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고등교육] 3.19%의 선택, 재정 압박 속에서 흔들리는 대학들 (2026.01.31)

등록금 상한의 하향 조정은 대학 재정 자립의 기회인가, 더 깊은 침체의 서막인가

글로벌 시선: 멈춘 서진, 구조적 도약에 나선 아시아

이번 주 글로벌 고등교육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고등교육 권력의 서진이 더 이상 자동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6년판 QS와 THE 세계대학평가 결과가 연이어 공개되면서, 수십 년간 표준을 주도해온 영미권 대학들의 위상은 재정 불확실성과 정치적 압박 속에서 점차 흔들리고 있다. 최상위권 대학의 고착화는 여전하지만, 100위에서 500위권에 해당하는 중위권 대학들의 지형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영국 대학들은 국제학생 비자 규제 강화로 재원 확보에 실패하면서, 그 여파가 연구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미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Harvard University와 Stanford University 같은 초일류 대학들조차 연방 기금 지원 차단 가능성과 정치적 중립성 논쟁에 휘말리며, 평판도 지수에서 예년만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 자본의 집중이 곧 학문의 질을 담보하던 공식은 이제 사회적 책임과 거버넌스 안정성이라는 새로운 변수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유럽 대륙계 대학들은 공공 재정 의존 구조 속에서 인플레이션에 따른 예산 삭감 압박을 받고 있다. 이들은 지속 가능성 지표를 중심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으나,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의 연구 집중도에서는 아시아 대학들에 점차 뒤처지는 양상이다. 반면 한국, 중국, 홍콩의 대학들은 국가 차원의 에듀테크 투자와 지역 산업 연계 모델을 바탕으로 눈에 띄는 순위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랭킹 경쟁의 결과라기보다, 정책·재정·산업 전략이 실제 성과로 전환된 사례에 가깝다.

이러한 변화는 고등교육이 더 이상 전통적 명성만으로 유지될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표준화 과정에서 대규모 자본과 정책적 유연성을 확보한 아시아 국가들의 대학들이 새로운 기준을 선점하고 있는 반면, 경직된 재정 구조와 자국 중심 정책에 묶인 영미권 대학들은 글로벌 인재 유치와 연구비 확보라는 이중의 압박에 직면해 있다.

데이터로 본 변화: ‘3.19%’가 드러낸 재정의 임계점

이번 주 국내 대학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숫자는 교육부가 확정한 2026학년도 대학 등록금 인상 상한선 3.19%다. 이 수치는 고등교육법 개정 이후 처음 적용된 산출 방식, 즉 직전 3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2배를 반영한 결과다. 표면적으로 보면 전년도 상한선이었던 5.64%에 비해 낮아진 수치지만, 대학 현장이 느끼는 압박은 오히려 더 크다. 개정된 고등교육법은 등록금 상한 배율을 기존 1.5배에서 1.2배로 낮추며, 물가 상승분을 등록금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를 제도적으로 고착화했다. 동시에 대학의 운영비 부담은 인건비, 시설 유지비, 연구 인프라 비용을 중심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간극이 이번 학년도에 처음으로 본격적인 충돌을 일으켰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의 1차 조사에 따르면, 전국 190개 4년제 대학 가운데 51개교가 이미 등록금 인상을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10여 곳, 재작년 20여 곳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증가다. 특히 인상률이 2.5%에서 3.0% 구간에 집중된 점은, 많은 대학들이 법정 상한선에 최대한 근접한 수준까지 재정을 끌어올려야 할 만큼 기초 체력이 소진되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그간 국가장학금 II유형을 통해 등록금 동결을 유도해왔지만, 최근 들어 다수 대학은 장학금 연계 혜택보다 등록금 인상을 통한 운영비 확보가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지난 14년간 유지돼 온 등록금 동결 기조에 균열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미 댐 자체가 임계 수위에 도달했음을 이번 수치가 증명하고 있다.

정책은 유연해졌지만, 현장은 더 불안해졌다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핵심으로 꼽히는 RISE 사업은 올해로 본격 시행 2년 차에 접어들었다. 교육부는 대학 지원 권한을 지자체로 이관하며 지역과 대학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기대보다 냉담하다. 특히 이번 주 확정된 RISE 예산 60% 이월 허용 방침은 정책 설계와 현장 집행 사이의 간극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자체는 대학 재정 운용에 대한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고, 대학은 지자체의 가이드라인이 불명확하다며 사업비 집행을 미루고 있다. 그 결과 예산 이월이라는 조치가 필요해졌지만, 이는 유연성 확보라기보다 사업이 현장에서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정부가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교육부는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했다고 설명하지만, 대학 현장에서는 책임만 이전됐다는 인식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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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이러한 구조는 대학 간 격차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RISE 사업과 글로컬대학30 사업의 혜택은 거점 국립대와 대규모 사립대에 집중되는 반면, 지방의 중소 사립대들은 등록금 인상 외에 실질적인 재정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서울권 중위권 A대학이 시설 보수비 마련을 이유로 3% 인상을 결정했지만 학생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사례는, 개별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고등교육 재정 구조가 안고 있는 모순이 임계점에서 표출된 단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불가피함’과 ‘설명 책임’ 사이의 균열

등록금 인상 국면에서 대학 현장은 단순한 찬반 대립을 넘어, 설명의 방식과 책임의 범위를 둘러싼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여러 대학에서 열린 등록금심의위원회는 형식적으로는 절차를 충족했지만, 실질적인 정보 비대칭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학생 위원들은 재정 현황과 향후 투자 계획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상률만 제시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학 본부는 외부 감사와 정부 평가를 이유로 세부 자료 공개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함’이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대학들은 인건비 상승, 시설 유지비 증가, 연구 인프라 노후화를 이유로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하지만, 학생들은 왜 그 부담이 지금, 그리고 왜 등록금이라는 방식으로 전가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문제는 인상 여부 자체보다, 인상 이후의 사용 계획이 명확하게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등록금 인상이 미래 교육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 한, 갈등은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가장학금 II유형 연계 효과가 약화된 이후, 대학과 학생 사이의 협상 구조는 더욱 불안정해졌다. 과거에는 동결을 선택하면 장학금 확대라는 보상이 존재했지만, 이제는 인상을 선택해도 제도적 불이익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대학의 선택지는 넓어졌다. 반면 학생들은 인상에 대한 견제 수단을 잃었다는 박탈감을 호소한다. 이 간극이 해소되지 않는 한, 등록금 논의는 재정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로 남게 된다.

정부가 RISE 예산의 60% 이월을 허용하면서 대학 재정 운용의 숨통은 일부 트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관찰되는 모습은 여전히 엇갈린다. 일부 대학은 이월된 예산을 활용해 중장기 교육 인프라 투자 계획을 재설계하고 있지만, 상당수 대학은 ‘어디에 써야 하는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준비 부족이라기보다, 투자 우선순위에 대한 내부 합의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등록금 인상과 예산 이월이 동시에 발생하는 지금의 상황은 대학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확보한 재원을 단기적 적자 보전에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중장기 경쟁력을 위한 구조적 투자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이 선택은 곧 대학이 재정 위기를 관리하는 기관으로 남을지, 아니면 변화의 방향을 설계하는 조직으로 나아갈지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Edu-Tech 스포트라이트: ‘도입 이후’를 묻는 AI 전환의 단계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주 고등교육계에서 주목받은 움직임은 기술 영역에서 나타났다. 1월 말 영국 런던에서 열린 BETT UK를 계기로 글로벌 교육 기술 표준 기구인 1EdTech의 한국 지부 출범이 공식화되면서, 국내 대학의 AI·에듀테크 도입 논의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 그동안 각 대학이 개별적으로 도입해 온 학습관리시스템과 AI 도구들이 국제 표준에 맞춰 연동될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대학 운영 방식 전반을 재구성할 수 있는 조건 변화에 가깝다. 표준화된 플랫폼 위에서는 학습 데이터의 이동과 분석이 가능해지고, 대학 간 협력과 비교 역시 구조적으로 쉬워진다. 동시에 데이터 주권과 윤리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흐름은 UNESCO가 최근 확정한 AI 역량 프레임워크와도 맞닿아 있다. 유네스코는 AI를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교육의 핵심 구성 요소로 정의하며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비판적 AI 활용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AI가 제시하는 결과를 검증하고, 판단의 책임을 인간이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은 대학 교육에서도 점차 기준선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발표된 교육공학 연구들은 AI 도구의 성능보다 중요한 요소로 학습 설계를 지목한다. AI가 즉각적인 정답을 제공할수록 학생의 사고 과정이 축소되고, 학습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분석은 대학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들은 AI를 정답 제공자가 아닌 질문 촉진자, 즉 사고를 확장하는 대화형 튜터로 활용하는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기술 경쟁의 방향을 ‘누가 더 빠르게 도입했는가’에서 ‘누가 더 잘 설계했는가’로 이동시킨다. AI 전환의 성패는 예산 규모나 도입 속도가 아니라, 교육 철학과 제도 설계가 얼마나 정교하게 맞물려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등록금 인상과 예산 이월, 그리고 AI 전환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지금 대학의 선택지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재정 압박을 이유로 한 단기적 조정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기술과 표준을 활용해 구조 전환의 기회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이 선택은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몇 년 후 대학의 경쟁력과 신뢰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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