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의 가치를 숫자로 증명하라 – ROI로 평가받는 대학의 시대

ROI로 재편되는 대학 가치 논의

미국 대학들이 ‘학위의 가치’를 증명하라는 사회적 요구 앞에 서 있다. 등록금은 20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올랐고, 학자금 대출 잔액은 1조6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졸업장을 손에 쥔 순간부터 빚을 갚기 위한 긴 여정이 시작되는 현실 속에서, 대학 교육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투자’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AP는 최근 보도에서 “대학이 납세자와 학부모에게 그 가치를 수치로 입증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전했다. ‘투자 대비 수익(Return on Investment, ROI)’이라는 단어가 기업재무 보고서가 아니라 고등교육의 평가지표로 등장한 것이다. 이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각 주정부는 대학 지원 예산을 효율화하기 위해 성과기반 예산제(performance-based funding)를 확대하고 있으며, 대학들은 졸업률·취업률·졸업생 평균 임금 등 정량 데이터를 통해 “투자의 결과”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학생과 학부모는 전공을 선택할 때 열정보다 수익률을 먼저 계산하고, 정치권은 ‘공공재로서의 대학’보다 ‘투자상품으로서의 대학’을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고등교육의 언어가 ‘가치(value)’에서 ‘수익률(return)’로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이 제공해야 할 사회적 책무와 재정 구조, 나아가 학문영역 간 균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인문·사회 분야는 수익률 지표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고, 기술·의료·공학계열은 상대적으로 높은 ROI로 인해 재정과 학생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하다. 대학은 점점 더 ‘시장논리’에 민감한 기관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학문 자체의 내재적 가치와 사회적 기여가 단기적 수익성 앞에서 후순위로 밀릴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제 대학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학문의 자율성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전통적 가치 위에, 투자 효율성과 성과 책임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겹겹이 얹히는 시점이다. 고등교육의 질적 성취가 더 이상 추상적 명예로 설명되지 않는 시대, ‘ROI로 평가받는 대학’은 교육과 정책의 언어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학위의 수익률, 숫자로 드러나다

투자 가치로서의 대학이 본격적으로 평가되기 시작하면서, 학위의 수익률은 더 이상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2025년 StudentChoice.org의 분석에 따르면, 평균 대학 학비는 연간 약 3만8,270달러, 4년간 총 15만3,080달러에 달한다. 이에 따라 ‘ROI(Return on Investment)’는 졸업 후 5년간 벌어들인 중위소득을 학비 총액과 비교해 계산되며, 그 결과는 전공별로 뚜렷한 격차를 드러낸다. 보고서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전공은 공학으로, 졸업 후 5년간 총임금이 50만 달러에 이르며 ROI는 326.6%로 계산됐다. 뒤를 이어 컴퓨터과학·정보기술(310.3%), 간호학(280.9%), 회계학(261.3%), 생화학(248.2%) 순이었다. 기술과 보건, 금융 분야가 학위 투자에 가장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셈이다. 특히 세부 직종별 분석에서는 컴퓨터·정보시스템 관리자가 5년간 55.3배의 ROI(553.7%)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마케팅 및 홍보관리자는 511.4%, 항공우주공학자는 427%, 소프트웨어 개발자 및 품질관리 분석가는 425.1%로 집계되었다. 이들은 모두 데이터와 기술 중심의 산업군에 속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반면, 그래픽디자이너(192.4%), 사회복지사(190.7%), 박물관·기록보존 관련 직종(186.6%) 등은 ROI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 전공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졌다.

StudentChoice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대학 전공은 단순한 진로의 문제가 아니라, 재정적 선택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 재생에너지 산업 성장, 고령화 사회의 의료 수요 증대와 같은 거시적 요인이 향후 전공별 ROI를 더욱 벌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공학과 컴퓨터 전공은 지속적으로 고수익 구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직업적 수익률이 낮아지는 대신 비재정적 가치—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창의적 기획력, 비판적 사고력 등—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ROI의 계산 방식은 명료하지만, 그 이면은 단순하지 않다. StudentChoice는 “ROI는 대학 선택의 한 요소이지, 절대 기준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학자금 대출 구조, 거주 지역의 주거비, 장학금, 그리고 졸업 후 근무지역의 경제 상황 등 다양한 요인이 실질적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학위 취득 후 경력 발전 경로와 재직 산업의 구조 변화에 따라 ROI는 시간이 지나며 변동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 ROI’는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강력한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이 수치는 대학의 교육 효율성을 시장 언어로 번역한 결과다. ROI가 높다는 것은 곧 해당 전공이 노동시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이며, 반대로 낮은 ROI는 사회적 가치나 직업안정성 측면에서 다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중요한 것은 대학이 이 데이터를 단순한 순위 경쟁의 도구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과정 설계·산업 연계·진로지원 체계를 점검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숫자는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 의미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대학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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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ROI의 불균형 – 학문 간 가치의 간극

대학이 투자수익률로 평가받는 시대는 전공 간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AP는 최근 보도에서 “대학의 성과를 숫자로 측정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학문의 생태계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StudentChoice의 ROI 순위표에서 상위권은 공학·컴퓨터·의료·회계 등 산업 수요가 높은 실용 전공들이 차지한 반면, 인문학·예술·사회복지 등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예를 들어 그래픽디자인(192.4%), 사회복지(190.7%), 예술치료(207.9%) 전공의 ROI는 공학·정보기술 분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교육학(169.8%)이나 인문계열(179.6%) 역시 평균 ROI를 밑도는 수준에 머물러, 학문 간 수익률 격차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히 ‘취업이 잘 되는 전공’과 ‘그렇지 않은 전공’의 차이로 설명되지 않는다. 노동시장의 수익구조가 기술·데이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학의 학문 분포 자체가 시장논리를 따라 재구성되는 흐름이 형성된 것이다. 이미 일부 대학에서는 신입생 모집 과정에서 공학·컴퓨터 관련 전공의 정원을 늘리고, 인문·사회계열은 통합학과로 묶어 축소하는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학 내부의 자원 배분 또한 ROI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전공 간 예산 격차는 교육의 다양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ROI의 관점이 ‘단기적 수익’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사회복지, 교육, 예술, 역사학 등은 졸업 후 초봉 수준에서는 낮은 수익률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가치 창출이나 공공서비스 기여라는 형태로 환원될 수 있다. 그러나 ROI 지표가 이러한 장기적·비재정적 성과를 반영하지 못하면, 정책과 예산은 자연스럽게 고수익 전공 중심으로 재배분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학문 다양성의 축소를 넘어, 사회적 균형 발전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AP가 인용한 한 대학 관계자의 말처럼 “ROI는 대학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도구일 수 있지만, 그 순간부터 대학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투자회사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이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수익률 지표를 중심으로 재편된 고등교육 구조는 결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전문성과 교양의 토대를 약화시키며, 단기적 경제성과 장기적 사회적 효용 사이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결국 ROI는 대학의 가치를 판단하는 유용한 지표이지만, 동시에 그 수치가 만들어내는 ‘위계의 언어’를 경계해야 한다. 모든 학문이 동일한 방식으로 수익을 환원할 수는 없으며, 어떤 전공은 개인의 소득이 아니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가치를 증명한다. ROI 중심 평가가 고등교육의 책임성을 높이는 동시에 다양성과 포용성의 원리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대학과 정책 입안자 모두가 직면한 숙제다.

Urban Institute의 분석 – ROI를 ‘위험관리 프레임’으로 보라

ROI는 단순히 ‘얼마를 벌었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Urban Institute의 분석은 이 지표를 “투자 효율의 계산식이 아니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 프레임”으로 재정의한다. 즉, 고등교육의 투자는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장기적인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진정한 수익률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학생에게 ROI는 단순한 경제적 수익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의 함수’다. 학비와 생활비, 대출 구조, 전공 선택, 재학 기간, 졸업 가능성, 지역 경제 상황, 그리고 취업 시장의 경기 사이클 등 수많은 요인이 상호작용하며 개인별 ROI를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이러한 이유로 Urban Institute는 “학생은 투자자이자 위험관리자”라고 표현한다. 즉, 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순간부터 그는 학비와 시간을 리스크 자산으로 투입하고, 졸업과 취업을 통해 이를 회수하려는 일종의 장기 투자 전략을 수행하는 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고등교육의 ROI는 ‘단기적 소득의 총합’이 아니라 ‘불확실성에 대한 방어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해석될 수 있다. 예컨대 보고서는 개인의 ROI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실제 부담 학비(보조금·장학금 적용 후), △학위 완료 확률, △전공별 중위소득,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 △지역 고용 환경을 꼽았다. 이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면서, 동일한 학위를 취득해도 개인 간 ROI는 크게 다를 수 있다. 학자금 대출을 많이 받은 학생이 경기 침체기에 졸업하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두 배 이상 길어질 수 있으며, 반대로 장학금을 충분히 받은 학생은 같은 직종에 종사하더라도 훨씬 빠르게 투자비용을 회수한다.

정책적 관점에서 Urban Institute는 ROI 논의의 초점을 ‘평균 수익률 향상’이 아니라 ‘위험의 분산과 완화’로 옮길 것을 제안한다. 교육정책이 고등교육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만 집중하면, 불가피하게 고수익 전공과 상위권 대학 중심의 지원 구조가 강화된다. 그러나 리스크 최소화 관점에서 접근하면, 지원의 우선순위는 취약계층과 낮은 완주율을 보이는 대학으로 이동한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 학생에게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중도탈락 위험이 높은 대학에 재정적·상담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ROI의 확률분포’를 안정화시키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이는 개인의 경제적 성과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교육 효율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Urban Institute는 또 다른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 ROI는 사회적 차원에서도 계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등교육은 개인의 소득 증가 외에도 세수 확충, 복지비 절감, 범죄율 감소, 건강 증진 등 간접적 효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대학 졸업자는 고졸자보다 평균 세금을 두 배 이상 더 납부하고, 실업률과 공공복지 의존도는 현저히 낮다. 이는 고등교육 투자가 단기 재정 부담을 넘어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의 수익률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는 뜻이다. ROI를 단지 ‘개인의 투자수익률’로 한정하면 이러한 공공적 편익이 누락되지만, 이를 사회적 ROI(Social Return on Investment)로 확장할 때 고등교육의 진정한 경제적 가치가 드러난다. 따라서 Urban Institute의 결론은 명확하다. ROI는 정책결정의 종착점이 아니라, 위험을 인식하고 관리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대학과 정부는 ROI를 단순한 순위화의 도구로 사용하는 대신, ‘누가 더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어떻게 그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접근해야 한다. ROI를 효율성의 언어에서 책임성의 언어로 전환하는 것—그것이 고등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길이라고 보고서는 강조한다.

정책의 전환점 – 데이터 기반 고등교육 투자

대학의 ‘가치’가 수치로 환원되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사회적 분위기 변화가 아니라, 정책의 패러다임이 구조적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고등교육 재정은 공공성과 평등의 원칙에 따라 ‘투입 중심’으로 배분되었다면, 이제는 ‘성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AP에 따르면, 미국 50개 주 가운데 32개 주가 이미 대학 재정지원을 성과지표에 연동하는 성과기반 예산제(performance-based funding)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졸업률, 저소득층 학생 비율, 취업률, 학위 취득 후 소득 수준 등 정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학별 예산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얼마를 지출했는가’가 아니라, ‘그 지출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가 재정의 핵심 판단 근거로 작용한다. 이러한 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고등교육이 더 이상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간주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있다. Urban Institute 보고서는 “주정부의 고등교육 투자는 단기적 재정 지출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세수 확대와 복지비 절감, 생산성 향상으로 되돌아온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각 주의 정책 담당자들은 예산 책정 단계에서부터 ROI 데이터를 참고해 투자 효율을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대학별 ROI’는 단순한 통계지표를 넘어, 정책결정의 논리적 근거로 기능한다. 예컨대 특정 대학의 졸업생 평균 소득이나 취업률이 낮다면, 주정부는 이를 근거로 추가 지원의 타당성을 재검토하거나 구조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반대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의 높은 ROI는 해당 전공에 대한 재정 확대를 정당화하는 논거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ROI 중심의 정책 전환은 대학 간 격차를 확대시킬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고소득층 학생이 많은 상위권 대학은 이미 높은 ROI를 유지하며 더 많은 재정 인센티브를 얻는 반면, 지역사회 기반의 공립대학이나 커뮤니티 칼리지는 상대적으로 낮은 ROI 때문에 구조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Urban Institute는 이를 “성과기반 제도의 구조적 역설”이라 지적하며, 단순히 수익률 지표에 따라 자원을 배분하기보다는 ‘성과 개선 가능성’과 ‘사회적 필요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즉, ROI의 수치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더 많은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낮은 ROI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데이터 기반의 정책은 분명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숫자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ROI는 본질적으로 평균값 중심의 지표이기 때문에, 그 이면의 불평등 구조를 가릴 수 있다. 졸업률이 높아도 특정 계층의 학생만 성과를 내는 경우, 또는 취업률이 높아도 비정규직이나 단기 계약직 비중이 높은 경우, 표면적 ROI는 양호하지만 실제 사회적 성과는 왜곡될 수 있다. 따라서 정책 설계자는 ROI 데이터를 결과지표가 아닌 ‘진단도구’로 활용해야 하며, 데이터 해석의 사회적 맥락을 함께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결국 정책의 중심에는 ‘ROI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놓여 있다. 대학에 대한 재정 투입을 줄이기 위한 근거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교육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함께 높이기 위한 전략적 관리도구로 활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정책의 철학에 달려 있다. ROI는 대학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교육정책의 효과를 검증하고 공공투자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데이터 언어’로 다루어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자료 출처 : https://www.studentchoice.org/

대학의 대응 – ‘ROI 경영’의 시작

ROI가 대학평가의 핵심 언어로 부상하면서, 대학 내부에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미국 주요 대학들은 이미 졸업생의 취업률, 중위소득, 전공별 임금 데이터 등을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있으며, 이를 입학 홍보나 재정보고서에 포함시키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AP에 따르면, 일부 대학은 ROI 데이터를 자체 산정하여 “졸업 후 5년 내 투자비 회수율”을 신입생 모집 자료에 명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통계 제공을 넘어, 대학이 스스로를 ‘투자 가치가 있는 기관’으로 포지셔닝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각 주정부는 College Scorecard, Launch My Career 등 공개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대학별, 전공별 ROI를 비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ROI가 대학의 신뢰도와 경쟁력을 상징하는 새로운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학의 경영 전략도 이에 맞춰 재편되고 있다. StudentChoice의 자료에서 가장 높은 ROI를 기록한 공학·컴퓨터·의료·회계 등 실용전공들은 이미 대부분의 대학에서 정원 확대와 산업 연계 프로그램 강화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주립대학은 산업계와 협력해 ‘산업맞춤형 실무트랙(Industry-Aligned Pathway)’을 개설하고, 학생이 재학 중 현장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학점과 함께 취업 연계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졸업 후 임금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대학의 ROI를 개선하는 순환 구조를 만든다. 또한 STEM 중심의 교육 혁신이 강화되면서, 학과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형 전공이 빠르게 늘고 있다.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결합한 바이오인포매틱스, 공학과 경영을 통합한 테크노매니지먼트 등은 모두 ‘고 ROI 전공’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전공의 재구성에 머물지 않는다. 대학 행정 구조에서도 ‘ROI 경영’의 논리가 확산되고 있다. 많은 대학이 학생 성과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대시보드 시스템을 도입해, 전공별 졸업률·취업률·초봉·채용 산업군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학과별 투자 효율을 모니터링하고, 성과가 낮은 전공에는 재정 지원 조건을 부여하거나 커리큘럼 개편을 요구한다. Urban Institute가 제안한 ‘리스크 기반 정책 설계’ 개념은 이러한 대학 내부의 운영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대학은 중도탈락률이 높은 전공에 학업 코칭, 재정상담, 멘토링 프로그램을 집중 배치해 ‘ROI 리스크’를 낮추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즉, ROI를 단순히 결과지표로 보는 대신, 학사운영 전반을 개선하는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ROI 경영의 확산이 대학의 본질적 목표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고수익 전공에 자원이 집중되면, 인문학·예술·기초과학 분야는 점차 주변화될 수밖에 없다. 일부 대학은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 ‘이중 ROI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 경제성과 장기적 사회적 가치 창출을 병렬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예를 들어 교사 양성·사회복지·공공정책 전공 등은 ‘사회적 ROI(Social ROI)’ 항목으로 별도 관리한다. 이 접근은 ROI가 학문 간 경쟁의 기준이 아니라, 각 전공의 특성과 사회적 기능을 객관화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ROI 경영은 대학이 스스로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학문의 다양성을 축소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ROI를 어떻게 정의하고 활용하느냐다. 대학이 ROI를 단기 성과의 척도가 아닌 ‘지속가능한 교육 생태계의 건강성’을 평가하는 도구로 다룰 때, 비로소 수익률 중심의 경영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ROI는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대학이 미래 사회와 어떤 계약을 맺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언어이기도 하다.

ROI 시대의 윤리적 질문

ROI는 대학을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교육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교육의 가치를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하는가. ROI가 대학의 핵심 지표로 자리 잡으면서, 대학은 점점 더 투자성과 중심의 언어로 말하게 되었다. 학문은 지식의 축적과 인간 이해의 확장이라는 본래의 목적보다, 경제적 성과와 직업적 효용이라는 외부의 기준에 의해 정의되고 있다. AP가 지적했듯, “ROI는 대학을 책임 있게 만드는 동시에, 대학을 시장의 언어로 재구성한다.” 이는 교육을 공공선에서 개인의 재정적 투자로 전환시키는 근본적인 담론 변화다. ROI 중심 사고는 또한 학문의 다양성과 사회적 균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문학과 예술, 사회복지, 교육학은 단기적인 수익률로 환산하기 어렵지만, 사회적 신뢰의 기반을 만들고 문화적 창의성을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ROI의 프레임 안에서 이들 전공은 ‘비효율적 투자’로 분류될 위험이 있다. 이는 단순한 재정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인적 자본 구조를 단기적 수익 중심으로 재편하는 결과를 낳는다. 기술과 시장의 논리가 모든 학문 영역에 적용될 때, 인간에 대한 이해와 비판적 사고를 다루는 영역은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대학이 시장의 효율성을 추구할수록, 공공성과 다양성의 가치는 후퇴한다.

더욱이 ROI의 언어는 학생 개인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학 전공을 ‘투자 포트폴리오’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학생은 자신의 관심과 적성을 넘어 ‘수익률’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사회는 특정 산업과 기술 분야로 인력이 집중되는 불균형을 경험하고, 그 외 영역의 인적 자원은 고갈된다. Urban Institute가 경고한 대로, “ROI는 개인의 리스크 관리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사회 전체의 리스크를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ROI 중심 사회에서 학생은 투자자이자 경쟁자가 되고, 대학은 그들의 수익률을 보증하는 기업처럼 기능한다. 그러나 교육이 시장의 언어만으로 설명될 때, 그 사회는 장기적으로 창의성과 공동체적 신뢰를 상실한다. ROI의 시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윤리적 과제를 남긴다. 대학은 수익률을 높이는 기관이 아니라, 사회적 지식의 총체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공적 장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ROI를 도입하되, 그것이 유일한 가치척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각 전공과 교육활동의 성과를 평가할 때, ‘얼마나 벌었는가’뿐 아니라 ‘무엇을 변화시켰는가’라는 질문이 함께 따라야 한다. 고등교육의 가치는 시장에서의 효율성이 아니라, 사회의 미래를 설계하고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능력에 있다. ROI의 시대는 대학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지만, 동시에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가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윤리적 응답을 요구하고 있다.

ROI 지표의 전략적 활용을 위한 제언

ROI는 이제 고등교육의 주변 지표가 아니라, 정책과 대학 운영의 중심 언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영향력이 커질수록, 이 지표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진다. ROI는 대학의 성과를 가시화하고 책임성을 강화하는 데 유용한 도구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ROI는 효율성의 언어이자 책임의 언어이며, 정책과 교육 현장에서 이 두 균형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향후 고등교육의 방향을 결정한다. 정책 측면에서 ROI는 투자 효율을 판단하는 지표이자, 공공재로서의 교육을 유지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되어야 한다. 주정부나 중앙정부는 단기적 수익률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수익률—즉 세수 증가, 복지비 절감, 사회적 신뢰 자본의 확장 등—을 포함하는 사회적 ROI(Social ROI)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ROI 지표를 대학 지원의 절대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낮은 ROI를 보이는 대학과 전공의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 전략을 설계하는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 ROI는 대학 간 경쟁을 조장하는 수단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고 교육의 접근성과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 기반 협력 메커니즘’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대학 역시 ROI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되, 그 의미를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ROI를 단기적 임금 상승의 척도로 한정하지 않고, 학생의 성장 경험과 사회적 기여도를 포함한 다층적 지표로 확장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학은 졸업생 데이터 관리, 산업 연계, 학습성과 측정 등 내부 데이터를 체계화하는 한편, 인문사회·예술·기초과학 분야의 비재정적 성과를 정량화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 프레임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적 ROI’와 ‘사회적 ROI’를 병행 평가하는 구조는, 교육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지키면서도 책임성의 원리를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ROI를 교육의 목적이 아닌, 사회적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는 일이다. ROI를 통해 대학은 스스로의 가치를 점검하고, 정책은 투자 우선순위를 검토하며, 사회는 교육의 공공적 의미를 재확인할 수 있다. ROI는 대학을 효율로만 재단하는 잣대가 아니라, 고등교육이 어떤 사회적 계약 위에 서 있는지를 비추는 거울이다. 대학이 그 숫자 너머의 의미를 설계할 수 있을 때, ROI는 단순한 평가 지표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지표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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