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5극3특 공유대학·초광역 성장엔진 인재육성 본격 추진
산업·경제권 단위로 ‘대학 진학-기업 취업-지역 정주’ 선순환 구축
거점국립대 허브 전략, 지역대학 상생 모델 될지 새 서열화 될지 주목
교육부가 지역대학 지원의 단위를 다시 짜고 있다. 개별 대학을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방정부와 대학, 기업을 산업·경제권 단위로 묶는 초광역 인재양성 체계를 본격화한다. 핵심 사업은 ‘5극3특 공유대학’과 ‘초광역 성장엔진 인재육성’이다. 올해 투입되는 재정은 총 2,000억 원이다. 이 중 1,200억 원은 5극3특 권역별 공유대학 구축에, 800억 원은 초광역 성장엔진 인재육성 모델에 배정된다.
교육부가 내세운 목표는 비교적 분명하다. 지역 청년이 지역 대학에 진학하고, 지역 기업에 취업하며, 지역에 정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지역대학 정책은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지역 산업 기반 약화라는 문제를 각각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정책은 대학과 산업, 지방정부, 정주 여건을 하나의 구조로 묶으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그러나 정책의 성패는 예산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공유대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실제로 대학 간 교육과정, 연구 인프라, 장비, 학점, 현장실습, 취업 기회가 공유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특히 거점국립대를 허브로 삼는 전략이 지역 전체 대학 생태계의 역량 강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거점국립대 중심의 또 다른 수직 구조를 만들지에 대한 논쟁도 불가피하다.
지역대학 정책의 단위가 바뀐다
교육부는 6월 24일 지역 중심의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5극3특 공유대학’ 및 ‘초광역 성장엔진 인재육성’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 설명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2025년부터 추진해온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 이른바 앵커 체계를 산업·경제권 단위로 확장하는 정책이다. 지방정부가 지역발전전략과 연계해 대학을 직접 육성하도록 지원하되, 그 범위를 단일 시도에서 초광역 권역으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정책의 출발점은 지역대학의 위기가 더 이상 대학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진단에 있다. 교육부는 별첨 기본계획에서 수도권 중심 대학 서열화가 고착돼 있고, 졸업 후 진로와 교육·연구 여건 등으로 우수한 지역인재가 수도권 대학 진학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2025년 QS 세계대학평가 기준 국내대학 상위 20개 중 14개가 수도권에 소재한다는 점도 배경 자료로 제시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지방대학에 학생이 줄었다”는 차원으로만 볼 수 없다. 지역에 대학이 있어도 청년이 머물 이유가 약하고, 지역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고, 지방정부는 대학을 지역발전 전략과 충분히 연결하지 못하는 구조가 누적돼 왔다. 대학이 약해지고 산업이 약해지며 청년이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이번 사업은 이 악순환을 산업·경제권 단위의 인재양성 생태계로 끊어보겠다는 시도다. 교육부가 제시한 표현은 ‘대학 진학-기업 취업-정주’다. 학생이 지역에서 배우고,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지역 기업으로 진출하며, 지역에 삶의 기반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정책은 고등교육 재정지원 사업이면서 동시에 지역균형발전 정책이다.
5극3특 공유대학, 무엇을 공유하나
5극3특 공유대학 사업에는 올해 총 1,200억 원이 투입된다. 교육부는 5극3특 권역별로 거점국립대와 일반대, 사립대, 전문대 등이 연합하는 9개의 공유대학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공유의 핵심 대상은 교육과정, 연구 인프라, 시설, 장비, 창업 지원 자원이다. 거점국립대가 보유한 양질의 교육과정과 연구시설, 장비를 권역 내 다른 대학으로 확산한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각 공유대학은 지역 전략산업 분야의 교육과정을 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권역 내 학생들이 해당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 운영한다. 공동 교육과정은 단순 강좌 공유에 머물지 않는다. 교육부 가이드라인은 지역 전략산업 분야 전공 또는 융합 전공과정을 개발·운영하고, 기업과 공동 개발·운영하는 교육과정을 필수 포함하도록 했다. 이수자에 대한 기업 인증체계, 마이크로디그리, 공동인증 등도 제시됐다.
공동 연구도 핵심 과제다. 일반대와 전문대 교원, 석·박사생, 기업과 출연연 연구원이 함께 지역 전략산업 분야 연구개발과 기술사업화를 추진한다. 특히 전문대의 경우 거점대와 함께 연구를 기획·수행하고, 기초연구와 실증·제조·현장검증의 역할을 나누는 방식도 예시로 제시됐다. 대학 간 기술사업화 전담조직을 연합해 연구결과의 실용화를 촉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자원 공유는 보다 구체적이다. 대학 시설, 장비, 공간 등을 공유·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공동 교육과 연구에 활용하도록 했다. 강의실, 세미나실, 실험실, 공동연구실, 프로젝트룸, 창업 보육공간, 메이커스페이스뿐 아니라 연구장비와 분석장비, 시제품 제작 장비, 테스트베드까지 공유 대상에 포함된다. 교육부는 단순 공유 실적 확대가 아니라 실제 교육·연구·지역기여 성과와 연결되는 개방·공유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선택 과제로는 창업거점 역할 수행, 수도권-비수도권 연계, 기초학문·교양교육 공유가 제시됐다. 거점대가 권역 내 학생과 교원의 스타트업 인턴십, 사업화 자금, 창업 공간을 지원하거나, 수도권 대학·기업·연구기관의 교육과정과 시설·장비를 지역 학생의 AI·빅데이터 등 첨단분야 역량 강화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기초학문과 교양교육을 권역 내 다른 대학에 개방해 학생 간 교육격차를 완화하겠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이처럼 제도 설계만 놓고 보면 공유대학은 단순한 온라인 강좌 공동 운영을 넘어선다. 학점교류, 복수전공, 마이크로디그리, 공동 연구, 시설·장비 예약, 창업지원, 기업 프로젝트 기반 학습까지 포괄한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실제 학생과 교수,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작동할 수 있느냐이다.
공유의 성패는 플랫폼보다 거버넌스에 달려 있다
공유대학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공유’다. 그러나 대학 현장에서 공유는 말처럼 쉽지 않다. 대학마다 학사제도, 학점인정 기준, 수강신청 시스템, LMS, 성적 처리 방식, 등록금 회계, 공간·장비 관리 규정이 다르다. 공동 교육과정 하나를 운영하기 위해서도 어느 대학의 교과목 코드로 개설할지, 이수구분은 전공인지 융합전공인지, 성적은 어떻게 처리할지, 학생 이동과 실습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 등을 합의해야 한다.
교육부 기본계획도 이 지점을 의식하고 있다. 공동 교육과정 운영 방향에는 초광역 LMS 플랫폼, 대학 간 공동운영체계, 학점교류 표준체계가 핵심 요소로 제시됐다. 강의 콘텐츠 탑재, 실시간·비실시간 수업 운영, 출결·과제·시험·토론 관리, 학습결과 분석, 이수관리까지 시스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목 코드 통합 관리, 학점 상호인정 기준, 이수구분 통일, 성적처리 절차 표준화도 포함됐다.
하지만 시스템보다 더 어려운 것은 거버넌스다. 누가 과정을 설계하고, 누가 예산을 집행하며, 성과는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거점국립대가 주관대학으로서 허브 역할을 맡되, 참여 사립대와 전문대, 비거점 국공립대가 단순한 수혜기관에 머문다면 공유대학은 이름과 달리 ‘확산형 지원사업’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각 대학이 자신만의 이해관계만 앞세우면 공동 교육과정과 연구는 형식적 협약에 머물 수 있다.
교육부는 지방정부, 거점국립대, 참여대학의 의견수렴을 거쳐 공유대학 구성을 정하고 지역앵커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5극 권역의 경우 지방정부 간 합의도 필수다. 또한 대학 간 협업을 위한 상설 협의기구 설치·운영을 요구했다. 이는 공유대학의 성패가 개별 대학의 역량보다 권역 단위 의사결정 구조에 달려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공유대학의 핵심은 거점국립대가 얼마나 좋은 자원을 갖고 있느냐만이 아니다. 그 자원을 어떤 규칙으로 개방하고, 참여대학이 어떤 권한과 책임을 갖고, 학생이 어떤 절차로 접근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공유대학이 성공하려면 ‘거점대가 주고 다른 대학이 받는 구조’가 아니라 ‘권역 대학들이 함께 설계하고 함께 운영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초광역 성장엔진, 대학-기업 협의체가 관건
5극3특 공유대학이 대학 간 자원 공유에 무게를 둔다면, 초광역 성장엔진 인재육성 사업은 행정 경계를 넘어 대학과 기업을 직접 연결하는 데 방점이 있다. 올해 지원 규모는 800억 원이다. 교육부는 복수 지방정부가 협력해 대학-기업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역 전략산업 분야의 인재양성 모델을 제안하면 6개 내외 우수모델을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모델당 매년 100억~150억 원의 사업비가 4년간 차등 지원된다. 이 사업의 목표는 생활권과 산업·경제권에 따라 초광역 단위로 추진되는 산학일체형 인재양성을 확대하는 것이다. 지원대상은 초광역 단위 대학-기업 협의체다. 대학과 기업의 수는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지만, 서로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 내에 소재한 대학과 기업으로 구성하는 것이 기본 요건이다. 복수 대학이 참여할 경우 과제를 총괄 관리하는 주관대학을 설정해야 한다.
추진 과제는 비교적 유연하게 열려 있다. 특정 산업 분야를 설정하고, 해당 분야 발전을 위한 교육·연구 과제를 기획하는 방식이다. 산업 분야의 종류나 세분화 정도에는 제한이 없지만, 그 분야를 설정한 취지와 근거를 지역의 산업·경제적 여건에 기반해 제시해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이 아닌 기업 등의 인재·기술 수요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라고 명시했다.
예시로는 고등학교 단계부터 취업·정주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인재양성 체계, 초광역 단위 기업-대학 연계를 통한 현장실습·인턴십, 지역별 창업 자원을 교차 활용하는 창업 파이프라인, 권역별 연합형 기술지주회사를 활용한 기술이전·사업화 성과 창출 등이 제시됐다. 학생 입장에서 보면 이 사업은 강의실 안의 교육보다 현장실습, 직무실습, 인턴십, 채용 연계, 창업지원과 더 직접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역시 기업 참여가 형식에 그치면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산학협력 사업에서 기업은 자주 등장하지만, 실제 교육과정 설계와 채용 연계에 깊이 참여하는 경우는 제한적이었다. 이번 사업이 다르려면 기업이 단순 자문위원이나 협약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업이 필요한 직무를 제시하고, 대학이 이를 교육과정에 반영하며, 학생이 현장 프로젝트와 인턴십을 통해 역량을 검증받고, 그 결과가 채용 또는 창업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교육부가 선정평가 기준에서 ‘추진과제를 통한 학생 역량 강화 방안’, ‘참여기관 간 역할 분담 및 협업체계’, ‘산업계 수요 반영 및 산업 발전 기여 가능성’에 큰 배점을 둔 것도 이 때문이다. 초광역 성장엔진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기관이 협약서에 이름을 올렸는지가 아니라, 산업계 수요가 실제 교육과 연구, 취업 경로로 전환되는지에 달려 있다.
거점국립대 허브 전략, 상생인가 집중인가
이번 정책의 가장 민감한 쟁점은 거점국립대의 역할이다. 교육부는 거점국립대를 지역 성장을 위한 지산학연 협력 허브로 육성하고, 그 자원과 인프라를 타 국립대, 사립대, 전문대와 공유·협력해 지역 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는 거점국립대의 역량을 지역 전체로 확산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허브 전략이 ‘상생의 플랫폼’이 될지, ‘새로운 집중 구조’가 될지다. 교육부 기본계획에는 9개 공유대학에 대한 1,200억 원 지원과 함께, 3개교 집중 패키지 지원이 포함돼 있다. 지역성장을 위한 전략적 성공모델 창출을 위해 3개교에 브랜드 단과대 육성, AI 거점대학, 지역혁신 허브화 인센티브를 묶어 지원하는 구조다. 공유대학 예산 안에서도 집중 패키지 지원 대상 대학에는 권역 내 타 대학과의 적극적 공유·협업 필요성을 고려해 300억 원이 추가 배분된다.
선택과 집중은 정책적으로 필요할 수 있다. 모든 대학에 동일한 금액을 나눠주는 방식으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기 어렵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특히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해 연구·교육·창업·AI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고등교육계 일각에서는 우려도 크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전국국공립대학교수연합회, 거점국립대학교수연합회, 국가중심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은 거점국립대 3곳에 대한 파격 지원 방침을 두고 ‘줄 세우기식 졸속 정책’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거점국립대 사이의 경쟁을 부추기고, 비거점 국공립대와 국가중심대, 지역 사립대가 소외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논쟁의 본질은 단순히 어느 대학이 얼마를 받느냐가 아니다. 지역대학 생태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다. 거점국립대만 강해져도 지역 전체가 살아날 수 있는가. 아니면 지역 사립대, 전문대, 비거점 국공립대가 함께 살아야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는가. 공유대학이 진정한 공유가 되려면 후자의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지역에는 연구중심 거점국립대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전문대는 직업교육과 평생교육, 현장실무 인력 양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역 사립대는 오랜 기간 특정 지역의 교육 수요와 산업 수요를 담당해 왔다. 비거점 국공립대와 교육대학, 특수목적 대학도 지역의 공공 고등교육 기능을 수행한다. 이들이 단순 참여기관으로만 위치 지워진다면 공유대학은 지역대학 상생이 아니라 거점국립대 확장 정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따라서 거점국립대 허브 전략의 성공 조건은 분명하다. 허브가 중심을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라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여야 한다. 예산 집행권, 교육과정 설계권, 성과 배분, 연구 장비 접근권, 학생 선발과 지원 방식에서 참여대학의 실질적 권한이 보장되어야 한다. 공유대학이라는 이름은 거점대학의 선의가 아니라 제도화된 수평 거버넌스로 증명되어야 한다.
지방정부는 초광역 협업을 감당할 수 있나
이번 정책의 또 다른 축은 지방정부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지방정부가 지역발전전략과 연계해 대학을 직접 육성하도록 지원해 왔다.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 즉 앵커 체계는 기존 RISE 체계의 재구조화와 맞물려 있다. 이번 5극3특 공유대학과 초광역 성장엔진은 지방정부의 역할을 단일 시도에서 초광역 산업·경제권으로 확장한다.
이 방향은 타당하다. 실제 생활권과 산업권은 행정구역과 일치하지 않는다. 한 지역의 학생은 인접 시도의 대학에 다니고, 다른 시도의 기업에 취업하며, 광역 교통망을 통해 생활한다. 기업의 공급망과 인력 수요도 시도 경계를 넘는다. 따라서 산업·경제권 단위의 인재양성은 지역 현실에 더 가까운 접근일 수 있다.
하지만 행정구역을 넘는 협력은 말처럼 쉽지 않다. 복수 지방정부가 함께 사업을 신청하려면 산업 분야 선정, 참여 대학과 기업 구성, 예산 배분, 성과 귀속, 사업 책임, 지방비 부담, 전담기관 운영 등을 합의해야 한다. 5극 권역의 경우 공유대학 구성에 관한 지방정부 간 합의가 필수이며, 각 지방정부별 지역앵커위원회 심의를 거쳐 참여대학을 최종 지정해야 한다. 초광역 성장엔진도 주관 지방정부를 정해 대표로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일정도 촉박하다. 5극3특 공유대학 추진계획은 7월 중 1차 제출, 8월 최종 제출을 거쳐 9월부터 추진하는 일정이다. 초광역 성장엔진 인재육성은 8월 3일까지 추진계획을 제출·접수하고, 8월 28일까지 평가·선정을 마친 뒤 9월부터 사업을 추진하는 일정이 제시됐다. 지역별로 대학, 기업, 지방정부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사업임을 고려하면 준비 기간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재정 부담도 쟁점이다. 기본계획은 지방비 매칭률 산정 시 지방정부별 교부 예산액을 모수에 포함한다고 설명한다. 지역 재정 여건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초광역 사업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사업 초기에는 국비가 동력이 될 수 있지만, 4년 지원 이후에도 권역 단위 인재양성 플랫폼이 유지되려면 지방정부와 기업, 대학의 지속 투자 구조가 필요하다.
결국 초광역 협업의 성패는 중앙정부의 공모와 선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방정부가 실제로 공동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지, 초광역 앵커센터 또는 전담기구가 행정조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 참여 기관 간 갈등을 조정할 규칙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정책 구상은 초광역인데 행정 역량이 여전히 시도 단위에 머물러 있다면, 사업은 형식적 컨소시엄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학생에게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지역대학 정책은 자주 대학과 지방정부, 기업의 언어로 설명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정책의 성과를 체감하는 주체는 학생이다. 학생에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공유대학도, 초광역 성장엔진도 정책 문서 속 구조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학생 입장에서 공유대학은 몇 가지 구체적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첫째, 소속 대학에 없는 강좌를 권역 내 다른 대학에서 수강하고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고가의 장비와 실험실, 프로젝트 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지역 전략산업과 연결된 현장실습과 인턴십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이수 결과가 마이크로디그리나 공동인증으로 남아 취업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이동과 숙박, 실습 비용 등 현실적 장벽을 줄이는 지원이 따라야 한다.
초광역 성장엔진도 마찬가지다. 학생이 고등학교 단계부터 대학 교육, 현장실습, 취업, 정주로 이어지는 경로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지역 기업이 어떤 직무를 필요로 하고, 그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대학에서 어떻게 배울 수 있으며, 현장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경험을 쌓고, 졸업 후 어떤 기업으로 갈 수 있는지가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에 남아달라”는 메시지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청년의 지역 정주는 교육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일자리의 질, 임금, 주거, 교통, 문화, 가족 형성 가능성, 지역의 미래 전망이 함께 작동한다. 교육부 사업이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학이 지역 산업과 연결되고, 학생이 실제 취업 경로를 확보하며, 지방정부가 정주 지원정책을 함께 설계한다면 지역에 남는 선택의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성과지표도 신중해야 한다. 참여 학생 수, 개설 강좌 수, 협약 기업 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학생 역량 향상도, 현장실습 이수 후 채용 연계율, 지역 취업률, 일정 기간 지역 정주율, 공동 연구의 기술사업화 성과, 참여대학 간 장비·공간 공유 실적, 학점교류의 실제 이수율 등이 함께 봐야 할 지표다. 특히 사업의 목적이 ‘정주인재 양성’이라면 지역에 남은 인재의 경로를 장기적으로 추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해외 사례가 보여주는 조건
한국의 5극3특 공유대학과 초광역 성장엔진은 세계 고등교육 변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이미 대학을 지역혁신 생태계의 핵심 주체로 재정의하고, 대학 간 연합과 지역 산업 연계를 강화해 왔다. 다만 해외 사례를 단순히 성공 모델로 가져오기보다, 한국 정책이 갖춰야 할 조건을 확인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NSF Regional Innovation Engines는 지역 기반 혁신 생태계에 장기 투자하는 대표적 모델이다. NSF 공식 자료에 따르면 각 엔진은 지역의 연구자, 기관, 기업이 연합해 경제·사회적 영향을 갖는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지역 인력을 양성하는 구조이며, 최대 1억6,000만 달러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핵심은 대학 단독 사업이 아니라 지역 연합체를 구축하고, 연구개발과 인력양성, 산업 생태계 성장을 함께 추구한다는 점이다.
유럽의 European Universities Initiative도 참고할 만하다. EU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은 현재 73개 유럽 대학연합과 약 650개 고등교육기관을 포괄한다. 국경을 넘어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학 간 협력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공동 교육과정, 학생 이동, 학점 인정, 디지털 캠퍼스, 공동 연구를 제도화하는 방향은 한국의 공유대학이 직면할 학사·행정 연동 문제와 직접 연결된다.
해외 사례의 공통점은 단순 재정지원보다 장기 거버넌스와 공동 플랫폼에 있다. 대학 간 연합이 일회성 공모사업으로 끝나지 않도록 조직과 규칙을 만들고, 학점과 역량 인증, 연구 인프라, 기업 참여를 연결하는 구조를 만든다. 또 지역 산업과 대학의 협력을 단순 협약이 아니라 실제 교육과 연구, 인력 배출, 기술사업화로 이어지도록 설계한다.
한국형 초광역 공유대학도 이 지점에서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각 대학의 LMS와 학사 시스템을 연결할 표준이 필요하다. 공동 교육과정이 늘어날수록 학생의 수강신청, 출결, 성적, 이수증, 마이크로디그리, 학점 인정 기록을 통합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장비와 공간도 검색, 예약, 승인, 안전교육, 비용 정산까지 가능한 플랫폼이 필요하다. 교육부 기본계획이 자원 공유 플랫폼과 학점교류 표준체계를 언급한 것은 적절하지만, 이를 개별 권역에만 맡길 것인지 국가 차원의 표준으로 설계할 것인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AI와 에듀테크도 빠질 수 없다. 교육부 기본계획에는 지역 AX 생태계 조성, GPU 서버와 AI 교육·연구 인프라 공동 활용, 거점국립대 AI 융합교과 공유·확산, 지역 AX 공동연구 등이 성장엔진 연계과제로 제시됐다. AI 시대의 공유대학은 단순히 강의를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학습 데이터, 역량 진단, 맞춤형 교육과정, 현장 프로젝트 매칭, 취업 경로 추천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경우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거버넌스, 플랫폼 운영 주체, AI 활용 윤리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이번 사업의 의미는 분명하다. 지역대학 지원의 단위가 개별 대학에서 권역 네트워크로 이동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대학을 지역발전 전략의 핵심 자원으로 다루고, 대학은 지역 산업과 정주 생태계 안에서 역할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청년에게 지역대학은 단순히 수도권 대학의 대체지가 아니라, 지역 산업과 연결된 성장 경로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교육부가 말하는 ‘대학 진학-기업 취업-정주’의 정책적 의미다.
하지만 위험도 분명하다. 첫째, 거점국립대 중심 구조가 지역대학 생태계의 상생으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 둘째, 공유대학이 실제 학사제도와 플랫폼 연동 없이 협약과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다. 셋째, 기업 참여가 형식화될 수 있다. 넷째, 지방정부 간 협업이 예산 배분과 성과 귀속 문제로 지연될 수 있다. 다섯째, 학생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보다 기관 간 사업 구조가 앞설 수 있다.
특히 공유대학은 이름과 달리 ‘공유’가 가장 어려운 사업이다. 대학은 서로 경쟁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학생 모집, 재정지원 평가, 연구비, 지역 내 위상, 학과 경쟁력에서 이해관계가 겹친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학의 우수 강좌와 장비를 다른 대학 학생에게 개방하고, 공동 연구 성과를 나누며, 기업 채용 성과를 함께 관리하는 것은 제도적 설계 없이는 쉽지 않다.
따라서 이번 정책은 사업계획서의 완성도보다 운영 이후의 조정 능력이 더 중요하다. 교육부가 매년 성과평가를 통해 예산을 차등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평가 기준은 형식적 실적보다 실질적 공유와 학생 성과를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협약 수, 회의 수, 플랫폼 구축 여부보다 실제 수강생 수, 학점 인정률, 공동 연구 참여자, 장비 활용 실적, 현장실습 후 취업 연계, 지역 정주 성과가 더 중요하다.

성공 조건은 ‘돈’보다 ‘구조’다
5극3특 공유대학과 초광역 성장엔진 인재육성은 지역대학을 살리기 위한 또 하나의 재정지원 사업으로만 볼 수 없다. 이 정책은 지역 고등교육의 운영 단위를 바꾸는 실험이다. 개별 대학 중심에서 권역 대학연합으로, 행정구역 중심에서 산업·경제권 중심으로, 강의실 중심 교육에서 기업 수요 기반 현장교육으로 이동하려는 시도다.
성공 조건은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수평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거점국립대는 허브가 되어야 하지만, 허브가 권한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 참여 사립대, 전문대, 비거점 국공립대가 교육과정 설계와 예산 집행, 성과 배분에 실질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둘째, 학사제도와 플랫폼의 상호운용성이 필요하다. 공동 LMS, 학점교류 표준, 마이크로디그리 발급, 장비 예약 플랫폼, 성적 처리 기준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학생이 다른 대학의 강좌와 장비, 실습에 접근하는 과정이 복잡하면 공유대학은 작동하기 어렵다.
셋째, 기업 참여가 교육과정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기업은 자문기관이 아니라 공동 설계자여야 한다. 필요한 직무와 역량을 제시하고, 프로젝트와 현장실습을 제공하며, 이수 결과를 채용과 연결해야 한다.
넷째, 지방정부의 정주 정책과 결합해야 한다. 지역 취업만으로 청년 정주는 완성되지 않는다. 주거, 교통, 문화, 생활 여건, 창업 지원, 장기 경력 경로가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다섯째, 성과평가는 학생과 지역을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 어느 대학이 얼마를 받았는지가 아니라, 학생이 어떤 역량을 얻었고, 지역 기업이 어떤 인재를 확보했으며, 지역에 어떤 연구와 창업, 기술사업화 성과가 남았는지를 봐야 한다.
교육부의 이번 발표는 지역대학 위기의 심각성을 반영한다. 더 이상 대학만 살리는 방식으로는 지역대학을 살릴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지역대학은 지역 산업과 연결되어야 하고, 지방정부의 발전 전략 안에서 역할을 가져야 하며, 학생에게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현실적 경로를 제공해야 한다.
다만 정책의 언어가 곧 현실이 되지는 않는다. ‘초광역’은 행정구역을 넘는 합의를 요구하고, ‘공유’는 대학 간 권한과 성과를 나누는 결단을 요구하며, ‘정주’는 교육을 넘어 삶의 조건을 묻는다. 이번 사업이 성공하려면 정부와 대학, 지방정부, 기업은 “어느 대학을 키울 것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어떤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를 만들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5극3특 공유대학과 초광역 성장엔진은 지역대학 정책의 새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출발점이 지역대학의 상생으로 이어질지, 또 다른 경쟁과 선별의 구조로 귀결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답은 예산 규모가 아니라 운영 구조에 있다. 공유대학의 이름에 걸맞은 공유가 실제로 작동할 때, 지역대학은 비로소 지역의 미래 전략 안에서 다시 자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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