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은 늘었는데, 연구공동체는 강해졌나 – 고려대 K-CLUB 논란의 핵심

고려대 전경

국제협력 플랫폼이라는 학교 측 설명과 ‘실적 귀속 구조’라는 비판이 맞서는 가운데, 판단의 기준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고려대 연구공동체 안에 무엇이 실제로 남았는가의 문제다.

최근 고려대학교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대학 홍보성 성과 논쟁이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국제공동연구와 복수 소속을 둘러싼 시각차처럼 보이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오늘날 대학이 무엇으로 평가받아야 하는가라는 더 큰 질문과 연결된다. 논문 수가 늘어나는 것과 연구공동체가 강해지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국제협력의 이름으로 귀속된 성과가 실제로 대학 내부의 연구실, 학과, 대학원생, 공동연구팀, 후속 과제와 교육 체계 안에 어떤 구조적 변화를 만들었는지 묻지 않는다면, 숫자는 남아도 공동체는 남지 않을 수 있다. 이번 고려대 K-CLUB 논란은 바로 그 지점에서 한국 대학사회가 한 번쯤 정면으로 답해야 할 문제를 드러냈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분석에 따르면, 스코퍼스 기준 지난해 고려대 학술 성과로 잡힌 저널 및 리뷰 논문은 8707편으로 전년보다 2000편 이상 늘었고, 그 증가분 가운데 48%에 해당하는 1011편이 K-CLUB 소속 외부 학자들의 논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K-CLUB 학자들이 고려대를 표기해 낸 논문 1600여 편 가운데 고려대 전임교원과 공동저술한 비율은 8%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사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외부 석학을 객원·특임교수 등으로 임용해 2·3 소속란에 고려대를 표기하게 함으로써 대학 전체 논문 실적과 국제 평가 지표를 크게 끌어올리고 있지만, 정작 그 성과가 고려대 내부 연구공동체의 협업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려대는 K-CLUB이 단지 이름만 빌려오는 구조가 아니라, 전 지구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연구 협력 플랫폼이라고 맞선다. 학교 측 입장문은 오늘날 국제 연구가 장기 상주와 대면 강의 중심의 낡은 모델을 벗어나 원격 연구와 화상 세미나를 포함한 유연한 상시 협력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해외 주요 대학 역시 visiting, affiliate, honorary appointment와 같은 형태의 유연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복수 소속 자체는 세계 학계에서 널리 확산된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고려대는 K-CLUB 교원들이 원소속 기관의 허락을 전제로 적법한 인사 절차를 거쳐 임용됐고, 2025년 7월 K-CLUB World Conference에는 37개국 83명이 참여해 34개 세션에서 180여 개 연제를 발표했으며, 지난해에는 70여 명이 국내 교원과 공동 연구계획서를 제출해 21개 팀이 연구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두 입장은 모두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다. 실제로 복수 소속이나 방문·겸임 임용 자체를 비정상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MIT는 Visiting Engineer, Visiting Scientist, Visiting Scholar 제도를 두고 있으며, 이 임용은 1주에서 1년까지의 지정 기간 동안 이뤄지는 임시적 성격의 방문 연구직으로 운영된다. 또 MIT에는 Research Affiliate처럼 기관이 일정한 연관성을 인정하는 별도의 학술 연계 임용도 존재한다. 이는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이 외부 연구자와의 느슨하면서도 제도화된 협력 관계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역시 Provost’s Visiting Professors Programme을 운영하며 외부의 뛰어난 연구자와 교육자를 visiting academics로 초빙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탁월한 연구·교육 역량을 가진 인물이 일정 기간 대학에 참여하도록 설계된 제도라는 점에서, 외부 석학 초빙과 국제협력 플랫폼이라는 고려대의 논리와 구조적으로 맞닿는 면이 있다. 다시 말해, 고려대가 “세계 주요 대학들도 이미 유연한 국제협력 구조를 제도화하고 있다”고 말하는 대목 자체는 과장이라 보기 어렵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복수 소속과 외부 석학 초빙이 가능하다는 사실과, 그것이 특정 대학의 연구공동체 강화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층위의 이야기다. MIT나 임페리얼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제도의 존재이지, 제도 그 자체의 면죄부가 아니다. 어떤 대학이 외부 연구자에게 소속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되더라도, 그 소속이 대학 내부의 연구와 교육에 어떻게 기여했는지까지 자동으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고려대 논란의 본질이 단순히 “이런 제도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 제도가 고려대 안에서 무엇을 남겼느냐”로 좁혀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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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실제로 고려대를 향한 비판이 힘을 얻는 이유도 제도의 적법성보다 성과의 성격에 대한 설명 부족 때문이다. 학교 측은 공동저술 비율이 낮게 보이는 것은 국제공동연구 특유의 시차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설명은 일정 부분 타당하다. 국제공동연구는 기획과 네트워크 형성, 연구비 신청, 데이터 공유, 학술교류, 공동 워크숍을 거쳐 논문으로 결실을 맺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금 당장 공동저술 숫자가 적다고 해서 협력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대쪽 의문이 저절로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논문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외부 연구자의 복수 소속 표기를 통해 귀속되는 구조라면, 대학은 그만큼 더 구체적인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고려대 내부 전임교원과의 공동연구가 어떤 학과에서 얼마나 진행됐는지, 공동연구 과제는 실제 후속 논문과 특허, 연구비 수주, 대학원생 공동지도로 이어졌는지, 연구실 수준에서 장기적 협력망이 형성됐는지 같은 자료가 공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질적 기여”는 설명이 아니라 선언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 논쟁을 더 넓은 맥락에서 이해하려면 해외에서 이미 비슷한 갈등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비교 사례는 사우디아라비아 일부 대학을 둘러싼 연구자 소속 논란이다. 2011년 Science를 인용한 고등교육 연구 자료는 두 사우디 대학이 세계적으로 인용도가 높은 연구자들을 대거 끌어들여, 일정한 대가와 짧은 체류 의무를 조건으로 해당 대학 소속을 논문에 표기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이들 대학은 짧은 시간 안에 ARWU 같은 국제 대학평가에서 순위가 크게 상승했고, 이를 두고 “대학이 연구자의 명성을 사들여 자신들의 명성을 끌어올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복수 소속이 불법이어서가 아니라, 소속의 실질보다 지표 효과가 더 앞서 나갈 때 국제 학계가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2023년 Nature 기사도 비슷한 문제를 다시 환기했다. PubMed에 등재된 해당 기사에 따르면, 사우디 대학들이 세계적 연구자들에게 소속 전환 또는 복수 소속 표기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랭킹과 연구 지표에서 이득을 얻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기사 제목 자체가 “사우디 대학들이 최고 연구자들에게 소속을 바꾸도록 유인한다. 때로는 현금을 동반해”라고 되어 있을 정도로,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단순한 인사제도가 아니라 연구윤리와 평가 공정성의 문제로 다뤘다. 고려대 사례를 사우디 대학 사례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외부 석학의 이름과 소속이 대학 전체의 실적 지표를 움직이기 시작할 때, 대학이 반드시 입증해야 할 것은 제도적 적법성이 아니라 실질적 기여라는 점에서는 두 사례가 만나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 흐름 속에서 Clarivate의 대응도 눈여겨볼 만하다. Clarivate는 Highly Cited Researchers 목록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복수 소속이 드문 일이 아니라고 인정한다. 동시에 매년 연구자에게 primary affiliation과 secondary affiliation을 직접 검증받고, 정확성과 신뢰성을 위해 정량·정성 분석을 함께 수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Clarivate는 일부 기관이 연구자의 소속 표기를 둘러싼 기준과 고용 규범을 강화하고 있으며, 영구적 테뉴어 직위를 반영하는 정확한 home institution 표기가 연구무결성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오늘날 국제 학계가 복수 소속 자체를 부정하는 대신, 어떤 기관이 연구자의 주된 연구 기반인지, 그리고 소속 표기가 실제 연구 활동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더 엄격하게 따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고려대 K-CLUB 논란의 핵심이 선명해진다. 고려대가 해야 할 일은 “MIT도 한다”, “임페리얼도 한다”, “복수 소속은 세계적 추세다”라는 원칙론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국제사회는 그런 제도의 존재를 알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K-CLUB이 고려대 연구공동체 내부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가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일이다. 외부 석학의 논문에 고려대 이름이 함께 적혔다는 사실보다, 고려대 내부 연구자와 대학원생이 그 네트워크를 통해 무엇을 배웠고 어떤 공동 작업을 수행했으며 어떤 후속 성과를 냈는지가 중요하다. 국제협력 플랫폼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그 플랫폼 위에서 실제로 어떤 공동체적 생산이 일어났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예컨대 고려대가 내놓아야 할 자료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K-CLUB 참여 교원별로 고려대 전임교원과의 공동저술 현황이 얼마나 되는지, 공동연구 과제가 어느 학과와 연구실에서 진행됐는지, 대학원생 공동지도 실적은 있는지, 학부·대학원 강의나 세미나 참여는 어느 정도였는지, 공동 특허나 후속 연구비 수주, 연구소 단위의 장기 프로젝트로 이어진 사례는 무엇인지 등을 항목별로 정리하면 된다. 이런 자료가 충분히 제시된다면, 이번 논란은 오히려 한국 대학이 낡은 상주 중심 모델을 넘어서 새로운 국제협력 구조를 실험하는 사례로 재평가될 수도 있다. 반대로 이러한 자료가 미흡하다면, K-CLUB은 학술교류 플랫폼이라기보다 논문 귀속 구조를 확장하는 장치에 더 가깝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문제를 평가하는 기준 역시 달라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대학은 국제공동연구나 국제화 지표를 대체로 논문 수, 공동저자 수, 소속 표기, 국제평가 반영 여부 같은 외형적 숫자로 설명해 왔다. 그러나 연구공동체의 성장은 훨씬 느리고 복합적인 과정이다. 외부 석학이 이름을 올린 논문 수가 아니라, 그 석학과의 연결이 내부 연구자의 연구 질문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공동연구팀의 방법론을 어떻게 확장했는지, 대학원생의 훈련 체계에 무엇을 남겼는지, 해외 연구 네트워크가 단발성 발표를 넘어 제도적 관계로 안착했는지를 봐야 한다. 이번 고려대 논란이 던지는 불편한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대학은 논문을 생산하는 조직인가, 아니면 연구공동체를 키우는 조직인가. 그리고 만약 후자라면, 성과의 기준은 논문 편수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고려대 전경

그렇다고 해서 연합뉴스의 문제제기만으로 곧장 결론을 내려버리는 것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공동저술 8%라는 수치가 매우 낮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공동연구의 초기 단계에서는 연구계획서, 세미나, 실험 설계, 데이터 교류, 연구비 매칭 등이 먼저 이뤄지고 논문은 뒤늦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고려대가 제시한 21개 팀 연구비 선정이나 2025년 콘퍼런스 실적도 적어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선악의 이분법이 아니다. 오히려 어느 정도의 성과는 있었을 가능성을 인정하되, 그 성과가 대학 전체 논문 증가분과 순위 효과를 정당화할 만큼 충분하고 구조적인지 차분하게 따져 묻는 일이 중요하다.

이번 사안을 더 넓게 보면, 이는 고려대 한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평가 체계와도 맞물린다. 세계 대학평가가 국제공동연구와 국제화 지표를 강조할수록 대학들은 외부 석학 네트워크를 활용할 유인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그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평가가 숫자 중심으로 돌아갈수록, 대학도 숫자를 가장 빠르게 개선하는 방식에 끌리기 쉽다. 이때 가장 쉽게 희생되는 것이 내부 공동체의 축적이다. 연구는 느리고, 공동체는 더 느리다. 하지만 평가는 빠르다. 고려대 K-CLUB 논란은 바로 그 속도 차이를 드러낸다. 논문은 빠르게 늘었을지 몰라도, 연구공동체의 성장은 그렇게 쉽게 증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수사가 아니라 더 많은 데이터다.

결국 이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복수 소속이 가능하냐”가 아니라 “그 복수 소속이 고려대 안에 무엇을 남겼느냐”다. 이것이 입증된다면 K-CLUB은 한국 대학의 국제협력 모델을 확장하는 실험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반대로 입증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세계적 관행과 유사하다고 설명해도 비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학이 세계적 연구자를 불러오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연결이 내부 연구공동체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번 고려대 논란은 그 상식적인 기준을 다시 꺼내 들게 만든 사건이다. 숫자가 늘어난 자리에 공동체도 함께 자랐는지, 이제 대학은 그 질문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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