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들어갔지만, 끝내지 못하는 학생들” – 중도탈락의 사회학

학령인구 감소보다 깊은 위기, 대학을 떠나는 청년들의 구조적 현실

한국의 대학은 지금 ‘입학정원 미달’보다 더 조용하고 깊은 위기를 겪고 있다. 학생들은 여전히 대학 문을 통과하지만, 끝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입학과 졸업 사이의 이탈, 즉 대학 중도탈락(Student Attrition) 은 이제 개별 학생의 실패가 아니라 시스템의 병리로 인식되어야 할 시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대학 진학률이 1990년 14%에서 2020년 40%에 육박했지만, 완주율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했다. 입학은 늘었으나 졸업은 줄었다. 이 간극이 바로 고등교육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23년 기준 전국 대학의 중도탈락률은 평균 5.1%, 일부 지역대학은 10%를 넘어섰다.
전문대학의 경우 1학년 신입생의 4명 중 1명이 2학년을 채우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난다. 교육부의 통계가 말하지 않는 것은, 이 탈락이 단순한 ‘학업 포기’가 아니라 경제·심리·사회 구조가 만든 복합적 퇴출 메커니즘이라는 사실이다.

입시지옥의 끝은 ‘대학 탈락’이라는 또 다른 시작

한국에서 대학은 여전히 사회적 통과의례로 여겨진다. 그러나 통과 이후의 여정은 점점 험난해지고 있다. 입시는 ‘경쟁의 끝’이 아니라 ‘소속의 시작’일 뿐이다. 그리고 그 소속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복잡한 자원이 필요하다.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입시 때보다 더 큰 불안을 경험한다. 학비와 생활비 부담, 불확실한 진로, 관계 단절, 그리고 심리적 소진이 겹친다. 특히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대학의 학생들은 ‘이중의 주변화’에 놓인다. 서울의 교육권 바깥에서 공부하며, 동시에 수도권 취업 시장에서도 배제된다. 이들은 대학 안에서 ‘낯선 손님’처럼 느낀다. 소속감의 부재는 곧 학업 의욕의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탈락의 위험으로 변한다. 세계 여러 연구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듯, “대학 내 소속감 결핍(sense of belonging)”은 중도탈락의 결정적 요인이다. 한국 사회에서 그 감정은 지역, 계층, 학력, 성별의 교차 지점에서 더 심화된다.

많은 학생이 대학을 떠나는 이유는 단순하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대학생의 등록금은 평균 연 700만 원, 생활비를 합하면 최소 1,200만 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절반 이상이 시간제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4년 내 졸업이 불가능한 구조 속에서 점점 멀어진다. 이른바 ‘생존형 대학생활’ 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한국장학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학기 중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은 70%에 달하며, 이 중 40%가 주당 20시간 이상 근무한다. 수업·과제·시험 일정은 그들에게 또 다른 노동의 연장이 된다. 이런 조건에서 학업 지속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OECD 보고서가 지적하듯, “경제적 압박은 학업 포기를 유발하는 가장 보편적 요인”이다. 저소득층 학생일수록 ‘첫해 탈락률(first-year dropout)’이 높다. 등록금 납부 연체로 인해 수강신청이 제한되거나, 학점 이수 지연이 누적되면 학생들은 ‘휴학’이라는 임시퇴출을 선택한다. 그러나 휴학은 대부분 복귀로 이어지지 않는다. 한국의 ‘Some College, No Credential’ 세대—대학에 다녔지만 학위를 받지 못한 이들—은 이미 200만 명을 넘어섰다.

심리적 탈락 – 경쟁사회가 만든 ‘번아웃 세대’

경제적 이유만큼 심각한 것은 정신건강 문제다. 한국 대학생의 43%가 우울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10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2024년 기준 대학 내 정신건강센터 이용자 수는 2018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치료의 부재가 아니라 이야기할 공간의 부재다. 한국 대학은 학문적 성취에는 예민하지만, 정서적 돌봄에는 둔감하다. 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여전히 위계적이며, 상담은 ‘문제 학생’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세계적으로 “심리적 요인이 대학 지속성(retention)에 미치는 영향”이 강조되지만, 한국의 대학문화는 여전히 ‘정신력’이라는 추상적 덕목에 머물러 있다. 특히 여성, 1세대 대학생, 장애학생, 이주배경 학생 등은 소속감의 취약집단이다. 이들은 단순히 학업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라는 제도적 공간에서 ‘지워지는 경험’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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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한국의 대학은 여전히 ‘정시형 인간’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입학 연령은 19세, 졸업은 24세, 그사이에 군휴학·해외연수·인턴십은 변수로만 존재한다. 그러나 실제 학생들의 삶은 그보다 훨씬 다층적이다. 일하면서 공부하는 학생, 돌봄 책임을 지는 학생, 전공 변경이나 편입을 시도하는 학생 등 다양한 경로가 존재하지만, 제도는 이를 수용하지 못한다.

학사구조 또한 경직돼 있다. 전공 이수 체계는 복잡하고, 교양·전공·선택의 구분은 여전히 시험 중심이다. 교양교육이 ‘포괄적 사고’보다 ‘학점 채우기’로 변질된 현실에서, 대학은 더 이상 지적 탐구의 공간이 아니라 ‘인증기관’으로 기능한다. 결국 학생들은 제도의 경직성에 짓눌려 이탈한다. 이는 “제도적 탈락(institutional attrition)”의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의 그림자 – 지방대 탈락률의 구조적 불평등

중도탈락 문제는 한국의 ‘지방대 위기’와 밀접히 연결돼 있다. 서울권 대학의 평균 중도탈락률이 3%대인 반면, 지방 사립대는 8~10%에 달한다. 특히 지방 전문대학은 1학년 2학기 진입률이 70%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 현상은 단순히 학교의 질 문제가 아니라 지역 청년의 생존 문제다. 지방대 학생 중 절반 이상이 고등학교 졸업 후 경제적 이유로 인근 대학을 선택하며, 학업 동기보다 생계 유지가 우선된다. 졸업 후 지역 내 일자리 부족은 그들의 학습 동기를 더욱 약화시킨다. 결국 대학은 ‘떠나는 곳’이 되고, 지역은 ‘남겨진 사람들’의 공간이 된다. 정부는 지역혁신플랫폼(RISE)과 지방대학 지원정책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지만, ‘유입’보다 ‘유지’가 더 어려운 구조다. 대학의 생존은 신입생 모집이 아니라 재학생의 지속률(retention rate)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정책은 여전히 ‘입시 중심’에 머물러 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회원국의 평균 학사과정 6년 내 졸업률은 43%다. 핀란드·노르웨이·독일 등 북유럽 국가는 70% 이상을 기록하지만, 남유럽·동유럽은 40% 미만이다. 한국의 경우 4년제 대학 기준 졸업률은 68% 수준으로 비교적 높지만, 이는 ‘중도탈락자의 불가시화’ 덕분이다. 휴학생, 전과자, 편입자는 통계상 탈락으로 집계되지 않는다. 일본과 한국은 모두 높은 졸업률을 유지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신적 탈락(mental attrition)’이 존재한다. 즉, 졸업은 하지만 배우지 못하고, 학교는 다니지만 소속되지 못하는 학생들이다. 이는 완주율의 착시효과를 낳는다. 교육의 질은 단순히 ‘얼마나 졸업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배웠는가’로 측정되어야 한다.

코로나19는 대학 중도탈락을 세계적 현상으로 확산시켰다. 전 세계 165개국, 2억2천만 명의 대학생이 캠퍼스를 떠나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지만, 학습 참여율은 급격히 하락했다. 특히 저소득층과 지방대학생의 경우 기기 부족, 인터넷 불안정, 학습 동기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한국에서도 2020~2021년 사이 대학 휴학률이 급증했고, 일부 학교는 한 학기 결시율이 20%를 넘었다 . 팬데믹은 단지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대학 구조의 불평등을 가속화한 사회적 사건이었다. 이후에도 비대면 학습 피로, 심리적 고립, 관계 단절이 장기화되면서 ‘돌아오지 않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고등교육의 관점을 “입학 중심에서 완주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즉, 대학의 경쟁력을 ‘등록금 수입’이 아니라 ‘학업 지속률(retention)’로 평가해야 한다.

재정지원의 지속성: 단발성 장학금보다 학업 성취에 연동된 성과기반 장학금(performance-based aid)이 효과적이다. 학업 중단 직전의 긴급금융지원, 소득연계 상환제도, 저리 학자금 대출이 학생의 생존선이 된다.

학업지원과 멘토링: 입학 직후의 ‘브리지 프로그램’, 튜터링, 글쓰기 센터, 학습코칭 등이 필요하다. 서울대·포항공대 등 일부 대학이 시행 중인 ‘맞춤형 학습지원제’는 모범 사례다.

상담과 소속감: 저비용 심리개입 프로그램—성장 마인드셋 훈련, 사회적 소속감 강화, 자기 확언 프로그램—은 해외에서 높은 효과를 보였다. ‘학생상담센터’의 역할을 치료에서 예방으로 확장해야 한다.

유연한 학사제도: 시간제 등록, 모듈형 교육과정, 온·오프라인 혼합 수업 등은 학업 지속성을 높인다. 특히 돌봄·근로·편입 학생을 포용하는 학사 운영이 절실하다.

제도적 책임성: 졸업률을 대학평가와 재정지원의 핵심 지표로 삼고, ‘이탈 학생 추적조사’를 정례화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행정통계가 아니라, 대학이 ‘끝까지 책임지는 교육’을 실현하는 척도다.

대학 중도탈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사회적 불평등, 제도적 한계, 교육의 구조적 피로가 집약된 결과다. 대학이 책임을 나누고, 사회가 이를 함께 짊어져야 한다. 정책적 지원, 제도적 유연성, 심리적 돌봄, 사회적 신뢰가 복합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대학은 더 이상 단순한 ‘진학의 결과’가 아니라, 머물 수 있는 경험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머무는 것은 단지 재학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배우고, 연결되고, 성장하며,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한다. 이제 정책은 ‘입학자 수’가 아니라 ‘남아 있는 학생의 비율’을 묻기 시작해야 한다. 그 질문이야말로, 고등교육의 진짜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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