는 기술보다 노동 전환의 속도와 정책 대응의 질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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