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 지원, 사업에서 제도로…교육부 ‘RISE 법령 체계’ 본격화

교육부

지방소멸 대응과 지역인재 육성을 연결하는 대학지원체계가 이제 단순한 재정지원 사업을 넘어 법령 체계로 옮겨가고 있다. 교육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제정안은 지방정부와 대학의 협력을 제도화하고, 초광역 협업과 규제특례, 성과평가까지 하나의 틀 안에 묶겠다는 구상이다.

교육부는「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구축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제정안은 앞서 개정된 「고등교육법」에 따라 오는 8월부터 시행될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의 구체적 운영방식을 담고 있다. 핵심은 지방·중앙정부와 대학이 함께 지역의 인재양성과 대학지원체계를 설계하는 구조를 법적으로 완성하는 데 있다. 그동안 지역혁신 정책은 재정지원사업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은 지역대학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지역 발전 전략의 실행 주체로 다시 배치하고 있다. 대학을 지역혁신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방향이 법률과 시행령을 통해 보다 분명해진 셈이다. 특히 지방소멸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학정책이 교육정책의 범위를 넘어 정주, 산업, 고용, 광역 협력과 맞물리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역·초광역·중앙을 잇는 3단계 구조

이번 시행령 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 초광역, 중앙으로 이어지는 3단계 추진체계를 제도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이다. 시도 단위에는 지역혁신대학지원위원회가 설치되고, 여러 시도가 함께 참여하는 경우에는 초광역협업지원위원회가 가동되며, 중앙에는 교육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대학·지역 동반성장 지원위원회가 운영된다. 지역 단위 위원회에서는 대학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대학의 장을 포함한 교육 관계자 위원을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두도록 했다. 이는 지방정부 주도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학이 들러리로 머무는 것을 막고, 지역대학이 실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를 염두에 둔 장치로 읽힌다. 아울러 시도별 여건과 대학 유형을 반영할 수 있도록 조례를 통해 세부 운영을 정하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초광역 협업체계도 별도로 설계됐다. 복수 시도가 참여하는 초광역전담기관과 초광역협업지원위원회를 두고, 시도 간 재정 분담 원칙과 상호규약 체결 절차까지 규정했다. 여기에는 수혜범위, 재정여건, 사업규모, 참여 대학 수, 성과기여도 등을 고려한 비용 분담 기준이 포함된다. 이는 초광역 협력이 선언 수준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결국 돈과 권한, 운영방식에 대한 합의 구조가 먼저 제도화되어야 한다는 판단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도 간 협의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교육부 장관이 조정을 권고하거나 직접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주목할 만하다. 초광역 협력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행정구역 경계와 이해관계 충돌이 늘 걸림돌이었다. 이번 시행령은 이런 충돌을 행정적 자율에만 맡기지 않고 중앙정부가 조정할 수 있는 통로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성격이 강하다.

교육부 혼자 아닌 범부처 체계로 확대

중앙 추진체계의 구성에서도 변화가 읽힌다. 대학·지역 동반성장 지원위원회에는 기존 법률상 관계 부처 외에 고용노동부, 재정경제부, 법무부까지 포함하도록 했다. 이는 지역대학 정책을 단지 고등교육 문제로 보지 않고, 지역 일자리와 산업, 외국인력과 정주 문제까지 함께 다루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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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그동안 지역대학 정책은 교육부 내부 사업으로 다뤄지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지역대학의 위기는 학령인구 감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졸업 후 지역 내 일자리 부족, 청년의 수도권 유출, 산업기반 약화, 정주 여건 미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행령은 지역대학 문제를 교육과 산업, 고용과 정주를 함께 묶는 구조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범부처 협력이 문서상 참여를 넘어 실제 정책 연계와 예산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운영에 달려 있다.

이번 시행령은 사업 추진만이 아니라 평가와 공개, 예산 차등 배분까지 포함한 정책 환류 구조를 강조하고 있다. 시도는 사업 종료 후 3개월 이내 자체 성과평가를 실시해야 하고, 교육부 역시 시도 전체의 추진실적과 자체 재원 투자, 민간 투자 유치 노력, 시도 간 협업 성과 등을 평가하게 된다. 확정된 평가 결과는 대외에 공개되고, 이후 지원전략 수정이나 지원금액 차등 배분, 가감점 부여 등에도 반영된다.

이 대목은 향후 RISE 체계가 단순한 분권형 예산 배분이 아니라 ‘책임 있는 분권’ 모델로 운영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방에 권한을 넘기되, 성과에 대해서는 더 엄격하게 묻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평가 결과를 공개하도록 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별 추진 역량 차이가 큰 상황에서 어떤 시도가 대학과의 협력 체계를 실질적으로 구축하고 있는지, 또 어느 지역이 재정과 행정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가 비교 가능한 형태로 드러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평가가 행정적 절차 점검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지역인재의 정주율, 지역산업과의 연계도, 대학의 체질 개선 정도처럼 실제 변화를 드러낼 수 있는 지표 설계가 뒤따르지 않으면, 성과평가는 또 하나의 서류경쟁으로 흐를 위험도 있다.

시행령은 규제특례 제도도 비교적 상세하게 설계했다. 특성화 지방대학의 장이나 시도지사는 규제특례를 신청할 수 있고, 정기 신청은 매년 9월 말까지, 원칙적으로 다음 해 1월 1일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긴급하거나 불가피한 경우에는 수시 신청도 가능하다. 신청 시에는 특례의 목적과 필요성, 적용 범위, 의견수렴 결과, 예상되는 부작용과 보호계획까지 포함해야 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는 대학 자율성을 넓히는 장치다. 그러나 동시에 시행령은 특례 부여 이후 관리·감독, 변경, 취소, 연장 절차까지 촘촘히 담고 있다. 교육부와 관계 행정기관은 특례 이행 상황과 성과, 조건 준수 여부,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에 미치는 영향까지 보고받을 수 있으며, 거짓 신청이나 조건 미이행, 상황 변경 등이 발생하면 특례를 취소할 수 있다. 연장 역시 최대 2년 범위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이 구조는 규제 완화를 ‘일단 풀어주고 보자’는 식이 아니라, 지역 혁신을 위한 실험을 허용하되 그 책임도 함께 묻겠다는 방식에 가깝다. 실제로 지방대학 현장에서는 학사제도, 교육과정, 정원 운영, 산학협력과 관련한 규제 유연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제도는 그런 요구를 흡수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다만 특례가 실질적 혁신을 이끄는 수단이 되려면, 교육부와 관계 부처가 어느 정도까지 과감한 해석과 승인에 나설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번 시행령 제정안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를 행정사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공적 제도로 안착시키려는 성격이 강하다. 위원회, 전담기관, 초광역 협업, 성과평가, 규제특례를 각각 따로 두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운영 체계로 묶어낸 점은 분명 진전으로 볼 수 있다. 지방정부와 대학의 공동 거버넌스, 초광역 협력의 법적 장치, 범부처 연계의 틀까지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정책의 골격은 이전보다 구체적이다.

하지만 제도화가 곧바로 성공을 뜻하지는 않는다. 시도별 조례 제정 역량, 지역대학 간 이해관계 조정, 전담기관의 전문성 확보, 성과평가의 공정성과 실효성, 그리고 초광역 협력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까지 넘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특히 지역대학 정책은 결국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산업 구조와 청년의 삶, 정주 조건과 직결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행령은 출발선에 가깝다. 지역대학을 살리는 법령 체계가 실제로 지역을 살리는 운영 체계가 될 수 있을지는 이제 각 시도와 대학, 그리고 중앙정부의 실행 능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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