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여대 감사, 89억 교비 손실과 방치된 캠퍼스… 흔들린 대학 운영의 민낯

교육부 종합감사서 법인·대학 운영 전반에 21건 처분 요구… 회계·계약·인사관리 모두 흔들린 구조적 부실 드러나

학교법인 수원인제학원과 수원여자대학교에 대한 교육부의 종합감사 결과는 단순한 행정 실수의 나열이 아니었다. 이번 감사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의 법인·대학 전반을 점검한 결과이며, 감사가 지적한 내용은 재정 운영, 회계 절차, 교원 인사, 학사 관리, 계약·입찰 관리 등 사립대 운영의 기반을 이루는 거의 모든 영역을 망라한다. 교육부가 최종 확정한 지적은 총 21건. 신분상 조치만도 54건에 이르며, 기관경고·주의 등 행정조치 역시 다수 포함됐다. 이번 감사는 단일 대학의 관리 부실을 넘어, 지방 사립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재정난과 조직 관리 난맥, 그리고 사학법인의 책임성 문제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특히 2010년대 이후 사학개혁을 둘러싼 사회적 요구가 커져 온 가운데, 수원여대 사례는 대학 운영의 구조적 취약함이 어떻게 누적되고, 그 결과가 교육환경 악화와 재정 손실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교육부는 “학교법인과 대학이 기본적인 회계·계약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사례가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며 엄중한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캠퍼스 이전사업, 89억 원 교비 손실로 귀결되다

이번 감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사안은 ‘◑◑캠퍼스 이전·신축 사업’이다. 2015년부터 수년간 추진된 이 사업은 애초 ‘지역 연계형 캠퍼스 조성’을 목표로 출발했지만,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된 결과 미준공 건물이 산속에 방치된 채로 남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교비 89.8억 원이 손실된 점이다. 2017년 교육부는 약용식물과 1개 학과를 이전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하지만 사업 추진 초기부터 심각한 재원 부족이 이어졌고, 학교법인이 부담하기로 한 금액 33억 원이 투입되지 않으면서 사업은 중단 상태에 놓였다. 공사 중단 시점의 공정률은 92.1%. 사실상 완공 직전이었지만 자금 부족으로 더 이상 공사를 이어갈 수 없었다. 공사업체는 미지급 공사비 15억 8천만 원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의 최종 판결로 학교는 해당 금액을 교비에서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 승인과정에서 정해진 교비 집행 한도를 초과했다는 점 역시 추가적인 문제로 지적되었다. 법인의 부담 미이행, 부적정한 사업 추진, 구성원 의견수렴 부재, 재정계획 미검토 등은 사업이 구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 그럼에도 법인·대학은 중단 이후 뚜렷한 후속 조치를 마련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방치된 미준공 건물은 활용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매각 등의 방안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해당 사업을 오랫동안 주도해 온 현 총장 A에 대해서는 ‘경징계 이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인 회계 운영 부적정… 사적 금융거래 방식과 유사한 구조

법인의 회계 운영도 심각한 수준의 부적정이 확인되었다. 교육부는 법인 이사장이 개인 자금을 37차례에 걸쳐 총 10억 6천만 원 이상을 대학 법인계좌에 입금하면서도 이를 ‘기타예수금’으로 처리해 사실상 차입금임을 은폐한 채 회계에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정기예금 이자와 각종 비용은 법인 공식 계좌가 아닌 외부에서 직접 처리되었고, 사전품의나 결재 없이 인터넷뱅킹으로 집행하는 관행이 이어졌다. 이는 사립학교법에서 요구하는 예산총계주의 원칙, 차입 절차 규정, 기본재산 관리 규정을 모두 위반한 것이다. 또한 수익용 기본재산(예금·토지) 역시 적정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총 4억 7천만 원의 예금이 이사회 의결이나 교육부 허가 없이 임의 집행되었고, 수익용 토지 또한 제3자 무단 경작 상태로 장기간 방치된 점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법인의 재정 운영이 제도적 통제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로 운영되었다”고 지적했고, 해당 업무 담당자들에게 경징계를 요구했다. 법인의 구조적 책임 문제도 제기됐다. 법인의 이사회는 감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으며, 회계 운영 과정에서 반복된 절차 위반을 즉시 개선하지 못한 점이 드러났다.

입찰·계약 과정의 총체적 부실

입찰 절차와 계약 관리에서도 부적정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청소·경비 업체 선정 과정에서는 공개입찰을 통해 최저가 업체가 선정되었지만, 계약 체결 이후 업체 요청만으로 계약금액을 1억 4천만 원 이상 증액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는 입찰 당시 제시된 투찰가격과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는 계약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이며, 특정 업체에 유리한 방식으로 계약을 변경한 부당한 절차였다. 더불어 10건의 시설공사에서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 환경관리비, 4대보험 등 ‘법정경비’를 정산하지 않아 총 34,098천원을 과다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설계변경 과정에서도 약 2,075만 원을 과다 계상해 지급했다. 심지어 다수의 시설공사에서는 입찰 자격 제한을 실적·소재지·신용등급 등 3가지 조건으로 중복 적용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교육부는 이러한 운영 방식을 “기본적인 계약관리 원칙을 이해하지 못한 수준의 행정 처리”라고 평가했다. 계약 과정에 관여한 담당자들은 대부분 경징계 또는 주의 조치 대상이 되었으며, 일부는 인사자료 통보 대상에 포함되었다.

교원 인사관리의 광범위한 위반… 학생 보호 체계도 작동하지 않아

교원 인사 분야에서는 교원의 자격심사, 성범죄 경력조회, 징계 요구 절차 등 기본적 관리 체계가 전반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겸임·객원교원 174명을 임용하면서 이들에 대한 임용 결격사유 조회를 하지 않았고, 이 중 3명은 성범죄 경력조회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고등교육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법」이 정한 필수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교육기관으로서 기본적인 학생 보호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학교는 4명의 자격 미달자를 겸임교원으로 임용했다. 심사위원들은 법령에서 정한 학력·연구경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지원자를 적격으로 평가했으며, 심사표에 따른 점수만 기계적으로 산정해 자격요건을 최종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교육부는 “교원 자격 심사 과정의 부실은 교육기관의 품질관리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징계 요구 절차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검찰청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부교수의 범죄사실 통보를 받고도 학교는 징계의결을 요구하지 않았고, 감사 이후에야 뒤늦게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또한 교원이 스스로 의원면직을 신청할 경우 교육부·검찰·경찰·감사원 등 4개 기관에 징계사유 여부를 조회해야 하지만, 상당수 사례에서 경찰 한 곳만 조회했으며 2명은 모든 기관 조회가 누락되었다. 장학금과 포상금 지급에서도 기준 위반이 있었다. 수업연한을 초과한 학생 8명에게 총 1,341만 원의 장학금이 지급되었고, 장기근속 포상 대상자 2명은 휴직기간 누락으로 근속연수를 잘못 산정한 채 포상금이 지급되었다. 교육부는 “교원 인사와 학생 지원 체계는 대학의 핵심 시스템임에도 전반적으로 관리 기능이 약화되어 있다”고 결론지었다.

기록물 폐기·학점은행제 미신고 등 기본 행정 프로세스의 붕괴

기록물 관리에서도 심각한 위반 사항이 확인되었다. 수원여대는 2022~2023학년도에 생산한 기록물 2,773권을 기록물관리 전문요원 심사나 기록물평가심의회 심의 없이 폐기했다. 이는 국가기록원이 여러 차례 공문을 통해 지침을 안내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물 관리 전담자를 두지 않고 부서 의견조회만으로 폐기한 사례로, 공공기관으로서 기본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학습과정 운영에서도 문제가 반복되었다. 학점은행제 평가인정 학습과정 49개가 운영되지 않았으나,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운영 중단 신고를 하지 않은 채 3년간 방치했다. 이는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한 신고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평생교육원 운영 기준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안전·보험·여비 등 영역에서도 행정적 미비점이 확인되었다. 고용보험 취득·상실 신고 지연 및 소방시설 점검 미준수로 발생한 과태료가 총 456만 원에 달했으며, 이 금액은 모두 교비로 지출되었다. 출장여비 중복지급과 과다지급 사례도 총 69만 원이 발생했고, 일부 연구과제 결과보고에서는 학교 지원 과제를 명시하지 않는 등 연구관리 체계도 미흡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대학 운영의 말단 영역에서조차 표준화된 절차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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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유형의 위반… 2012년 감사에서도 동일 지적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일부 지적 사항들이 2012년 교육부 감사에서도 동일하게 제기되었다는 사실이다. 당시에도 개인 명의의 지식재산권 출원·등록 문제, 기록물 관리 부실 등이 지적됐지만, 이후 10여년간 개선되지 않은 채 동일한 유형의 문제가 반복되었다. 교육부는 “사립학교의 관리책임은 법인에 있으며, 지속적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법인의 감독 기능이 구조적으로 약화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사학기관의 내부 감사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번 감사에서 확인된 중요한 부분이다. 내부통제 체계가 부재한 대학은 문제를 발견해도 이를 조직적으로 해결할 역량이 부족하며,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간 책임소재도 모호해진다. 수원여대 사례는 이 같은 구조적 취약성이 현실에서 어떻게 누적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교육부는 이번 감사에서 법인·대학을 대상으로 총 21건의 처분을 요구했다. 신분상 경징계 5건, 경고·주의 49건, 기관경고·주의 9건 등이 포함되며, 교비 환수만도 2천8백만 원에 이른다. 가장 중요한 조치 중 하나는 89억 원에 달하는 교비 손실에 대한 “보전 대책 수립”이다. 그러나 미준공 건물이 위치한 지역은 국유림·군계획시설이 혼재된 구역으로, 건물 매각이나 용도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역 지자체인 ◑◑군 역시 교육시설 외 활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국유림 복구 명령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교비 손실을 회복하는 것은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재정 문제를 넘어 경영 시스템 자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회계관리, 교원 인사, 계약·입찰, 학생 지원, 기록물 관리 등 대학 조직 운영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구조적인 미비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특정 시점의 실수나 몇몇 개인의 비위로 귀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사립대 운영의 기반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 대학들이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대학의 기본 운영 체계가 흔들릴 경우 그 충격은 교육 품질 저하와 학생 모집 악화로 이어지며, 재정 악순환이 발생한다. 수원여대 사례는 이러한 악순환의 전형적 구조를 보여준다. 특히 사립대는 법인 중심 운영 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법인의 관리·감독 기능이 약화되면 대학은 쉽게 위기를 겪게 된다. 이번 감사는 사립대 책무성 강화 정책 흐름 속에서 중요한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는 사립학교법 개정과 대학 운영 투명성 확보를 강조해 왔으며, 수원여대와 같이 반복적인 관리 부실을 보이는 대학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 왔다. 앞으로도 유사한 유형의 대학에 대한 추가적인 감사나 구조조정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수원여자대학교는 현재 재정 악화와 행정 체계 혼란이라는 이중의 압력 속에 있다. 교육부의 시정 요구를 빠르게 이행한다 하더라도 방치된 미준공 건물 처리, 교비 손실 회복, 반복되는 행정 오류의 근본적 개선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동시에 대학 내부에서는 행정 프로세스와 규정 준수 문화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 시급하다. 회계·인사·계약·학사·연구·기록물 관리 등 모든 영역에서 표준화된 절차와 내부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은 높다. 이번 감사 결과는 수원여대의 현재를 진단한 보고서이자, 향후 구조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출발점이다. 지방 사립대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정 안정과 행정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운영 체계가 필수적이다. 수원여대 사례는 단일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 사립대 구조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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