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립대학, 정원 미달 6할 시대… “생존의 조건은 무엇인가”

2025년 3월 발표된 연구자료가 보여준 일본 사립대학의 위기와 재편의 길

2025년 3월, 일본 구루메대학 비즈니스연구 제9호에 발표된 한 연구자료가 교육계 안팎에서 주목을 받았다. 제목은 「私立大学の現状と課題」(사립대학의 현황과 과제). 저자인 스기노 히로타카(杉野博貴)는 2023년과 2024년 사이 발표된 각종 통계와 분석을 종합해, 일본 사립대학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조망했다.

이 보고서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경고 차원이 아니라, 공식 통계와 언론 보도를 근거로 현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그 과제와 전망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 특히 2024년 사립대학의 정원 미달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6할에 육박했다는 사실, 그리고 대도시권 대학조차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은 교육 관계자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본 기사에서는 해당 보고서에 담긴 주요 수치와 분석을 풀어 설명하고, 그 의미를 해설하는 방식으로 일본 사립대학 위기의 실체를 짚어본다.

2023년 현황 – 위기의 징후

보고서가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2023년 시점에서 이미 드러난 정원 미달 사태였다. 일본 사립대학 진흥·공제사업단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신입생 모집에서 4년제 사립대학의 53.3%에 해당하는 320개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는 1999년 조사 시작 이래 처음으로 정원 미달 비율이 5할을 넘어선 사례였다. 단기대학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전체의 92.0%가 정원 미달에 직면했다. 그 원인으로는 18세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요인과 더불어, 학생들이 도시권 대규모 대학으로 몰리는 경향이 겹치면서 지방 소규모 대학이 특히 큰 타격을 입은 점이 지적된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사건이었다. 사립대학은 대부분 등록금과 입학금에 의존해 운영되기 때문에 정원 미달은 곧 재정 악화로 직결된다. 보고서는 2023년 시점에서 이미 사립대학의 절반이 정원 미달을 기록했고, 약 3분의 1은 적자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21세기 들어 지난 20년 동안 사립대학은 꾸준히 늘어왔다. 학부와 학과 수가 크게 증가했으며 정원도 7만6천 명 늘었다. 의학과 간호학 계열, 그리고 국제 계열과 같은 특정 시기에 인기를 끌었던 분야에서 확대가 이루어졌지만, 유행이 사라지면 학생들은 곧 이탈했다. 그 결과 많은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저출산(少子化)에도 불구하고 진학률이 상승하던 시기에는 확대 전략이 유효했으나, 이제 진학률이 머물면서 축소와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2023년은 이미 위기의 징후가 본격화된 시점이었다.

2024년 현황 – 심화되는 붕괴

2024년은 일본 사립대학 위기가 더 한층 심화된 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4년제 사립대학의 59.2%에 해당하는 354개 대학이 정원 미달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보다 5.9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조사 시작 이래 최악의 결과였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대도시권의 변화였다. 도쿄, 오사카, 아이치 등 일본 3대 도시권의 사립대학조차 정원 충족률이 처음으로 100% 밑으로 내려갔다. 그동안 학생 모집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여겨지던 도시권 대학마저 흔들리면서, 위기가 지방 소규모 대학을 넘어 전국적 현상임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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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이 수치는 일본 고등교육의 역사를 바꾸는 전환점이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대학 전원 입학 시대(全入時代)”라는 표현을 사용해왔지만, 2024년에 이르러 비로소 그 시대가 본격화되었다. 즉, 대학 정원의 총합이 학생 수를 초과하는 상태가 공식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저출산(少子化)의 진행으로 소규모 대학이나 지방 대학은 물론, 이제는 학생을 모으기 쉬운 도시권 대학까지도 경영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법인 재정 위기 – 레드존과 옐로존

정원 미달은 곧 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의 재정 악화로 이어진다. 보고서는 일본 사립학교진흥·공제사업단이 수집한 2022년도 결산 자료를 인용해, 567개 학교법인 중 101개, 즉 전체의 18%가 경영 곤란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16개 법인은 “레드존”에 분류되었다. 이들은 교육 관련 수지가 2년 이상 적자이고, 외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며, 4년 이내에 자금이 고갈될 위험이 있는 상태였다. 보고서는 이들을 자력으로의 회생이 극히 어렵고, 2026년까지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85개 법인은 “옐로존”으로 분류되었다. 이들은 당장 채무 초과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10년 이상 앞을 내다볼 때 자금 부족으로 경영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는 상태였다.

이외에도 135개 법인이 “옐로존 예비군”으로 분류되었다. 이들은 이미 2년 이상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현재는 버티고 있으나 향후 경영 곤란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정상 상태로 평가된 법인은 331개, 전체의 58%에 불과했다. 즉, 사립대학 법인의 절반 가까이가 경영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이미 위험 상태에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저출산(少子化)로 인한 등록금과 입학금 수입 감소가 이러한 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구조적 문제 – 사령탑의 부재

보고서가 지적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사령탑의 부재였다. 일본의 대학 중 약 4분의 3이 사립대학이지만, 이들을 중앙에서 통괄해 관리하거나 구조조정을 지휘하는 기구는 없다. 일본에서는 대학의 자율성과 독자성이 존중되어, 통폐합이나 정원 조정은 각 대학과 법인에 맡겨져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실을 “같은 접근을 해도 결과가 다른 것은 결국 사람의 힘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말해, 같은 데이터를 보고도 어떤 대학은 과감한 개혁을 단행해 살아남고, 다른 대학은 우왕좌왕하다가 도태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식 분권적 구조는 자율성을 보장하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전체적으로는 조정 불능 상태를 초래한다. 보고서는 이를 일본 사립대학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로 명확히 짚어냈다.

정부 정책과 전망 – 통폐합과 적정규모화

정부 역시 위기를 인식하고 있다. 보고서는 문부과학성과 중앙교육심의회가 발표한 전망을 인용했다. 2023년 기준 18세 인구는 약 110만 명이었으나, 2040년경에는 매년 대학 진학자 수가 2만3천 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규모 대학 90개분 정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학 정원의 축소, 대학 간 통폐합, 지역 단위 거버넌스 구축을 구체적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정책은 지역에서 고등교육 기회가 사라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보고서는 “정원 미달, 모집 중단, 경영 파산으로 몰리는 고등교육기관이 앞으로 더 생길 것은 피할 수 없다”라는 중교심의회 중간 보고를 인용하며, 대학 재편이 불가피한 시대에 들어섰음을 강조했다.

이처럼 위기가 깊어지는 가운데, 일부 대학들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차별화된 교육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보고서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대학들이 어떤 방식으로 학생 유치를 시도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몇몇 대학은 여러 학부가 협력해 공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제간 교육을 도입하고 있다. 또 어떤 대학은 강의실을 벗어나 현장에서 경험을 쌓게 하는 프로젝트형·실습형 수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기업과 협력해 지역사회와 연결된 교육 활동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 외국어 교육이나 데이터 사이언스 교육을 강화해 글로벌 인재 양성에 힘쓰는 대학도 늘고 있다.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재교육 과정을 개설하는 대학 역시 주목할 만하다. 보고서는 이처럼 각 대학이 제시하는 다채로운 교육 메뉴가 고등학생들의 선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또한 일본 언론의 표현을 빌려 “특색 있는 교육을 내놓지 못하는 대학은 퇴출이 불가피하다”고 결론지었다.

일본의 오늘은 한국의 내일일 수 있다

2025년 3월 발표된 이 보고서는 일본 사립대학 위기를 수치와 근거로 명확히 보여주었다. 2023년에는 정원 미달 대학이 53.3%에 달했고, 단기대학은 92%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2024년에는 정원 미달 대학 비율이 59.2%로 급증했으며, 대도시권 대학조차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567개 법인 중 101개가 경영 곤란에 빠졌고, 그중 16개는 자력으로의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중앙 사령탑이 부재한 일본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대학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었다.

정부는 정원 축소와 대학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 고등교육 기회의 축소라는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대학들은 생존을 위해 차별화된 교육을 내세우고 있으나, 모든 대학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빠른 대응이 없다면 일본 사립대학의 대규모 도태는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생존을 위해서는 안정된 재정 구조, 학생을 끌어들이는 차별화된 교육, 지역사회와의 연계, 그리고 경영진의 리더십과 실행력이 필요하다.

이 경고는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 진학 대상이 되는 18세 인구는 이미 급감하고 있으며 2040년대에는 약 26만 명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일부 지방대학에서는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고, 일부 학과는 정시모집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는 일본에서 나타났던 초기 징후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일본 보고서가 보여주듯, 정원 미달 사태는 단순한 수치 문제가 아니라 곧바로 대학의 재정 위기와 학교법인의 경영 곤란으로 이어지고, 결국 통폐합이나 폐교라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한국의 저출산 속도는 일본보다 빠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오늘은 한국의 내일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은 반면교사 삼아 지금부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 구조 개혁, 학과 개편, 학생 유치 전략, 중앙의 지원 체제 구축 등 종합적인 대응 없이는 머지않아 일본과 같은 위기를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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