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연구비, 성과와 연동할 것인가 ②
2024년 대학 기술이전 5,895건·기술료 1,296억7천만원…계약은 줄고 수입은 20.2% 증가
LINC·BRIDGE·RISE 통해 사업화 성과 이미 재정에 반영…단년도 순위보다 분야·지역·시간차 고려한 설계 필요
캐나다 혁신·경쟁력센터가 제안한 해법은 명확했다. 연구중심대학에 지원되는 공공재정의 일부를 특허와 기술이전, 대학발 창업, 후속 투자 등 표준화된 사업화 성과와 연계하고, 대학별 결과를 공개하자는 것이다. 대학의 지식재산권 소유방식이나 기술이전조직 구조는 정부가 정하지 않되, 어떤 선택을 했든 그 결과는 재정지원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질문을 한국 대학에 그대로 옮기면 출발점부터 달라진다. 한국은 대학 연구와 산학협력 성과를 거의 측정하지 않는 나라가 아니다. 대학별 특허 출원과 등록, 기술이전 계약과 기술료 수입, 창업기업 수와 매출·고용, 산업체 공동연구, 산학협력 친화형 인사제도까지 폭넓게 조사한다. LINC와 BRIDGE를 비롯한 재정지원사업에서는 기술이전과 창업 실적이 이미 평가에 반영돼 왔다.
따라서 한국에서 제기해야 할 질문은 “대학 사업화 성과를 평가할 것인가”가 아니다. 이미 평가하고 있는 지표를 대학의 핵심 재정에 얼마나 강하게 연결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연구의 질과 대학의 다양한 역할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성과연동을 강화한다고 반드시 사업화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특허 수가 늘어날 수 있지만 활용되지 않는 특허가 쌓일 수도 있고, 창업기업 수는 증가하지만 매출과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한 건의 대형 기술이전이 대학 전체의 연간 실적을 바꾸는 상황에서는 단년도 성과가 대학의 지속적인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캐나다 보고서가 한국에 던지는 질문은 결국 조금 다르게 번역돼야 한다. 한국 대학에 부족한 것은 사업화 지표 자체인가, 아니면 연구성과가 국내 기업의 생산과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로인가. 연구비의 배분 기준을 바꾸기 전에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어떤 결과를 좋은 결과로 볼 것인가’이다.
한국연구재단이 2025년 12월 공개한 「2025 대학산학협력활동 조사보고서」는 2024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발생한 대학의 산학협력 실적을 분석한다. 보고서에는 산학협력단 운영과 전문인력, 가족회사, 현장실습, 캡스톤디자인, 계약학과, 지식재산권, 기술사업화, 학생·교원 창업 등의 결과가 대학별로 담긴다.
지식재산권과 기술사업화 분야만 보더라도 조사범위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국내외 특허 보유와 포기, 발명신고와 대학의 권리 승계, 국내·해외 특허 출원과 등록, 특허 관련 비용, 기술이전 계약과 기술료 수입, 기술료 배분, 산업자문, 기술지주회사와 자회사의 매출·고용까지 조사한다. 기술이전 대상도 대기업, 벤처·중소기업, 해외기관 등으로 구분된다. 창업 분야에서는 학생창업기업 수뿐 아니라 매출과 고용인원도 집계한다.
연구활동 자체도 별도 조사된다. 「2025년도 대학연구활동 실태조사 분석보고서」는 대학정보공시 기준 전국 408개 대학의 전임교원과 부설연구소를 대상으로 2024년 연구비 수혜실적과 논문·저술 성과를 분석했다. 대학별로 제출된 정보는 한국연구자정보와 대학 연구관리시스템, 한국학술지인용색인 등을 통해 취합된다. 캐나다 보고서가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이 대학별 사업화 자료의 표준화와 공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적어도 측정 인프라에서는 캐나다보다 앞선 출발선에 있다. 한국에서는 대학별 기술이전 건수와 기술료 수입을 비교할 수 있고, 어느 대학이 얼마나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교원과 학생이 몇 개의 기업을 창업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자료가 없어서가 아니라, 현재의 자료가 대학과 산업의 관계를 충분히 설명하느냐는 데 있다.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됐다는 사실은 알 수 있지만, 이전된 기술이 실제 제품과 공정에 도입됐는지, 기업의 매출과 고용을 얼마나 만들었는지, 국내에 생산기반을 남겼는지는 제한적으로만 확인된다. 창업기업 수와 당해 연도 매출은 집계되지만, 해당 기업이 3년이나 5년 뒤에도 생존하고 있는지, 후속 투자와 규모 확장에 성공했는지는 대학의 대표적인 공개성과로 자리 잡지 못했다. 한국은 이미 많은 것을 세고 있다. 다만 연구성과가 기업으로 넘어간 순간까지는 비교적 잘 측정하면서도, 그 기술이 산업 안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는 충분히 추적하지 못하고 있다.
8조8천억원 연구비, 중앙정부 재원이 74.5%
대학의 사업화 성과를 재정에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무게를 갖는 이유는 한국 대학 연구가 정부 재정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연구재단의 대학연구활동 실태조사 분석에 따르면 2024년 대학 연구개발비는 8조8,080억원으로 전년보다 3.1% 감소했다. 연구과제 수는 2.1% 늘었지만 연구비 총액은 줄었다. 재원별로는 중앙정부가 전체의 74.5%를 차지했고 민간이 15.7%, 대학 내부 재원이 5.7%, 지방자치단체가 3.4%였다.
대학 연구비의 약 4분의 3이 중앙정부에서 나온다는 것은 정부의 평가기준이 대학 연구자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논문과 피인용, 연구계획의 학문적 우수성이 중요한 기준이 되면 연구자는 그 기준에 맞춰 연구과제를 설계한다. 특허와 기술이전, 기업 공동연구, 창업이 지원사업의 핵심지표로 제시되면 대학은 산학협력단과 기술이전조직을 확대하고 교수에게 관련 실적을 요구한다.
재정지원 기준이 대학의 행동을 바꾼다는 캐나다 보고서의 진단은 한국에도 적용된다. 다만 한국에서는 사업화가 대학재정에서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는 산학협력 선도대학 사업과 기술사업화 지원, 창업지원, 지역혁신사업을 통해 대학에 기술이전·창업·기업협력 성과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런데도 대학의 연구비와 사업화 성과 사이에는 큰 격차가 존재한다. 8조원을 넘는 대학 연구비와 비교하면 연간 기술료 수입은 1천억원대다. 이를 단순히 “연구비에 비해 기술료가 너무 적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모든 연구가 특허나 기술이전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대학 연구의 가치를 라이선스 수입으로만 평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상당한 공공재정이 투입되는 연구 가운데 상업적 활용이 가능한 성과가 어디에서 멈추고 있는지는 물을 필요가 있다. 논문 발표 후 권리 확보에 실패했는지, 특허를 확보하고도 기업을 찾지 못했는지, 기술이전 이후 기업이 자금과 생산역량을 확보하지 못했는지에 따라 필요한 정책은 달라진다.
기술이전은 줄었지만 기술료는 20.2% 늘었다
2024년 대학 기술사업화 실적은 사업화 성과를 단일 지표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를 보여준다.「2025 대학산학협력활동 조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대학의 기술이전 계약은 5,895건으로 2023년 5,966건보다 1.2% 감소했다. 반면 기술료 수입은 1,078억7천만원에서 1,296억7천만원으로 20.2% 증가했다. 계약 건수는 줄었지만 대학이 확보한 수입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기술이전 건수보다 개별 기술의 가치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사업화 성과를 계약 수로 평가했다면 2024년은 후퇴한 해가 되지만, 기술료 수입으로 평가하면 뚜렷한 성장을 기록한 해가 된다.
대학별 결과에서도 두 지표는 서로 다른 순위를 만든다. 기술이전 건수는 충북대가 237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대, 경북대, 충남대, 국립부경대 등 국립대학이 상위권에 다수 포함됐다. 반면 기술료 수입은 세종대가 173억6,8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경희대 97억400만원, KAIST 81억6,800만원, 서울대 64억6,200만원, 성균관대 43억100만원 순이었다. 기술이전 건수는 대학이 얼마나 넓게 기업과 접촉하며 연구성과를 확산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 기술료 수입은 이전된 기술의 시장가치와 협상결과를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하나만으로 대학의 사업화 역량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역 중소기업에 비교적 낮은 기술료로 다수의 기술을 이전한 대학은 산업적 파급효과를 만들고도 수입 순위에서는 낮게 평가될 수 있다. 반대로 소수의 대형 계약으로 많은 기술료를 확보한 대학은 높은 순위에 오르지만, 그 성과가 대학 전체의 지속적인 기술사업화 체계에서 나온 것인지 특정 연구실과 특허에 집중된 것인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성과연동 재정을 도입할 때 계약 건수에 돈을 걸면 대학은 많은 계약을 만드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기술료 수입에 연동하면 상업성이 높은 일부 분야와 대형계약에 자원이 집중될 수 있다. 국내 기업으로의 이전을 우대하면 국내 산업기반을 강화할 수 있지만, 더 높은 가치를 제시한 해외기업과의 거래를 억제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지표를 정하는 순간 대학이 추구할 사업화의 방향도 함께 정해진다.
한 건의 표준특허가 대학 순위를 바꿀 수 있다
2024년 기술료 수입 1위를 기록한 세종대의 사례는 대학 사업화 성과가 얼마나 집중적이고 비연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세종대는 2024년 3건의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과 동영상 코덱 표준특허를 활용한 수익 다각화가 높은 기술료 실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대학은 장기간에 걸쳐 특허를 보완하고 전문인력을 확보한 결과가 해당 연도에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우수한 기술이전조직과 장기적인 특허전략의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동시에 특정 기술과 계약이 연간 지표 전체를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표준특허와 신약, 반도체 원천기술처럼 높은 가치를 가진 지식재산권은 개발과 권리화, 시장진입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연구가 시작된 해와 특허가 등록된 해,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된 해, 기술료가 실제 입금된 해가 모두 다를 수 있다. 한 해의 기술료 수입을 그해 대학 경영과 재정투자의 결과로만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반대로 특정 연도에 대형계약이 없다는 이유로 해당 대학의 사업화 역량이 약해졌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기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기업과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은 수년에 걸쳐 이루어지지만, 재무성과는 특정 연도에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화 성과를 대학재정과 연결하려면 최소 3년에서 5년 이상의 이동평균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특허 출원에서 기술이전, 후속 투자와 매출로 이어지는 단계별 성과를 함께 보되, 특정 대형계약 하나가 평가 전체를 압도하지 않도록 상한과 보정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사업화 성과의 변동성을 무시하고 단년도 순위를 재정에 바로 반영하면 대학은 장기적인 기술 포트폴리오보다 평가기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계약을 우선하게 된다. 이것은 성과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화의 시간표를 행정평가의 시간표에 맞추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한국은 특허 출원 수를 늘리는 단계를 넘어 특허의 질과 시장범위를 함께 봐야 하는 시점에 들어섰다. 2025년 발표된 정부 R&D 특허성과 분석에 따르면 2023년 정부 연구개발을 통해 창출된 국내 특허 출원은 3만7,396건으로 전년보다 0.6% 감소했다. 반면 해외 특허 출원은 7,017건으로 13.3% 증가했으며,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은 7.2%였다. 정부 R&D 특허를 기반으로 한 창업은 2023년 768건으로 2019년 169건의 4.5배가 됐다. 특허가 창출된 연구과제에서 창업이 일어날 가능성은 특허가 없는 과제보다 3.6배 높게 나타났다. 특허 확보가 사업화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모든 특허의 가치가 같은 것은 아니다. 대학이 국내 특허를 다수 출원하더라도 해외 시장에서 권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기업과의 협상이나 해외 진출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 유지비용만 발생하고 활용되지 않는 특허는 연구성과라기보다 관리부담으로 남는다.
정부 R&D에서 나온 대학·공공연구기관 특허의 기술이전 계약은 2023년 4,676건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3.9% 증가했다. 특히 해외 특허가 포함된 기술이전계약 가운데 계약금액 1억원 이상인 비율은 48.8%였던 반면 국내 특허만 포함된 계약에서는 8.9%에 그쳤다. 국제시장까지 고려한 권리화 전략이 기술의 거래가치와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따라서 특허 출원 건수를 성과로 인정하는 기존 방식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특허의 해외권리 확보, 인용과 기술적 영향력, 유지 여부, 실제 기술이전, 제품·서비스 적용, 후속 매출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출원 당시에는 상업적 가치를 알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모든 초기 연구성과에 해외출원 비용을 투입할 수는 없다. 대학의 역할은 특허를 많이 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시장성과 권리범위를 선별해 제한된 자원을 가치 있는 특허에 집중하는 데 있다.
이 과정에는 단순 행정인력이 아니라 기술 분야를 이해하는 변리사와 기술가치평가 전문가, 기업과 시장을 연결할 사업개발 인력이 필요하다. 대학의 사업화 성과를 재정과 연계하려면 성과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 성과를 만들어낼 조직과 전문인력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기반도 지원해야 한다.
교원창업은 늘다가 2024년 다시 감소
기술이전 수입이 늘었다고 대학 사업화 전반이 같은 방향으로 개선된 것은 아니다. 교원창업 지표는 오히려 2024년 하락했다. 2024년 교원창업기업은 전국 126개 대학에서 409개로 집계됐다. 2020년 333개보다 22.8% 많지만, 2023년 475개와 비교하면 13.9% 감소했다. 매출이 발생한 기업도 2023년 158개에서 2024년 107개로 32.3% 줄었다. 전체 교원창업기업 중 매출발생 기업의 비율은 33.3%에서 26.2%로 낮아졌다. 교원창업기업의 총매출은 2023년 78억4천만원에서 2024년 54억7천만원으로 30.3% 감소했고, 고용인원도 321명에서 285명으로 11.2% 줄었다. 기업 수와 매출, 고용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 결과는 창업기업의 설립 숫자만으로 사업화 성과를 판단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대학발 창업의 출발점일 뿐이다. 연구자가 기업 경영에 필요한 자본과 인력, 시장접근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창업기업은 매출 없이 장기간 머물거나 폐업할 수 있다.
교원창업을 평가하는 기준도 기업 수에서 생존과 성장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설립 3년과 5년 후 생존율, 민간 후속투자, 외부 전문경영인 영입, 연구개발 인력과 전체 고용, 매출과 수출, 제품 출시 여부를 함께 추적해야 한다. 교수에게 창업을 장려하면서 논문과 연구비 수주, 강의와 대학행정에 대한 기존 의무를 그대로 유지하는 구조도 점검해야 한다. 창업휴직이나 겸직제도가 존재하더라도 인사평가와 이해충돌 관리, 연구실 인력의 처우, 대학 보유 특허의 사용조건이 명확하지 않으면 창업은 연구자가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위험으로 남는다. 한국 대학의 사업화 문제 역시 별도의 창업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해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자가 창업을 선택해도 학문적 경력과 조직 내 지위를 잃지 않도록 인사제도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캐나다 보고서의 진단과 만난다.
한국 대학에 사업화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는 진단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3단계 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인 LINC 3.0은 산학연 협력 성과의 가치 창출을 주요 방향으로 제시하고 기술이전과 창업 등의 실적을 성과평가에 반영했다. 대학은 사업비를 확보하고 후속 평가에 대응하기 위해 가족회사, 기업 공동연구, 기술이전, 창업교육과 현장실습 체계를 구축해 왔다.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사업인 BRIDGE 3.0도 대학이 보유한 기술의 고도화와 이전, 민간투자 연계를 지원한다. 2024년에는 지원 대상이 전년도 24개 대학에서 30개 대학으로 확대됐으며, 대학 기술의 사업화와 지역 일자리 창출이 주요 목표로 제시됐다. 2025년 전국 시행에 들어간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RISE는 대학재정지원의 일부 권한을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17개 시·도는 지역 특성과 대학의 강점·특성화 분야를 반영한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대학과 지역기업, 산업정책을 하나의 재정지원 구조 안에서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들 사업은 캐나다 보고서가 요구한 방향과 일부 닮아 있다. 대학의 사업화와 산학협력을 별도의 부가활동이 아니라 재정지원의 조건과 평가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도 있다. 한국의 성과연동은 주로 특정 목적의 재정지원사업 안에서 작동한다. 대학이 LINC나 BRIDGE 사업에 선정된 기간에는 기술이전과 창업, 기업협력을 핵심과제로 관리하지만, 사업이 종료되거나 평가체계가 바뀌면 조직과 인력이 함께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사업화 전문인력이 대학의 상시적인 핵심인력으로 자리 잡기보다 사업기간에 맞춰 계약직이나 사업전담 인력으로 채용되는 구조라면, 평가가 강화될수록 사업화 역량이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보고와 실적관리 업무만 늘어날 수 있다. 한국의 과제는 사업화 지표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단기 재정지원사업에서 축적한 조직과 전문성을 대학의 지속 가능한 기관 역량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더 강한 성과평가’가 자동으로 해답은 아니다
캐나다 보고서는 사업화가 대학의 핵심 재정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주변적인 업무로 남는다고 진단했다. 한국에서도 대학의 일반재정이나 연구지원금 일부를 사업화 결과에 직접 연결하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평가와 재정지원사업이 대학 운영에 강한 영향을 주는 체제다. 새로운 지표가 추가되면 대학은 빠르게 조직과 사업을 재편한다. 그만큼 잘못 설계된 지표가 연구와 대학 운영을 왜곡할 가능성도 크다. 기술이전 건수를 강조하면 낮은 금액의 계약을 여러 건으로 나누거나 실질적 활용 가능성이 낮은 기술을 서둘러 이전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허 출원 수에 가중치를 주면 유지 가능성과 시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특허가 증가할 수 있다. 창업기업 수를 평가하면 사업의 준비도보다 법인설립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 기술료 수입을 중심으로 평가하면 의약학과 반도체, 정보통신, 표준특허처럼 대형 기술이전이 가능한 분야에 유리하다. 지역 중소기업과 장기간 공동으로 공정을 개선하거나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학은 경제적 효과를 만들고도 낮은 기술료 때문에 불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성과측정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측정 가능한 것이 중요한 것을 대신하는 순간이다. 대학이 정부가 설정한 숫자를 달성하는 데 능숙해질수록, 그 숫자가 실제 산업적·사회적 가치를 나타내는지 더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 한국형 성과연동제는 지표를 더 많이 추가하는 방식보다, 기존 지표 가운데 어떤 것이 실제 결과를 가장 잘 설명하는지 정리하는 과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대학의 사업화 성과는 대학 내부의 역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주변에 어떤 기업과 산업이 있는지, 기술을 구매하고 공동연구에 투자할 기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수도권과 대덕연구개발특구, 일부 제조업 집적지역의 대학은 연구성과를 흡수할 기업과 투자자, 연구기관에 접근하기 상대적으로 쉽다. 반면 산업기반이 약하거나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대학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더라도 높은 기술료를 지급할 기업을 찾기 어렵다. 이런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전국 대학을 기술료 수입이나 민간연구비로 일렬 평가하면 지역 산업이 약한 책임이 대학에 돌아간다. 대학이 지역기업과 수백 건의 소규모 기술지원을 수행해도 수도권 대학의 대형 기술이전 한 건보다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지역대학이라는 이유만으로 낮은 성과를 계속 예외로 인정해서도 안 된다. 지역혁신을 주요 임무로 내세우고 공공재정을 받는 대학이라면 지역산업과 어떤 관계를 만들었는지 설명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동일한 지표가 아니라 동일한 책임이다. 연구중심대학은 원천기술과 글로벌 특허, 고성장 창업기업과 후속 투자를 중심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역대학은 지역기업의 기술문제 해결, 공정혁신, 공동장비 활용, 재직자 교육, 지역 내 고용과 기업 생존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둘 수 있다. RISE가 17개 시·도별로 지역 특성과 대학의 강점을 반영하도록 설계된 만큼, 사업화 성과도 지역산업 전략과 연결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지역별 기준이 지나치게 달라지면 대학 간 비교와 공공책임이 약해질 수 있으므로 국가 공통지표와 지역 선택지표를 함께 운영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기초연구와 인문사회 연구는 어디에 놓을 것인가
사업화 성과연동이 가장 강한 반론에 부딪히는 지점은 대학 연구의 다양성이다. 모든 연구가 특허와 창업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기초과학은 실제 활용까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고, 인문사회 연구는 법과 제도, 정책, 문화와 공공담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든다. 이 성과를 기술료와 창업기업 수로 평가할 수는 없다. 한국 대학 연구비에서도 분야 간 구조적 차이가 크다. 2024년 조사에서는 이공분야의 전임교원 1인당 연구비가 인문사회 분야보다 약 6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비 규모가 다르고 기대되는 성과의 형태도 다른데 동일한 사업화 기준을 적용하면 기존 격차를 더 확대할 수 있다.
따라서 사업화 성과연동은 모든 대학과 연구 분야에 적용하는 보편적인 공식이 돼서는 안 된다. 상업적 활용 가능성이 높은 연구와 사업화가 기관의 주요 임무인 연구중심대학·연구조직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기초연구 과제의 선정은 학문적 탁월성과 잠재성에 대한 동료평가를 중심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대신 대학 차원의 간접비와 연구지원 인프라, 기술사업화 전담조직에 대한 기관지원 일부를 다년도 사업화 성과와 연결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연구자 개인에게 단기간의 특허와 창업을 요구하는 것과, 연구중심대학에 연구성과를 활용할 제도와 인력을 구축할 책임을 묻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연구주제를 왜곡할 위험이 크지만, 후자는 대학이 사업화 가능성이 있는 성과를 방치하지 않도록 기관적 책임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인문사회 연구에도 별도의 성과경로가 필요하다. 정책 반영, 법·제도 개선, 공공기관과 지역사회의 활용, 교육·문화 콘텐츠 확산과 같은 지식이전은 기술특허와 다른 형태지만 분명한 사회적 활용이다. 대학 연구의 성과책임을 논의한다면 사업화만이 아니라 보다 넓은 지식 활용의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한국형 성과연동제가 가능하려면 단일 지표가 아닌 여러 지표의 묶음이 필요하다.
첫 단계에서는 발명신고, 특허의 대학 승계, 국내외 출원과 등록을 볼 수 있다. 대학이 활용 가능성이 있는 연구성과를 발견하고 권리화할 능력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지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기술이전 계약과 기술료 수입, 기업 공동연구, 산업자문, 기술지주회사 출자 등을 볼 수 있다. 연구성과가 대학 밖의 기업과 연결됐는지를 보여준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창업기업의 생존과 후속 투자, 매출과 고용, 이전기술의 제품 적용, 기업의 반복적인 공동연구 참여를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계약이 체결됐다는 사실을 넘어 실제 산업적 활용이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하는 단계다.
국내 가치의 잔존 여부도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높은 기술료를 받고 해외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대학의 재정성과로는 우수하지만, 국내 생산과 기업성장이라는 국가 산업정책의 목표에는 제한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반대로 국내 중소기업에 낮은 기술료로 이전한 기술이 생산성과 고용을 크게 높일 수도 있다. 따라서 기술료 수입과 함께 국내기업 이전 비율, 지역기업 활용, 후속 생산과 고용, 수출과 민간투자를 함께 봐야 한다. 해외 기술이전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재정적 가치와 국내 산업적 가치를 별도의 축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대학 규모와 연구비, 연구 분야도 보정해야 한다. 연구비 1조원을 운용하는 대학과 수백억원 규모의 대학을 절대 건수로만 비교해서는 안 된다. 전임교원 수와 이공계 연구비, 특허 유지비용, 의료기관 포함 여부 등을 고려한 상대지표와 절대성과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 평가기간은 적어도 3년에서 5년으로 설정하고, 신약과 소재·부품·장비, 소프트웨어처럼 사업화 주기가 다른 분야는 시간차를 별도로 적용해야 한다. 대학이 사업화 성과를 낼 때까지 기다릴 수 있도록 하되, 성과가 장기간 나타나지 않는 연구 포트폴리오에 대해서는 점검과 설명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성과연동의 강도만큼 중요한 것은 어떤 재정에 이를 적용하느냐다. 개별 연구과제의 선정 단계에서 사업화 실적을 과도하게 요구하면 연구자는 새로운 질문보다 당장 특허와 매출로 이어질 주제를 선택하게 된다. 연구에 실패할 자유와 예상하지 못한 발견의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 반면 대학의 기관지원금과 연구간접비, 공동장비와 실증시설, 기술이전조직 운영비는 대학의 사업화 역량과 직접 연결된다. 이 영역의 일부를 다년도 성과에 연동하면 연구주제의 자율성을 상대적으로 보호하면서 기관의 책임을 강화할 수 있다.
재정배분은 기본지원과 성과지원으로 나누는 방식이 적절하다. 기술이전 전문인력과 특허관리, 실증지원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재정을 보장하고, 그 위에 기관의 역할과 규모를 반영한 성과재정을 추가하는 구조다. 한두 해의 성과 하락으로 기술이전 인력을 해고해야 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연간 재정 변동폭에 상한을 두고, 대형 기술이전으로 받은 성과재정의 일정 부분을 후속 특허와 실증, 전문인력에 재투자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성과가 높은 대학에 계속 재정을 집중하면 우수대학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지만, 후발대학이 전문조직을 구축할 기회를 잃는 문제가 생긴다. 성과보상과 역량구축 지원을 분리해 운영해야 하는 이유다. 성과를 낸 대학에는 보상을 주되, 잠재력은 있으나 전문인력과 실증시설이 부족한 대학에는 일정 기간 역량구축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이후에도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사업화 기능의 통합이나 지역 공동 기술이전조직을 검토할 수 있다.
정부가 결과를 요구하면서 모든 대학이 각자 변리사와 기술사업화 전문가, 투자조직을 갖추도록 하는 것도 비효율적이다. 지역별·분야별 공동 기술이전조직과 특허풀, 실증센터를 구축해 여러 대학이 활용하는 방식도 성과평가 안에서 인정해야 한다.

대학만 평가해서는 산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학의 연구성과가 사업화되지 않는 책임을 대학에만 물을 수는 없다. 기술을 이전받을 기업이 없거나, 초기 기술의 위험을 감수할 투자자가 부족하고, 제품을 시험할 실증공간과 첫 구매자가 없다면 대학의 기술은 계약 이후에도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 기술을 구매해도 이를 제품으로 개발할 연구인력과 자금이 없는 중소기업에는 특허 이전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성과연동 대학재정은 기업 측의 수요정책과 함께 작동해야 한다. 기업이 대학의 시험·분석, 시제품 제작, 기술검증과 연구개발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바우처를 확대하고, 공공조달과 지역 실증사업이 대학 기술의 첫 시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의 사업화 성과를 평가할 때도 기업의 후속 행동을 함께 봐야 한다. 계약 체결 후 기업이 추가 연구를 의뢰했는지, 기술을 실제 공정에 적용했는지, 추가 인력을 고용했는지, 대학과 반복적인 협력관계를 형성했는지가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RISE는 지역대학의 사업화 책임과 지방정부의 산업정책 책임을 함께 묶을 수 있는 제도적 공간이다. 대학에는 지역기업과 연계된 연구와 기술지원을 요구하고, 지방정부에는 해당 기술을 실증하고 구매하며 기업이 성장할 환경을 만들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대학에만 특허와 창업 숫자를 요구하고 기업과 지방정부에는 아무런 책임을 부과하지 않는다면, 성과연동제는 약한 산업생태계의 책임을 대학에 이전하는 제도가 된다. 대학재정의 기준을 바꾸는 것과 산업이 대학 기술을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캐나다 보고서는 연구중심대학이 사업화를 우선할 재정적 이유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조금 다른 단계에 있다. 대학별 특허와 기술이전, 창업 자료를 이미 수집하고 있고, 정부 재정지원사업도 사업화 성과를 평가한다. 그런데 기술이전 계약은 줄고 기술료 수입은 증가했으며, 교원창업기업은 전년보다 감소하고 매출과 고용도 함께 줄었다. 동일한 해의 지표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은 ‘사업화가 좋아졌다’거나 ‘나빠졌다’는 한 문장으로 대학의 성과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사업화 지표를 대학평가에 하나 더 추가하는 일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지표를 연구에서 권리화, 기술이전, 기업의 활용과 성장으로 이어지는 흐름 안에서 다시 구성하는 일이다.
특허 출원과 창업기업 수처럼 대학이 비교적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활동지표보다, 이전기술의 실제 활용과 기업성장, 국내 산업기반에 남은 가치처럼 대학 혼자 통제하기 어려운 결과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대학에 결과를 요구하는 만큼 기업과 정부에도 각자의 책임을 배분해야 한다.
사업화 성과에 재정을 연동하더라도 모든 대학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연구중심대학과 지역혁신 중심대학, 교육 중심대학의 임무를 구분하고, 학문 분야와 지역 산업구조, 사업화에 걸리는 시간을 반영해야 한다. 기초연구의 학문적 자율성은 보호하되, 상업적 활용이 가능한 연구성과를 방치한 기관에는 설명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단년도 기술료 순위로 대학을 줄 세우는 대신 다년도 성과와 조직역량을 평가하고, 성과보상과 후발대학의 역량구축 지원을 함께 운영해야 한다.
대학 연구비를 사업화 결과와 연계한다는 원칙은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연구비를 결과에 묶는 순간 무엇을 결과로 정의할 것인지가 대학정책의 핵심이 된다. 특허 수를 결과로 정하면 대학은 특허를 늘릴 것이고, 기술료를 결과로 정하면 고액 계약에 집중할 것이다. 지역기업의 성장과 국내 생산을 결과로 정한다면 대학은 기업·지방정부와 더 깊게 연결돼야 한다. 정책이 선택한 지표는 결국 대학이 선택할 행동이 된다.
한국 대학에 필요한 것은 사업화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는 것도, 모든 연구를 특허와 창업으로 몰아가는 것도 아니다. 공공재정으로 생산된 연구가 논문 이후 어디로 이동했는지 추적하고, 활용 가능한 성과를 산업과 사회로 연결할 능력을 대학의 핵심역량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캐나다 보고서의 문제 제기는 한국에도 유효하다. 다른 결과를 원한다면 돈이 흐르는 기준을 바꿔야 한다. 다만 한국에서는 그 기준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에 앞서, 이미 작동하고 있는 성과연동 체계가 어떤 행동을 만들었고 어떤 가치를 놓쳤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대학의 연구성과를 산업으로 연결하는 정책은 평가표 한 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연구자의 자율성, 기술이전 전문인력, 기업의 흡수역량, 지역산업과 투자·조달정책이 하나의 체계로 움직일 때 비로소 연구비의 성과책임도 의미를 갖는다.
자료: 한국연구재단 「2025 대학산학협력활동 조사보고서」, 「2025년도 대학연구활동 실태조사 분석보고서」, 정부 R&D 특허성과 분석자료, 교육부 RISE 관련 자료, Lawrence Zhang 「Paying for Outcomes: Tying University Funding to Commercial Resul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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