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더 빠르게”… KAIST, 메모리 한계 넘는 ‘스마트 출입문’ 기술 개발

삭제 속도 23배 향상… 초고용량 반도체 구현 가능성 열어

데이터 저장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과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기술이 제시됐다. KAIST 연구진은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고질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은 차세대 초고용량 메모리 구현의 핵심 기반으로 평가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셀 하나에 담는 정보량을 늘려왔지만, 이 과정에서 성능과 안정성 간 충돌이 발생해왔다. 데이터를 빠르게 지우려면 전하 이동이 쉬워야 하지만, 이 경우 저장된 정보가 함께 유실될 위험이 커지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반대로 안정성을 높이면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는 ‘트레이드오프’ 문제가 지속돼 왔다.

연구팀은 기존 실리콘 기반 소재 대신 ‘붕소 산질화물(BON)’을 적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핵심은 전하의 종류에 따라 통과 조건이 달라지는 비대칭 구조다. 데이터 삭제에 필요한 전하는 쉽게 통과시키고, 저장된 데이터를 의미하는 전자는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방식이다. 이는 들어올 때는 열리고 나갈 때는 닫히는 ‘스마트 출입문’과 같은 원리로 구현된다.

실험 결과, 해당 구조를 적용한 메모리는 데이터 삭제 속도가 기존 대비 최대 23배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반복 사용 이후에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는 안정성을 확보하며, 실제 반도체 공정 적용 가능성도 확인됐다. 특히 하나의 셀에 5비트를 저장하는 차세대 고집적 기술에서도 높은 정밀도를 유지한 점이 주목된다. 스마트폰부터 인공지능 서버까지 데이터 저장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용량 확대와 속도 개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은 향후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번 연구는 기존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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