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39명 교원 조사 결과, 교육활동 48.7%·혁신적 교수법 ‘자주 활용’은 절반 미만… 동료효과와 인센티브가 질을 바꾸는 핵심 요인으로 드러나
대학 혁신, 왜 동료가 핵심인가
지능정보화 사회의 가속화와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 교육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정부는 2010년대 이후 ACE, CK, PRIME, LINC 등 굵직한 대학재정지원사업을 통해 학부교육의 질 제고를 시도해왔고, 최근에는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이를 통합하며 학사제도 유연화와 학습자 중심 환경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교원들은 여전히 교육혁신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2024 대학의 교수·학습 및 혁신에 관한 교원 조사」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대학 교원들은 주당 업무시간의 48.7%를 교육, 22.6%를 연구에 투입했지만, 혁신적 교육방법을 ‘자주 활용한다’는 응답은 47.3%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여전히 새로운 교수법과 거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분석에 따르면 여성 교원, 고연령 교원, 비정년트랙·비전임 교원은 상대적으로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반면, 본부 주도의 혁신 요구가 강할수록 정년트랙 전임교원의 교육시간은 감소하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수도권·대규모 대학 교원일수록 연구 비중이 높고, 비수도권·중소규모 대학 교원일수록 교육 중심의 역할이 강조되는 분화 현상도 확인됐다. 즉, 대학의 규모와 지역, 그리고 고용 형태에 따라 ‘연구 중심’과 ‘교육 중심’이 뚜렷하게 나뉘고 있으며, 이는 대학 교육혁신이 모든 교원에게 동일하게 요구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을 보여준다.
혁신적 교수법의 격차: 누가 더 많이 시도하나
혁신적 교육방법을 자주 활용한다고 답한 교원은 전체의 47.3%였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분명한 격차가 있다. 저연령 교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교육·예체능·공학계열 교원은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었다. 반대로 인문·자연계열, 수도권·대규모 대학, 국공립대, 그리고 정년트랙 교원은 활용 빈도가 낮았다. 교수 직급별로도 차이가 있었다. 조교수 단계에서는 활용 빈도가 높지만, 부교수·교수로 갈수록 점차 줄어들었다. 이는 경력 초기 교원이 혁신적 교수법을 경력 개발의 기회로 삼는 반면, 안정적인 지위를 확보한 교원일수록 위험 부담을 줄이는 선택을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흥미로운 점은 ‘동료효과(peer effect)’와 인센티브가 교육혁신을 실질적으로 견인한다는 것이다. 같은 학과 내 동료 교원들의 혁신 수준을 높게 인식할수록, 개인 교원의 교육시간과 혁신적 교수법 활용 빈도 모두가 증가했다. 회귀분석에서 가장 강력한 긍정 요인은 바로 ‘동료혁신 수준’(β=+0.156)이었다. 반면, 고연령(β=−0.076), 정년트랙(β=−0.065), 대규모 대학(β=−0.066)은 혁신적 교수법 활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즉, 제도적·구조적 환경보다는 가까이 있는 ‘동료의 행동’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인센티브 역시 중요한 변수였다. 교육·연구 인센티브는 교원의 교육시간을 늘리지는 못했지만, 교수법의 질적 변화를 촉진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 플립러닝, 문제중심학습(PBL), 캡스톤 디자인, 에듀테크 활용 같은 방법을 시도할 때 인센티브가 뒷받침되면 참여 빈도가 높아졌다.

본부 주도 혁신의 역효과
조사 결과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정년트랙 전임교원의 경우 대학 본부의 혁신 수준을 높게 인식할수록 교육시간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본부의 하향식(top-down) 혁신 요구가 수업 자율권을 제한하고 행정 부담을 늘리면서, 교원들의 교육 참여를 오히려 위축시켰을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연구 성과 중심의 업적평가 체계 속에서 정년트랙 교원들이 연구와 산학협력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쏟도록 유도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본부 차원의 혁신 정책만으로는 교육혁신을 실질적으로 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가 던지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교육혁신의 확산은 본부가 아닌 학과·전공 단위의 동료 네트워크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 수업에 적극적인 동료가 한두 명만 있어도, 그 효과가 학과 내 전체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따라서 대학은 동료 교원 중심의 상호작용을 제도화하고, 개인 보상뿐 아니라 집단 단위 인센티브까지 설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육 인센티브는 교원이 투입하는 ‘시간’보다 ‘방법’을 개선하는 데 더 효과적이므로, 평가와 보상 체계를 교수법 개선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세대와 직급, 고용 형태에 따른 격차를 고려한 맞춤형 지원 역시 필요하다. 예컨대, 신진 교원에게는 혁신 수업을 연구와 연계할 수 있는 기회를, 중진 교원에게는 행정 부담을 줄여주고 교육 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리하면, 이번 KEDI 보고서는 대학교육 혁신이 더 이상 거대한 본부 정책의 산물이 아니라, ‘동료교원과 인센티브’라는 작은 단위에서 시작되는 변화임을 보여준다. 정부와 대학 본부가 내놓는 정책과 재정지원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교원 개인의 수업 자율성과 학과 단위의 집단 역동과 맞닿지 않는다면, 실제 강의실의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혁신의 무게중심을 위에서 아래로(top-down)에서 옆에서 옆으로(peer-to-peer) 옮기는 것, 그것이 지금 한국 대학 교육혁신의 진짜 과제다.
#대학혁신 #교육혁신 #교수학습 #KEDI브리프 #동료효과 #인센티브 #스포트라이트유

답글 남기기