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AI로 562개 직업 전환 전망…고등교육 인력양성 개편 본격화

2035년까지 약 400만 명 직무 변화 예상…공학 인재 확대와 디지털 전환 교육이 대학 정책 과제로 부상

인공지능 확산이 노동시장 구조를 빠르게 바꾸는 가운데, 카자흐스탄에서 AI 전환에 대응한 고등교육 인력양성 체계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AI가 특정 산업의 기술 도입 문제를 넘어 직업 구조와 대학 교육의 방향을 동시에 흔드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는 한국 고등교육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카자흐스탄 국영 통신 카즈인폼이 4월 27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다니야 예스파예바 카자흐스탄 하원 부의장은 카자흐스탄 노동부 자료를 인용해 AI의 영향으로 전체 일자리의 44%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2035년까지 562개 직업, 약 400만 명의 노동자가 AI의 영향 아래 직무 전환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 가운데 46개 직업은 수요 감소가 예상되고 14개 직업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제시됐다. 해당 규모는 36만2000명, 전체 노동자의 4%에 해당하는 수요 감소 직업군과 4만9000명 규모의 소멸 가능 직업군을 포함한다. 이번 전망에서 주목할 점은 ‘사라질 직업’이라는 표현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직무 전환 가능성이다.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언급된 직업은 14개지만, AI의 영향으로 변화가 예상되는 직업은 562개에 이른다. 이는 노동시장 변화의 본질이 일부 직업의 퇴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직업의 업무 방식과 요구 역량이 크게 달라지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AI 도입은 반복적·정형적 업무를 자동화하는 동시에, 데이터 해석, 디지털 도구 활용, 자동화 시스템 운영, 인간 판단이 필요한 복합 업무의 중요성을 높이고 있다. 직업의 명칭이 유지되더라도 실제 수행해야 하는 업무는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고등교육의 과제도 단순히 새로운 전공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존 전공 안에서 AI 활용 능력, 데이터 기반 문제 해결 능력, 산업 현장과 연결된 실무 역량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카자흐스탄 사례는 이러한 변화가 한 국가의 노동정책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노동시장에서 필요한 역량이 바뀌면 대학의 교육과정, 전공 구조, 장학 및 재정 지원 방향도 함께 조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직무 전환이 대규모로 발생할 경우,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초기 고등교육뿐 아니라 재직자와 성인학습자를 위한 재교육 체계도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된다.

고등교육에 요구되는 디지털·자동화 환경 대응 역량

예스파예바 부의장은 AI가 경제 핵심 부문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만큼, 고등교육 체계가 디지털화·자동화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카자흐스탄 의회에서 열린 고등교육 인력양성 관련 논의에서 나온 것으로, AI 전환이 대학 정책의 직접적인 의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카자흐스탄은 고등교육 접근성 확대와 국가 투자를 통해 인력양성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고등교육 부문 예산은 2460억 텡게에서 4720억 텡게로 거의 두 배 늘었고, 올해 국가 교육 보조금은 7만7000건이 배정됐다. 이 가운데 공학 분야 보조금은 1만8800건으로 제시됐다. 학생 월 장학금도 최근 5년 동안 약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정책은 AI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공학 및 디지털 분야 인재를 확대하려는 방향과 연결된다. 다만 AI 시대의 인력양성이 공학계열 확대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 전반에서 AI가 활용되는 만큼, 인문사회, 경영, 교육, 보건,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AI 기반 업무 이해와 활용 능력이 요구된다. 고등교육의 대응은 특정 학과의 정원 조정에 머물기보다 전공 전반의 교육 내용과 방식 변화를 포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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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AI 전환은 대학 교육이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다시 제기한다. 과거의 대학 교육이 전공 지식의 전달과 학문적 기초 형성에 무게를 두었다면, 앞으로는 전공 지식을 실제 문제 해결에 적용 하고 기술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노동시장 변화가 빠를수록 대학은 특정 직업을 전제로 한 교육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학생들이 졸업 후 마주할 직무는 입학 시점의 직무와 다를 수 있고, 같은 산업 안에서도 기술 도입 속도에 따라 요구 역량이 바뀔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학은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 현재의 직업 목록보다 앞으로 변화할 직무 구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카자흐스탄의 사례에서 확인되는 핵심은 직업의 단순한 대체가 아니라 직무의 재구성이다. AI가 일부 직업을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전문 분야를 만들어내고, 기존 직업 안에서도 인간이 담당해야 할 역할을 다시 나누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는 대학이 학생들에게 하나의 고정된 직업 경로만 제시하기보다, 변화하는 직무 환경에서 자신의 역량을 재조합할 수 있는 교육 경험을 제공해야 함을 뜻한다.

카자흐스탄의 AI 노동시장 전망은 한국 대학에도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 전공 구조조정, 첨단분야 인재양성, 성인학습자 교육 확대라는 여러 과제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AI 전환은 여기에 또 하나의 압력을 더한다. 대학은 어떤 전공을 유지하고, 어떤 전공을 새롭게 설계하며, 기존 학과 안에 어떤 디지털 역량을 결합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특히 ‘사라질 직업’에 대한 공포만으로는 고등교육의 방향을 설계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질문은 “어떤 직무가 어떻게 바뀌는가”, “대학은 그 변화에 맞춰 어떤 학습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 “졸업생이 첫 직장 이후에도 계속 역량을 갱신할 수 있도록 대학은 어떤 재교육 체계를 마련할 것인가”이다. AI 전환은 청년층의 취업 문제뿐 아니라 재직자 교육, 평생교육, 지역 산업과 대학의 협력 방식까지 포괄하는 의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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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이 공학 분야 교육 보조금 확대와 고등교육 투자 강화를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국가 차원의 인재양성 정책이 AI 전환과 직접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대학 역시 단기적인 첨단학과 신설이나 정원 조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공 교육, 교양 교육, 현장실습, 산학협력, 성인학습자 교육을 하나의 인력양성 체계 안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 AI 시대 대학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기술 과목을 개설했는가에만 있지 않다. 변화하는 노동시장 속에서 학생과 학습자가 자신의 전공을 새롭게 해석하고, 기술을 도구로 활용하며, 직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구조를 갖추는 데 있다. 카자흐스탄의 사례는 AI 전환이 더 이상 미래 담론이 아니라 고등교육 정책과 대학 운영의 현재 과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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