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7개 모델 35개교 성과평가 결과 발표…우수대학 최대 28억 원 추가 지원, 미흡 대학은 감액·지정취소 절차
글로컬대학 사업이 ‘선정 경쟁’에서 ‘성과 책임’ 단계로 들어섰다. 교육부는 2026년 특성화지방대학, 이른바 글로컬대학 27개 모델 35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성과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평가에서는 통·연합국립창원대·한국승강기대, 경상국립대, 포항공대, 국립목포대, 순천향대가 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우수대학에는 최소 5억 원에서 최대 28억 원의 인센티브가 추가 지원된다. 반면 성과가 미흡한 대학은 평가등급에 따라 지원금이 감액되고, 일부 대학은 지정취소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글로컬대학 사업은 대학과 지역이 자율적으로 설계한 혁신모델 가운데 혁신성과 실현 가능성이 높은 모델을 선정해 5년간 단독대학 기준 1,000억 원을 집중 지원하는 사업이다. 교육부는 대규모 재정지원에 따른 대학의 책무성을 확보하기 위해 성과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원하고, 필요할 경우 지정취소까지 가능한 성과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공개평가 도입…성과는 대학 밖에도 공개됐다
이번 평가는 평가 방식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전면 ‘공개평가’ 방식을 도입했다. 대학별 우수사례 발표와 심층 질의응답 과정을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하고, 관련 영상은 한국연구재단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유튜브 생중계 누적 접속자 수는 6,166명을 기록했다.
공개평가는 글로컬대학 사업이 대학 내부의 계획서와 평가보고서 중심을 넘어, 대학 간 혁신성과를 공유하고 비교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정 당시 제시한 혁신모델이 실제 대학 운영과 지역혁신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대학 사회와 지역사회가 함께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2023년 선정된 10개 모델 12개교에 대해서는 지난 3년간 추진해 온 혁신계획의 이행 정도와 혁신성과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동행평가가 실시됐다. 동행평가는 대학이 제시한 혁신모델이 실제 대학의 체질 개선과 지역혁신 성과로 이어졌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평가다.
동행평가 결과 경상국립대와 포항공대가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경상국립대는 우주항공 분야 특성화를 위한 조직과 협력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추진한 점이 평가됐다. 포항공대는 교육·연구·국제화 전반에 걸친 혁신과 연구역량 강화 성과를 인정받았다.
반면 통합충북대·국립한국교통대는 대학 통합을 기반으로 혁신을 추진해 왔으나, 통합을 위한 학사·조직체계 개편과 캠퍼스 특성화 등 주요 혁신과제 이행이 지연·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특성화지방대학 성과관리 강화 방안의 지정취소 요건인 D등급 2회 누적에 해당해 지정취소 절차에 착수하게 됐다.
국립창원대·한국승강기대 S등급…지역산업 연계 성과 부각
2024년 선정된 10개 모델에 대한 연차평가에서는 통·연합국립창원대·한국승강기대가 평가대상 중 유일하게 S등급을 받았다. 교육부는 이 모델이 대학 통합과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계를 기반으로 혁신모델을 구현하고, 대기업 연구센터를 유치하는 등 지역산업 연계 성과를 창출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국립목포대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대학통합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대형 국책과제 수주와 연구거점 구축 등을 통해 지역산업 혁신 기반을 마련한 성과가 인정됐다.
반면 연합동아대·동서대 모델은 연합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해 연합모델만의 차별화된 혁신성과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연합대구·광주·대전보건대와 인제대는 차별화된 혁신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5년 선정된 7개 모델은 사업 추진 기간이 약 5개월에 불과해 현 단계에서 성과를 확인하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다. 교육부도 이번 연차평가를 향후 본격적인 성과 창출을 뒷받침하기 위한 진단과 개선 방향 제시의 성격으로 설명했다.
이 가운데 순천향대는 혁신과제의 충실한 이행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보도자료는 순천향대가 AI 중심 학사혁신과 지역 협력체계를 신속하게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통합충남대·국립공주대 모델은 낮은 집행률과 통합 추진 과정에서 구성원 의견수렴·소통 강화 필요성이 보완과제로 지적됐다. 전남대는 정량성과가 미흡했으나 혁신과제 추진성과의 우수성은 인정됐다.
우수대학의 공통점은 ‘지역산업과의 결합’
이번 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대학들의 공통점은 대학의 혁신계획이 지역산업의 실제 수요와 연결됐다는 점이다. 통·연합국립창원대·한국승강기대는 정부출연연구기관, 대기업 연구센터, 지역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산학연 협력 모델을 구체화했다. 경상국립대는 우주항공 분야 특성화를 통해 지역 전략산업과 대학 혁신을 연결했고, 포항공대는 교육·연구·국제화와 연구역량 강화 성과를 보였다. 국립목포대는 친환경 무탄소 선박과 그린해양에너지 분야 연구거점 구축을, 순천향대는 AI의료융합 분야의 학사구조 혁신을 앞세웠다.
성과평가 결과는 글로컬대학 사업에서 중요한 기준이 더 이상 선언적 비전이나 선정 당시의 계획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센터 유치, 국책과제 수주, 학사구조 개편, 기업·지자체 협력, 지역산업 연계와 같은 실행성과가 평가의 핵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번 평가에서 또 하나 확인된 것은 통합과 연합 자체가 곧 성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글로컬대학 사업에서 통합과 연합은 지방대학의 구조개편과 자원 공유를 위한 주요 혁신모델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이번 평가 결과는 통합과 연합이 실제 학사·조직 개편, 캠퍼스 특성화, 공동성과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통합충북대·국립한국교통대는 통합 기반 혁신을 추진했지만 주요 혁신과제 이행이 지연·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연합동아대·동서대는 연합을 통한 혁신성과와 핵심 과제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통합충남대·국립공주대 역시 집행률 미흡과 통합 추진 쟁점 합의 미흡이 지적됐다.
제미나이 젬 분석 보고서도 이번 평가의 쟁점을 통합·연합 모델의 실행력 문제로 짚었다. 보고서는 통합과 연합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형식적 결합을 넘어 구성원 합의, 실행체계, 지역산업과의 구체적 연결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2026년 국고지원금도 달라진다. 우수대학인 S·A등급 대학에는 최소 5억 원에서 최대 28억 원의 예산이 추가 지원된다. 반면 C·D등급 대학은 평가등급에 따라 지원금이 차등 감액된다. 연차평가는 15% 이상, 동행평가는 20% 이상 지원금이 삭감되며, 등급이 낮을수록 삭감 폭은 커진다. 처음으로 D등급을 받은 대학에는 성과 미흡 원인분석과 보완계획 제출이 요구된다.
평가결과에 이의가 있는 대학은 7월 10일까지 한국연구재단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심의 결과에 따라 평가등급은 최종 확정된다. 통합충북대·국립한국교통대의 경우 D등급이 최종 확정되면 특성화지방대학 지정취소 절차가 착수되고, 관련 국고지원금은 집행이 정지된다.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동행평가가 3년간의 성과를 점검해 책임을 묻는 과정이었다면, 연차평가는 대학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문제를 조기에 진단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과가 우수한 대학에는 보다 두텁게 지원하고, 보완이 필요한 대학에는 혁신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지속하되, 성과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묻는 성과 중심 지원체계를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글로컬대학 사업은 지방대학 위기 대응을 위한 대표적 재정지원 사업으로 추진돼 왔다. 그러나 이번 평가는 선정 자체가 성과가 되는 단계가 끝났음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쟁점은 더 많은 대학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정된 대학이 지역과 산업 속에서 어떤 변화를 실제로 만들어내는지를 검증하고 환류하는 데 있다.
이번 성과평가는 글로컬대학 사업이 ‘선정 이후 보장되는 지원사업’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지원과 책임이 동시에 작동하는 사업’임을 드러냈다. 지역산업과 결합한 대학은 혁신성과를 인정받았고, 실행체계와 구성원 합의가 부족한 통합·연합 모델은 리스크를 드러냈다. 글로컬대학의 다음 과제는 선정 당시의 혁신계획을 지역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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