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어떻게 미국을 추월했는가: STINT 분석이 보여준 세계 연구패권의 이동

STINT Internationalisation Outlook No.4 (2025) 전면 분석 — ‘고인용도 상위 10% 논문’이라는 단일 기준으로 세계 연구지형을 다시 보니, 과학기술의 중심은 이미 중국으로 이동해 있었다.

STINT 보고서가 드러낸 불편한 진실: 세계 연구패권은 이미 이동했다

2025년 발표된 스웨덴 국제고등교육협력재단(STINT)의 Internationalisation Outlook No.4, 2025는 오랫동안 고착화된 세계 연구지형의 통념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보고서다. 보고서를 작성한 에릭 포스베리(Erik Forsberg)는 지난 20년간 중국과 ASEAN 지역에서 연구 협력 활동을 수행해온 인물로, 이번 분석을 통해 “서구의 현재 인식은 이미 오래전에 현실과 괴리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증명한다. 이 보고서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의 세계대학순위가 평가 방식에 포함해온 ‘평판도·국제화 비율·교수·학생 비율’과 같은 포장 요소를 과감히 제거하고, 오로지 ‘세계 상위 10% 고인용도 논문’이라는 단일 지표로만 연구기관의 영향력을 측정했기 때문이다. 즉, 대학의 이름값이나 역사, 언론이 부여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로 세계 연구자들이 어떤 연구를 얼마나 인용하고 있는지에 따라 순위를 산정했다는 점에서 더 본질적인 연구력 평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세계 연구기관을 다시 배열해보았을 때 나타난 결과는 지금까지 많은 서구 전문가들이 막연히 전제해온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으로는 서구가 여전히 우위에 있다”는 가설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보고서가 제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09~2012년 평가 기간에는 세계 상위 20개 연구기관 중 중국 대학이 단 한 곳도 없었으나, 10년 후인 2019~2022년에는 상위 20개 중 12개가 중국 대학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상위 5개 가운데 4곳을 중국 대학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변화는 단순히 중국 대학의 연구 규모가 커졌다는 뜻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상위 10% 핵심 연구에서 중국 대학이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글로벌 과학기술의 기준·속도·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중심축이 이미 중국으로 이동했다는 신호다. 특히 STEM 분야에서의 변화는 그 규모가 더 극적이다. 보고서는 수학·컴퓨터과학·물리·공학 등 핵심 분야에서 상위 20개 연구기관 중 무려 19개가 중국 대학으로 재편되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미국과 유럽이 수십 년간 강세를 유지하던 분야에서 연구 영향력의 거의 전면적인 교체가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도 서구의 공적 담론에서는 여전히 “중국의 연구는 양만 많다”, “질적으로는 아직 서구가 앞선다”는 말이 반복된다. 포스베리는 이것이 현실과 인식의 간극, 즉 ‘정책적 착시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연구 영향력의 실제 데이터는 이미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었는데, 정책 결정자들은 과거의 평판도 기반 랭킹을 근거로 여전히 미국·영국 중심의 질서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간극야말로 보고서가 문제 삼는 핵심이다. STINT는 “만약 이 착시가 이어진다면, 서구의 연구·외교·국제협력 전략은 현실을 기준으로 설계되지 못하게 되고 결국 근본적인 오판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STINT 보고서는 특정 국가 또는 특정 대학을 칭송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향후 글로벌 협력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연구교류를 단절하거나 지나치게 제약하려는 서구 국가들의 움직임이 실제 연구력 변화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의 상황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 대학과 연구기관은 미국·유럽·중국이라는 세 개의 축 사이에서 협력 전략을 구성해야 한다. 그런데 세계 연구패권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협력·투자·인재 전략 모두에서 시대착오적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 중국 연구의 질적 도약은 단순한 ‘추격’이 아니라, 이미 STEM 분야의 국제 기준을 재편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세계는 언제 중국이 연구 중심이 되었는지를 인식했는가, 그리고 한국은 언제 그 변화를 실제 전략으로 반영할 것인가?”

세계 연구패권 이동의 실체 — 고인용도 상위 10% 지표가 보여준 구조적 재편

STINT 보고서의 분석에서 가장 인상적인 결과는 세계 연구기관 상위권의 구성이 극적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이 변화는 미·중 경쟁이라는 단순한 대립 구도를 넘어서서, 세계 연구 네트워크의 중심축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상위 10% 고인용도 논문 기준은 전체 논문 수가 아니라 연구자들이 실제로 ‘인용하며 활용하는 연구’의 비중을 반영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영향력 있는 연구를 중심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그 결과는 기존의 통념과 전혀 다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2년 기간에는 세계 상위 20개 연구기관 중 중국 대학이 단 한 곳도 없었지만, 10년 후인 2019~2022년 평가에서는 상위 20개 중 12개가 중국 대학이 되었다. 이 수치는 두 가지 매우 중요한 결론을 담고 있다. 첫째, 중국은 단순히 연구량을 늘린 것이 아니라 연구의 ‘질적 영향력’을 압도적으로 확장했다. 둘째, 기존에 미국과 영국이 지배하던 세계 연구의 중심이 이미 상당 부분 중국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특히 상위 5개 기관 중 4곳이 중국 대학이라는 사실은 세계 연구생태계가 인식하는 ‘최고 수준 연구기관’의 이미지가 이미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세계 최고 연구기관으로 인식되던 MIT, 하버드, 스탠퍼드와 같은 기관들이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고인용도 논문이라는 정량적 지표에서는 중국의 상승세를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변화는 특히 STEM 분야에서 두드러지는데, STEM은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산업 기반, 신기술 혁신과 직결되는 분야라는 점에서 지표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STINT 보고서는 이 변화를 “단순한 추격이 아니라 질적 전환”이라고 설명한다. 선진국 연구기관이 차지하던 핵심 위치에서 중국 대학이 거의 절대적 지위를 확보했다는 뜻이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정책 문서에서는 아직도 “중국의 연구는 양은 많지만 질은 낮다”는 구식의 설명이 등장한다. 그러나 STINT의 분석은 이러한 인식이 이미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임을 보여준다. 요약하자면, 세계 연구패권은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었고, 서구는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늦게 따라잡고 있는 셈이다. 포스베리는 바로 이 ‘인식 지연’이 국제협력 정책의 가장 큰 리스크라고 지적한다. 그는 서구 국가들이 중국과의 협력을 제한하거나 단절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지만, 실제 연구 영향력에서 중국이 빠르게 중심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는 오히려 서구의 장기적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한다.

분야별 STEM 분석 — 중국이 어떻게 상위 20개 중 19개를 차지했는가

STINT의 보고서에서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STEM 분야 분석이다. STEM 분야는 국가 경제·기술 패권과 직결되며, AI·반도체·통신·전력·양자기술·신소재 등 전략기술의 기반이 되는 핵심 영역이다. 따라서 이 분야의 연구성과는 단순한 학술적 성과를 넘어, 국가의 미래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지표라 할 수 있다. 보고서는 STEM 분야의 상위 20개 연구기관 목록을 재구성한 표를 제시하고 있는데,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하면 “세계 STEM 연구 상위권은 사실상 중국이 독점하고 있다.”라고 말해도 과하지 않다. 수학·컴퓨터과학 분야에서는 상위 20개 연구기관 중 무려 19개가 중국 대학이다. 유일한 예외는 싱가포르의 난양공대(NTU) 한 곳뿐이다. 물리·공학 분야 역시 마찬가지로 상위 20개 중 19개가 중국 대학으로 나타나는데, 유일하게 비중국 기관으로 포함된 곳은 MIT뿐이다. 미국 내 최고 연구기관조차도 중국의 절대적 우위 속에서 간신히 목록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생명과학·의학 분야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상위 20개 기관 중 7개가 중국 대학이며, 이는 중국이 상대적으로 늦게 집중 투자하기 시작한 분야임을 고려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결과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긴다. 도대체 어떤 배경에서 중국은 이렇게 압도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보고서는 그 답을 투명하게 제시한다. 중국의 STEM 연구력은 단순히 연구자가 많기 때문에 높아진 것이 아니라, 지난 20년간 중국 정부가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연구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정부 주도 대형 연구프로젝트, 국제공동연구센터 설립, 인재 귀환 프로그램(해외 박사·교수의 대규모 유치), 연구비 집중투자, 연구평가 개편 등이 복합적으로 뒷받침되면서 STEM 분야의 질적 전환이 일어났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과학기술을 “전략 산업”이 아닌 “국력 그 자체”로 간주해온 정책적 방향성 역시 빠른 발전의 추진력이 되었다. 연구자 개인의 성과보다 분야별 전략적 집중투자가 우선순위가 되는 국가 시스템에서는 특정 분야가 단기간 내 세계 최상위로 도약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STINT 보고서는 “중국이 지난 10년 동안 STEM 분야에서 보여준 상승세는 어느 국가도 경험하지 못한 속도”라고 평가한다. 특히 중국 대학이 STEM 상위권을 차지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연구 생태계 전반에서 ‘연구의 질’을 측정하는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 기준에 맞춰 국가적 자원을 집중한 결과라는 점에서, 이 변화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광고
대학

미국과 유럽의 상대적 하락 — 구조적 문제와 전략적 지체

중국의 급격한 상승은 상대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하락이라는 맥락에서 더 명확해진다. STINT 보고서는 미국과 유럽이 가진 구조적 한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특히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고 연구기관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연구 체계가 정치적 혼란, 연구비 감소, 연구자 이탈, 학위과정 축소 등 누적된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STEM 분야의 기초연구와 중장기 연구에 대한 공공투자가 감소하고, 연구비 배분이 과도하게 경쟁화되면서 안정적 연구환경이 약화된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유럽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연합의 연구개혁이 꾸준히 추진되고 있지만, 중국 수준의 대규모 집중투자 체제와는 달리 분산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가 간 자원 불균형으로 인해 일관된 전략을 추진하기 어렵다.

또한 “연구의 국제화”라는 가치는 서구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지만, 미·중 전략 경쟁 심화와 함께 협력을 제한하는 정책이 확산되면서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했다. 중국과의 공동연구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용도를 기록하지만, 안전·안보·기술유출 우려가 부각되면서 협력이 축소되기 시작한 것이다. STINT 보고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서구가 중국을 경계하는 속도보다 중국의 연구력이 성장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서구가 협력을 줄이는 동안 중국은 연구력과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고, 유럽과 미국은 오히려 자신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연구 생태계 내부의 구조적 요인 — 무엇이 이 성장을 가능하게 했는가

중국의 연구력이 상위 20개 연구기관 중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단순한 예산 증가나 연구자 수 확대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 요인이 존재한다. STINT 보고서는 지난 20년간 중국이 추진한 연구체제 개혁을 매우 체계적인 변화로 평가하며, 이러한 변화야말로 중국의 STEM 연구력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게 된 핵심 이유라고 분석한다. 가장 먼저 주목할 요소는 국가 주도의 대규모 연구개혁 전략이다. 중국 정부는 과학기술을 산업정책의 일부가 아니라 국가경쟁력의 중심으로 간주해왔다. 그 결과 정부 주도 장기계획(‘중장기 과학기술 발전계획’, ‘강국전략’)을 통해 연구 분야별로 집중 투자 대상을 설정했고, 특정 분야의 인프라·인력·장비·예산을 일괄적으로 재편해왔다. 이러한 ‘국가적 집중투자’는 단기간에 탁월한 연구성과를 끌어올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작동했다. 두 번째로 중요한 요인은 해외 교육을 받은 연구자들의 대규모 귀환이다. 중국은 해외 박사·교수·연구원들에게 연구비·주거·팀 구성 권한·실험시설 등을 일괄 제공하는 귀환 인재 유치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그 결과 미국·유럽 연구소에서 훈련받은 연구자들이 대거 중국 대학으로 복귀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네트워크를 중국 현지에 직접 이식하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STINT 보고서는 이 현상을 “과학기술 역량의 역외 축적이 본국으로 되돌아오는 구조적 순간”으로 설명한다(). 세 번째 요인은 연구평가 체제의 구조적 전환이다. 중국은 2010년대 중반 이후 SCI 논문 수 중심의 평가를 정면으로 폐기하고, 연구의 질·인용도·기여도를 중심으로 평가제를 완전히 재개편했다. 단순 논문량 늘리기 전략이 폐기되면서, 인용도가 높은 기초·핵심 연구에 자원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는 고인용도 논문 비중에서 중국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네 번째로는 국가가 주도하는 대형 연구 인프라 구축이다. 중국은 슬립링 가속기(SSRF), FAST 전파망원경, 양자통신 네트워크, 첨단 반도체 연구시설 등 세계적 규모의 대형 연구장비를 지속적으로 구축해왔다. 이런 시설은 연구자의 역량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물리적 연구환경’의 우위를 제공했고, STEM 분야에서 중국 대학의 연구력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는 기반이 되었다. 마지막으로는 산학연의 통합적 연구 생태계다. 중국의 기술 기업—화웨이, 텐센트, 알리바바, 국가전력망, 항천(항공·우주)—은 대학과 장기·대형 연구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하며 연구개발(R&D)을 산업현장과 긴밀하게 연결시켰다. 그 결과 STEM 연구는 논문 생산을 넘어 실제 기술혁신과 연결되는 선순환을 만들었고, 이는 다시 고품질 연구성과의 증가로 이어졌다. STINT 보고서는 중국의 이러한 생태계를 “국가-대학-산업이 한 개의 연구단위처럼 움직이는 구조”라고 표현한다(). 즉, 중국의 연구 패권 부상은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 20년간의 구조적·전략적 투자의 누적이며, 특히 STEM 분야에서 중국이 상위권을 독점하는 결과는 이 생태계 전체의 정교한 작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제협력의 위기와 딜레마 — 서구는 협력해야 하는가, 차단해야 하는가

STINT 보고서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핵심 주제는 연구협력의 정치화가 서구 국가들에게 전략적 딜레마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연구기관은 중국과의 협력을 제한하거나 중단하고 있는데, 이러한 조치가 실제 연구력 변화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연구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으며, 고인용도 논문의 상당수가 중국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생산되고 있다. 즉, 중국과의 협력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연구 품질을 높이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서구 정부는 기술유출·안보·감시기술 전용 가능성 등을 이유로 협력을 축소하고 있으며, 이 조치가 실제로는 서구의 장기적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STINT는 경고한다. 예를 들어 보고서는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가 중국 국가장학기금(CSC) 협력을 중단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러한 결정이 “학문적 가치와 윤리 기준을 지킨다는 명분은 있지만, 동시에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네트워크 일부가 빠르게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STINT는 중국 연구기관과의 협력이 ‘전면적 차단’으로 갈 경우, 서구는 중국이 주도하는 다수의 전략 기술 분야에서 단기간 내 영향력을 잃을 수 있으며, 이는 국제 공동연구 생태계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인류 전체의 과학발전을 둔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즉, 첨단기술의 위험성을 관리하기 위해 협력을 차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과학기술 경쟁에서 불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가 최종적으로 강조하는 메시지는 이렇다. “중국과의 협력은 위험을 수반하지만, 협력을 중단하는 것은 더 큰 위험을 가져온다.” 그래서 STINT는 ‘전면 차단’과 ‘무조건 협력’이라는 극단적 선택이 아니라, 분야별·기관별 위험도 평가에 따라 협력 전략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는 기술 경쟁이 안보 문제와 결합되는 21세기 연구환경에서 가장 현실적인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연구패권 이동이 한국 대학에 던지는 7가지 과제

한국의 고등교육·연구기관은 미국·유럽·중국이라는 세 개의 국제 연구축 사이에서 협력 전략을 설계해야 하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따라서 STINT 보고서가 보여주는 변화는 한국 대학의 미래 전략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한국은 더 이상 ‘미국 중심의 연구질서’를 전제로 협력 전략을 설계할 수 없다. STEM 분야에서 중국의 연구영향력은 세계 중앙에 자리 잡았으며, 중국과의 협력이 고품질 연구의 핵심 경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분야별·기관별 협력 전략의 정교화가 필요하다. 중국과의 협력은 기술유출 우려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협력을 완전히 차단하면 첨단기술 분야에서 세계 연구망에서 이탈할 위험이 커진다. 셋째, 위험 관리 프레임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다. STINT가 제안하는 방식처럼 특정 기술군(예: 양자·AI·반도체·바이오)의 위험 수준을 평가해 협력 여부를 결정하고, 민감 기술은 제한하되 비민감 분야는 적극 협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넷째, 중국 연구 생태계 분석 역량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 대학의 중국 고등교육 분석은 일부 연구자에 의존하고 있어 전략적 판단이 부족하다. 이를 위해 중국 연구정책·과학기술 생태계·국가전략 분야의 전문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다섯째, 국내 연구평가 방식의 개편이 요구된다. 중국이 논문 수 중심 평가를 폐지하고 질 중심 평가로 이동했듯, 한국 역시 정량지표 중심 평가에서 고인용도·질적 영향력을 강조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여섯째, 산학연 통합 연구 생태계 강화가 필요하다. 중국의 성공 요인은 대학·기업·국가가 단일 생태계처럼 작동한 결과였으며, 한국도 대학-기업-출연연 협력을 통해 대규모 연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곱째, 국제협력을 국내 연구전략의 일부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외교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국은 미·중 경쟁 구조 속에서 어느 한쪽의 논리만 따르기보다, 국가적 이해를 중심에 두고 협력·경쟁 전략을 세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연구패권 시대, 질문은 “누가 세계를 이끄는가”에서 “누가 연구를 생산하는가”로 옮겨갔다

STINT 보고서가 드러낸 세계 연구지형의 변화는 단순한 순위 이동이 아니라, 세계 과학기술 질서가 구조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중국은 양적 팽창이 아니라 질적 혁신을 통해 세계 연구 네트워크의 중심에 올라섰고, STEM 분야에서는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우위를 확보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협력 축소·연구비 분산·구조적 제약 등 복합적 요인으로 점진적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이 변화가 조용히 이루어져왔고 많은 국가들이 그 변화를 늦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대학은 세계 연구패권 이동의 현실을 전략에 늦게 반영할 경우, 국제협력 네트워크에서 뒤처지고 첨단기술 경쟁에서도 소외될 위험이 있다. 이제 필요한 질문은 “세계는 어느 나라가 끌고 가는가?”가 아니라 “누가 데이터를 생산하고, 누가 인용되고, 누가 지식의 방향을 결정하는가?”이다. STINT 보고서가 제시한 분석은 한국 고등교육이 새로운 국제 연구질서 속에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침이며, 향후 대학과 국가의 선택이 한국의 과학기술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중국연구패권 #STEM연구력 #LeidenRanking #국제협력전략 #과학기술패권 #스포트라이트유

Social Share

함께 읽어보세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