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임금 인상안을 둘러싼 스코틀랜드 대학 비학술직 파업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공적 재정 축소와 국제학생 의존, 재정 운영 문제까지 겹쳐진 고등교육 시스템 위기의 단면을 드러낸다.
최근 스코틀랜드 대학가에서 벌어진 파업은 겉으로 보면 임금 협상의 충돌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단순히 임금표의 숫자 문제로 설명되기 어렵다. 2026년 4월, 글래스고대, 스트래스클라이드대, 에든버러 네이피어대, 헤리엇-와트대, 글래스고예술학교 등 5개 대학에서 1,100명 이상의 비학술직 노동자들이 24시간 파업에 나섰다. 시설관리, 보안, 청소, 기술직, 도서관, 행정 인력 등 대학의 운영을 떠받치는 직군이 중심이 됐다. 강의와 연구가 멈춘 것은 아니지만, 대학을 실제로 움직이는 기반이 흔들렸다는 점에서 이번 파업은 상징성을 가진다. 노조가 반발한 직접적 이유는 2025~2026년 적용된 1.4% 임금 인상안이었다. 당시 물가 상승률이 이를 크게 웃돌고 있었던 상황에서, 이 수치는 사실상 실질임금 감소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갈등의 배경은 더 길다. 지난 10여 년 동안 영국 대학 노동자들의 임금은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했고, 누적된 결과 실질임금이 약 30% 낮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팬데믹 시기의 임금 동결과 이후 이어진 낮은 인상률이 겹치면서, 대학 내 노동자들의 체감 압박은 꾸준히 커져왔다.
이번 파업에서 눈에 띄는 점은 주체가 교수진이 아니라 비학술직이라는 점이다. 대학이 재정 압박을 받을 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영역이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연구와 교육 성과가 대학의 외형을 만든다면, 재정 긴축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가시성이 낮은 운영 인력에게 더 빠르게 전달된다. 이는 대학 내부 구조가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드러낸다.
2026년 초 국제 정세 변화는 갈등의 강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영국 경제 전반에 비용 압박이 확대됐다. 유가 상승은 캠퍼스 운영비를 끌어올렸고, 동시에 노동자들의 생활비 부담도 증가시켰다. 통근 비용과 식료품 가격, 주거비가 동시에 상승하는 상황에서 낮은 임금 인상률은 사실상 임금 삭감으로 체감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 형성됐다. 이 지점에서 이번 파업은 단순한 임금 협상이 아니라, 외부 경제 충격이 대학 재정과 노동 조건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대학은 비교적 안정적인 조직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에너지 가격, 세제 변화, 국제 정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구조 속에 있다.
무상교육 모델의 균열
스코틀랜드 대학이 직면한 압박은 재정 구조에서도 확인된다. 자국 학생에게 등록금을 받지 않는 정책은 유지되고 있지만, 이를 보완하는 공적 재정 지원은 충분히 늘어나지 못했다. 학생 1인당 지원금은 장기간 실질 가치가 감소해 왔고, 그 결과 대학은 교육 비용을 다른 방식으로 보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구조는 정책적으로는 공공성을 강조하지만, 재정적으로는 대학에 부담을 전가하는 형태로 작동한다. 등록금을 학생에게 직접 부과하지 않는 대신, 대학이 자체적으로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문제는 이 대체 재원이 특정 영역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스코틀랜드 대학 재정의 상당 부분은 국제학생 등록금에 의존해 왔다. 전체 학생 구성에서 국제학생 비중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등록금 수입에서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국내 학생 교육에서 발생하는 재정 부족을 국제학생 수입으로 보완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외부 환경이 안정적일 때는 문제없이 작동한다. 그러나 비자 정책 변화나 국제 정세 불안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타격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국제학생 유입이 감소하면서 대학 재정은 빠르게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인력 감축 논의와 임금 억제, 그리고 파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내부 운영 문제까지 겹치며 상황이 더 악화됐다. 던디대 사례는 재정 관리 실패와 거버넌스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제학생 수입 감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 사업이 지속되면서 재정이 급격히 악화됐고, 이는 대학 전체 위기에 대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스트래스클라이드대 역시 재정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대규모 인력 감축을 추진하면서 노조와 충돌했다. 대학 경영진은 재정 압박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지만, 노동자 측에서는 그 부담이 일방적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임금 분쟁을 넘어 대학 시스템 전반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조합은 공적 재정 확대와 구조 개편을 요구하며, 고등교육을 공공재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대학 측은 재정 여력의 한계를 이유로 급격한 변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학생 단체가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교육 환경과 노동 조건이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학 내부 갈등은 점차 구성원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결국 이번 파업은 하나의 사건이라기보다, 오랜 기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들이 동시에 표면으로 드러난 순간에 가깝다. 공적 재정이 줄어든 자리, 국제학생에 의존해 유지되던 재정 구조, 외부 경제 충격, 내부 운영 문제까지 겹치며 대학 시스템은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단계에 진입했다.
영국 대학이 지금 마주한 것은 임금 협상의 난항이 아니라, 고등교육 모델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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