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대학원 시대의 개막 : 국내 첫 ‘LG AI 사내대학원’ 인가… 기회와 위기의 갈림길

기업이 세운 대학원, 교육의 판을 바꾸다

교육부가 2025년 8월 22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내 최초의 사내대학원 설치가 공식 인가됐다. 주인공은 LG 경영개발원 산하 AI연구원이 세운 LG AI 대학원으로, 석사과정을 운영하는 이 기관은 오는 9월 30일 개교와 함께 첫 신입생을 맞는다. 그동안 기업은 평생교육시설로서 ‘사내대학’을 설치해 전문대학·대학 졸업과 동등한 학력을 부여할 수 있었지만, 대학원 수준의 정규 학위 과정은 허용되지 않았다. 이 구도가 바뀐 것은 지난 1월 시행된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 덕분이다. 법률은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인공지능, 미래 모빌리티 등 첨단산업 분야 기업이 자체적으로 석·박사급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제도적 길을 열었다.

LG AI 대학원은 ‘도메인 지식과 AI 역량을 갖춘 최고의 AI 인재 양성’을 비전으로 내걸었다. 입학 정원은 30명, 교수진은 전임 1명과 겸임 24명으로 꾸려졌다. 겸임교원 다수는 LG 내부 연구진과 현장 전문가들로, 산업 밀착형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 커리큘럼은 기초 이론부터 최신 AI 기술까지 모듈형으로 설계되었다. 머신러닝·컴퓨터비전·자연어처리 같은 필수 과목은 물론, 생성형 AI·인과추론·에이전틱 AI 등 심화 과목이 포함됐다. 학생들은 랩미팅과 세미나, 현장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 산업 문제를 정의하고 AI 기반 해법을 모색한다. 교육 운영은 1학기-여름학기-2학기로 구성된 연 3학기제로, 전일제 대면 수업을 기본으로 하되 온라인 콘텐츠와 프로젝트도 병행한다. GPU 서버, 클라우드 환경, 폐쇄망 데이터 활용 인프라까지 갖추며 연구·실습을 지원한다.

교육부는 이번 사내대학원 인가가 단기적 교육성과를 넘어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중장기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내다봤다. 기업은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고급 인재를 직접 길러낼 수 있고, 이는 곧 핵심 사업 영역의 기술 고도화와 운영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LG는 AI 기반 품질 예측, 공정 최적화, 수요 예측, 고객 분석 등에서 직접적인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기대한다. 더 나아가 그룹 차원의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 전략을 가속화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첨단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AI 기술 자립도를 강화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고급 인재를 기업이 직접 양성할 수 있는 체계는 인재 양성 패러다임을 새롭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내대학원 제도를 가능하게 한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은 2024년 1월 제정되어 2025년 1월부터 시행되었다. 당시 스포트라이트유는 이 법의 파급력을 두고 “혁신의 시작인가, 대학의 위기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특별법은 △사내대학원 설치 및 학위 인정, △인재혁신센터 설립과 해외인재 유치, △기업-대학 협력 강화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법은 기업 중심의 교육 체제를 제도화했으며, 이 과정에서 대학의 위상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논의가 이어졌다.

사내대학원의 등장은 곧바로 대학 사회에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등으로 이미 재정 압박을 겪고 있는 대학들이 기업과 학위 경쟁까지 직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교수는 “이제는 대학에서 배출한 석박사와 기업이 길러낸 석박사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게 된다. 산업 현장에 더 가까운 교육을 기업이 제공한다면, 대학의 위기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공계 대학원은 기업 인재 유출에 따른 공동화 현상, 연구 주제와 커리큘럼의 중복으로 인한 정체성 위기 등 복합적 도전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해외에서는 기업 주도의 교육 모델이 전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구글의 ‘Grow with Google’, IBM의 ‘SkillsBuild’ 같은 프로그램은 현장 중심의 교육을 제공하지만, 학위는 수여하지 않는다. 즉 대학과 공존하는 보완적 모델이다.
독일의 듀얼 시스템은 학교와 기업에서 동시에 학습하는 방식으로, 이론과 실무를 병행하면서도 대학의 교육 기능을 유지하는 균형형 모델로 평가된다. 이에 비해 한국의 사내대학원은 대학과 동일한 학위 수여 권한을 기업에 부여함으로써 역할 경계를 흐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사내대학원은 산업 수요에 특화된 교육을 통해 인재 미스매치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대학 졸업자들이 기업 현장에서 겪는 ‘실무 적응의 벽’을 낮추고, 생산성과 기술 경쟁력 확보에 직접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청년·여성 인재의 활용 확대라는 효과도 기대된다. 스웨덴 사례처럼 STEM 분야에서의 성별 다양성 확대를 정부와 기업이 함께 추진할 수 있으며, 이는 첨단산업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 파급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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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그러나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업과 대학의 공존 전략이 필수적이다. 대학은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기업이 갖지 못한 학문적 깊이와 기초연구 역량은 여전히 대학의 강점이다. 따라서 공동연구, 교원 교류, 데이터 공유 등 산학협력 강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책적 차원에서도 교육부와 산업부가 기업 중심의 인재 양성과 대학의 교육 기능이 균형을 이루도록 세밀한 조율을 이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은 단기적 산업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만 집중하고, 대학은 구조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사진 출처 : LG AI 연구원 홈페이지 캡쳐화면

LG AI 대학원은 이미 박사과정 설치계획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석사과정이 안착하면 국내 첫 사내 박사과정이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이는 곧 사내대학원 모델이 본격 확산될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삼성, SK, 현대차 등 다른 대기업이 유사한 모델을 도입한다면, 고급 인재 양성 체제는 기업-대학 이원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이는 첨단산업 인력 공급을 늘리는 기회이면서도, 대학 교육의 재편을 촉발하는 거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국내 최초의 사내대학원 인가 사례는 한국 고등교육의 흐름을 크게 바꿀 신호탄이다. 산업 현장과 맞닿은 고급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는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대학의 위상 약화, 학문적 다양성 축소, 교육의 단기 산업화라는 우려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사내대학원이 단순한 기업의 내부 교육기관을 넘어, 대학과 기업이 협력하며 지속가능한 교육·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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