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 고등학교 0.7%… 세대별로 달라지는 학교폭력의 얼굴

2025년 1차 실태조사, 피해응답률 2.5%… 집단 따돌림·사이버폭력 증가세 뚜렷

교육부는 2025년 9월 17일,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재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한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25년 4월 14일부터 5월 13일까지 4주간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약 397만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했다. 참여율은 82.2%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0.5%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통계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참여율이 높아질수록 학생들의 목소리가 충실히 반영된 조사 결과라 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인식과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

피해 응답률 “2.5%라는 숫자의 무게”

전체 학생 가운데 2.5%가 ‘피해 경험’을 응답했다. 숫자로 환산하면 약 8만 2,900명의 학생이 최근 학기 중 학교폭력 피해를 겪었다는 뜻이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교는 5.0%(약 5만 1,200명), 중학교는 2.1%(약 2만 3,800명), 고등학교는 0.7%(약 7,500명)였다. 초등학생 피해 비율이 고등학생의 7배 이상이라는 점은 교육 현장에 큰 함의를 던진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19년 1.6%였던 전체 피해응답률은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잠시 하락했다가 2022년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초등학교는 2019년 3.6%에서 2025년 5.0%로 꾸준히 오르며, 장기적 관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이는 단순히 조사 방식의 변화로 설명하기 어렵고, 학령 초기 아동기의 사회성 발달 특성과 맞물려 해석해야 할 지점이다.

붙임자료를 보면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39.0%)이 여전히 가장 흔하다. 그러나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전년 대비 0.4%포인트 줄었고, 신체폭력도 0.9%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집단 따돌림(16.4%)과 사이버폭력(7.8%)은 증가세를 보였다.

학교급별로 차이를 보면 더욱 분명하다. 초등학교는신체폭력 비중이 16.3%로 상대적으로 높다. 이는 또래 간 물리적 충돌이 쉽게 폭력으로 이어지는 아동기 특성과 연관된다. 중학교는 집단 따돌림(18.6%)과 사이버폭력(9.6%) 비중이 눈에 띄게 높다. 이는 사춘기 또래 문화에서 배제와 온라인 소통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고등학교는 사이버폭력(10.8%)과 집단 따돌림(19.0%)이 각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리적 폭력은 줄어들지만, 정교하고 은폐된 형태의 폭력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장난”이라는 이름의 폭력

가해 경험 응답률은 1.1%였다. 초등학교 2.4%, 중학교 0.9%, 고등학교 0.1%로, 피해와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비율이 높았다. 가해 유형에서는 언어폭력(43.5%)과 신체폭력(28.9%)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사이버폭력(4.6%)과 집단 따돌림(7.7%)도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가해 이유다. 전체적으로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가 32.2%로 가장 높았다. 이는 초등학교(30.5%)뿐 아니라 고등학교(32.1%)에서도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즉, 피해자는 분명히 고통을 겪고 있는데, 가해자는 이를 “장난”으로 치부하는 괴리 현상이 세대를 막론하고 존재한다는 뜻이다.
또한 “상대방이 먼저 괴롭혀서”(27.5%)라는 응답도 높았다. 이는 갈등 상황에서 성숙한 조정 능력이 부족해 폭력으로 쉽게 비화되는 현상을 반영한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6.1%가 학교폭력을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초등학교는 10.2%, 중학교 6.1%, 고등학교 2.2%였다. 목격 후 행동을 보면, “피해학생을 위로했다”가 34.6%, “가해자를 말렸다”가 17.3%, “주변 어른에게 알렸다”가 16.2%였다. 그러나 여전히 30.7%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특히 중·고등학생에서 방관 비율이 높아지는 점은 학교폭력의 은폐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긍정적인 부분은 초등학교에서 개입 행동(말리거나 신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이다. 이는 또래집단 문화가 형성되기 전 아동기에 공동체적 개입이 더 활발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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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사실 알림과 은폐 – 말할 수 없는 이유들

피해를 경험한 학생의 92.3%는 주변에 알렸지만, 7.7%는 침묵을 선택했다. 알리지 않은 이유는 다양했다.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21.3%), “일이 커질 것 같아서”(24.5%), “더 괴롭힘을 당할까 봐”(12.0%)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중학생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응답이 26.1%로 가장 높았다. 이는 자기 방어적 태도이자, 동시에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는 위험한 경향을 드러낸다.

학교폭력 피해 장소는 70.5%가 학교 안에서 발생했다. 세부적으로는 교실(28.9%)과 복도·계단(16.6%), 운동장·체육관(9.4%)이 주요 공간이었다. 학교 밖에서는 사이버 공간(6.4%), 공원·놀이터(6.5%), 집·집 근처(4.1%) 등 비교적 관리가 어려운 공간이 주를 이뤘다. 시간대별로는 쉬는 시간(30.1%)과 점심시간(20.9%)에 집중됐다. 이는 교사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틈새 시간’이 폭력 발생의 주요 무대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등·하교 시간이나 방과 후 시간에도 피해 사례가 적지 않아, 학교 담장을 넘어선 사회적 대응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갈등의 사법화와 사회정서교육의 필요성

교육부는 이번 조사 결과와 함께 교사·학생·전문가 간담회 의견을 공개했다. 참석자들은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과 민감도가 높아진 것이 피해응답률 상승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동시에 “학생 간 사소한 갈등마저 심의위원회로 넘어가는 갈등의 사법화”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들은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표현할 수 있는 사회정서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스마트폰과 SNS의 일상화로 사이버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학교와 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교육부는 2025년 4월 발표한 제5차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2025~2029)을 기반으로 후속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관계 회복 중심의 접근이다.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관계회복 숙려제도’를 도입해, 공식 심의 전에 상담·조정을 통해 갈등을 풀어가는 방안을 마련한다. 둘째, 사회정서교육 강화다. 2026년부터 모든 학교에서 감정 인식·조절, 건강한 관계 맺기 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학부모 대상 프로그램도 함께 확대해 가정과 학교를 연결하는 체계를 강화한다. 이와 더불어 사이버폭력 대응을 위해 가해학생 특별교육 프로그램,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 지역 양성평등 전문가 활용 등이 추진된다.

학교폭력 문제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일본과 대만, 미국 등에서도 사이버불링(cyberbullying)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전통적 신체폭력보다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야기한다는 연구가 늘고 있다. 한국의 7.8%라는 사이버폭력 피해율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높은 편에 속한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10%를 넘는다는 점은, 청소년기의 인터넷 의존도와 맞물려 향후 사회적 문제로 번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번 조사는 한국 교육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교육 담론과도 연결된다.

2025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는 “학교폭력은 줄지 않았다. 다만 형태가 달라졌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은 감소했지만, 집단 따돌림과 사이버폭력은 오히려 확산됐다. 피해는 초등학교에 집중되지만, 고등학교로 갈수록 은폐되고 정교한 형태의 폭력이 나타난다. 이 문제의 해법은 단순한 처벌 강화에 있지 않다. 교육부가 제시한 관계 회복과 사회정서교육은 더디지만 필요한 길이다. 학생들이 감정을 조절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갈등을 건설적으로 풀어가는 경험을 쌓을 때 비로소 학교폭력의 악순환은 끊길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사이버폭력이라는 새로운 환경적 요인에 대응할 체계적 장치도 시급하다. 학교, 가정, 지역사회, 정부가 함께 책임을 나누지 않는다면, “숫자”로 드러난 피해자 8만 2,900명의 목소리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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