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댓말 하는 AI는 한국을 이해하는가

문화까지 학습하는 생성형 AI 시대, 필요한 것은 ‘문화적 AI 리터러시’

생성형 AI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때때로 낯선 느낌을 받는다. 이제 AI는 단순히 한국어 문장을 만들어내는 수준을 넘어선다. 상대에 따라 존댓말의 정도를 조절하고, 같은 의미라도 상황에 어울리는 표현을 골라낸다. 농담에 농담으로 답하기도 하고, 직접적인 표현보다 조금 완곡한 말이 자연스러운 상황도 제법 알아차린다. 이 정도가 되면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AI는 이제 우리의 언어만이 아니라 문화까지 이해하기 시작한 것일까. 과거의 AI가 문법과 단어를 다루는 데 능숙하면서도 문화적 맥락에는 둔감했다면, 최근의 언어모델은 방언과 속어, 존칭, 농담, 지역적 표현과 문화적 금기까지 점점 정교하게 반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문화를 그럴듯하게 표현하는 것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문화는 단어보다 훨씬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문화는 사전에 정리된 단어의 뜻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어떤 표현이 친근함인지 무례함인지, 어떤 농담이 웃음을 주는지 불편함을 주는지, 같은 문장이라도 누가 누구에게 말했느냐에 따라 왜 의미가 달라지는지는 문법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문화에는 한 사회가 공유해온 기억과 가치, 관계의 방식, 역사적 경험이 함께 들어 있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말하는 것만큼 중요하고, 같은 표현도 세대와 지역, 집단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이러한 차이를 점점 더 정교하게 찾아낸다. 어떤 상황에서는 격식을 갖추고, 다른 상황에서는 일상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특정 표현이 문자 그대로의 의미와 실제 대화에서 사용되는 의미가 다르다는 것도 어느 정도 구별한다. 하지만 AI가 어린 시절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공동체에서 성장한 기억도 없고, 특정 노래에서 향수를 느끼거나 역사적 사건을 떠올리며 불편함을 경험하지도 않는다.

AI가 가진 것은 경험이 아니라 패턴이다. 문제는 그 패턴이 점점 인간의 경험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틀린 AI보다 ‘거의 맞는 AI’가 더 어려운 이유

문화적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AI는 오히려 알아보기 쉽다. 어색한 번역이나 상황에 맞지 않는 표현은 사용자가 비교적 쉽게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더 어려운 것은 ‘거의 맞는 답변’이다. 표현은 자연스럽고 말투도 적절하지만 그 안에 특정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어떤 지역이나 세대에서 많이 사용되는 표현을 전체 사회의 문화처럼 제시할 수도 있다. 인터넷에서 목소리가 큰 집단의 표현이 마치 모두가 공유하는 문화인 것처럼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광고
대학

AI의 문화적 능력이 높아질수록 이런 문제는 오히려 발견하기 어려워진다.

사람들은 어색한 기계의 말보다 자연스러운 말에 더 쉽게 신뢰를 보낸다. AI가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사용하고 우리의 관습을 잘 아는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 답변 속에 어떤 문화가 선택되고 어떤 경험이 빠져 있는지를 묻지 않게 될 수 있다. 문화적 유창성이 문화적 권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더 중요한 질문이 등장한다. AI가 한국 문화를 설명한다면 그 ‘한국 문화’는 누구의 문화인가. 문화는 하나의 고정된 덩어리가 아니다. 같은 사회 안에서도 세대와 지역, 성별, 직업, 공동체에 따라 경험은 달라진다. 대학 안에서도 교수와 학생이 경험하는 문화가 다르고, 같은 학생이라도 전공과 세대, 생활환경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와 관계의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AI는 결국 학습할 수 있는 자료를 통해 문화를 배운다. 온라인에 많이 기록된 언어와 경험은 더 많이 학습될 가능성이 있고, 기록되지 않았거나 데이터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경험은 상대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AI가 어떤 문화를 자연스럽게 설명한다고 해서 그것이 그 문화를 대표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누구의 경험이 이 답변 안에 들어와 있는가.
누구의 목소리는 빠져 있는가.
AI가 말하는 ‘일반적인 문화’는 정말 일반적인 것인가.

대학의 AI 리터러시도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생성형 AI가 대학 교육 안으로 빠르게 들어오면서 지금까지 AI 리터러시는 주로 정보의 정확성과 출처를 확인하는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AI가 만들어낸 정보가 사실인지 확인하고, 존재하지 않는 논문이나 잘못된 인용을 찾아내며, 중요한 판단을 AI에게 그대로 맡기지 않는 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AI가 점점 문화적으로 자연스러운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한다면 리터러시의 범위도 넓어질 필요가 있다. 이제는 ‘이 답변이 맞는가’와 함께 ‘이 답변은 어떤 관점에서 만들어졌는가’를 묻는 능력이 필요하다.

AI의 문장이 자연스럽다는 이유만으로 그 안에 담긴 가치판단까지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 하나의 문화적 표현을 보편적인 기준으로 착각하지 않는 태도도 AI 시대의 중요한 교육이 될 수 있다. 말하자면 정보 리터러시를 넘어 문화적 AI 리터러시가 필요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AI가 문화를 학습할수록 결국 인간에게 더 많은 질문을 돌려준다는 점이다. AI에게 한국 문화를 가르치려면 먼저 우리가 한국 문화를 설명해야 한다. 무엇을 존중이라고 부를 것인지, 어떤 표현을 차별이라고 판단할 것인지, 어느 경험을 우리의 대표적인 경험으로 기록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문화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변화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중요한 질문은 ‘AI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가’가 아닐지도 모른다. AI는 적어도 지금까지 인간처럼 문화를 살아내지는 않는다. 대신 우리가 남긴 기록을 통해 인간의 문화를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비춘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계가 인간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를 감탄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누구의 모습인지, 무엇이 빠져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우리 사회 전체의 모습이라고 믿어도 되는지를 끊임없이 묻는 일이다. AI가 우리의 말을 점점 더 잘하게 될수록, 오히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는 능력일지 모른다.

#생성형AI #인공지능 #AI리터러시 #문화적리터러시 #대학교육 #문화적편향 #디지털리터러시 #스포트라이트유

Social Share

함께 읽어보세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